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덩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3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지음, 정보라 옮김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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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소설은 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 정도만 읽어봤기 때문에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에 대해서는 전혀 사전 지식이 없이 읽게 되어서 제대로 작품을 파악하지는 못한 것 같다.

게다가 책을 읽기 전에 예상한 것과는 다른 내용이기 때문에(책에 적혀있는 ‘러시아의 조지 오웰’이라는 말은 최대한 무시하고 작품을 읽기를 권하고 싶다) 조금은 의욕을 잃고 읽게 되었다.


광고 문구는 그저 광고 문구이기 때문에 조지 오웰이라던지 디스토피아와 같은 단어에 눈길이 끌려 책을 읽게 된다면 조금은 지루함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스탈린 시대의 소련 사회가 어떠했는지,

점점 더 폐쇄적이고 경직되어가는 사회에서 그들은 어떻게 살아갔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플라토노프의 책은 소중한 선물이자 자료가 될 것 같다.


사실주의... 라고 말하기에는 덜 건조하고 작품 전체에 조금은 독특한 느낌을 갖게 만들고 있기에 역자 해설에서 번역을 하기 힘들었던 부분에 대한 내용이 이해가 가게 되었고 번역자의 힘겨운 노력은 성공적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스탈린 시대의 소련 사회에 대해서 특별히 알고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작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당시 사회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작품의 제목이며 중요 배경이기도 한 (작업현장을 말하는) 구덩이가 어떻게 작품의 등장인물들의 이상을 말해주고 있고, 작품이 진행되면서 그 이상이 어떻게 몰락해 가는지를 느낄 수 있으며 마지막에 자신들의 이상을 그곳 깊은 곳에 묻으며 그들의 이상과 좌절 그리고 실제 소련 사회의 이상과 좌절을 잘 보여주고 있다.


플라토노프는 사회와 자신의 작품을 긴밀하게 연결시키고 있으며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작품을 읽는 도중 그 긴장감을 느끼게 만들고 있다.

문학이 사회를 직접적으로 반영하게 될 때 어떤 작품이 만들어지는지 말해주는 좋은 사례인 것 같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우울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며 읽은 나로서는 당황스러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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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리콘 - 노먼 린지 일러스트판
페트로니우스 지음, 강미경 옮김, 노먼 린지 그림 / 공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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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사티리콘’과 페트로니우스에 대해서 알고 있지는 않았다.

단순히 책 표지가 마음에 들고 어쩐지 갖고 싶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구입하게 되었고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소설이나 풍자와 해악의 원형으로 불리는 책이라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단순히 겉보기에 마음에 들어서 구입하기는 했지만 책을 읽어보니 꽤 쓸만한 책을 구입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책을 출판할 때 미적인 감각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것일까?

 

작품은 완결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기승전결의 구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매력을 느끼기 힘들지도 모른다. 소실된 부분이 많은데, 오래된 소설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떤 의미에서 작품이 갖고 있는 노골적인 조롱과 야유 그리고 성적인 내용 덕분에 많은 부분이 소실되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품은 엔콜피우스라는 주인공을 통해서 다양한 계급의 사람들을 경험하며 그들의 모습을 가식 없이 과감하게 다루고 있다. 작가 페트로니우스는 모든 이들을 조롱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불쾌함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웃음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그의 글의 뛰어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을 조롱하고,

성에 대해서 직접적인 언급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의 성에 대한 개방성이 지금보다 더 크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작품 주인공이 우선 양성애자이기도 하고(초반 부분에는 동성애 동료도 있었다), 그가 성에 대해서 다루는 부분은 지금보아도 꽤 흥미롭다고 말하게 만든다.

현대 작가들 중에서도 몇이나 양성애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울 수 있을까?

 

그는 조롱을 하면서도 때로는 진지한 얼굴로 삶에 대해서 바라보기도 한다는 점에서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증오하던 이의 죽음을 경험하며 어쩌다 이렇게 되었냐고 말을 건네기도 하면서 그의 작품은 웃고 떠들기만 하는 작품이 아닌 삶에 대한 통찰력도 보여주고 있다.

