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가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 설명하는 앤드류 세이어의불로소득 시대 부자들의 정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주제 사라마구의 장편소설 『바닥에서 일어서서』, 대럴 M. 웨스트의 부자들은 왜 민주주의를 사랑하는가』책들을 살펴보면 꽤 흥미롭다. 부자들의 부가 대부분 불로소득에서 생겼다는 사실과 부자들의 권력이 부당하고 비민주적이며 착취적인 것이라고 책은 설명한다. 더불어 부자들에게 지원하는 체제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도 언급하면서 부자들이 누리는 지원을 멈추어야 하는 이유들을 명확하게 설명한다. 골목상권과 산골 시골마을까지도 대기업이 장악한 모습을 목격하면서 씁쓸함을 감출수가 없었다. 빽빽하게 골목상권을 다양한 상호들로 장악한 대기업의 모습에 99%는 힘없이 무너지는 것이 현대사회의 현주소임을 목도하게 된다.



땅을 소유한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세금이 어디에 쓰이며 어디에 사용되지 않는지도 어렵지 않게 확인하게 되는데 소외된 사람들이 누구이며 그들이 얼마나 부당함을 당하는지도 쉽게 목도하게 된다. 선택받지 못하는 집단이 누구인지도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 공정하지 않는 사회는 부패하고 부정한 사회임을 공포하는 것과 다름없음을 확인하게 된다. '상위 1% 부자들의 투표율은 일반인보다 두 배가 더 높다'라는 내용은 전하는 『부자들은 왜 민주주의를 사랑하는가책을 다시펼쳐보게 된다. 짖지 않는 개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가져다 놓는지도 경각심을 가지면서 확인하게 된다. 불평등한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언급되는데 국가 정책을 만들고 정치를 쥐고 흔드는 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살펴야 하는 시대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고 무관심과 냉소에 익숙한 자는 또 누구인지도 질문을 아끼지 않는다. 부자들의 민주주의와 99% 에 해당되는 노동자들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대조되는지도 쉽게 설명한다.





주제 사라마구는 소설에서 고난과 노동시간에 대해 언급한다. 고난이 노동자의 피부를 두껍게 만들어주었다는 것과 8시간의 노동권리를 얻기 위한 싸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무관심과 냉소가 아닌 관심과 외침이 정당한 것을 요구하게 이끈다는 것을 확인할수록 격차가 벌어진 부의 불평등을 여러 책들을 통해서 진단해 보게 된다. 접점이 없을 듯하지만 묘하게도 이 책들은 같은 의지, 같은 열정과 관심을 표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땅을 가진 자들, 지대가 불로소득이라는 사실도 설명되면서 그들을 위한 정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이해시킨다.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이 소외되지 않는 사회, 일할 권리와 쉴 수 있는 권리가 조화롭기를 기대하게 된다.

자본을 가진 자들과 노동하는 자들의 임금과 노동시간까지도 무심하게 지나치지 않았던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은 더욱 가치가 가중된다. 에밀 졸라의 『제르미날』 소설도 다르지가 않다. 『반 고흐를 찾아서』 책에서 고흐가 그린 그림들과 관심을 가진 노동자들의 모습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한국의 현대사회에서의 깜박거리는 신호들이 지금도 울리고 있다. N 잡을 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들을 알지는 못하지만 노동자의 삶과 죽음은 어둡게 현대사회에서도 유유히 흐르고 있다는 것을 목도하는 사회임에는 분명하다.





부당함을 외치지 않는 사회, 불평등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회는 희망이 있는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여행지에서 도로가 포장되고 도로차선과 횡단보도가 설치되는 과정을 3년만에 본 적이 있다. 거주지는 동시다발로 1시간도 걸리지 않는 작업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는데 왜 여행지는 불편함을 호소하지 않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수가 없었다. 최근에 여행하면서 이제서야 시민의 안전과 불편이 해소된 것을 경험하면서 이들의 세금과 정책은 한쪽으로 많이 치우친 것임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소외된 자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보이는 세상이다.




