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보이 - 전면개정판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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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그림의 소년이 강열하다. 이야기가 궁금했던 청소년 소설은 기대 이상의 것들을 선물해 준 작품이다. 15살 손녀인 제스에게는 부모님과 할아버지가 있다. 그림을 그렸던 할아버지는 고집도 대단한 분이다. 소녀가 수영을 좋아하는 것을 응원한 할아버지는 유일하게 손녀에게만 친절하였다. 할아버지가 그림을 그리는 준비를 하도록 손녀에게만 허락하였던 분이다. 그런 분이 점점 체력이 눈에 띄게 허약해진 상황이다. 부모님은 휴가를 할아버지가 원하는 여행을 준비하게 된다. 어렸을 때 고향집이 불에 타서 부모님도 사망한 사건으로 할아버지는 고향을 떠났다고 한다. 그리고 한 번도 과거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도 좋아하지 않았다. 현재 지금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던 분이라 유언장 작성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한다. 악해진 할아버지가 갑자기 자신의 고향을 찾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향에서 하고자 했던 일은 무엇이었는지 들려준다.

할아버지가 고향에서 만나고자 했던 친구가 있다. 알프레드라고 하는 친구분이다. 살아있을지 확실하지도 않는 상황에 부모님은 그분을 수소문하게 된다. 그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면서 할아버지와 친구분이 얼마나 성향이 다른지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분을 통해 제스는 할아버지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된다. 강의 시작점, 발원지에서 바다까지 수영을 하고자 했던 젊은 날의 할아버지의 꿈과 리버 보이라는 소년이 점차적으로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제스가 휴가지에서 느끼게 되는 기묘한 느낌들이 전해진다.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며 인기척도 없는 곳이지만 자신을 보고 있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이지 않지만 느낌만으로 느끼는 기운을 제스는 혼자만 비밀로 가지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 강에서 수영하는 리버 보이를 보게 된다. 그리고 리버 보이가 수영하는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다시 만나고자 노력하며 만나게 된 후 대화를 나누게 된 제스는 리버 보이를 서서히 알아가게 된다. 리버 보이가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며, 젊은 날 할아버지의 꿈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제스는 리버 보이를 만나고자 바다까지 수영을 하게 된다. 두려움과 불안을 이겨내고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과 할아버지의 꿈을 향해 제스는 바다를 향해 수영을 멈추지 않는다.

강의 시작점에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나누는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사람의 일생을 보는 것 같지? 강의 일생일 수도 있고. 강은 여기에서 태어나 자기에게 주어진 거리만큼 흘러가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곧게 때로는 구불구불 돌아서,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바다에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흐르는 거야. 난 이 모든 곳에서 안식을 찾아. 206

강물은 알고 있어. 흘러가는 도중에 무슨 일이 생기든, 무엇을 만나든 결국엔 아름다운 바다에 닿을 것임을. 결말은 늘 아름답다는 것만 기억하면 돼. 하지만 죽음은 아름답지 않아. 제스는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말했다. 207

삶과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이해하는 것이 좋은지 등을 밝혀주는 대화이다. 인간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이며 아름다운 것과 아름답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도 이들의 대화에서 전해진다. 죽음은 평안을 찾는 것임을 새로운 출발이라는 것을 이해시킨다. 죽음은 고통도 끝나고 새로운 출발이 되는 여정임을 바람과 물이라는 존재로 우리 주변을 이루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세계를 받아들이게 한다. 죽음은 끝이라고 이해한다면 슬픔만이 깊게 자리 잡겠지만 죽음을 다른 시선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명해 주는 이 소설은 깊은 감동을 주는 작품으로 남는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들을 우리는 경험하기도 한다. 환상이라고 규정하지만 신비롭고 기묘한 일들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죽음도 슬픔으로만 치장하지 않고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힘도 필요하다는 것을 소설에서도 보여준다.

할아버지가 완성하고자 했던 그림의 의미도 친구분이 자화상이라고 말하는 순간 이해하게 된다. 인물을 가장 많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그의 자화상 그림도 제대로 인지하게 된다. 아들과 며느리, 손녀도 그림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친구분은 그의 꿈을 알기에 그림을 자화상이라고 이해하면서 멋진 그림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할아버지가 완성한 그림과 병원으로 가겠다고 말하는 의지와 마지막 모습이 고통스럽지 않게 떠났다는 이야기와 얼굴만으로도 잘 떠났음을 알려주는 장면이 된다.

어떤 여정으로 삶을 살아갈지 자문하게 하는 소설이다.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들에게도 의미가 깊은 소설로 남는다. 『해리포터』를 제치고 만장일치로 카네기 메달 수상한 작품이다. 전 세계 21개국의 십 대들에게 최고의 고전으로 자리를 잡았던 이유가 궁금해서 펼쳤는데 큰 수확을 얻는 명작으로 기억에 남을 소설이다.

