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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두근거리는 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영 어렵게만 읽혀지고 쉽게 넘겨지질 않아서 답답한 기분만 들었는데, 무거워진 머리를 조금은 가볍게 만들고 싶은 기분에 책장에 꽂혀진 책들을 쳐다보다 저런 책도 있었네... 라는 기분으로 꺼내든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은 잠시 편안한 기분을 찾고 싶을 때, 혹은 가벼운 기분으로 자신의 삶을 생각해보고 싶을 때 읽어볼만한 책이 될 것 같다.
부피도 가볍고, 내용도 만족스럽다.
주말 하루 편한 기분으로 읽어낼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커피나 한잔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추천해주고 싶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좀 더 어울리는 내용이 될 것 같은데, 저자인 마스다 미리가 여성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들이 여성들만이 공감할 수 있을만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라 그렇기도 하다.
물론, 저자가 일본인이기 때문에 더 직접적인 공감이 이뤄질 수 없는 구석도 있지만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국적을 넘어서 30대 중후반의 그리고 40대 초반의 여성이라면, 혹은 한때는 노처녀라고 일컬어졌고 지금은 골드미스나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이라고 얘기되는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그래... 맞아... 라는 말을 쉽게 꺼낼 수 있을 내용이라 그녀가 들려주는 얘기들에 쉽게 공감하고 그녀의 조용한 수다를 따르게 될 것 같다.
저자인 마스다 미리는 국내에 꽤 많은 저작이 소개됐는데, 처음 접하게 된 작가이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 같고, 그렇기 때문인지 ‘여전히...’가 그녀의 작품들 중에서 어느 수준에 위치한 작품인지는 그녀에게 좀 더 관심 있는 사람들이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한 그림이기는 하지만 어쩐지 그녀의 감정을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게 담아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림과 일상을 경험하면서 느끼게 되는 감정을 솔직하게 들려주고 있는 ‘여전히...’는 39살에서 41살의 시기를 지내면서 떠올려지는 생각들을 담아내고 있는데, 그 생각들의 대부분은 10대 시절(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고등학교 시절)에 대한 미련과 그 미련을 여전히 잊지 않고 지내는 (이제 늙었음에 대해서 더는 부정할 수 없는) 지금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며 과거에 대한 감미로운 기억과 그것이 떠올림이 되어버렸음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감수성은 여전하지만 육체적으로는 변해버린 현재를 생각하며 이런 저런 고민과 생각들을 들려주고 있고, 그런 솔직한 생각과 고민들에 많은 (비슷한 또래의 혹은 비슷한 생각의) 여성들이 깊은 공감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내면적으로는 모르겠지만 보이기에는 변해버린 자신에게 어울리는 무언가를 찾게 되면서 느끼게 되는, 어색함과 불일치에 대한 갈등과 고민이 대부분인데, 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들을 얘기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 스스로에게 배려를 해주고 싶어지고 애교부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청춘과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늙어버렸다고 생각되는 자신에 대한 서글픔을 말하고 있는데,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과 아픔을 말하고 있으면서도 그걸 통해서 삶에 대한 그리고 인생에 대한 약간의 깨달음 또한 들려주고 있다.
이런 식으로 바라본다면 저자는 자신의 삶에 대한 후회로 가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것 같기도 하지만 다행히 저자는 그런 아쉬움과 미련을 말하면서도 지금 현재에 대한 긍정 또한 말하고 있는데, 다만 그 긍정이 일종의 합리화이거나 어쩔 수 없는 받아들임처럼 말해주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언제까지나 이어질 것 같았던 젊음이 이제는 끝났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물론, 그런 깨달음이 쉽지는 않고, 실제로 나 자신도 자신 있게 그런 것들을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일종의 피해의식과 같은 심정으로 자신의 늙어졌음을 미소를 띠며 말해주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쉽게 동질감을 느끼게 되기도 하지만 무언가 자신을 이끌어줄 수 있는 누군가를 찾던 모습에서 이제는 스스로의 삶에 대해서 책임과 선택을 하려고 생각하는 모습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이 저런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아직은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모습들도 유난히 인상 깊다.
결국 저자는 일상을 소재로 때늦음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는 것 같고, 그걸 통해서 어떤 만족을 그리고 긍정을 말하는 것 같다. 그때 그 시절의 두근거림을 말하면서 지금 현재의 두근거림을 얘기해주고 있다.
이걸로 좋을까?
아마 이것도 좋을 것이다.
저자는 그렇게 삶에 대한 긍정을 말해주고 있고,
저자의 말처럼 그걸로 좋은 것이고 충분할 것이다.
그녀와는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고 해도... 그녀에게 그걸 강요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생각이 다르면 다른 생각으로 살아가면 된다.
피해주는 것도 아니니 뭐라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