무엇을 유심히 관찰하는지, 무엇을 질문하는지가 중요해진다. 눈을 감고 등을 돌려버리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시인들이 끊임없이 고뇌하며 질문을 던지는 시들은 누구의 노래인지 외면하여서는 안 된다. 소설가들이 부조리한 사회를 고발하는 작품들도 같은 맥락에서 흐르는 목소리임을 잊어서는 안되기에 사회학 책들을 기웃거리게 된다. 살기 좋은 사회인지, 불안에 침식당하는 사회인지는 현대인들의 글을 통해서도 쉽게 확인하게 된다. 누군가의 눈물, 누군가의 외침을 듣고 보는 사람이 되고자 여러 책들을 다시 펼쳐보게 된다. 땅과 길에 대해 사유한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을 다시 음미하는 시간으로 마무리한다.



















< 불로소득 시대 부자들의 정체 >


부자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체제를 감당할 수 없다. 그들은 우리와 지구가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살고 있으며, 그들의 이익은 99%는 물론이고 환경의 이익과도 상충한다. 우리는 이제 부자들을 지원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 524


부자들에게 책임을 묻고,그들의 부가 대부분 불로소득에서 생겼음을 폭로하고, 그들의 권력이 부당하고 비민주적이며 착취적임을 드러내는 것 523
















< 바닥에서 일어서서 >

주제 사라마구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일부가 다 갖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는 한

정의는 있을 수 없어. 320

결의의 옷을 입어야 한다.

광야의 외로움이라는 옷을 입어야 한다.

고난은 그의 피부를

아주 두껍게 만들어주었다...

우리는 여덟 시간 노동의 권리를

얻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는데...



































부자들에게 책임을 묻고,그들의 부가 대부분 불로소득에서 생겼음을 폭로하고, 그들의 권력이 부당하고 비민주적이며 착취적임을 드러내는 것 _ 불로소득 시대 부자들의 정체 - P523

일부가 다 갖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는 한 정의는 있을 수 없어. _바닥에서 일어서서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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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보내려는 마음 에세이&
박연준 지음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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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고용한 포옹』, 『듣는 사람』를 읽고 펼친 신간 에세이집이다. 들어가는 글에서 인간에게는 '다락'이라는 은신처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세상과 거리를 확보해 세상을 그리워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이유들을 시인의 글에서 거듭 확인하게 된다. 바닥에 앉아 오래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 낡고 사라져 가는 것, 존재하지만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들을 글로 전하는 마음들이 전해진다. 다락이 높다면, 마음이 깊다면 무엇을 두고 싶은지 질문을 아끼지 않는 시인이다. 멈추지 않는 질문들을 가득히 마주서게 하는 글도 만나게 된다. 질문이 철학과 예술과 시의 근원이라는 것을 힘껏 바라보게 한다. 정현종의 『질문의 책』 책중에 특별한 질문이 시가 된다는 것과 아름다운 질문을 쏟아놓은 시인 파블로 네루다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사소한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느긋한 성정을 가져야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어떤 마음을 유지하고 노력해야 하는지 한 권의 에세이집을 통해서 보여준다. 불면과 숙면, 상상, 소설을 읽는다는 것, 화양연화, 선물, 말하기와 듣기, 적산가옥, 소풍, 뼈 헤는 밤, 명상, 새벽, 기다림, 유실물, 유년 등 무수히 쏟아지는 제목들을 남김없이 동행하면서 시인의 말을 귀담아듣는 시간은 아깝지가 않았다. 부지런히 책들을 살피고 문장들을 읽으며 꾸준히 책들을 산다. 읽지 않았다면 시인의 마음들을 놓쳤을 것이다. 시인이 새벽에 일어나 글을 남기고 고양이를 오랜 시간 관찰한 흔적들과 일 년 넘게 가지고 다닌 책에 대한 이야기와 밀란 쿤데라의 『커튼』까지도 읽어봐야겠다는 좋은 자극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예상하지 않은 순간에 시인이 읽은 책들과 글귀들을 소개받고 사유한 흔적을 떠올려볼 수 있는 에세이집이다.