혼잡한 도시 생활자와 호젓한 숲과 강물이 흐르는 곳에서 성장한 청소년의 성장기는 분명히 다른 영혼으로 채색될 것이다. 자연을 긴 시간 관찰하고 바라보며 꽃과 생물들의 움직임을 무한히 바라보면서도 성찰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소설을 통해서도 보게 된다. 리버 보이의 움직임과 특이한 특징들이 상징하는 것들과 대화 내용도 쉽게 잊히지 않을 작품이다. 더불어 제스의 어머니가 기발하게 딸이 발견될 곳을 유추한 상황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된다. 할아버지의 영혼이 떠났음을 인지한 제스가 의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과 '관'이라고 말하는 것에 연습 삼아 들어갔던 할아버지의 언행들까지도 죽음을 준비한 모습들로 이해하게 된다. 죽음이 막연히 슬픈 것만은 아니다. 아쉬움이 남지만 최선을 끝까지 다했던 할아버지의 모습과 리버 보이의 모습까지도 기억하게 된다.




재능이 가져다준 명성이나 돈에는 눈금만큼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평생을 그런 것들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왔다. 그림에 대한 열정 - P65

둔치의 푸른빛은 짙어지다 못해 갈색 기운이 감돌았고, 창백했던 불빛은 금색과 은색, 파란색이 마구 뒤섞여 있었다... 바다를 향해 점점 넓어지는 강어귀 주변으로 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림은 여전히 막연했지만 예전보다 더 마음을 흔들었다. 그리고...... 소년은 없었다. - P73

아름답지 않은 것은 죽음이 아니라 죽어가는 과정이겠지 - P207

바다에 도달하면,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준비를 하지. 그들에겐 끝이 시작이야. 난 그 모습을 볼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껴. - P207

강물은 알고 있어. 흘러가는 도중에 무슨 일이 생기든, 무엇을 만나든 결국엔 아름다운 바다에 닿을 것임을. 결말은 늘 아름답다는 것만 기억하면 돼. 하지만 죽음은 아름답지 않아. 제스는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말했다. - P207

사람의 일생을 보는 것 같지? 강의 일생일 수도 있고. 강은 여기에서 태어나 자기에게 주어진 거리만큼 흘러가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곧게 때로는 구불구불 돌아서,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바다에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흐르는 거야. 난 이 모든 곳에서 안식을 찾아.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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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여름 2024 소설 보다
서장원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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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소연 소설 『그 개와 혁명』

소설과 인터뷰 글로 구성된 서장원, 예소연, 함윤이 소설을 만날 수 있는 단편소설집이다. 2024년 뜨거웠던 여름날 골라서 읽었고 다시 펼친 문장들은 예사롭지 않게 마음을 휘젓는다. 어떻게 작품을 구상하였는지도 들려주는 인터뷰 글도 구성된다. 함윤이 소설 『천사들』에 이어 예소연 소설 『그 개와 혁명』을 펼치면서 작가가 오랜 시간 바라본 한국 사회를 함께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첫 문장 / 태수 씨는 죽기 전까지 통 잠을 못 잤다.

우리의 시간이 충만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진실된 마음을 여러 날을 사유하게 한다. 한껏 차서 가득한 마음을 누리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살아왔는지부터 살펴보게 한다. 가득하고 벅찬 기분으로 시간들을 만끽하였는지 무심하지 않게 둘러보게 하는 문장이 좋았다. "여러분의 시간은 제 시간보다도 조금 더 충만하기를 바라봅니다." (97쪽)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는 그다지 충분하지 않는 소식들로 가득한 분위기이다. 모두가 충만하기보다는 일부만이 충만한 시간들로 채우고 배불리는 것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문제이다. 문학은 그러한 사회를 스쳐지나치지 않는다. 그것을 우리들 앞에 가져다 놓고 충만하지 못한 이유들을 작가는 조각조각 들여다보게 한다. 그중의 하나가 죽음이다. 자본주의의 문제를 직시한 작가의 시선은 예리하게 전해진다. "자본의 배를 불리는 식으로는 사회는 올바르게 굴러가지 않는다." (54쪽) 죽고 싶은 마음과 살고 싶은 마음을 교묘하게 알아챈 자본주의는 환자를 살리는 방식으로 죽인다고 말하는 인물이 자신의 죽음보다도 남겨진 자식들이 살아갈 사회와 세상을 더 걱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냥 죽고 싶은 마음과 절대 죽고 싶지 않은 마음이 매일매일 속을 아프게 해. 그런데 더 무서운 게 뭔지 알아. 그런 내 마음을 어떻게 알고 온갖 것들이 나를 다 살리는 방식으로 죽인다는 거야. 나는 너희들이 걱정돼.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돈이 더 많이 들어서. 73

