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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자들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1월
평점 :
작가의 책은 47권 연속으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다. 세계 50여 개의 언어로 출간된 소설의 작가이다. 넷플릭스의 <이노센트 맨>이외에도 소설 10여 편이 영화화된 소설의 작가이다. <자비의 시간>이 시리즈로 제작될 예정이다. 하퍼리상을 두 번 수상한 작가이다.
범죄 스릴러의 왕이라고 불리는 존 그리샴의 정통 법정 소설이다. 법정 소설은 처음이다. 드라마와 영화로만 접했던 법정 이야기를 장편소설로 만나는 시간이다. 두께감만큼이나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메모지 하나 챙겨서 인물들을 메모하면서 읽어야 한다. 촘촘하게 연결된 인물들. 작가가 이 작품을 집필한 의도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책장을 멈출 수가 없다. 더욱더 밀착해서 작품의 흐름을 따라가게 된다.
처참히 살해된 변호사와 22년째 무죄를 주장하는 남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신념으로 뭉친 수호자 재단의 소수의 직원들과 협력자가 먼저 떠오른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닌 일을 하는 변호사 재단이다. 이 재단이 만들어진 이유와 유지하고 있는 배경부터 살피게 된다.
무자비한 권력들이 등장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이 권력들은 낯설지가 않다. 권력의 힘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재판하고 감옥에 넣는 시스템이 드러난다. 법이라는 사회적 시스템의 맹점들이 더욱 두드러진다. 왜 이러한 제도와 권력이 유지되고 있는 것일까? 톨스토이와 카뮈의 『이방인』의 재판 장면들이 떠오르는 작품이다.
백인들의 미국에서 교도소는 나쁜 사람들이 저지른 범죄의 대가를 치르는 곳이다. 흑인들의 미국에서 교도소는 소수 인종을 길거리에서 보이지 않게 치우는데 사용하는 창고 같은 곳이다. 79
무고한 장기수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재판 결과에 결백을 주장한다. '수호자 재단'은 이들의 석방이 합당한지 검토하면서 결백을 증명하는 비영리 단체이다. 성공회 신부이면서 전직 국선 변호사인 컬런 포스트가 화자이다. 그의 시선에 그려지는 사형 선고를 받은 무고한 장기수들의 이야기들과 관련된 거짓 증언을 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없이 살겠다고 맹세 26
마침내 나는 내 소명을 찾았다 45
돈 벌려고 이 일을 하는 건 아니에요. 돈은 많이 못 벌어요. 73
변호사 일 때보다 신부 일 때 훨씬 더 존경을 받는다 64
포스트가 맹세한 것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그의 삶은 일반인과는 분명히 다르다. 그에게 이러한 소명을 찾게 해주는 계기와 연결된 수많은 사람들도 기억해야 한다. 확고한 의지가 분명한 인물이다. 위험을 암시하는 대화들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그는 멈추지 않는다.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이 일을 하는 이유를 만나게 된다. 부정, 부패, 편법은 딱 질색이라는 <일타 스캔들>의 대사가 떠오른다. 포스트의 가슴 깊은 곳에 자리잡은 것은 '수호자 재단' 직원들의 모두의 마음이기도 하다. 그들이 확고하게 향하는 방향성은 작품이 흘러갈수록 점점 선명해진다. 얼마나 부패한 권력인지, 얼마나 부정을 저지르는 집단인지, 편법으로 물들어서 본래의 색을 찾기가 힘들어 보이는 이 권력들을 하나씩 만나게 된다. 작고 날씬한 조직. 군살 없는 조직 (52쪽) 수호자 재단이다. 작은 조직이 이루는 하나의 기적들이 어느새 8명에게 일어나면서 다음의 기적을 향하는 이 재단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작품이다.
반전과 감동을 주는 소설이다. 수많은 인물들과 나누는 대화들을 통해서 의심도 함께 가지면서 읽은 작품이다.
22년 전 한 변호사(키스 루소)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되었다. 55
다른 사람이 저지른 범죄로 22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거예요 78
재판에서의 많은 증언이 경찰과 검사에 의해 조작 148
인종을 상징하는 대화들이 눈에 띈다. 교도소 수화기 신뢰하는지 질문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도청되고 감시당하는 감옥에서 스스로 자살하는 재소자의 이야기도 놓치지 않게 한다. 돈과 가족, 돈과 친구의 관계는 얼마나 파괴적인지 작품의 인물을 통해서도 만나게 된다. 조작되는 사회와 재판과 증언들이 등장한다. 사회가 가지고 있는 맹점들이 속속들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냉철하게 사회를 보게 된다. <시그널>드라마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이 작품도 인기있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부패한 권력들이 낯설지가 않다. 그래서 더욱 서글프다. 조직이 가지고 있는 횡포에 무참하게 무릎이 접히는 이들이 존재한다. 그들의 생명조차도 귀함을 받지 못하는 사회를 다루는 작품들은 큰 목소리를 가지는 작품이 된다. 이 작품도 그러하다. 법정소설로 만나는 그 아우성을 듣는 시간이다.
툭툭 던지는 문장 속에서 작가의 매력을 느끼게 된다. 작가의 다른 작품까지도 눈길이 가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돈 때문에 그를 노릴 가족이나 친구가 없었기에 26
상처로 말미암아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지 않는다.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