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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국내 출간 30주년 기념 특별판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꽤 흥미로웠던 시간이다. 가볍지 않은 질문들이 던져지는 문장들을 자주 대면하면서 여러 번을 멈추는 발걸음이 되었던 작품이다. 영원한 회귀. 우리 인생에 대한 질문. 사랑의 다양한 문양들이 혼재했다. 그리고 시간을 사유하고 있는 방식에 대해서도 다시금 떠올려보면서 읽었던 날들이다.
작품의 도입부에서 그려지는 여러 질문들은 작품의 후반부에서 다시금 만나게 되면서 작가의 사유의 그림자들을 정리해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삶이라는 인생을 떠올려본다. 고단함과 분노, 슬픔 다양한 감정들 속에서도 우리는 어떻게 삶을 헤치면서 이겨내고 위로하면서 희망을 찾았는지 떠올리게 한다. 고단한 경험과 시간들을 통해서 우리는 단단히 여물기도 하듯이 묵직함과 가벼움의 질문 앞에 우리는 긍정적인 것인지, 아닌지 스스로에게 자문하게 하는 시간이 된다.
이 소설도 그러하다. 다양한 인물들이 가진 다양한 취향들과 그들만이 가진 고유한 삶의 이야기들은 이해가 쉽지 않은 부분들도 상당하였지만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그들이 지향한 삶과 죽음의 순간까지의 이야기들은 또 다른 의미가 되어주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다양한 유형의 인물들을 분류하면서 이에 해당하는 소설 속의 인물들을 분류해 주는 내용이 떠오른다. 다양한 유형의 인물들이 등장하듯이 그들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들도 다양했다. 책의 표지에 있는 문장은 작품을 다 읽고 나서 다시금 놀라움으로 읽게 하는 작품 속의 문장이었고 인물이기도 하다.
타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사람과 고유한 인물이 가진 내면이 가진 세계는 분명히 달랐다. 서로가 사랑하면서 살고 있지만 각자가 기억하고 사랑을 유지하는 이유들은 달랐다. 전체주의, 키치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과 전쟁이 가진 폭력성과 합법적인 살인으로 접근하는 방식의 순서들도 작품에는 등장한다. 행진의 대열과 그들이 반복하는 말이 가진 멍청한 의미들, 미국 상원의원이 보여주는 미소의 의미도 서늘함이 스치는 내용이기도 하다.
원형으로 도는 개의 시간들과 직선으로 인지하는 사람들의 시간들을 잠시 떠올리면서 무수히 던지는 우리들의 질문들을 사유해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시대가 가진 폭력들도 거침없이 작품은 논거하면서 역사의 흔적들을 내밀하게 대면하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예상하지 않은 순간에 인간의 잔혹성과 폭력성이 동물에게도 가해진다는 것을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만나는 작품이었다. 데카르트와 니체에 대해서도 한층 더 알아가는 순간이 된다.
작품은 다양한 이야기들로 점철되고 있다.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들과 그들의 사랑과 선택들이 쉼 없이 이야기된다. 가족을 쉽게 버리고 떠나는 남자들, 다양한 애인들을 쉼 없이 즐기는 인물들과 여인들. 남겨지는 여인과 남겨진 자식. 그들이 지향하는 다양한 삶의 방식들이 작품에서 열거된다. 피투성이 세월조차도 새털보다 가벼운 이론과 토론에 불과하다는 작품의 문장을 마지막으로 떠올리게 한 작품이다.
내게 돈은 중요하지 않아.
그러면 뭐가 중요하지?
사랑.
사랑이라고?
사랑은 전투야. 나는 오랫동안 싸울 거야. 끝까지. 202
묵직함은 진정 끔찍하고,
가벼움은 아름다울까? 12
무엇이 긍정적인가?
묵직한 것인가 혹은 가벼운 것인가? 13
여러 색깔을 거느리며 사라지는
인생에 대한 작별. 285
그녀의 드라마는 무거움의 드라마가 아니라 가벼움의 드라마였다. 그녀를 짓눌렀던 것은 짐이 아니라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다. 203쪽
역사는 다음날 잊혔고,
강물은 그 흐름을 멈추지 않았다. 2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