공 여사, 자중하시오. 우리의 적은 제도잖아. 82

암 진단비, 암 수술비, 항암치료와 요양병원 비용은 죽는 비용이라고 생각한다면 사는 비용은 죽는 비용에 견줄 수 없다는 예리한 문장으로 자본주의 사회를 꼬집는다. 사는 비용도 만만찮았던 2024년 한국 사회에서 죽는 비용이 가중된다면 얼마나 힘든 세상을 살아갈지 자녀를 걱정한 아버지의 마음이 얼마나 무거운지도 충분히 짐작하게 된다. 자본주의에 휘둘리지 않는 식견이 요구되는 시대이지만 학교교육과 사회는 과소비를 더욱 부추기면서 잘 살아갈 수 있는 길과는 멀어지게 하는 것이 요란스럽기만 하다. 수많은 길에서 잘 살아갈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을 볼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책이다. 이 책에서도 아버지가 딸과 나누는 대화에서 자본주의 사회에 남겨질 자녀들을 걱정하고 우려하는 마음들이 감지된다. 죽는 비용과 사는 비용을 작가만의 방식으로 펼쳐놓는 것에 매료되면서 작품은 더욱 깊은 질문들로 초대되기 시작한다.

자본주의의 민낯을 여러 도서들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뻔해 보이는 방식을 답습하면서 소수 권력자들은 그들의 배만을 불리고자 안간힘을 쓰는 사회임을 잘 바라보는 힘이 필요해지는 시대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임을 잊지 않아야 하는데 적이 누구인지도 소설은 명확하게 짚어낸다. 바로 자본주의에 유용되는 제도들을 파악하는 힘이 절실해진다. 하지만 그러한 관심은 사치라고 생각하면서 『죽도록 즐기기』책에 등장하는 많은 군중들은 분별력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된다.

주식으로 천만 원을 잃었다는 인물도 등장한다. 그는 왜 주식으로 노동한 소중한 비용을 잃게 되었는지 자문해야 하는 인물이다. 사회적 분위기, 흐름에 죽도록 즐기기 자세로 무분별하게 투기하였음을 짐작하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는 이렇게 끊임없이 손짓을 하는 사회이다. 그것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힘은 어디에서 얻을 수 있는지도 스스로 구해야 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이다.

사회는 생각하지 말라고 부추긴다. 책을 읽지 않아야 생각하는 힘이 없어질 것이며 글쓰는 힘이 없어야 저항력이 무력해지기 때문이다. 유희만을 쫓고 즐거움과 오락만을 쫓는 것이 점점 비대해지는 시대이다. 하지만 그러한 소란한 흐름과 유행에도 잠잠히 자신만의 세상을 지켜내고 고용하게 바라보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빛나기 시작한다. 바로 작가들이며 그 책들을 읽는 독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어둡지만 희망을 잃지 않게 된다. 한국문학이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에도 기대감을 감추기가 어려워진다. 읽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세상에 소설에 관심을 가지는 독자층이 많아졌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보는 가을이다.

딸이 2명이었던 태수가 있다. 그의 죽음과 장례식장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상주가 없다고 생각한 태수의 사고방식과 장례식장에 온 몇몇 노인이 아들이 없다고 안타까워하는 장면과 대응한 딸의 마음까지도 살펴보게 한다. 이해되지 않는 사회가 바로 한국사회이다. 딸을 자식 취급하지 않는 이유와 그들이 고수한 인습과 관습들을 하나씩 상황들을 통해서 펼쳐놓는다. 많이 변화되고 있는 과도기를 보내는 한국 사회이지만 아직도 단단하고도 바뀔 생각을 하지 않는 남아선호사상에 아직도 놀라울 따름이다. 농경사회도 아닌데 아직도 아들이 상주 노력을 한다는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을 고수하는 장례문화도 다시 살펴보게 된다.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해진다. 죽음 이후는 그리움으로 남는 것이 좋은 것인데 사회는 여전히 상주는 남자여야 한다고 옛 방식을 고수한 세대 간의 사회문제도 꼬집어내는 소설이다. 답습하지 않는 자세가 절실해진다. 누군가 그들의 방식을 고수한다고 따라가는 것은 무의미하다. 의미 있는 것은 그러한 것들이 아니다. 무의미와 의미를 진지하게 사유하는 힘이 잘 사는 방식이 된다는 것을 태수라는 인물을 통해서도 보여준 소설이다. 태수가 놓친 것들이 무엇이며 인지하지 못한 것들이 무엇인지 소설은 번쩍 들어 올린다.

