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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특별 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21년 10월
평점 :
품절
양장본의 리커버 북. 책표지 색감까지 마음을 사로잡은 소설책이다. 작가소개글부터 읽었기에 이 작품을 집필한 시점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잊지 않으면서 내내 읽었던 소설이기도 하다. 여러 사유들로 몇 번을 멈추어가면서 읽었다. 프랑스 소설, 작가의 삶, 작품의 인물들까지 누구도 가볍지 않았던 소설이다. 이들의 등장과 이들의 사랑, 인생, 행복, 무기력, 책임 회피, 고통, 외로움, 두려움, 불행, 편협한 사고, 늙음, 젊음, 노화, 욕망, 쾌락 등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들이다.
가볍게 보일 수 있는 것이지만 결코 가볍지가 않은 인생의 단면이다. 인연들 속에서 하나의 사랑을 선택하고, 이유들이 합당해야 한다. 그리고 행복해야 한다는 전제조건까지 맞추어져야 하는 것이 사랑이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연주는 잔잔한 물결이지 않다. 많은 변수가 존재하고 아픔, 슬픔, 외로움, 고통까지도 부가되는 것이 사랑이다. 이 소설에서 만나는 여러 인물들은 서툴고 부족하고 완고해보이지만 불완전하고 기울어지고 흠결이 많은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충돌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면서 돌아보는 날들이 언젠가는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올것이다. 그때 이 작품의 문장들이 또 하나의 질문이 되지 않을까.
그는 삶을 잃어버렸다...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었다. (149)
내가 가진 건 무엇인가? (41)
사랑하고 있다고 믿었을 정도 (198)
내가 한 일은 무엇인가?... 줄곧 칭찬이나 꾸중을 받은 것 말고, 내가 도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40)
그들이 함께했던 시간에 대한 ...가학 행위 (158)
그녀는 자아를 잃어버렸다. (86)
아무튼 경험이란 좋은 것이다. 좋은 지표가 되어준다. (87)
정당한 요구를 할 권리 (203)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는 25세 변호사 청년, 삼 대를 내려온 행복해져야 한다는 의지와 행복해지기로 결심했던 스무살에 새로 개척하는 대신 갖고 있는 것을 지키려 애쓰고 있었다고 회상하는 39세 그녀, 사랑을 스쳐 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가 열거될 때 독자들에게도 날카롭게 스치는 순간이 아닐수가 없다. 소홀히 한 것들, 순간들, 사랑을 스르르 놓치면서 지나친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남녀의 사랑에 국한되지 않는다. 살아온 날들, 순간속에서 놓친 사랑의 이름들을 되감아보게 한다.
고통스럽고 끊임없는 노력이 행복보다 더 소중해졌기 때문인지도 219
구원받은 듯한 기분. 아울러 길을 잃은 기분도. 234
행복에 대한 사유, 구원과 대립되는 또 다른 길을 잃는 순간까지도 놓치지 않게 하는 문장들에 감탄하게 한다. 낙엽타는 냄새를 무엇보다 좋아했던 인물.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까지도 매만지게 하는 문장와 마주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 망각의 덩어리 (87쪽) 지금까지의 날들, 좋아한 것들을 상기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비난, 험담, 경멸, 시샘에 대해서도 작품은 놓치지 않았다. 여성을 향한, 늙어가는 여성에 대한 시선까지도 팽팽하게 비추는 작품이다. 늙어간다는 것과 외로움을 두 여성인물을 통해서 매만지고 있었기에 그 순간까지도 포착해보면 좋을 소설이다.
시몽, 이제 난 늙었어. 늙은 것 같아....... (237)
젊은 남자나 좋아한다며 요란스럽게 입방아를 찧어 대리라...사람들이 자신에게 ...잔인해질 수 있다고 생각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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