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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평점 :
총 7편의 소설들이 담긴 소설집이다. 기억에 남는 작품들이 많았고, 인물들도 선명하게 자리 잡았던 작품들이다. 가족이지만 얼마나 그들을 잘 이해하고 있었을까 되물으면서 만난 <쇼코의 미소>. 할아버지와 어머니의 평소의 모습과 쇼코를 만나고 변화된 모습과 다짐을 놓치지 않게 한다. 대화도 없고 무기력했던 그들이 무엇에 의해서 변화되었을까? <씬짜오,씬짜오>의 베트남 아줌마의 말들에 엄마가 보여준 모습들도 함께 떠올려보지 않을 수가 없다.
어떤 조건도 없이 받아들여졌다는 따뜻한 기분 69
아줌마의 질문 & 다른 어른들의 질문 75
장례식장에서 보여주는 여러 사람들의 반응과 말에 의해 그들이 짧은 문장으로 인생을 표현해도 되는 것인지 묻게 한다. 이면에 그들이 살아왔던 역동적이고, 따스했던 온기의 모습들도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떠올리기 때문이다.
아줌마의 애정이 담긴 시선속에서
엄마는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
엄마의 인간적인 약점을 모두 다 알아보고도
있는 그대로의 엄마에게 곁을 줬다. 91
외국어를 배워야겠다고 다짐한 엄마, 하고 싶은 거 응원해 주었던 할아버지의 말이 가진 의미도 떠올려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꿈을 포기하고 살아야 했던 자신의 인생에서 죽음을 앞두면서 손녀에게 응원하는 그 한마디는 젊은 날의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지 않았을까. 베트남 아줌마의 가족사에 아픔과 슬픔을 가지면서 준비한 선물상자가 가지는 의미도 엄마에게는 큰 의미가 되었을 것이다. 어떤 작품은 묵직하고, 날카롭게 상흔을 남기는 역사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 역사의 현장에서 온전히 감당한 이들이 있었고, 남겨진 이들에게는 휘청거리는 인생의 웅덩이들이 남아있었을 것이다. 그곳에 우리는 작품을 통해서 인도되고 그 장소에서 우리는 목도하면서 작품과 함께 호흡하게 한 소설들이기도 하다. 가볍지 않았던 문제들 앞에서 문학이라는 통로로 다시금 예리하게 매만지는 역사의 흔적들을 마주한 시간들이기도 했던 소설이었다.
언제... 가족으로 생각한 적이라도 있어요? 가족이라는 허울로 이용만 했잖아. 105
할머니는 일생 동안 인색하고 무정한 사람이었고, 그런 태도로 답답한 인생을 버텨냈다. 105
인간이 ... 권력 때문에 무고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워 죽일 수도 있는 존재하는 것 106
동네 아이들이 네 살짜리 아이의 목에... 개처럼 끌고 다니면서 빨갱이의 자식이라고 총살하는 시늉... 어른들이 ... 그 모습을 구경하고만 있었다는 이야기 106 (경악)
고막이 터지고 늑골이 부러지고 정강이뼈가 꺾인 사람들... 사람이 사람에게 그렇게 했다는 이야기 113
세상은... 간절한 마음을 도리어 비웃었다... 우리가 법이라고 하면 법이고 빨갱이라고 하면 빨갱이인 거라고... 입다물고 말이나 잘 들으라고. 108
사법살인. 나라가 죄도 없는 사람들을 죽였어요. 110
조롱과 차별에 대해서도 작품은 언급한다. 인종차별을 경험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그 현장에서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것과 또 누군가가 우리 민족에게서 당하는 조롱과 차별까지도 함께 생각해 보게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타심과 이기심에 대해서도 작품은 언급하기도 한다. 홀로 동아리에서 싸워야 하는 논쟁도 등장하기도 하고 아버지가 딸에게 무심하게 하는 말 한마디의 영향력과 파급력은 결혼생활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도 작품에서 만나게 한다. (넌 아무것도 아니야 192쪽) 무시할 수도 없는 치열한 문제들을 작품들을 통해서 연속해서 마주하였던 것 같다. 심리학 도서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많고 많은 사례들을 이 소설집에서도 마주하는 순간들이 많았던 작품들이었다.
엄마. 껍데기만 보고 단죄하는 사람들. 슬픔을 억누르고 억누르다 결국은 어떻게 슬퍼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 48
울고 싶어 49
엄마의 감정이 절제되어 있다. 슬픔이 찾아와도 우는 방법을 잊어버린 엄마였다. 너무 쉽게 타인을 단죄하는 사람들을 향하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표정에 대해서도 다른 작품의 인물을 통해서 대비시키는 것이 떠오른다. 마음껏 감정을 표정에 담아낼 수 있는 사람과 담아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 소설집에서도 연거푸 떠올려보게 한다. 삶의 단단한 껍질들이 느껴졌다. 이들에게 담긴 감정들의 배경을 만나볼 수 있는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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