 

조롱과 풍자

냉소와 비판

그러면서도 삶에 대해서 별 수 있냐는 듯한 씁쓸한 시각

 

그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시선이다.

 

역사로서의 로마가 아닌 삶으로서의 로마를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순간을 선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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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 발간 40주년 기념 한정본 (양장본)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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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의 ‘광장’은 한번쯤은 읽어보고 싶었지만 딱히 읽고 싶은 마음을 실행에 옮길 정도로 관심을 갖게 만들지는 않았었다. 운이 좋게 40주년 한정판을 구하게 되어서 읽게 되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나중에 읽겠다며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 같다.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문학적 성취이자 (아마도) 최고의 문학적 성취이기도 할 것 같은 이 작품에 대해서 수많은 평론과 분석이 이뤄졌고, 한정판에는 최인훈 본인이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설명과 개작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 소상히 설명해주고 있으며, 그의 작품에 대한 분석과 개작에 대한 분석을 두명의 평론가가 해주고 있기 때문에 보다 깊이있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최인훈 본인과 평론가들의 분석을 통해서 작품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들로 인해서 해석의 자유가 많이 떨어지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들의 지적을 제외하고 그 외의 것들에 대해서 말을 하면 될 것 같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한국전쟁이 벌어지기 직전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와 전쟁 이후 중립국으로 향하는 배에서 회상에 잠기는 주인공 이명준의 시각을 전지적 시점에서 다뤄지고 있다.

 

읽은 다음에 느낀 점은 과연 우리는 얼마나 주인공 이명준으로부터 멀어져 있는가? 이다.

우리는 이명준이라는 사람이 느꼈던 고민과 좌절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그보다 더 현실에 수긍하고 고민을 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 같지만.

 

자본주의 / 사회주의 사회에 비판과 개인의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이명준이라는 인물을 통해 짜임새 있게 풀어낸 최인훈의 능력도 대단하지만 당시 사회에서 크게 변화되지 않는 사회구조는 여전히 이 작품이 지금 현재에도 유효한 질문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양쪽 사회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최인훈의 통찰력을 느낄 수 있으며 이명준 개인의 고뇌와 방황에 대해서는 무언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그와 동일한 고민이 아닐지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심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명준의 행동을 보면 조금은 애매한 느낌도 들게 만든다.

그는 기본적으로 현실에 대해 냉소적인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현실과의 긴장과 현실과 이상에서 좌절을 겪게 되었을 때, 그것을 이겨내기 보다는 회피를 하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회피의 수단을 최인훈은 ‘여성과의 사랑’을 통해서 회피하도록 만든다.

 

결국에 그가 선택한 ‘죽음’이라는 것을 비극적이거나 허무적인 죽음으로 풀어내기 보다는 열린 결말과 긍정적인 의미로 많이 풀어내려고 하는 것 같지만... 그다지 적절한 평가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그가 모든 것을 뒤로하고 중립국을 선택한 그 순간이 이미 그가 분단된 한국의 현실에 대한 냉소와 함께 자멸에 빠지는 결말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죽음은 어떤 의미에서 이미 중립국을 선택한 순간 결정된 결말이었다.

 

남한에서 살아갈 때 대화를 나눴던 교수와 북한에서 아버지에게 토해내듯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장면은 여전히 흥미롭고, 그가 그들에게 말했던 현실에 대한 분노가 결국 아무런 변화 가 없고 좌절에 빠지게 되었을 때의 상황은 그가 제기하는 문제와는 다르지만 지금 젊은이들도 마찬가지로 울분을 토하며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느낌이 들 것이다.

다른 문제를 지적하겠지만...

 

개작을 거듭하며 작품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최인훈 개인의 노력도 대단하겠지만, 여전히 이 작품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유효한 고민과 질문을 해주고 있다.

점점 잊혀지고 있는 것 같지만...

 

뒤늦게라고 읽게 되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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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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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웃을 일이 적어져서 맥빠진 기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공중그네를 읽게 되었다. 한동안 인기를 끌던 일본소설이 잠잠하다가 다시 인기를 얻게 되는데 큰 영향을 미쳤고 많은 사람들이 읽는 동안 쉬지 않고 웃을 수 있다고 해서 나도 책을 읽으며 웃어본지 오래된 기억이 나서 웃기 위해서 한번 읽었다.

