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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 - 신화에 가려진 여자
제시 버튼 지음, 올리비아 로메네크 길 그림, 이진 옮김 / 비채 / 2024년 7월
평점 :
신화는 누구의 관점에서 서술되었는지가 중요해진다. 신화에 가려진 여자가 있다. 읽고 나서 마녀에 대한 책들도 함께 떠오르면서 14살 여자의 머리카락을 사라지게 하고 뱀들이 머리카락을 대신하도록 벌을 내린 아테나라는 신과 포세이돈과 제우스라는 신도 살펴보게 된다. 아름다운 메두사를 질투하는 사람들과 아테나의 질투는 메두사에게 가혹한 징벌과도 같은 괴물이라는 신화로 남겨지게 된다. 사람들에게 전해진 메두사는 괴물이었지만 진짜 괴물들은 누구였는지 이 책을 통해서 되짚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아름다운 여자 14살 메두사를 질투하는 타인들의 시선과 말로 메두사를 거침없이 베어내는 말들은 칼의 고통보다 더한 고통을 메두사에게 남겨놓는다. 포세이돈과 제우스라는 신이 아름다운 여자들을 어떻게 불행하게 만들었는지도 이야기로 전해진다. 신화 속의 여자는 괴물로 남겨지면서 흉측한 여자로 상징된다. 하지만 14살 메두사가 괴물이 되어야 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름다운 여자라는 이유로 괴물이 된 메두사의 남겨진 삶은 합당한 벌이었는지 질문을 던진다. 다니에라는 아름다운 여자도 메두사와 다르지 않는 여자의 삶으로 전개된다. 그녀는 폴리덱테스와 결혼을 하였는지 운명에서 탈출하였는지도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 의미심장하다.
여자로 태어나면서 감당해야 하는 삶은 순탄하지는 않다. 신화에 등장하는 메두사는 모든 여자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던지는 인물이 된다.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서, 자신을 괴물로 볼까 봐 두려워서 자기가 성장한 밤의 변방이라는 아름다운 곳을 떠나게 되었던 이유들도 살펴보게 된다. 두려움에 침식당하고 섬에서 두 언니들과 생활한 메두사는 동굴에서만 생활하게 된다. 우연히 섬을 찾아온 어느 젊은 남자를 발견하면서 동굴 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된 메두사에게도 희망이라는 빛이 찾아올 수 있을지 응원하면서 읽게 된다.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그가 받아들일 수 있기를 수없이 응원하지만 그는 메두사라는 존재를 알게 되면서 돌변한다.
메두사가 사랑한 남자 페르세우스는 자신의 의지로 섬을 찾았다. 그리고 메두사의 진실된 이야기들을 모두 들었지만 그는 메두사가 가까이 오지 말라는 말도 무시하게 된다. 메두사의 부탁도 무시하면서 찾아오는 재앙은 되돌릴 수 없는 마지막 말을 남기게 된다. 절벽 끝에 세워진 동상은 메두사에게 거울이 되는 가르침으로 남는다. 더 이상 도망치지 않는다는 다짐에는 당찬 의지를 담으면서 세상 속에 두려움으로 자신의 동굴 속에서 숨어지내는 여자들에게 응원을 아끼지 않는 여자 메두사로 남는다.
세상 밖에 사는 여자이지만 절대 외롭지 않다는 메두사가 있다. 여성들을 명예와 자유와 기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당찬 의지를 전하는 메두사는 신화를 얕은 무덤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찬란하게 솟아오르도록 스스로 기억되는 길을 찾도록 이끌 것이라는 의지를 전한다. 높이 든 방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메두사는 말한다. 창문에 비친, 거울에 비친 여자의 모습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한 어조로 말한다. 메두사는 더 이상 아테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더 이상 도망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평생 다른 이의 힘을 두려워하느라 나의 힘을 생각하지 못했다. 205
페르세우스 동상. 절벽에 세워둘 거야.
우린 늘 도망치며 살아야 할까?
