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 휴(休)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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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좋아할만한 제목은 아니지만 부제가 인상적이었고, 부제와 함께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읽어보게 된 법륜 스님의 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는 제목부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대충은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었고, 그런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이 예상을 조금씩은 벗어나기도 했다.

 

법륜 스님에 대해서도, 정토회나 그밖의 내용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어서 법률 스님의 종교적 위치나 명성에 대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글로만 본다면 꽤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을 분인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종교에 대해서 무척 불만투성이의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도 좋게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한번쯤은 읽어볼만한 글이었기 때문에 신나게 반박하고 다른 생각을 내세우면서 읽기 보다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기도 하겠다는 느긋한 기분으로 읽게 되었다.

 

삶을 살아가면서 문득 들게 되는 생각들

갑작스러운 경험으로 좌절감에 허우적거릴 때

뒤늦은 후회로 인해서 당황스러울 때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서 삶에 회의를 하게 될 때

 

슬픔과 낭패감 그리고 뒤돌아보았을 때의 허무와 공허에 빠진 이들에게 삶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어떤 생각과 태도로 삶을 받아들이고 인생을 즐겨야 할지를 알려주고 있는 인생수업...’은 다양한 사람들을 경험하고 다양한 삶을 지켜보았을 종교인이 말해줄 수 있는 적당한 수준의 이야기들과 해법을 들려주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그렇게 생각해도 되겠다는 마음과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번갈아가며 떠올려지는 내용들이 많았었다.

 

읽고 있을 때는 그렇겠네...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생각해보면 그건 단순히 그런 문제만은 아닐 것 같은데? 라는 생각으로 가득하게 된다고 해야 할까?

 

법륜 스님이 말하듯 욕망을 내려놓아야 하고, 삶이 무엇인지를 좀 더 편하게 생각해야 할 필요성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소박함과 겸손함, 검소함과 함께 좀 더 삶에 대한 만족을 높여야 한다는 점도 이미 알고 있지만, 일상의 행복을 찾아야 할 것이고, 부부생활과 결혼에 대해서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고, 부모에 대해서 자식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고 덜 기대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도 하지만, 수많은 긍정들을 찾게 되고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받아들여야 함을 알게 되지만 그런 내용들이 너무 가볍게 눈에 들어오고 있어서 그런지, 그리고 쉽게 눈에 들어와서 가볍게 머리에서 사라지기 때문인지 삶의 덧없음처럼 인생에 대한 이런 저런 세심한 조언들 또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지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실컷 알려줘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받아들일 생각이 없으면 그걸로 그만일지도 모르지만, 받아들이는 방식과 태도에 대해서 많이 공감하기도 하고 이해하게 되기도 하지만 결국 받아들이는 존재 자체에 대해서만, 개개인의 받아들임에 대해서만 말해주고 있을 뿐 그 존재들의 살아가는 밑바탕에 대해서는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절반의 깨달음만 안겨주게 되는 것 같다.

 

흠을 잡기 위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이미 알고 있기도 하지만 그게 쉽지 않기 때문에 반박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달리 본다면 그런 것 말고도 여러 고민들을 함께 살펴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마도 종교가 기본적으로 사람을 수동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이런 식의 삐뚤어진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삶에 대해서 더 많은 이해와 앎을 알고 있는 분의 말씀에 대해서 모든 것을 부정하고 싶지도 않고 반박하고 좀 더 이것저것 따지고 싶은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그런 것들을 갖고 짜증스럽게 물고 늘어지기보다는 다른 생각들을 하게 되더라도 저렇게 보기도 하는구나... 저렇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구나... 라는 생각으로 읽어보면 그만일 것 같다.

 

어차피 인생이라는 것, 살아본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법이다.

 

경험하기 전에는 이런 저런 말들을 할 수 있겠지만... 정작 자신에게 밀어닥쳐지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매일같이 자신을 가다듬고 삶의 교훈들을 찾아내는 수밖에는 다른 방법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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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한길그레이트북스 11
한나 아렌트 지음 / 한길사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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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혀지지가 않아 오랜 시간 낑낑거리며 읽게 된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은 어렵사리 읽어냈기는 했지만 결국 어떤 내용의 논의인지에 대해서 쉽게 말하기가 어렵기만 한 난해함으로만 가득한 책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일생일대의 책이라고 언급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읽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한나 아렌트야 워낙 명성이 있는 학자이기 때문에 별도로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녀의 저작 중 혁명론도 그렇고 이번 인간의 조건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는 쉽게 읽혀지지도 않고 논의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도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인지 잘 맞지 않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만 들게 된다.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평가라 쉽게 말도 꺼내지 못하겠지만.