노동 문제에는 비판하지만 가사 노동은 외면하는 그의 태도에는 문제가 보이지만 그는 마지막 삶의 순간까지도 깨닫지 못했음을 작품은 매만진다. 차별을 직시하는 힘, 약자를 바라볼 수 있는 힘이 필요한 시대이다. 혐오와 분쟁이 아닌 연대와 이해, 포옹이 절실하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서도 확인하게 된다. 우리는 어떤 자세로 서 있는지 질문을 아끼지 않는 작품이다. 태수 씨처럼 사는지, 장례식장의 몇몇 노인들처럼 살고 있는지, 환경운동과 페미 운동, 가사노동, 노동문제까지도 관심을 가지는지 돌아보게 한다. 고학력자이면서 30대 여성을 줄임말로 고삼녀라고 말하는 사회에서 그녀들의 마지막 종착지가 어디인지도 여실히 보여주는 소설이다. 고학력의 여자가 어디까지 쓰임을 다하고 어떻게 사회에서 쓰임을 다하는지도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개발팀 고삼녀들의 마지막 종착지. 우스갯소리.고심녀란 고학력자 30대 여성의 줄임말 - P70

태수 씨는 내가 상주를 할 수 없는 제도가 몹시 못마땅하다고 했다. 내가 상주지? 응 - P79

몇몇 노인은 완장을 찬 내게 아들이 없어 안타깝다는 소리를 했다. 나는 그렇게 안타까울 일은 아니에요라고 맞받아쳤다. 애도하러까지 와서 굳이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더 이해되지 않았다. 사촌 동생이 남자라는 이유로 상주 노릇을 해야 한다는 것도 터무니없는 말이었다. - P68

제사상 차리는 것... 반바지 못 입게...불필요한 인습이라고. (아내가 남편에게) 당신 아버지 제사면 직접 과일이라도 놓으라고... 태수 씨는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마치 우리에게는 각자의 역할이 있고 당신은 그걸 응당 받아들일 뿐이라는 듯이... 나는 분명 당연한 걸 당연하지 않게 생각하는 태수 씨의 모습을 좋아했던 것인데. - P52

유연한 노동 문제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불가산 노동인 가사 노동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사회는 조리 있게 굴러가야 하지만, 가족이라는 제도 안의 조리는 다른 문제였던 것이다. - P59

나도 태수 씨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어떤 사람인데..."모든 일에 훼방을 놓고야 마는 사람." - P71

자본의 배를 불리는 식으로는 사회는 올바르게 굴러가지 않는다. - P54

온갖 것들이 나를 다 살리는 방식으로 죽인다는 거야. 나는 너희들이 걱정돼.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돈이 더 많이 들어서. - P73

공 여사, 자중하시오. 우리의 적은 제도잖아.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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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수집 노는날 그림책 18
빅투아르 드 샹기 지음, 파니 드레예 그림, 박재연 옮김 / 노는날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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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스위스 아동도서상, 2024 벨기에 Lu et Partage 상, 2023 프랑스 Prix Millepages 상 수상작 그림책이다. 120쪽을 채우고 있는 그림들과 글은 큼직한 사이즈의 책만큼이나 볼거리, 생각거리를 충분히 전달하는 그림책이다. 수상작의 가치가 궁금해서 고른 책인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7명의 아이들이 수집한 7가지의 보물들은 무엇일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수집한 보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리고 그들이 수집한 보물들을 어떤 곳에 간직하고 어떤 방식으로 보물들을 경험하고 있는지도 들려주는 7가지의 이야기이다.

정원을 가지고 싶었던 아이가 있다. 하지만 그 소원은 매년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아이는 스스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원을 가지기 시작한다. 들꽃들을 수집하는데 같은 종류의 들꽃들을 수집하지는 않으면서 먼지가 소복한 두꺼운 사전에 끼워서 말린 들꽃들을 우연히 발견한 아이의 아버지가 핀셋으로 아이에게 또 다른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알려주게 된다.

차곡히 쌓인 말린 들꽃들을 정리하다 보니 아름다운 정원이 아이의 품에 존재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내용이다. 자연의 아름다운 꽃의 색들이 말려지는 과정을 통해 변하는 것도 아이는 보물을 수집하는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 터득하고 이해하게 된다.

다른 아이는 돌들을 수집하면서 돌을 수집하게 된 사연도 들려준다. 별에서 떨어진 돌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만큼 돌을 다양하게 사유하게 한다. 어떤 아이는 손을 수집하는데 할머니와 어머니의 손들을 수집하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누군가가 사라질 때까지 손의 의미가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닌 보물인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말을 좋아한 아이를 위해 할아버지가 만들어준 조각말은 아이에게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할아버지가 된다는 것도 들려준다. 가족들이 있지만 쉽게 잊히는 존재도 있고 영원히 긴 시간 우리와 함께 존재하며 가끔씩 떠올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존재들도 있다. 그들이 잊히지 않는 이유와 의미를 이 그림책을 통해서도 함께 상기하면서 우리의 존재는 어떤 의미로 가족들에게 기억되는지 질문을 아끼지 않게 된다. 육체는 사라지지만 존재와 의미는 기억 속에서 소중한 의미로 남겨지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아이의 조각말을 통해서, 할머니의 어린 시절 손을 통해서, 심장소리를 통해서 부여된다.

