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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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섬에 있는 서점은 생각만 해도 설레게 한다. 섬에 서점을 차리자고 제안하는 그녀가 있다. 도전하고 새롭게 경험하는 순간이다. 그렇게 섬에 있는 서점을 운영하는 이곳은 성수기에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큰 고객인 서점이다.

중반부까지는 많이 웃고 재미있게 책장을 넘기면서 작품에 빠져서 읽게 된다. 잊고 있었던 도난 사건의 물건이 발견되면서 갑작스럽게 추리하면서 바짝 긴장하면서 읽게 되는 소설이다. 서점에 갑자기 찾아온 선물과도 같은 아기의 등장은 서점 주인에게도 많은 변화의 물결이 일어난다. 소중한 물건의 도난 사건과 신고, 메모와 함께 아기가 서점에서 발견되는 것까지 이야기 흐름들은 퍼즐 조각이 된다. 우연 같은 사건들이 던지는 실마리들은 나중에 맞추어지면서 멋지게 정리되는 소설이다.


완전하지도 못하고, 완벽하지도 못한 사람이지만 용기 내면서 사랑을 고백하며 후회하지 않고자 노력하는 인물의 모습도 만나게 된다. 부모의 반대가 합당하지만 자신의 결혼을 스스로 선택하는 여인의 신중한 이유들과 순간들도 기억에 남는다. 선택의 연속이 주어지는 인생이기에, 후회하면서 재앙이라고 떠올리지 않고자 신중함을 가하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을 작품은 전해준다. ​


두 자매가 극명한 삶을 사는데 이 자매들의 삶만큼이나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도 확연히 다르다.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자신의 결혼생활을 '재앙'이라고 스스로 표현할 만큼 불행한 결혼생활을 떠올리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된다.


완벽해 보이는 순간에 불행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 순간에도 딸에게 전하고자 했던 문단들, 글들, 의미들. 그 마음의 진정성들이 분명하게 전달되지는 않지만 그 마음의 순도는 충분하게 전달되는 순간이다. 위탁 가정과 위탁 아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많은 작가, 많은 작품들이 책에 등장한다. 책에 등장한 소설들과 작가들은 등불과도 같은 작품이 되고 작가들이 된다. 소설에 등장하는 작품들과 작가들은 믿고 읽어도 좋을 작품들이 된다.


자식과 십 년 넘게 말 한 번 썩지 않았다는 부모의 이야기는 <일타 스캔들>드라마의 변호사 직업을 가진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 일은 당하지 않도록 하라는 충고는 의미심장한 대화로 전해지는 작품이 된다. 인생의 시기마다 그에 딱 맞는 이야기를 접해야 할 필요성과 감동했던 것들을 책에서나 인생에서 만나야 한다. 이에 대한 문장도 이 작품에서 기억되는 문장이 된다.


인생의 시기마다 그에 딱 맞는 이야기를 접해야 할 필요성... 감동했던 것들... 책에서나 인생에서나 이건 진리다. 57

서점없는 동네는 동네라고도 할 수 없지. 244

(발레 학원) 딸과는 십 년 넘게 말 한 번 섞지 않았다... 그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해. 140

어떤 놈은 책을 훔쳐 가고, 또 어떤 놈은 아기를 두고 가고. 70쪽

(이즈메이) 내 결혼생활은 '재앙'이었죠. 249쪽

결혼. 주변에 딴 사람이 있어도 너밖에 안 보인다는 사람을 골라라. 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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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82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공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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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부부에게는 두 딸이 있다. 변호사 아버지와 아름다운 어머니에게는 예쁜 아이라고 말하는 첫째 딸과 똑똑한 아이라고 말하는 둘째 딸이 있다. 지역사회에서 정치적으로 명성이 있는 가족이며 언덕 위의 멋진 집에서 살고 있는 가족이다. 자발적으로 사라진 딸을 주목하게 된다.

눈은 하나의 사물에만 초점이 맞춘다. 주위의 사물과 풍경들은 존재하지만 흐릿하게 보일 뿐이다. 두 자녀가 있지만 이 부부는 한 자녀에게만 관심을 가지며 사랑한다. 첫째 아이만 유독 사랑하는 부부이다. 둘째 아이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아이는 가족들에게 아무 말 없이 사라진다.