 

인간의 조건은 간단하게 요약한다면 근대사회에서 과연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탐구하고 있는 저작이고, 인간이 활동하고 있는 근대사회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를 그리고 어떤 밑바탕 속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인간의 세 가지 근본활동인 노동, 작업, 행위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는데, 그 세 가지를 통해서 점점 더 세부적으로 깊숙하게 파고들고 있기 때문에 한나 아렌트의 기존의 논의들이나 혹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철학들과 칸트, 헤겔, 마르크스 등과 같은 근대 철학자들의 논의들에 대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이 없는 (나와 같은) 경우에는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읽어나가게 될 것 같다.

 

전체적으로는 난해함으로 인해서 괴롭기만 했지만 간혹 흥미로운 견해나 분석을 보여주고 있는 경우도 있어서 중간에 읽기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게 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우리가 어떤 환경과 구조 속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고 행위하고 있는지를 세밀하게 구분하고 분류하며 분석하고 있는 저자의 지적인 노력에 대해서는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앞으로도 알기 쉽지는 않겠지만 충분히 감탄하게 되는 것 같다.

 

여러 가지로 쉽지 않은 내용이기 때문에 다시 읽어보고 싶은 기분이 들지는 않을 것 같지만 나중에 한두번 꺼내들어 무슨 내용이었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때도 무슨 소리인지 알지 못하겠지만.

 

 

참고 : 절대 관련지어서 생각할 사람이 없겠지만... 앙드레 말로의 인간의 조건과는 전혀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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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두근거리는 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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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고 있는 책이 영 어렵게만 읽혀지고 쉽게 넘겨지질 않아서 답답한 기분만 들었는데, 무거워진 머리를 조금은 가볍게 만들고 싶은 기분에 책장에 꽂혀진 책들을 쳐다보다 저런 책도 있었네... 라는 기분으로 꺼내든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은 잠시 편안한 기분을 찾고 싶을 때, 혹은 가벼운 기분으로 자신의 삶을 생각해보고 싶을 때 읽어볼만한 책이 될 것 같다.

 

부피도 가볍고, 내용도 만족스럽다.

주말 하루 편한 기분으로 읽어낼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커피나 한잔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추천해주고 싶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좀 더 어울리는 내용이 될 것 같은데, 저자인 마스다 미리가 여성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들이 여성들만이 공감할 수 있을만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라 그렇기도 하다.

 

물론, 저자가 일본인이기 때문에 더 직접적인 공감이 이뤄질 수 없는 구석도 있지만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국적을 넘어서 30대 중후반의 그리고 40대 초반의 여성이라면, 혹은 한때는 노처녀라고 일컬어졌고 지금은 골드미스나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이라고 얘기되는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그래... 맞아... 라는 말을 쉽게 꺼낼 수 있을 내용이라 그녀가 들려주는 얘기들에 쉽게 공감하고 그녀의 조용한 수다를 따르게 될 것 같다.

 

저자인 마스다 미리는 국내에 꽤 많은 저작이 소개됐는데, 처음 접하게 된 작가이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 같고, 그렇기 때문인지 여전히...’가 그녀의 작품들 중에서 어느 수준에 위치한 작품인지는 그녀에게 좀 더 관심 있는 사람들이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한 그림이기는 하지만 어쩐지 그녀의 감정을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게 담아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림과 일상을 경험하면서 느끼게 되는 감정을 솔직하게 들려주고 있는 여전히...’39살에서 41살의 시기를 지내면서 떠올려지는 생각들을 담아내고 있는데, 그 생각들의 대부분은 10대 시절(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고등학교 시절)에 대한 미련과 그 미련을 여전히 잊지 않고 지내는 (이제 늙었음에 대해서 더는 부정할 수 없는) 지금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며 과거에 대한 감미로운 기억과 그것이 떠올림이 되어버렸음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감수성은 여전하지만 육체적으로는 변해버린 현재를 생각하며 이런 저런 고민과 생각들을 들려주고 있고, 그런 솔직한 생각과 고민들에 많은 (비슷한 또래의 혹은 비슷한 생각의) 여성들이 깊은 공감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내면적으로는 모르겠지만 보이기에는 변해버린 자신에게 어울리는 무언가를 찾게 되면서 느끼게 되는, 어색함과 불일치에 대한 갈등과 고민이 대부분인데, 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들을 얘기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 스스로에게 배려를 해주고 싶어지고 애교부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청춘과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늙어버렸다고 생각되는 자신에 대한 서글픔을 말하고 있는데,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과 아픔을 말하고 있으면서도 그걸 통해서 삶에 대한 그리고 인생에 대한 약간의 깨달음 또한 들려주고 있다.