메리 루플의 『나의 사유 재산』 과 『가장 별난 것』 책도 소개받는다. 짧은 산문을 쓰는 방식과 짧고 강렬하게 빛나는 것이 무엇인지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밀려난 자의 오랜 슬픔, 안개의 시간이라는 메리 루플의 산문 제목까지도 긴 시간을 맴돌게 한다. 사랑하여 읽을 수 있는 작가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말하면서 시인이 사랑한 작가와 이유도 전해진다. 자신의 헝클어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가를 사랑한 이유, 누군가의 흠결에 매혹된 이유와 흠결이야말로 그 사람 고유의 것이라는 사실도 대면하게 한다.

인생을 여러 번 살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이 소설을 읽는 것이라고 말한다. 소설 읽기를 그만둔다면 빠른 속도로 늙을지도 모른다고, 인생의 오솔길은 보지 못하고 대로변으로만 다니는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를 커다랗게 키우고 싶다면 남의 삶에 개입해 그 사람이 되어봐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들이 전해진다. 삶을 웬만큼 사랑했다고 자부하는 기성세대와 현학적인 글을 읽으며 우월감을 느끼는 어른들은 더는 소설을 읽지 않는다고 말한다. 소설을 좋아해서 겁없이 첫 장을 펼치지만 웅장하고 깊은 수많은 삶들을 만날 때면 매번 놀라움을 감추기가 어려워진다. 소설 읽기는 '나'를 희생해야 하는 독서이며, 소설을 읽는 일이 얼마나 복잡하고 집중력을 요하는 일인지도 언급된다.

인생을 여러 번 살 수 있는 가장 쉬운 길.

소설 읽기 174

화양연화를 읽을 때는 화양연화 영화와 화양연화 드라마를 다시 떠올렸다. 아름다운 시절이 떠내려가는 속도라고 말하는 시인의 글도 긴 시간 바라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프란츠 카프카 『변신』 소설, 조지 오웰의 『1984』, 『동물농장』, 메리 셀리의 『프랑켄슈타인』 소설들을 언급하면서 감시하는 빅 브라더와 타락한 독재자, 슬픈 괴물인 AI가 현대사회에 실존하고 있음을 각인시킨다. 21 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장 넘치게 가진 것은 욕망이며 간절함이 촌스럽게 치부되는 현실과 간절함이 욕망을 이길 때 비로소 특별해진다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불면을 호소하는 현대사회가 지닌 불안과 경쟁을 숙면으로 이어지게 하는 방법까지도 스스로 찾도록 질문을 던지는 글을 만나게 된다.

'고졸하다'라는 말도 새롭게 알게 되는데 기교는 없으나 예스럽고 소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귀가 사랑하는 말이 듣기라고 말하는데 『67번째 천산갑』 소설의 남자 인물이 말을 하지 않고 듣는 일만을 하였다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말만 하고 듣지 않았던 여자 주인공이 뒤늦게 깨닫는 것이 바로 듣지 않았다는 것이기에 듣기와 말하기는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임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시인 아버지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지방간, 간경화, 당뇨, 고혈압, 피부 변이, 간성혼수. 10년의 노력이 무너진 것이 전해진다. 죽음이 오기까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인지도 전해진다. 서울, 군산, 목포, 강릉에서 본 적산가옥들에 대해서도 전해진다. 적산가옥은 적의 소유였던 집들을 의미한다. 한 권을 읽고 나니 소복하게 쌓인 것들아 선명해진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수북해진 문장들을 주워 담는 에세이집이다.