프롤로그의 첫 문장과 두 번째 문장이 눈길을 끈다. 두께감이 있는 장편소설이지만 반전도 있어서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멋진 작품이라고 감탄한 소설이다. 작품의 인물들을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전부가 아니었다. 단면만을 보았을 뿐이다. 작가의 <카시지>는 강하게 기억속에 자리잡게 된다.


외모가 대비되는 두 딸.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둘째 딸이 작품에 등장한다. 아버지와 나누는 대화들과 질문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질문들과 관심들이 대화를 이룬다.

봉사활동하였던 둘째 딸이 가졌던 열정과 만족감은 타인들에 의해 상처로 돌려받고 깊게 뇌리에 박히게 되는 말이 된다. 아물지 않는 상처가 되는 말. 타인의 시선들이 그녀의 삶에 깊게 상처를 내기도 한다.

이 소녀의 가출은 수색작업과 언론에 방송이 되면서 관심을 받게 된다. 사건이 종결된 후 블로그와 언론이 가지는 추측과 기사화되는 것들은 칼날이 되면서 사실이 아닌 사실들에 첫째 딸의 인생은 많이 달라지게 된다. 남겨지는 가족들에게는 사회는 관심이 없었다.


언덕 위의 멋진 집이 상징적이다. 언덕이 가지는 계급사회를 이 작품에서도 만난다. 자전거를 타고 아랫동네까지 내려간 둘째 딸의 이야기에서 경서가 가지는 의미는 진중하게 사유하게 한다. 드라마로도 방영된 <친밀한 이방인> 소설, <기생충> 영화에서도 언덕에 위치하는 부자들의 집이 등장한다. 여러 작품들이 떠오른 장면이기도 하다.

사건 종결과 재판 집행이 이야기된다. 사건이 남긴 가족들은 어떠한 삶을 살게 될까? 남겨진 가족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저항하면서 남은 날들을 살아간다. 한 명, 한 명 모두가 치열하다.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는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 기적일 뿐인 삶이 이들에게 남겨져 있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한결같지만 표현할 수 없는 상황들이다. 그래서 안타까운 가족들로 기억된다.

상병이라고 불리는 예비사위의 집과 단란했던 변호사 집의 황량한 모습들이 그려진다. 어머니 삶의 황폐함과 가족의 해체가 가져다주는 것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만큼의 조각난 삶이 된다.


​자폐증.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진 인물이 등장한다. 내적 심리까지 내밀하게 조명해 준다. 우리는 자신의 마음마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타인의 마음과 가족의 마음까지 헤아리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소요될까? 둘째 딸의 진정한 마음을 헤아린 가족들은 있었을지 질문해 본다. 표독스럽게 말하는 그 아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읽어주는 가족은 있었는지 다시금 되묻는 작품이다.

신부와 예비사위였던 그가 나누는 대화, 그가 내면적으로 깨닫는 것들, 그가 참회하는 기도와 교회를 관리하는 많은 봉사적인 것들을 기억된다. 그중에서도 신부와 나누는 대화는 천천히 읽었던 내용이며 여러 번 읽은 문장이 된다.

어떠한 마음으로 우리가 이 세상 속에 있어야 하는지, 신을 마주해야 하는지 작품에서 말하고 있다.

죄를 재판하는 우리 사회는 얼마나 공정할까? 불공정함과 판결이 가지는 의미가 얼마나 불완전한지 이 작품의 인물을 통해서도 만나게 된다. 톨스토이의 책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다시금 떠오른다. 죄를 은폐하며, 불리하게 하는 인물은 살해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그가 목격하고 증언하려고 했던 전쟁의 참상들은 선명하게 기억된다. <수호자들> 장편소설, <어느 날> 웹 드라마, <이방인> 카뮈의 소설, <모두 다 예쁜 말들> 장편소설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젊은 청년들이 전쟁이라는 현장에서 경험하는 것들이 무엇일까? 군사훈련과 군대가 가지는 의미를 내밀하게 되짚어보게 한다. 전쟁은 살인이며 그 경험은 본국으로 돌아와서도 피폐해진 정신으로 현실을 혼동하면서 폭력과 살인을 반복하는 모습들로 그려진다. 작품에서도 전쟁에서 돌아온 참전 군인이 등장한다. 그 인물을 보면서 참담함을 감출 수 없게 한다.