기억한다는 것과 기억된다는 것을 사유하게 한다. 강제로 기억하라고 말하는 것과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사람들은 의미가 다르다. 제사 음식과 명절로 많은 여성들이 고통받는 한국 사회의 문화와 가부장제는 흐릿해지는 전통으로 사라지고 있음을 보는 사회이다. 자신의 죽음을 다른 여성의 고통으로 남겨놓지 않고자 미리 기억하기 좋은 의미로 전달하면서 여행 다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분위기이다. 지금도 기억하는 외할머니와 할머니가 있고 아직도 이야기를 나누는 의미가 부여되는 사람들이 있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들이 아직도 우리와 함께 하고 있음을 느끼는 시간이 된다는 것을 이 그림책을 통해서도 다시 확인하게 된다. 그리움이 눈물이 되기도 하고, 고마움이 기억이 되는 보물들을 함께 펼쳐볼 수 있었던 그림책이다.

복잡함보다는 단순함이 아름답다는 것을 그림책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글로 전달하고 그림으로 아낌없이 담아낸 그림책 덕분에 작가들의 정서를 무한히 전달받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온전히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과 삶, 죽음까지도 관조하게 하는 내용들이다. 좋아하는 계절, 좋아하지 않는 계절의 이유, 수집하는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의미들이 가득해진다. 슬프고 아름다운 말의 눈동자에 대한 문장에서도 감동을 받는 책이다.

조약돌들을 모두 가질 수 없음을 알고 선택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포기하는 것도 배우는 아이도 있다. 특히 다른 조약돌과 부딪혀 흠집이 난 조약돌을 바라보는 시선도 머무르게 한다. 인생에서 불행도 찾아오고 실패도 찾아오지만 우리는 그것이 인생 전체의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한 부딪힘과 흠집이라는 사건이 거듭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도약이 되는 출발선이 된다는 것을 조약돌을 모은 아이의 흠집이 난 조약돌에서도 배우게 된다. 아름답다, 성공의 기준은 완벽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패와 불행을 이겨내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며 아름다움이라고 믿는다. 이겨내고 버티면서 삶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성공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된 그림책이다.



언제가 될지 모를 그 시간이 올 때까지,

심장소리를 수집합니다.

당신의 기억, 나의 기억.

당신의 심장은 이곳에서 계속 뛸 거예요. 당신이 떠난 뒤에도 말이지요...

몇몇 조약돌을 골라냈고 나머지는 버려두었습니다. '선택'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한 셈이지요.

다른 조약돌과 부딪쳐 흠집이 난 조약들도 있고요. 이런 돌들은 꽤나 이상적이에요.

젖었을 때는 보석처럼 밝게 빛나던 조약돌이었지만, 물기가 마르고 나면 평범한 자갈처럼 보이는 조약돌... '이 악동들!'

사전을 열어 봅니다. 매번 놀라움을 숨길 수 없죠!... 납작하게 잘 마른 꽃들이 꽃밭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손은 클레오의 할머니, 마들렌의 손이에요. 할머니가 클레오보다 어렸을 때 남긴 거예요.

내 딸을 위한 거야. 항상 손이 필요할 거야... 언젠가 내 손은 사라질 거야.

슬플 때면 잠자는 고양이처럼 몸을 웅크리죠... 조개들도 루이즈도 더는 혼자가 아니에요. 루이즈는 미소를 짓습니다... 바다 내음 가득한 바다 수선화로 주머니를 가득 채웁니다.

가을은 오마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에요...

밖에서 나는 장작불 냄새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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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존재는 무리에 섞이지 않는다 -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김진주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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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의 심리를 관찰하고 연구한 학문이 전해지는 책이다. 목차만 읽어도 꽤 흥미롭고 해당 내용들을 골라서 읽어도 무방하다. 순차적으로 읽지 않아도 되기에 관심가는 목차 내용부터 읽으며 내용들에 몇 번을 놀라게 된다. 그래서 그렇구나라고 이해가 어려운 상황들을 군중심리 연구 내용을 통해서 알게 된다. 역사적 사건들을 예시로 그림 자료와 함께 설명해 주면서 전범 재판에서 진술한 오토 아돌프 아이히만의 태도와 일상에서의 태도를 대조하게 된다. 악행을 그저 일상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진술한 그의 답변을 유대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개념과도 매치하게 된다. "한 개인으로서는 그다지 악하지도 않고 평범했을 사람이 군중에 속하는 순간 전혀 다른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49쪽)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이라는 그래픽노블 책도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았는데 이 책을 통해서도 다시 확인하게 된다.

함께 생활한 유대인들이 잡혀가는데 군중은 침묵하며 그들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던 이유가 군중심리 내용과 접목되면서 책에서 언급된다. 더불어 나치 군대의 사열 의식에 대해서도 조명된다. 종교 집회를 연상하는 그들의 사열 의식을 사진으로도 보면서 이해하게 되는데 나치 장교의 제복, 근엄한 표정들을 주목하여야 한다. 이것은 독일 군중에게 나치는 종교였다는 것과 히틀러는 신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한다. 신흥 종교의 사제와 같은 의미였음을 군중 심리 연구로도 도출된다.