아니 이제부터 우린 도망치지 않아. 210
사악한 의도로 접근한 포세이돈과 메두사의 목을 잘라서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페르세우스, 제우스, 폴리덱테스까지도 메두사 신화를 통해서 면밀하게 살펴보게 된다. 신화를 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의도가 무엇인지도 분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살고 싶고, 친구가 필요했고 연인이 나타나서 사랑한 메두사가 절망하면서 깨다는 것은 확고해진다. 아름다웠던 메두사는 바다를 좋아했고 낚시를 좋아했지만 포세이돈에 의해, 아테나에 의해, 타인의 질투와 말과 시선 때문에 섬을 떠나게 된다. 동굴 생활을 하고 외롭게 고군분투하면서 섬생활을 하였을 4년간의 메두사는 고작 18살에 불과하다. 여자이기에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생활과 외로운 생활을 하였던 메두사는 두려움에도 침식되었다는 것이 전해진다. 하지만 절벽 끝에서 메두사의 목을 베려고 나타난 메두사가 사랑한 남자가 메두사의 모습을 보고 나서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확인하면서 메두사는 더 이상 예전의 자신이 아님을 알게 된다. 강해졌고 도망가지 않는 여자가 된다.
그만 눈을 뜨고 똑바로 봐.
난 살고 싶은 것뿐이야.
그저 나 자신이고 싶은 것뿐이라고. 193
누구나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
그동안 사람들은 너에게 친절하지 않았어.
사람들은 너를 질투하고 탐냈어.
그다음엔 너에게 잔인했고, 너를 함부로 판단했지.
넌 매번 사람들이 하는 말을 믿었어. 163
세상 속에는 메두사처럼 괴물과 같은 여자를 만드는 사건들이 많이 전해진다. 최근에 경찰에 사건을 접수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들을 자주 듣게 된다. 그 사건들을 들으면서 신화에 가려진 여자, 메두사가 자주 떠올랐다. 데이트 폭력, 가정폭력으로 살고자 용기를 내지만 비협조적인 권력집단의 행태를 호소하는 사연들을 들으면서 여자가 싸워야 하는 사회적 벽은 너무나도 두껍고 높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고단하고 고통을 수반하는 여자의 삶이지만 좌절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동굴에 숨고 두려워한다면 변화되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자의 명예와 자유, 기적은 행동하는 여자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 된다. 단단한 관습과 신화에 길들여져서는 안 된다. 얕은 무덤이라고 작가가 언급하였듯이 그 얕은 무덤을 부수고 나와야 하는 것이 여성의 삶이다. 순응하고 순종하며 괴물이라는 메두사 신화만을 믿고 살아서는 안 된다. 여자는 더 이상 괴물이 아니다. 이 책에서 여자는 약자이며 권력조차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왕이라는 권력으로 여자를 불행하게 만들고자 하는 자, 포세이돈의 악의와 아테나의 질투 때문에 괴물이라고 소문난 신화가 된 메두사가 우리 사회에서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포세이돈과 아테네가 저지른 일은 오랜 세월 동안 통제할 수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페르세우스가 나를 베려고 칼을 들고 동굴로 들어온 그날, 무언가 바뀌었다. 나는 내가 자랑스러웠다... 내게도 살 권리가 있었다. 모두가 나를 시험하고 내가 무너지는지 알고 싶어했다. 내 행복과 감정을 제멋대로 쥐고 흔드는 존재라면 사람이든 신이든 이제 지긋지긋했다. 212
나는 세상 밖에 산다. 절대 사람 가까이 다가가서는 안 된다. 나는 외롭지 않다. 바다는 나의 벗... 나는 여성들을 명예와 자유와 기적으로 이끌 것이다... 신화는 얕은 무덤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찬란하게 솟아오른다. 216
아주 오랫동안 포세이돈이 두려워 바다에 나오지 못했다. 이제 더는 그가 두렵지 않다. 오래전 그날 밤 그가 저지른 짓은...작은 벽돌 한 장일 뿐이었다. 포세이돈이 사악한 의도를 품긴 했지만 나의 집은 거대했다. - P212
나는 여성들을 명예와 자유와 기적으로 이끌 것이다... 신화는 얕은 무덤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찬란하게 솟아오른다. - P216
우린 늘 도망치며 살아야 할까? 아니 이제부터 우린 도망치지 않아. - P210
평생 다른 이의 힘을 두려워하느라 나의 힘을 생각하지 못했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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