​작품 속의 인물은 군인의 자녀였고 버려진 가족이었다. 그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예비신부가 있었지만 예비 가족은 해체되고 만다. 전쟁이 가진 폭력성이 작품에 등장한다. 전쟁을 정당화하려는 정치인의 숨은 의도가 언급된다. 전쟁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며 파괴하는지 작품 속의 인물들을 통해서도 우리는 깨닫게 된다.

사형제도와 교도소의 명령과 복종, 섬뜩한 범죄의 학습장이 되는 교도소의 실태도 고발하는 작품이다. 교도소를 안내는 사람의 권위와 명령들은 위협적이다. <수호자들> 장편소설과 <고도를 기다리며>의 작품이 연거푸 떠오른다.

예비사위의 변화가 놀라웠던 작품이다. 어느 날 면회를 허락하는 답장과 면회 장면들, 용서라는 단어가 가지는 큰 의미를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여러 번 보여준다. 첫째 딸이 보여주는 용서와 어머니가 보여주는 용서, 가족들이 보여주는 이해하는 모습들과 대화들은 또 다른 타인을 변화시키게 된다. 용서와 이해가 얼마나 위대한지 이 작품을 통해서도 마주하게 된다. 사랑하라. 용서하라. 쉽지 않은 진리가 된다. 인물들을 통해서 배우며 깨닫는 시간이 된 작품이다.


나를 사랑해 주지 않았다.

그것이 내가 사라진 이유였다. 열아홉 살. 11

​사람은 존재하려면 어느 한 사람에게 절절한 사랑을 받아야 한다. 454

한. 후회. 참회. 636

우리는 ... 심판할 수 없어. 639

전쟁은 괴물 같고, 거기 휩쓸린 자들을 괴물로 만들었다.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508

상병. 다친 사람. 본국 승진. 망가진 사람. 화상. 수술. 전쟁 영웅. 훈장들. 이라크 전투. 35

참전용사. 휠체어 36

주사위 던지기. 누가 살고, 누가 죽을지 누가 신경이나 쓰는 줄 알아. 44

빌어먹을 위선자 정치인 195

짙게 화장한 욕심 많은 눈. 방송 진행자 130

선을 모르면 온전한 인간이 되지 못한다. 465

그녀가 보인 존중. 면회 장면 566

하느님은 우리가 함께하기를 바라셔, 이렇게. 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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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자들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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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책은 47권 연속으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다. 세계 50여 개의 언어로 출간된 소설의 작가이다. 넷플릭스의 <이노센트 맨>이외에도 소설 10여 편이 영화화된 소설의 작가이다. <자비의 시간>이 시리즈로 제작될 예정이다. 하퍼리상을 두 번 수상한 작가이다.

범죄 스릴러의 왕이라고 불리는 존 그리샴의 정통 법정 소설이다. 법정 소설은 처음이다. 드라마와 영화로만 접했던 법정 이야기를 장편소설로 만나는 시간이다. 두께감만큼이나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메모지 하나 챙겨서 인물들을 메모하면서 읽어야 한다. 촘촘하게 연결된 인물들. 작가가 이 작품을 집필한 의도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책장을 멈출 수가 없다. 더욱더 밀착해서 작품의 흐름을 따라가게 된다.

처참히 살해된 변호사와 22년째 무죄를 주장하는 남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신념으로 뭉친 수호자 재단의 소수의 직원들과 협력자가 먼저 떠오른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닌 일을 하는 변호사 재단이다. 이 재단이 만들어진 이유와 유지하고 있는 배경부터 살피게 된다.

무자비한 권력들이 등장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이 권력들은 낯설지가 않다. 권력의 힘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재판하고 감옥에 넣는 시스템이 드러난다. 법이라는 사회적 시스템의 맹점들이 더욱 두드러진다. 왜 이러한 제도와 권력이 유지되고 있는 것일까? 톨스토이와 카뮈의 『이방인』의 재판 장면들이 떠오르는 작품이다.