종교의 편협성과 광신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인간의 편협성은 종교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역사를 알게 될수록 종교의 폭력성과 편협성, 과격함을 목도하게 된다. 군중이 환호하는 영웅은 신과 다를 바 없다는 내용에서도 정치 운동에 환호하는 군중의 무리의 모습까지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종교집단의 군중과 정치집단에 동조되는 군중의 환호하는 모습들을 함께 펼쳐놓으면서 읽게 된다. 군중이라는 무리가 얼마나 나약한지, 모순적인지, 편협한지도 확인하게 된다. 그들의 맹목적인 복종을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 하나씩 전해진다.

군중의 특성은 쉽게 격분하며 이성적으로 사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충동성이 강하며 판단력과 비판력도 부족하고 감정이 과잉되는 특성을 지닌다고 설명한다. 군중을 압도하는 지도자가 알아야 할 것이 군중의 특성이며 그들을 지배하는 방법까지도 책은 전달한다. 군중에게 공정하지 않아야 하고 합리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지도자의 덕목이 된다. 마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소설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한국 정치인도 국민을 개와 돼지라고 말하는 세상인 만큼 기득권이 군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보여주는 내용이 된다.

군중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과 지도자에게 필요한 전략서이며 내용들이 전해진다. 요동치는 마음으로 읽은 도서이다. 군중은 기꺼이 거짓에 속는 무리이며 어리석음과 무지함, 시기심, 무가치와 무능함에서 자유로워지는 군중의 특성까지도 설명된다. 어떻게 저렇게 행동하는지 궁금했던 것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깊은숨을 내쉬게 된다. 군중은 그렇게 자신의 것을 가지지도 못하는 특성을 지닌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보통선거에 대해서도 언급되는데 미국과 프랑스가 어떤 방식으로 보통선거가 시작되었는지도 설명된다. 선거제도에서 광활한 속도로 달릴 수 있었던 투표권자와 투표권을 가질 수 없었던 이들이 누구였는지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던 역사적 내용이 전해진다. "미국에서도 흑인과 여성에게는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았고, 프랑스에서도 성인 남성으로 선거권을 제한 (그림 333) " 지난하고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소외된 약자들이 자신의 것을 얻기까지 얼마나 치열한 전쟁을 치렀는지 떠올리게 된다. 한강 채식주의자 소설을 향한 반대 목소리를 외치는 무리가 어느 집단인지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시대이다. 가부장제가 당연하다고 말하는 그들의 의도에 움직이는 군중의 무리가 누구였는지도 이 책의 내용과 접목하는 재미까지도 즐길 수 있었던 내용이다. 누가 이용되고 누구를 이용하는지 기득권의 움직임이 감지되는 활동 소식을 신문으로 읽었기에 이 책은 정치적으로 누가 무엇을 움직이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교육에 대해서도 저자는 냉철하게 분석한다. 학교교육과정을 냉정하게 살펴보면 더욱 흥미로워진다. 진짜 필요한 교육은 외면하고 소비과열주의로 향하도록 가르치는 교육과정과 생각하는 힘을 가지지 못하도록 객관식 평가가 많아지는 것도 문제가 된다. 『고도를 기다리며』 작품에서도 언급되는 만큼 생각하는 힘은 독서와 글쓰기에서 증폭되지만 경쟁교육으로 과열시켜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도록 대학교까지도 대자보가 사라지게 만든 것이 한국 사회이다. 대학교들을 자주 걷는 편이지만 어디에도 대자보는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목소리가 사리진 이유, 그들의 미래는 취업뿐이라는 사고방식은 부메랑이 되어 자신들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할 것임을 그들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저자는 교육받은 상류층을 경박한 부르주아라고 매섭게 질타한다. 한국 사회마저도 둘러보지 않을 수가 없다. 좋은 학교, 좋은 회사를 다녀도 경박한 부르주아라는 명칭이 낯설지가 않은 사회라 반박조차도 어려워진다. 진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깊게 사유하게 하는 내용들이다. 군중을 이해할수록, 지도자와 정치인의 움직임을 알수록 이 책의 내용은 유용한 안내서가 된다.


왜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이 무리에 섞이면

무지한 군중으로 전락하는가?

왜 어떤 사람들은

거짓임이 빤한 가짜 뉴스에

기꺼이 속아 넘어가는가?




