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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수집 ㅣ 노는날 그림책 18
빅투아르 드 샹기 지음, 파니 드레예 그림, 박재연 옮김 / 노는날 / 2024년 9월
평점 :
2024 스위스 아동도서상, 2024 벨기에 Lu et Partage 상, 2023 프랑스 Prix Millepages 상 수상작 그림책이다. 120쪽을 채우고 있는 그림들과 글은 큼직한 사이즈의 책만큼이나 볼거리, 생각거리를 충분히 전달하는 그림책이다. 수상작의 가치가 궁금해서 고른 책인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7명의 아이들이 수집한 7가지의 보물들은 무엇일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수집한 보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리고 그들이 수집한 보물들을 어떤 곳에 간직하고 어떤 방식으로 보물들을 경험하고 있는지도 들려주는 7가지의 이야기이다.
정원을 가지고 싶었던 아이가 있다. 하지만 그 소원은 매년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아이는 스스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원을 가지기 시작한다. 들꽃들을 수집하는데 같은 종류의 들꽃들을 수집하지는 않으면서 먼지가 소복한 두꺼운 사전에 끼워서 말린 들꽃들을 우연히 발견한 아이의 아버지가 핀셋으로 아이에게 또 다른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알려주게 된다.
차곡히 쌓인 말린 들꽃들을 정리하다 보니 아름다운 정원이 아이의 품에 존재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내용이다. 자연의 아름다운 꽃의 색들이 말려지는 과정을 통해 변하는 것도 아이는 보물을 수집하는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 터득하고 이해하게 된다.
다른 아이는 돌들을 수집하면서 돌을 수집하게 된 사연도 들려준다. 별에서 떨어진 돌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만큼 돌을 다양하게 사유하게 한다. 어떤 아이는 손을 수집하는데 할머니와 어머니의 손들을 수집하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누군가가 사라질 때까지 손의 의미가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닌 보물인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말을 좋아한 아이를 위해 할아버지가 만들어준 조각말은 아이에게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할아버지가 된다는 것도 들려준다. 가족들이 있지만 쉽게 잊히는 존재도 있고 영원히 긴 시간 우리와 함께 존재하며 가끔씩 떠올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존재들도 있다. 그들이 잊히지 않는 이유와 의미를 이 그림책을 통해서도 함께 상기하면서 우리의 존재는 어떤 의미로 가족들에게 기억되는지 질문을 아끼지 않게 된다. 육체는 사라지지만 존재와 의미는 기억 속에서 소중한 의미로 남겨지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아이의 조각말을 통해서, 할머니의 어린 시절 손을 통해서, 심장소리를 통해서 부여된다.
기억한다는 것과 기억된다는 것을 사유하게 한다. 강제로 기억하라고 말하는 것과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사람들은 의미가 다르다. 제사 음식과 명절로 많은 여성들이 고통받는 한국 사회의 문화와 가부장제는 흐릿해지는 전통으로 사라지고 있음을 보는 사회이다. 자신의 죽음을 다른 여성의 고통으로 남겨놓지 않고자 미리 기억하기 좋은 의미로 전달하면서 여행 다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분위기이다. 지금도 기억하는 외할머니와 할머니가 있고 아직도 이야기를 나누는 의미가 부여되는 사람들이 있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들이 아직도 우리와 함께 하고 있음을 느끼는 시간이 된다는 것을 이 그림책을 통해서도 다시 확인하게 된다. 그리움이 눈물이 되기도 하고, 고마움이 기억이 되는 보물들을 함께 펼쳐볼 수 있었던 그림책이다.
복잡함보다는 단순함이 아름답다는 것을 그림책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글로 전달하고 그림으로 아낌없이 담아낸 그림책 덕분에 작가들의 정서를 무한히 전달받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온전히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과 삶, 죽음까지도 관조하게 하는 내용들이다. 좋아하는 계절, 좋아하지 않는 계절의 이유, 수집하는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의미들이 가득해진다. 슬프고 아름다운 말의 눈동자에 대한 문장에서도 감동을 받는 책이다.
조약돌들을 모두 가질 수 없음을 알고 선택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포기하는 것도 배우는 아이도 있다. 특히 다른 조약돌과 부딪혀 흠집이 난 조약돌을 바라보는 시선도 머무르게 한다. 인생에서 불행도 찾아오고 실패도 찾아오지만 우리는 그것이 인생 전체의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한 부딪힘과 흠집이라는 사건이 거듭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도약이 되는 출발선이 된다는 것을 조약돌을 모은 아이의 흠집이 난 조약돌에서도 배우게 된다. 아름답다, 성공의 기준은 완벽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패와 불행을 이겨내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며 아름다움이라고 믿는다. 이겨내고 버티면서 삶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성공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된 그림책이다.
언제가 될지 모를 그 시간이 올 때까지,
심장소리를 수집합니다.
당신의 기억, 나의 기억.
당신의 심장은 이곳에서 계속 뛸 거예요. 당신이 떠난 뒤에도 말이지요...
몇몇 조약돌을 골라냈고 나머지는 버려두었습니다. '선택'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한 셈이지요.
다른 조약돌과 부딪쳐 흠집이 난 조약들도 있고요. 이런 돌들은 꽤나 이상적이에요.
젖었을 때는 보석처럼 밝게 빛나던 조약돌이었지만, 물기가 마르고 나면 평범한 자갈처럼 보이는 조약돌... '이 악동들!'
사전을 열어 봅니다. 매번 놀라움을 숨길 수 없죠!... 납작하게 잘 마른 꽃들이 꽃밭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손은 클레오의 할머니, 마들렌의 손이에요. 할머니가 클레오보다 어렸을 때 남긴 거예요.
내 딸을 위한 거야. 항상 손이 필요할 거야... 언젠가 내 손은 사라질 거야.
슬플 때면 잠자는 고양이처럼 몸을 웅크리죠... 조개들도 루이즈도 더는 혼자가 아니에요. 루이즈는 미소를 짓습니다... 바다 내음 가득한 바다 수선화로 주머니를 가득 채웁니다.
가을은 오마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에요...
밖에서 나는 장작불 냄새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