백인들의 미국에서 교도소는 나쁜 사람들이 저지른 범죄의 대가를 치르는 곳이다. 흑인들의 미국에서 교도소는 소수 인종을 길거리에서 보이지 않게 치우는데 사용하는 창고 같은 곳이다. 79

무고한 장기수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재판 결과에 결백을 주장한다. '수호자 재단'은 이들의 석방이 합당한지 검토하면서 결백을 증명하는 비영리 단체이다. 성공회 신부이면서 전직 국선 변호사인 컬런 포스트가 화자이다. 그의 시선에 그려지는 사형 선고를 받은 무고한 장기수들의 이야기들과 관련된 거짓 증언을 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없이 살겠다고 맹세 26

마침내 나는 내 소명을 찾았다 45

돈 벌려고 이 일을 하는 건 아니에요. 돈은 많이 못 벌어요. 73

변호사 일 때보다 신부 일 때 훨씬 더 존경을 받는다 64

포스트가 맹세한 것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그의 삶은 일반인과는 분명히 다르다. 그에게 이러한 소명을 찾게 해주는 계기와 연결된 수많은 사람들도 기억해야 한다. 확고한 의지가 분명한 인물이다. 위험을 암시하는 대화들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그는 멈추지 않는다.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이 일을 하는 이유를 만나게 된다. 부정, 부패, 편법은 딱 질색이라는 <일타 스캔들>의 대사가 떠오른다. 포스트의 가슴 깊은 곳에 자리잡은 것은 '수호자 재단' 직원들의 모두의 마음이기도 하다. 그들이 확고하게 향하는 방향성은 작품이 흘러갈수록 점점 선명해진다. 얼마나 부패한 권력인지, 얼마나 부정을 저지르는 집단인지, 편법으로 물들어서 본래의 색을 찾기가 힘들어 보이는 이 권력들을 하나씩 만나게 된다. 작고 날씬한 조직. 군살 없는 조직 (52쪽) 수호자 재단이다. 작은 조직이 이루는 하나의 기적들이 어느새 8명에게 일어나면서 다음의 기적을 향하는 이 재단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작품이다.

반전과 감동을 주는 소설이다. 수많은 인물들과 나누는 대화들을 통해서 의심도 함께 가지면서 읽은 작품이다.

22년 전 한 변호사(키스 루소)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되었다. 55

다른 사람이 저지른 범죄로 22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거예요 78

재판에서의 많은 증언이 경찰과 검사에 의해 조작 148

인종을 상징하는 대화들이 눈에 띈다. 교도소 수화기 신뢰하는지 질문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도청되고 감시당하는 감옥에서 스스로 자살하는 재소자의 이야기도 놓치지 않게 한다. 돈과 가족, 돈과 친구의 관계는 얼마나 파괴적인지 작품의 인물을 통해서도 만나게 된다. 조작되는 사회와 재판과 증언들이 등장한다. 사회가 가지고 있는 맹점들이 속속들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냉철하게 사회를 보게 된다. <시그널>드라마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이 작품도 인기있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부패한 권력들이 낯설지가 않다. 그래서 더욱 서글프다. 조직이 가지고 있는 횡포에 무참하게 무릎이 접히는 이들이 존재한다. 그들의 생명조차도 귀함을 받지 못하는 사회를 다루는 작품들은 큰 목소리를 가지는 작품이 된다. 이 작품도 그러하다. 법정소설로 만나는 그 아우성을 듣는 시간이다.

툭툭 던지는 문장 속에서 작가의 매력을 느끼게 된다. 작가의 다른 작품까지도 눈길이 가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돈 때문에 그를 노릴 가족이나 친구가 없었기에 26

상처로 말미암아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지 않는다.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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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국내 출간 30주년 기념 특별판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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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흥미로웠던 시간이다. 가볍지 않은 질문들이 던져지는 문장들을 자주 대면하면서 여러 번을 멈추는 발걸음이 되었던 작품이다. 영원한 회귀. 우리 인생에 대한 질문. 사랑의 다양한 문양들이 혼재했다. 그리고 시간을 사유하고 있는 방식에 대해서도 다시금 떠올려보면서 읽었던 날들이다. ​


작품의 도입부에서 그려지는 여러 질문들은 작품의 후반부에서 다시금 만나게 되면서 작가의 사유의 그림자들을 정리해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


삶이라는 인생을 떠올려본다. 고단함과 분노, 슬픔 다양한 감정들 속에서도 우리는 어떻게 삶을 헤치면서 이겨내고 위로하면서 희망을 찾았는지 떠올리게 한다. 고단한 경험과 시간들을 통해서 우리는 단단히 여물기도 하듯이 묵직함과 가벼움의 질문 앞에 우리는 긍정적인 것인지, 아닌지 스스로에게 자문하게 하는 시간이 된다.