 

이런 식으로 바라본다면 저자는 자신의 삶에 대한 후회로 가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것 같기도 하지만 다행히 저자는 그런 아쉬움과 미련을 말하면서도 지금 현재에 대한 긍정 또한 말하고 있는데, 다만 그 긍정이 일종의 합리화이거나 어쩔 수 없는 받아들임처럼 말해주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언제까지나 이어질 것 같았던 젊음이 이제는 끝났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물론, 그런 깨달음이 쉽지는 않고, 실제로 나 자신도 자신 있게 그런 것들을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일종의 피해의식과 같은 심정으로 자신의 늙어졌음을 미소를 띠며 말해주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쉽게 동질감을 느끼게 되기도 하지만 무언가 자신을 이끌어줄 수 있는 누군가를 찾던 모습에서 이제는 스스로의 삶에 대해서 책임과 선택을 하려고 생각하는 모습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이 저런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아직은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모습들도 유난히 인상 깊다.

 

결국 저자는 일상을 소재로 때늦음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는 것 같고, 그걸 통해서 어떤 만족을 그리고 긍정을 말하는 것 같다. 그때 그 시절의 두근거림을 말하면서 지금 현재의 두근거림을 얘기해주고 있다.

 

이걸로 좋을까?

아마 이것도 좋을 것이다.

 

저자는 그렇게 삶에 대한 긍정을 말해주고 있고,

저자의 말처럼 그걸로 좋은 것이고 충분할 것이다.

 

그녀와는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고 해도... 그녀에게 그걸 강요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생각이 다르면 다른 생각으로 살아가면 된다.

피해주는 것도 아니니 뭐라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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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무조건 즐겁게 (특별부록 : 이크종 캐릭터 수첩) - 뭘 좀 아는 이크종의 백수지향인생
이크종(임익종) 글.그림.사진 / 예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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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크종 : http://blog.naver.com/ppiiick

 

 

 

 

웹툰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일상을 재미나게 만들어내는 웹툰 또한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크종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어서 그의 책을 읽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는 못했었다.

 

이것도 나름대로 인연이라면 인연이겠지.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선배 직원 분께서 내가 책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간간히 본인이 읽은 책들 중 (아마도) 보관할 정도의 수준은 아닌 책들을 넘겨주고 있는데, 주는 책들마다 넙죽넙죽 받고 있기는 하지만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하기만 해서인지, 그리고 이런 저런 책을 읽지 않을 핑계를 진부하게(, , , ...) 만들고 있기 때문인지 계속해서 쌓여가고만 있는 책들을 보게 될 때는 조금은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게 될 때가 있다.

 

그런 마음이 들면... 책을 읽으면 되는 것인데... 그게 또 쉽지가 않다.

모든지 마음처럼 된다면... 얼마나 세상은 아름답겠나.

그렇지 않으니 세상은 시궁창이지만.

 

최근에 물려받은 책들 중에서 읽게 된 책은 ‘ZERO에서 시작하는 도시형 수렵채집생활이었는데, 그것과 이번 그래도, 무조건 즐겁게를 읽게 되니 어쩐지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취향을 고집하려고 하고 다른 삶의 속도와 태도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신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게 아니면 홀로 지내는 다양한 모습들을 확인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혹시... 게으름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관심 때문일지도 모르고.

 

반대로 전달받은 책들 중 유독 그런 책들만 골라서 읽은 내 자신이 그런 취향이고 생각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언제나처럼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하면서 조금은 내 자신을 쳐다보게 될 때가 있다.