김수영 시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 202



여기저기에서 우리를 감시하는 빅 브라더,타락한 독재자,인간이 만든 슬픈 괴물 AI 우리 주위에 실존한다 - P165

우리는 때로 누군가의 흠결에 매혹된다.흠결이야말로 그 사람 고유의 것이기 때문이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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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번째 천산갑
천쓰홍 지음, 김태성 옮김 / 민음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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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아들을 찾아나서면서 찾아내는 단서들과 빵부스러기 흔적들이 있다. 남아선호사상과 남녀평등시대를 지긋하게 그녀의 삶을 통해서 보여준다. 연쇄살인자가 된 사람의 고백,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무수히 많은 시대의 가해자들도 선명하게 찾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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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번째 천산갑
천쓰홍 지음, 김태성 옮김 / 민음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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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의 땅> 베스트셀러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어린 시절 아역 배우였던 그녀와 그가 있다. 매트리스 광고를 촬영하고 영화도 촬영했던 그들이 있다. 세월이 흘러 그녀는 정치인의 아내로 4명의 아이의 엄마이며 아내이다. 하지만 그녀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유일하게 잠을 잘 수 있는 것은 그의 곁에서만 가능하다. 이유도 모른 채 그녀는 그를 만나고 싶지만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그동안 살아온다. 그들이 어렸을 때 촬영한 영화가 복원되어 상영한다는 행사가 전해지면서 초대를 받게 되면서 그가 파리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를 찾아간 그녀가 확인한 그의 삶은 그녀가 상상한 것들과 극명하게 대비를 이룬다는 사실도 경험하게 된다. 코끼리 같은 그녀의 여행 가방과 그의 작은 집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너 없이, 나는 잠을 잘 수가 없었어.

우리 같이 천산갑을 보러 가지 않을래?

아역배우 시절 산 아래에 살았던 그녀와 산 위에 살았던 그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의 아버지와 그의 어머니, 천산갑을 키우기까지 그의 아버지가 추구한 사업들과 그의 수많은 여자들과 그의 어머니가 찾아낸 아버지의 여자들까지도 이야기로 전해진다. 어머니가 그를 남겨놓고 영원히 떠나버린 그날을 그는 또렷하게 기억한다. 그의 아버지가 죽기 직전에 아들에게 말하는 대화 내용에서도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자신의 과오는 흔적을 지우고 아들을 향하는 날카로운 말들에 깊게 팬 아들의 상태를 짐작하게 된다. 어머니가 떠난 이유를 아들에게만 전가시키는 아버지의 언행을 그려낸다. 아들이 보편적인 삶을 살지 못했던 이유들을 그의 성장환경에서도 유추해 보게 된다.

그녀가 아역배우 시절에 학교의 선생님들과 학교 친구들이 건네는 말에서는 거침없는 폭력들이 넘쳐나기 시작한다. 의미를 알지도 못하는 그녀에게 가해지는 수많은 언어폭력들은 난폭함을 넘어서기까지 한다. 그녀의 성장환경도 놓치지 않게 된다.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에게 드러내는 둔 요구와 보통의 삶을 살아가지 못했던 날들의 무수한 시간들은 그녀의 불면증의 원인이 되기까지 한다. 무력하게 가해지는 어머니의 수많은 요구들을 수긍하면서 살았던 그녀의 이야기는 대학시절 의대생 남자친구에게서 가해진 성폭력과 사진 유출 협박까지도 감당한 이유도 드러나기 시작한다. 여러 번의 불법적 낙태 시술을 감행하고 위험한 상황들을 경험한 그녀의 20대 이야기도 전해지면서 그녀의 곁에서 보호해 주고 돌보았던 그의 존재도 담담하게 전해진다.