교육을 받은 상류층. 경박한 부르주아가 된다. - P174

교육에는 훨씬 더 심각한 위험이 존재. 학생이 자신의 출생 환경에 극심한 혐오를 느끼고 거기서 벗어나려는 강렬한 욕망을 갖게 되는 것. 노동자, 농민, 중산층 - P173

군중은 기꺼이 거짓에 속을 준비가 되어 있다. - P88

군중의 지지를 얻으려는 정치인과 지도자가 취해야 할 전략 - P71

명심할 것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원칙을 내세우는 것은 군중을 설득하는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점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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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를 제대로 직시하는 문학들이 많다 보니 한국문학은 언제나 관심을 가지면서 읽는 분야이다. 더불어 한국 여성들이 호소하는 현실 문제들도 하나씩 조명하는 책들도 많아서 지속적으로 읽게 되는데 이 책은 책과 영화, 인물들을 불러놓으면서 더욱 이해를 높이는 내용들이 인상적인 책이다. 성폭력 피해 여성들 글쓰기 치유 워크숍에서 최승자 시인의 『이 시대의 사랑』 시가 피해 여성들을 치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시인의 시는 사실적이고 고통과 슬픔을 잘 전달해 주는 시어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일찍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곰팡이도 오줌 자국도 구더기도 시체도 되었죠.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 (시) _이 시대의 사랑. 최승자

단단한 슬픔의 이빨 346

그러므로, 썩지 않으려면

다르게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다르게 사랑하는 법

감추는 법 건너뛰는 법 부정하는 법

_ 올여름에 인생 공부 349

책은 해방의 문을 여는 연장이라고 책표지의 문구가 짙은 호소를 한다.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일어설 수도 없을 때, 막막함에 길을 잃고 무너지고 있을 때, 여성들이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고 귀를 열어주고 두 팔을 활짝 펼쳐서 꼬옥 안아주는 것이 책임을 확인하게 된다. 책에서 만나는 작가들의 무수한 작품들에는 그들의 경험과 깨달음과 위로와 치유가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 소개되는 영화들도 감독이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대화들이 무엇인지 화면을 통해서, 인물들을 통해서 손을 내밀며 꼬옥 잡아주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책에서 소개된 영화와 감독, 작품까지도 한국 여성에게도 치유와 희망을 불어넣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부 안 한 내 탓이라고 받아들이는 정서.

'공부 좀 할걸'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가장 많이 하는 후회

_ 『말을 부수는 말』 이라영. 한겨레출판

과잉 노동과 저임금에 지친 사람들이 학력이 부족한 탓으로 돌리도록 자본주의 사회가 길들여놓은 잘못된 생각을 답습하는 모습도 꼬집으면서 능력주의, 학벌주의가 당연한 차별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도록 안내를 한다. 여행을 하다 보면 길거리에 반가운 희소식이라고 알리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는데 실체를 알기에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던 플래카드 현수막의 문구가 지금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사람 목숨값을 하찮게 생각하는 곳에 취업을 시키고자 환영한다는 문구는 젊은 자녀들의 죽음을 앞당기는 안내글이라 안타까움을 감출수가 없었다. 안전불감증이 구석구석에서 발견되는데 아직도 변화하지 않는 한국 사회이다.

우리의 자녀가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어른의 의무이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로 정당화하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 동서 간의 갈등을 암묵적으로 허락하는 분위기는 아직도 진부한 문화임을 보여준다는 것을 책을 통해서도 확인하게 된다. 명절에 만나서 가족들의 갈등이 만연해지는 분위기가 싫어서 새롭게 다른 방식으로 명절을 보내고 친척들의 질타도 이겨내는 사연도 책에서 만나게 된다. 모두가 두려움 때문에 잘못된 가족 간의 갈등을 답습할 때 누군가는 해방되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곪아서 터지지 않기 위해 선택하는 방식들을 누군가는 택하고 행동하며 다른 삶을 선택하며 자녀들이 우리와 같은 삶을 살지 않도록 보여주기 시작한다는 것을 여러 사연들과 책들, 영화, 작가들을 통해서 보게 된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멈추면서 생각해야 한다. 생각하지 않고 그저 습관적으로 살아간다면 가부장제와 고부갈등, 성폭력에도 영혼을 잃은 자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고도를 기다리며』 책에서도 무수히 강조되는 것이 생각하라는 것이다. 잘못된 문화를 세대들이 답습하지는 않는 시대이다. 부당한 대우에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고 포기할 여성들이 아님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부당함을 말하며 정당한 것들을 제안하고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탈출구를 찾아야 하는 시대이다. 여성문제도 다르지가 않다. 결혼도 선택이며, 이혼도 선택이다. 살기 위해 죽지 않기 위해 결혼도 선택하고 이혼도 선택한다는 것이다. 죽지 않고 살아야 하는 이유들이다.

성폭력에 힘겨운 많은 피해 여성들에게도 두 팔을 벌려주며 안아주고 자신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자기 의지에 의해 당한 성폭력이 아닌 만큼 지독한 슬픔에 자신의 영혼을 아프게 포기하지 말라고,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이며 건너뛰라고 말하는 최승자 시인의 시를 무수히 바라보라고 말하고 싶다. 고부갈등에 힘든 여성, 육아에 지친 여성, 결혼과 이혼을 선택해야 하는 여성들의 고충들을 함께 볼수록 살기 위해 선택한 자유임을 보게 된다. 여성에게 주어진 임신과 출산, 양육의 시간들이 얼마나 혹독하고 외롭고 고된 노동인지 여성들은 알기 때문이다.

