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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존재는 무리에 섞이지 않는다 -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김진주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10월
평점 :
군중의 심리를 관찰하고 연구한 학문이 전해지는 책이다. 목차만 읽어도 꽤 흥미롭고 해당 내용들을 골라서 읽어도 무방하다. 순차적으로 읽지 않아도 되기에 관심가는 목차 내용부터 읽으며 내용들에 몇 번을 놀라게 된다. 그래서 그렇구나라고 이해가 어려운 상황들을 군중심리 연구 내용을 통해서 알게 된다. 역사적 사건들을 예시로 그림 자료와 함께 설명해 주면서 전범 재판에서 진술한 오토 아돌프 아이히만의 태도와 일상에서의 태도를 대조하게 된다. 악행을 그저 일상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진술한 그의 답변을 유대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개념과도 매치하게 된다. "한 개인으로서는 그다지 악하지도 않고 평범했을 사람이 군중에 속하는 순간 전혀 다른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49쪽)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이라는 그래픽노블 책도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았는데 이 책을 통해서도 다시 확인하게 된다.
함께 생활한 유대인들이 잡혀가는데 군중은 침묵하며 그들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던 이유가 군중심리 내용과 접목되면서 책에서 언급된다. 더불어 나치 군대의 사열 의식에 대해서도 조명된다. 종교 집회를 연상하는 그들의 사열 의식을 사진으로도 보면서 이해하게 되는데 나치 장교의 제복, 근엄한 표정들을 주목하여야 한다. 이것은 독일 군중에게 나치는 종교였다는 것과 히틀러는 신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한다. 신흥 종교의 사제와 같은 의미였음을 군중 심리 연구로도 도출된다.
종교의 편협성과 광신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인간의 편협성은 종교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역사를 알게 될수록 종교의 폭력성과 편협성, 과격함을 목도하게 된다. 군중이 환호하는 영웅은 신과 다를 바 없다는 내용에서도 정치 운동에 환호하는 군중의 무리의 모습까지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종교집단의 군중과 정치집단에 동조되는 군중의 환호하는 모습들을 함께 펼쳐놓으면서 읽게 된다. 군중이라는 무리가 얼마나 나약한지, 모순적인지, 편협한지도 확인하게 된다. 그들의 맹목적인 복종을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 하나씩 전해진다.
군중의 특성은 쉽게 격분하며 이성적으로 사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충동성이 강하며 판단력과 비판력도 부족하고 감정이 과잉되는 특성을 지닌다고 설명한다. 군중을 압도하는 지도자가 알아야 할 것이 군중의 특성이며 그들을 지배하는 방법까지도 책은 전달한다. 군중에게 공정하지 않아야 하고 합리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지도자의 덕목이 된다. 마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소설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한국 정치인도 국민을 개와 돼지라고 말하는 세상인 만큼 기득권이 군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보여주는 내용이 된다.
군중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과 지도자에게 필요한 전략서이며 내용들이 전해진다. 요동치는 마음으로 읽은 도서이다. 군중은 기꺼이 거짓에 속는 무리이며 어리석음과 무지함, 시기심, 무가치와 무능함에서 자유로워지는 군중의 특성까지도 설명된다. 어떻게 저렇게 행동하는지 궁금했던 것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깊은숨을 내쉬게 된다. 군중은 그렇게 자신의 것을 가지지도 못하는 특성을 지닌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보통선거에 대해서도 언급되는데 미국과 프랑스가 어떤 방식으로 보통선거가 시작되었는지도 설명된다. 선거제도에서 광활한 속도로 달릴 수 있었던 투표권자와 투표권을 가질 수 없었던 이들이 누구였는지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던 역사적 내용이 전해진다. "미국에서도 흑인과 여성에게는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았고, 프랑스에서도 성인 남성으로 선거권을 제한 (그림 333) " 지난하고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소외된 약자들이 자신의 것을 얻기까지 얼마나 치열한 전쟁을 치렀는지 떠올리게 된다. 한강 채식주의자 소설을 향한 반대 목소리를 외치는 무리가 어느 집단인지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시대이다. 가부장제가 당연하다고 말하는 그들의 의도에 움직이는 군중의 무리가 누구였는지도 이 책의 내용과 접목하는 재미까지도 즐길 수 있었던 내용이다. 누가 이용되고 누구를 이용하는지 기득권의 움직임이 감지되는 활동 소식을 신문으로 읽었기에 이 책은 정치적으로 누가 무엇을 움직이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교육에 대해서도 저자는 냉철하게 분석한다. 학교교육과정을 냉정하게 살펴보면 더욱 흥미로워진다. 진짜 필요한 교육은 외면하고 소비과열주의로 향하도록 가르치는 교육과정과 생각하는 힘을 가지지 못하도록 객관식 평가가 많아지는 것도 문제가 된다. 『고도를 기다리며』 작품에서도 언급되는 만큼 생각하는 힘은 독서와 글쓰기에서 증폭되지만 경쟁교육으로 과열시켜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도록 대학교까지도 대자보가 사라지게 만든 것이 한국 사회이다. 대학교들을 자주 걷는 편이지만 어디에도 대자보는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목소리가 사리진 이유, 그들의 미래는 취업뿐이라는 사고방식은 부메랑이 되어 자신들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할 것임을 그들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저자는 교육받은 상류층을 경박한 부르주아라고 매섭게 질타한다. 한국 사회마저도 둘러보지 않을 수가 없다. 좋은 학교, 좋은 회사를 다녀도 경박한 부르주아라는 명칭이 낯설지가 않은 사회라 반박조차도 어려워진다. 진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깊게 사유하게 하는 내용들이다. 군중을 이해할수록, 지도자와 정치인의 움직임을 알수록 이 책의 내용은 유용한 안내서가 된다.
왜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이 무리에 섞이면
무지한 군중으로 전락하는가?
왜 어떤 사람들은
거짓임이 빤한 가짜 뉴스에
기꺼이 속아 넘어가는가?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024/pimg_7929391414472086.jpg)
교육을 받은 상류층. 경박한 부르주아가 된다. - P174
교육에는 훨씬 더 심각한 위험이 존재. 학생이 자신의 출생 환경에 극심한 혐오를 느끼고 거기서 벗어나려는 강렬한 욕망을 갖게 되는 것. 노동자, 농민, 중산층 - P173
군중은 기꺼이 거짓에 속을 준비가 되어 있다. - P88
군중의 지지를 얻으려는 정치인과 지도자가 취해야 할 전략 - P71
명심할 것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원칙을 내세우는 것은 군중을 설득하는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점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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