그의 눈물은 무수히 멈추지 않는다. 바다가 되는 그의 눈물은 그에게서 말을 가져가게 된다. 말을 하지 않는 그, 힘겹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들을 발견하게 된다. 말과 언어의 힘, 눈물의 힘까지도 그를 통해서 확인하게 한다. 그가 선택한 삶의 이유들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빛보다는 어둠, 화려함보다는 소박함, 물질주의보다는 단출함을 보게 된다. 그녀에게서는 명품 소비와 넘쳐나는 물건들이 주를 이루지만 그녀는 불면증으로 일상적인 삶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그는 작은 집에 하나씩 소박하게 가진 물건들, 걷는 활동이 가진 의미까지도 살펴보게 된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고 택시를 부르는 삶이 익숙하지만 그는 걷는 활동과 자전거만을 이용한다. 그의 곁에서 잠이 잘 오는 이유, 나무와 흙냄새, 숲 냄새가 나는 그를 서서히 이해하게 된다. 그녀에게 없는 것이 무엇인지도 점차적으로 확실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녀는 현대사회의 현대인들을 보는 분위기이다. 그는 현대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삶을 구축하면서 사는 인물이다. 말과 신호가 넘쳐나는 사회에서 그에게서는 어떤 말도 들리지가 않는다. 그 이유는 후반부에서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는 듣는 사람이었고 그녀는 말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삶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그녀가 그에게서 보호받고 보살핌을 받았음을 알게 된다.

부모라는 어른들은 온전한 어른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의 아버지도 그의 어머니도 그녀의 아버지도 그녀의 어머니도 다르지가 않다. 의대생인 그녀의 남자친구가 보이는 여러 모습들은 도망치고 듣지 않는 이기주의적인 모습만을 보인다. 그녀가 자신을 연쇄살인자라고 말했던 이유가 서서히 드러난다. 그녀가 자책하면서 살았던 이유, 남아선호사상이 아직도 흐르는 사회적 분위기도 작가는 매만진다. 태어나지도 못하고 낙태되었을 아기들을 향한 죄책감은 온전히 그녀만이 느끼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상대 남자들은 어떤 죄책감도 찾을 수가 없다. 의대생에게서도, 그녀의 정치인 남편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그녀 딸의 죽음은 상당한 의미를 남긴다. 첫째 딸과 둘째 달의 뛰어난 외모와 다른 외모를 가진 셋째 딸의 죽음에 남편이 보여준 모습은 충격적이다. 시어머니도 자신의 외동아들을 아끼는 모순적인 모성애가 고발되기도 한다. 가족이라는 형태를 보이지만 부모인지, 가족인지 매 순간 의문점을 가지게 하는 이상한 나라가 전개된다. 정치인 남편의 외도와 루머를 대처하는 아내의 모습과 남편이 아내를 감시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무시한 그녀만의 방식들도 전해진다. 남편의 부지런함과 아내의 게으름이 이 부부에게 어떻게 적용이 되었는지도 위트있게 작가는 매만진다.

동성애와 사회적 분위기가 전해진다. 천산갑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구멍과 슬픔들이 조명된다. 그녀에 몸에 아로새겨진 수많은 천산갑의 구멍 흔적들이 그녀가 감당한 슬픔의 흔적임을 알게 된다. 불면증으로 잠을 잘 수 없었던 그녀가 어느 순간 개운하게 잠을 자고 일어나게 된다. 물론 그도 다르지가 않다. 그녀와 그가 잘 자고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소설 후반부에서 드러난다. 그녀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아들은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랐던 이유와 아들이 남긴 빵 부스러기 흔적들이 어떤 의미였는지도 그녀는 서서히 알아채기 시작한다. 함께 도망치고 함께 잠들자는 작가의 깊은 의도를 깊게 호흡할 수 있는 소설이다. 잠의 의미와 눈물의 의미, 말의 의미, 경청의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소설을 통해서 보여준다.