무수히 많은 여성들의 슬픔과 고통, 외로움, 눈물들을 이해하게 된다. 지나온 시간들이 있었기에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가부장제, 성차별을 우리 사회는 아직도 진부하게 꼬옥 끌어안으면서 정치적으로도 적절하게 이용하는 한국 사회이다.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을 반대하는 단체가 외국에서 보여준 모습은 이 나라가 아직도 가부장제를 옹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끄러움 현실임을 확인하게 된다. 길들이고 싶어하는 그들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절대로 길들여지지 않는 힘과 분별력이 필요하다. 함께 들어주며 손을 잡고 안아주는 이들이 이 사회에 있음을 잊어서도 안된다. 책을 통해, 글쓰기를 통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내용들이 전해진 책이다.

산업현장에서 사고로 죽는 노동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심을 끊임없이 가져야 하는 이유도 책을 통해서 보게 된다. 과소비를 유지하고자 지자체가 쓰레기를 치우는 시간을 어떻게 배분하는지도 살펴보게 하는 내용의 책도 소개된다. 자본주의는 과소비를 조장한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심플 라이프를 자본주의는 좋아하지 않는다. 해방의 문으로 나아가는 길이 무수히 많음을 생각하게 한다. 해방은 곧 자유이다. 우리가 자유를 찾는 삶의 지축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 무수히 생각할 수 있도록 연결다리를 만들어준 내용들이다.

지자체는 낮에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싶어한다.

과소비를 유지하려면

쓰레기에 대한 부끄러움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

(207쪽 _ 『고통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들』 포도밭 출판사) 330쪽



가장 인상적인 책은 김진영의 『상처로 숨쉬는 법』 책내용이다. 애도의 계엄령이라는 소제목을 무수히 읊조리게 한다. 우리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애도를 통제하고 비난했는지 우리는 수차례 경험하였기에 더욱 이 소제목의 계엄령이 적절해 보인다. 기억 속에서 전혀 지워지지 않은 세월호 사고 소식과 슬픔과 눈물은 지금도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짓누른다. 지금 우리의 자녀들이기에 더욱 슬픔이 동질화되면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며 곧 우리들의 슬픔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지금도 잊지 않기 때문이다. 이태원 사건도 다르지가 않다. 그들의 슬픔은 빠르게 지웠고 철거해서 제거해 버렸다. 그들의 방식으로 애도는 지워졌음을 우리는 책을 통해서 다시 불러놓게 된다. 그들이 슬픔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했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 애도의 시간, 애도의 깊이, 애도의 눈물은 지금도 흐르기 때문이다. 대단히 위험할 수 있는 것을 그들은 빠르게 계엄령으로, 언론을 통해서 통제해 버렸다. 지켜지지 않은 약속들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는 것도 소환되는 시간이 된다.

이 사회의 상처를 제대로 보아야 하는 이유가 김진영 책의 문장에서 발견하게 된다. 사회적인 상처가 무수히 많다는 것을 목도할수록 슬픔들이 더욱 짙어진다. 사회적인 상처는 그 누군가의 상처가 아니다. 곧 우리의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잊지 않게 한다. 그래서 책을 읽고, 사회를 제대로 바라보는 힘을 키우는 이유가 된다. 제대로 보고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눈을 감지 말라, 사회적인 상처를 제대로 보아야 함께 슬퍼할 수 있는 것이다. 혐오로 무장한 정치적 움직임에 꼭두각시처럼 비난하고 혐오의 댓글로 싸우는 것은 현문 현답이 되지 못한다. 멈추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이며 행동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둘러보게 하는 시간이 되어준 책이다.

에도의 계엄령

사회는 무슨 방식을 쓰든지 슬픔을 관리하려 한다. 사람들이 마음껏 슬퍼하도록 허용하면 대단히 위험할 수 있기에 일정한 처리 방식을 따라가도록 한다... 사회적 삶의 조건들에 눈뜨기 쉽다는 것 (660쪽 _ 상처로 숨 쉬는 법) 176


왜 타인의 아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느냐?

"나의 상처로부터 해방이 되려면 이 사회적인 상처를 볼 줄 알아야 된다." (753쪽_ 상처로 숨쉬는 법) 179



























참사 희생자의 90%는 ‘쉼 없이 달리는 삶을 강요받은 20~30 대 - P177

나의 상처로부터 해방이 되려면 이 사회적인 상처를 볼 줄 알아야 된다. - P179

썩지 않으려면 다르게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다르게 사랑하는 법
감추는 법 건너뛰는 법 부정하는 법 -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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