 

되도록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기 자신만의 독자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누가?

내가?

혹은 그분이?

 

조금은 거창한 얘기들을 혹은 쓸데없는 얘기들을 꺼내게 되었지만, ‘그래도...’는 한 웹툰 작가가 백수를 지향하며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속도로 삶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여러 일상의 사소한 사건들과 이야기를 재미나게 엮어놓고 있고, 거기에 더해서 개인적인 취향들을 무척 흥미롭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 맥주, 영화, 커피 등등).

 

저자는 다른 사람들처럼 삶의 속도를 그리고 태도를 갖기에는 본인의 적성이 전혀 맞지 않다는 것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데, 반대로 그래서인지 우리가 일상에서 놓치고 있는 것들을 혹은 조금은 다른 시선에서 바라봤을 때는 어떤 흥미로운 모습을 찾을 수 있는지를 세심하게 그려내고 있다.

 

게으름에 대한 예찬을 하고,

인생을 노래하고 있는데,

아마도 그런 남들과 다름이 좀 더 삶을 풍부하게 바라볼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어리숙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아직 성숙하지 못한 모습이라고 핀잔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는 그런 가르치려고 하는 시선보다는 어떻게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지를, 그 솔직함 속에서 깨닫게 되는 삶에 대한 애정과 주변에 대한 애정을 그리고 그런 모습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감동을 더 얘기하고 싶어지게 되는 것 같다.

 

남다른 취향과 관심들에 대해서 엿보는 재미를 느끼게 되기도 하고, 어떻게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될 수 있을까? 라는 기발함에 감탄하게 되기도 하지만 인생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들이 가능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나저나... 웹툰 작가들은 다 그렇게 살아가나? 라는 자칫하면 편견과 오해로 가득한 생각도 들게 된다.

 

그들은 도대체 어떤 성장과정을 통해서 그런 남들과 조금은 다름을 찾아내고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인가?

 

호기심으로 가득하게 저자의 삶을 바라보니 어쩐지 건조하고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내 자신이 모습이 조금은 따분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저자가 나와 같은 삶을 살아가기 힘들어 하듯 나 또한 그런 삶에 대해서 어려움을 느낄지도 모르니 질투하거나 부러워하기 보다는 곁눈질을 하더라도 저자처럼 내 자신의 삶도 충분히 재미나고 흥미롭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좀 더 생산적인 삶의 태도일 것 같다.

 

저자가 보여주는 일상에 대한 다른 관점의 시선들과 여러 흥미로운 삶의 속도와 태도들에 대해서 본받을 점들도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게 되기도 했다.

 

즐거움을 찾게 되고, 좋아하는 것을 하려고 한다는 것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하고 존중하지만, 나 또한 그렇게 살려고 애쓰지만, 과연 그것만을 통해서 올바르지 않은 방식으로 향하는 지금 세상이 제대로 된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인데, 제대로 된 균형이 무엇이냐고 우선 반문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앞만 보고 달려가도록 만들고 옆을 바라보지 않고 주변을 쳐다보지 않도록 만드는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지켜내고 즐거움을 찾아내려고 애쓰는 삶을(물론, 그것만으로도 힘겨운 일이지만), 그러기만 할 뿐이고 좀 더 적극적으로 세상에 끼어들기는 머뭇거리는 모습을 과연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그런 삶의 모습들에 대해서 제대로 된 이해도 하지 않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비판받아 마땅하겠지만, 즐거움을 찾으려는 것인지 즐거움만을 찾으려는 것은 아닌지 헷갈려지게 되고,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 정작 진짜 찾아야 할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항상 그렇듯... 어떤 식으로든 긴장관계는 필요한 것 같다.

그런 긴장감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 바로 지금 세상인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악순환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고민을 통해서 무엇을 깨달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떠올려지고 궁금해지는데 어쩌겠나?