이 소설도 그러하다. 다양한 인물들이 가진 다양한 취향들과 그들만이 가진 고유한 삶의 이야기들은 이해가 쉽지 않은 부분들도 상당하였지만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그들이 지향한 삶과 죽음의 순간까지의 이야기들은 또 다른 의미가 되어주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다양한 유형의 인물들을 분류하면서 이에 해당하는 소설 속의 인물들을 분류해 주는 내용이 떠오른다. 다양한 유형의 인물들이 등장하듯이 그들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들도 다양했다. 책의 표지에 있는 문장은 작품을 다 읽고 나서 다시금 놀라움으로 읽게 하는 작품 속의 문장이었고 인물이기도 하다. ​​​​​






​타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사람과 고유한 인물이 가진 내면이 가진 세계는 분명히 달랐다. 서로가 사랑하면서 살고 있지만 각자가 기억하고 사랑을 유지하는 이유들은 달랐다. 전체주의, 키치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과 전쟁이 가진 폭력성과 합법적인 살인으로 접근하는 방식의 순서들도 작품에는 등장한다. 행진의 대열과 그들이 반복하는 말이 가진 멍청한 의미들, 미국 상원의원이 보여주는 미소의 의미도 서늘함이 스치는 내용이기도 하다. ​​​


원형으로 도는 개의 시간들과 직선으로 인지하는 사람들의 시간들을 잠시 떠올리면서 무수히 던지는 우리들의 질문들을 사유해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


시대가 가진 폭력들도 거침없이 작품은 논거하면서 역사의 흔적들을 내밀하게 대면하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예상하지 않은 순간에 인간의 잔혹성과 폭력성이 동물에게도 가해진다는 것을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만나는 작품이었다. 데카르트와 니체에 대해서도 한층 더 알아가는 순간이 된다.​​​

작품은 다양한 이야기들로 점철되고 있다.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들과 그들의 사랑과 선택들이 쉼 없이 이야기된다. 가족을 쉽게 버리고 떠나는 남자들, 다양한 애인들을 쉼 없이 즐기는 인물들과 여인들. 남겨지는 여인과 남겨진 자식. 그들이 지향하는 다양한 삶의 방식들이 작품에서 열거된다. 피투성이 세월조차도 새털보다 가벼운 이론과 토론에 불과하다는 작품의 문장을 마지막으로 떠올리게 한 작품이다.


내게 돈은 중요하지 않아. ​

그러면 뭐가 중요하지?

사랑.

사랑이라고?

사랑은 전투야. 나는 오랫동안 싸울 거야. 끝까지. 202


묵직함은 진정 끔찍하고,

가벼움은 아름다울까? 12

무엇이 긍정적인가?

묵직한 것인가 혹은 가벼운 것인가? 13

여러 색깔을 거느리며 사라지는

인생에 대한 작별. 285


그녀의 드라마는 무거움의 드라마가 아니라 가벼움의 드라마였다. 그녀를 짓눌렀던 것은 짐이 아니라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다. 203쪽

역사는 다음날 잊혔고,

강물은 그 흐름을 멈추지 않았다. 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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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즐기기 -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닐 포스트먼 지음, 홍윤선 옮김 / 굿인포메이션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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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출간된 21세기 책이다. 책 제목과 책표지 이미지가 예사롭지가 않다. 책을 홍보하는 문구들도 뇌리에 박힌다. 추천글들도 빠짐없이 읽게 한다. 이 도서는 우수학술도서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펼치는 시간은 멈추지 않게 한다. 미디어문화를 예리함으로 바라보게 하며 비평하게 하는 시선을 가지게 해주는 도서이다.

이 도서의 글과 예리한 시선들에 이끌린다. 저자가 집필한 시대를 넘어서 지금 이 시대의 미디어문화까지도 떠올리게 한다. 저자의 비교군, 작가의 작품이 예견한 것들, 조지 오웰과 헉슬리의 작품들, 지금 현대의 모습들까지도 놓치지 않으면서 읽게 한다. 이 책을 읽은 건 행운이라고 읊조리게 한다.