1부와 2부, 3부 하나씩 끝날 때마다 감탄을 하게 된다. 기대감으로 다음 이야기를 만나고 또다시 놀라움을 선사한다. 마지막 3부도 다르지가 않았다. 그렇게 하나의 긴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가 않고 묵직한 작가의 음성과 집필된 의도, 꼬집는 날카로움까지도 가득하게 주워 담게 된다. 우리가 대체 어디로 가는 것인지 질문을 반복할수록 그 질문은 우리에게로 되돌아왔다. 지금 우리는 어디를 가고 있는지, 어디로 발걸음을 내딛는지 잘 살펴보게 한다. 오늘의 선택과 집중, 오늘의 기쁨과 행복을 잘 들여다보게 한 소설이다. 사라진 아들을 찾아나서면서 찾아내는 단서들과 빵부스러기 흔적들이 있다. 남아선호사상과 남녀평등시대를 지긋하게 그녀의 삶을 통해서 보여준다. 연쇄살인자가 된 사람의 고백,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무수히 많은 시대의 가해자들도 선명하게 찾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우리 대체 어디로 가는 건데? 67

화를 내려면 진심이 필요했다. 237


이처럼 미친듯이 걸은 건 정말로 아주 오랜만이었다. 51

좀 더 기다리고, 또 다른 사람을 기다리는 것.

기다림은 수동이 아니라 능동의 상태였다. 12




명품 벡만 살 줄 아는 한물만 여배우.가짜 얼굴이야... 수술을 몇 번이나 한 거야? 공허하다는 평가를 그녀는 인정했다. - P44

수많은 명품을 샀다. 남편은 그걸 보고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걸 다 쓸 생각이야?" 쓴다고? 쓴다는 게 뭔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이나 콩쿠르 수상작 문학 전집을 넣고 다니면 이것을 쓰는 것인가? 그녀는 이 명품들을 전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가져가서 약간 과장된 부러움을 끌어낼 작정이었다. - P43

얼굴이 팽팽하면 청춘인가? 그것이 세월을 이기는 법인가? 아무리 작아도 세월의 흔적은 감출 수 없었다. 어떤 성형 기술로도 눈빛 속의 아픔을 지우진 못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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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은 밥을 먹는 사람들 - 식사를 선택할 수 없는 삶,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권기석 외 지음 / 북콤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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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달의좋은보도상 수상

기자들이 취재한 것을 기사글을 통해서 읽는 것과 책으로 담아낼 수 있는 것은 폭과 질량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이 책은 함께 취재하였던 4명의 국민일보 기자들이 기사글에는 담지 못한 것들이 추가되는 내용들이 전해진다. 잘 사는 나라 대한민국이지만 부의 불평등은 점차적으로 간극을 이루고 있는 시대이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은 더욱 가난해지는 현상을 거듭 확인하는 시대이다. 한국에 배고픈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 그러한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면서 읽은 책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지역 시장을 꼭 둘러보는 코스를 정하고 있다. 지역민들이 살아가는 진짜 모습을 보고 싶고, 어떤 말과 어떤 음식들이 그들의 영혼을 따뜻하게 하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어느 시장은 먹을 수 없는 과일을 바구니에 담아서 진열하고 그것을 둘러보는 사람들을 본 적도 있다. 판매가 불가능한 과일을 사고파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햄버거 전문점에 퇴근한 젊은 청년들로 가득한 매장을 보면서 놀라워했는데 한 끼 해결하기에 편해서 찾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만이 이유가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 라면사리와 봉지 라면의 가격을 줄줄 외우고 있는 인터뷰 한 사람의 사연도 함께 떠올린다. 풍요가 넘쳐서 물건들에 파묻힐 것 같다고 느끼는 시대에 다른 무리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치열하게 음식을 나누어 먹고 다음 한 끼를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부의 격차에 대해 이야기되는 책들을 무수히 읽지만 이렇게 사실적이고 놀라운 것을 접해보기는 처음이다.