 

 

 

 

 

 

참고 : 홍대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서울시민도 아니고 홍대를 가게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사람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홍대가 사람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생각되고 있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종의 해방구이거나 자유로움으로 가득한 장소처럼 생각되기도 하는데, 이건 순전히 외부의 시선일 것 같고, 좀 더 홍대를 뚜렷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꼭 그걸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지부터 의문스럽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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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김재영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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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재영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소설가 천명관의 고래를 읽은 직후가 아니었다면 꼬끼리라는 제목에 유달리 호기심이 들지는 않았을 것 같고, 그랬다면 이 생각보다 놀라운 이야기들로 가득하지만 무겁고 갑갑함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서둘러 읽기 보다는 조금씩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단편들을 접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이런 우연을 좋아해야 할지, 그렇지 않으면 악연이라고 해야 할지...

 

함께 수록된 문학평론가의 해설과 작가가 직접 쓴 작가의 말을 통해서 그녀의 작품세계가 어떤 모습인지를 무엇을 담으려고 하고 있고 어떤 의미들이 있는지를 쉽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그걸 읽어보면 그녀의 작품들에 대해서 쉽게 알 수 있을 것이지만, 거기에 불필요한 설명을 덧붙인다면 간단하게 말해서 소설가 김재영은 1980년대 엄혹한 시절을 이겨내기 위해서 몸부림쳤던 이들의 감수성과 생각들이 변해버린 시대 속에서 어떤 난감한 표정을 짓고 시대를 지켜보고 있는지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좌절감과 무기력

뒤처지고 있음에 대한 초조감과 낭패감

과거에 대한 회고와 회의와 후회

열정으로 가득했던 감정이 소진되었을 때의 초라함

순수한 감정이 어떻게 속물의 욕망으로 변하게 되는지

과거는 어떤 모습이었고 어떻게 과거를 기억하고 있으며, 현재는 어떻게 과거를 잊고 변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세상을 바꾸고 뒤집으려고 했던 이들이 어떻게 세상에 녹아들어가고 있고 더럽혀지는지를, 그런 과정을 통해서 어떻게 좌절감과 패배감 속에 빠져드는지를 계속해서 바라보려고 하고 있다.

 

이처럼 각각의 단편들은 실천문학 혹은 참여문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대의 본모습을 보여주려는 노력을 어떤 방식으로 변한 시대를 바라볼 수 있는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고 있고, 그 여러 시도들 속에서 부재하거나 무기력한 남성-아버지의 모습과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악다구니하는 모습들과 시대의 흐름에 내동댕이쳐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때로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때로는 안쓰러운 시선으로, 그리고 때로는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다뤄내고 있다.

 

소설집의 제목과 동일한 코끼리아홉 개의 푸른 쏘냐와 같은 작품은 이주노동자들의 척박하고 고통만으로 가득한 삶과 가혹한 환경을 적나라하고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도 절망감을 벗어날 수 없다는 좌절과 꿈꾸기만 하는 희망을 인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후의 작품들은 과거를 담아내거나,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모습을 담아내는 등 여러 방식을 통해서 지금의 한국사회의 모습을 얘기해보려 하고 있다.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회고하고 기억하면서 어떻게 열정이 뭉개졌고 삶의 궤적이 변했는지를 말해주고 있는 내용들이 대부분인데, 그런 내용들 속에서 여러 상징들을 배치함으로써 좀 더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설명하려고 하고 있다.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내지 못한 좌절감 속에서 맞이한 새로운 세상은 좀 더 복잡하기만 하고,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떤 식으로 바꿔나갈 수 있을지 난감하게만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미로 속으로 빠져버린 기분이었을 것 같은데, 바로 그런 현기증과 좌절 속에서 느끼는 무력감을 놓치지 않고 담아내고 있으며 변한 모습을 보이는 이들에게 조롱과 비난 섞인 시선 보다는 어째서 그렇게 되어버린 것인지 찬찬히 살펴보려고 하는 냉정한 시선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한편으로는 예리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조금은 그 복잡함과 빠져나올 수 없음에 대해서 정교함이 좀 더 필요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얼핏 들게 된다.

 

하지만 이런 성향의 작품은 보기 드물었고, 솔직히 접한 적이 있었나... 싶기도 했기 때문인지 무척 인상적이었고, 조금은 괴로움 속에서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아쉽게도 그녀의 작품을 많은 이들이 선호할 것 같지는 않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얼마만큼 그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녀가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시도들이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좀 더 얘기되며 함께 지켜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읽음으로써 마음이 불편하게 되기는 하지만... 어쩌겠나? 그것이 진실이니 그저 함께 바라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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