텔레비전의 공격은 무엇이며, 미디어문화가 낳은 것들을 보여주고 있기에 이 책의 글들은 섬뜩함으로 다가선다. 인쇄기의 위엄성과 종교의 이면성까지도 저자는 통찰하고 있다. 종교쇼에 대한 내용, 광고가 가진 자본주의의 연료, 오웰이 우려한 사기꾼 같은 정치인, 이미지 정치, 즉각적인 뉴스, '자 다음은'이라고 말하는 뉴스 앵커의 깊은 의도까지도 읽어낼 수 있는 2장의 내용도 꽤 흥미롭게 전해진다.

미디어문화를 선호하지 않는다.

나름의 이유들이 있는데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것들이 그 이유 중의 하나이다.

수전 손택의 통찰, 한나 아렌트, 헨리 데이비드 소로, 그루터기 정치 연설에 대한 링컨에 대한 내용, 스튜어드 자서전의 인용글, 토머스 페인에 대한 내용까지 1장의 내용들은 흥미로웠게 전해진다. 촘촘하게 연결되는 지각의 세상이 되어준 내용들. 한 명씩 연장되는 앎의 세계가 펼쳐진다. 책의 인물들과 내용글들은 밀알이 된다.

1장과 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해를 돕는 그림은 없다고 미리 언급하면서 시작한다. 활자기반 인식론의 쇠퇴... 텔레비전 지배 인식론이 부상하면서 사람들이 시시각각으로 멍청해지며 공공생활에 심상치 않은 경과가 도래했다는 점이다. (47쪽) 저자의 지각을 만난다. 그 시간들은 결코 후회스럽지 않았다. 현대인들에게, 지금 우리들에게 되묻는 질문들이다. 문화를 감시하고 경계하는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무분별하게 섭식하는 것은 미디어라고 다르지 않다. 더욱 냉철한 분별력이 요구되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 책은 연장선에서 읽은 교양도서이다. ​


죽도록 즐기는 현대인들의 미래는 어떻게 그려질까? 경고 같은 메시지이다. 저속해지는 이 시대의 문화는 어떻게 흘러갈지 예견해보는 귀중한 시간을 가져보게 한다. <고도를 기다리며> 소설의 하인이 떠오른다. 세상을 리더하는 미디어를 예리함으로 바라보게 하는 도서이다.

책을 재산의 목록에 추가했던 신대륙의 청교도인들의 사고와 가치는 꽤 흥미로웠다. 현대인들에게 책을 재산 목록에 추가한다면 어느 정도의 가치로 환산이 될지 떠올려보게 한다. 더불어 감각을 잃은 사람처럼 혼돈스럽게 판단하지는 않을 듯하다는 글귀에도 멈추게 한다. 이 책을 읽기 전과 후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기 시작한다.


이 책을 읽기 전과 후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기 시작한다.

우연히 펼친 도서가 전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우레와 같은 감각으로 다가온다. ​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이다. 씁쓸한 표정으로 읽어가는 종교 프로그램과 금송아지에 대한 글도 기억에 남는다. <멋진 신세계>의 헉슬리가 우리 모두에게 경고하는 메시지가 이 책의 간추린 내용이 된다. 정치 선거, 언론, 유튜브, 인스타그램, 가짜뉴스까지 흘러가고 쏟아지는 모든 것들을 조목조목 떠올리면서 한다. 눈동자의 초점이 흐린 현대인들에게는 미래가 없다. 문자가 가진 생각하는 힘이 가지는 광폭을 느낀 책이다. ​


문화적 풍조가 황폐화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문화가 감옥이 되는 오웰식...문화가 스트립쇼와 같이 저속해지는 헉슬리식이다. 232

보면 믿는다. 말하면 믿는다. 읽으면 믿는다. 추론해 보면 믿는다. 느끼면 믿는다. 48

주류매체가 사람들의 지적 능력을 편중시키고, 지성과 지혜에 대한 특정한 정의를 선호하도록 하고, 특정한 종류의 내용만을 요구하도록 조장하여 공공담론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에 한정되어 있다. 51

성직자, 대통령, 교육자, 뉴스 진행자들은

자기 분야의 훈련보다 쇼맨십을 갖추는 데 더 안달이 날 지경이다.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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