식사를 한 인증 사진들이 빼곡히 페이지를 채운다. 인터뷰한 인물의 여러 날의 식사들이다. 풍성하지는 않지만 치우친 식사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왜 이들은 생존 게임을 이렇게 해결하고 있을까? 누군가는 풍요에 미쳐서 무료함을 호소하면서 길을 잃지만 가난은 그럼에도 살아야 하기에 식사를 어떻게 해결해야 영양분을 섭취하는지 고민한 흔적들도 찾게 된다. 땅콩버터를 지방과 단백질로 대용된 영양소로 매일 한 스푼씩 먹는 이유와 40대와 50대가 고시촌에서 사는 1인 가구의 식사에 대해서도 전해진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차이가 너무나도 큰 시대이다. 이러한 문제는 지금의 문제도 아니다. 자본주의가 장악한 이 시대에 혐오와 차별로 단단히 쌓아 올린 벽은 더욱 두텁고 높다는 사실이 전해진다. 돌봄의 손길이 정부의 지원이 아닌 개인들의 움직임에서 이루어지는 것도 확인하게 된다. 엇박자처럼 정부의 정책과 지원책들은 현실성을 잃고 부유하고 있다는 것을 취재 내용을 통해서도 전해진다. 정부의 지원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은 한국이다.

소득 구분으로 나누어진 계층들에게 지원되는 정책들은 실효성이 얼마나 있는지 살펴보게 된다. 가난하지 않기 위해 젊은 날부터 무엇을 노력하고 절제하여야 하는지도 체계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무지가 가난을 대물림하고 부자는 증여세와 상속세를 고민하는 시대이다. 지역을 여행 다니면서 느끼는 것은 언제나 한결같다. 서울과 수도권과 지역은 너무나도 큰 대비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낙후되고 태어난 시대에 머무르고 있지만 그들은 그러한 사실조차도 모르는 것 같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구석구석 보살피고 살기 좋도록 만들어야 정치가 멋지다고 찬사를 보내게 될 것이지만 현실은 서울과 수도권의 멋진 신세계는 변함없이 폭발적으로 빛나는 시대이다.

내용을 읽으며 모든 것에 호의적일 수 없었다.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나이이지만 일하지 않는 이유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80대 중반 할머니가 무료 급식 신청을 할 수 없는 정책도 이해가 어려웠다.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복지 차원에서 지원되어야 하는데 마감되었다고 일 년을 기다리는 막연한 대답도 모순임을 확인시킨다. 잘 돌아가고 있는 세상일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구석구석 구멍을 발견하게 되고 많은 나랏돈은 어디로 누구에게도 가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큰 빌딩을 짓고 있는 나라의 관청을 보면서 거침없는 비난을 하였던 날이다. 거대해지는 나라의 건물보다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위해 쓰이는 나랏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지게 된다. 이 책을 통해서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소외된 사람들의 식사일기를 보게 되었다. 부의 격차가 얼마나 놀라울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가난한 사람이 집에서 어떤 음식을 먹는지,

그렇게 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세상이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빈자의 밥,

집밥 스토리가 콘텐츠의 중심 5

잘 드러나지 않은 사회 변화와 부조리를 포착. 깊숙이 취재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하고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11

고시촌에 갇힌 중년 보고서. 오마이뉴스.

서울 관악구 대학동 옛 고시촌에 사는

40대와 50대 중장년 남성들의 빈곤 실태 취재

저녁으로 땅콩잼 한 숟가락을 먹었다.

단백질과 지방 섭취하기에 땅콩잼이 가장 싸고 좋다. 15



시중에 풀린 돈이 가진 사람의 주머니로 더 많이 들어가고 있다 - P11

격차와 혐오가 낳은 불행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는 방법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직하게 쓰는 것. 멀리서 지켜보지 않고 약자의 현실에 한발 더 들어가 보는 거. 가난한 사람들의 식사 빈곤 문제. 선택권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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