아쉽게도 딱히 웃을 만한 구석은 찾아내지 못했지만...

 

작품 자체는 나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좋다는 뜻이 아니다) 어쩐지 책을 읽는 동안 이건 활자로 된 만화책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만화를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최근에는 버스나 전철에서 만화책을 읽는 청소년과 대학생들과 젊은 직장인들을 자주 보게 되는데, 10년 전만 해도 버스나 전철에서 만화책을 보게 되면 사람들이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던 시선을 느끼며 꿋꿋하게 만화책을 읽던 나로서는 색다른 기분이 든다. 그리고 나로서는 만화책을 읽는 사람들이나 공중그네와 같은 작품을 읽는 사람들이나 특별히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

 

좋다 나쁘다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동하며 가볍게 시간 때우기로 딱 좋다는 것이니까.

 

어떤 의미에서 최근 소설가들이 지나치게 너무 많이 만화책과 영화를 보고 있다고 말했던 평론가의 말을 떠올리게 되는데... ‘공중그네’를 읽으며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이건 아니라고 해야 할지 난감하게 느껴졌다.

 

내용도 분량도 특별히 어려운 것이 없기 때문에 천천히 읽는 나조차도 주말 하루 동안에 다 읽었으니... 출퇴근을 하며 기분전환으로 읽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품은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라부라는 신경과 의사로 인해서 자신의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는 이야기 구성을 갖고 있는데, 그들의 고민은 누구나가 한번쯤 갖을 수 있는 있는 고민이라는 것에서 독자들은 동질감을 느낄 것이고, 이라부라는 희한한 캐릭터를 통해서 읽는 재미를 느낄 것이다.

 

기본적으로 ‘아이와 같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이라부라는 캐릭터는 어떤 면에서는 지나치게 자기 멋대로 한다고 볼 수 있지만 때로는 그를 통해서 우리가 얼마나 수많은 것들을 고려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라부는 말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서 때로는 지나치게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해준다.

 

이러한 주제를 오쿠다 히데오는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는데,

특별한 기교없이 간결한 문장으로 읽는 이를 빨아들이는 능력이 있어 보이는데... 다른 작품을 전혀 읽어보지 못해서 자세하게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흥겹고 유쾌하다.

읽은 다음에 남는게 무엇이냐? 라고 물을 사람도 있겠지만...

흥겹고 유쾌한 기분이 남는데 어디서 따지냐고 받아치면 될 것 같다.

 

하지만!

분명 흥겹고 유쾌하기는 하지만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있다.

 

작품에서 정신적인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들은 다들 사회의 중간 혹은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이다. 야쿠자, 서커스 단원, 중산층 출신인 전도유망한 의사, 탁월한 능력과 노력으로 성공한 프로야구 선수, 인세로 먹고 사는 정도가 되지 못한 작가.

 

이들은 각자의 계급과 출신은 다르지만 사회의 지배계급이 아니라 그들 밑에서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모두 자신의 직업에 처음부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야쿠자도 깡패로 살아가는데 꽤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 의사는 전형적인 중산층 출신이지만 집안 좋은 여성과 결혼하여 부담감을 느끼고 살아가는 인물로 다뤄진다).

처음부터 큰 고난이 없이 성공을 거듭한 사람들이 위기에 봉착한 순간을 잡아낸 이 작품을 어떻게 평가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전형적인 일본 소설이 그들과는 조금은 다른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국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작품에서 다뤄지는 인물들이 대체적으로 30~40대에 있는 사람들로 보여지지만 지금 한국의 젊은이들은 지금까지 큰 어려움 없이 지내다가 취업과 기타 여러 문제로 인해서 좌절감을 맛보기 시작하는 상황과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서로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때문에 정신을 놓고 사는 것 같지만 근본적으로는 아이같은 이라부라는 의사에 모두들 환호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느끼는 근심과 고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이라부에게 환호를 하고 그에게 상담받고 싶어하는 것일까?

이라부는 자신들의 고민에 대해서 호탕하게 웃으며 별 것 아니라고 말해주기를 바라며?

 

하지만 이라부는 전형적인 부르주아이기 때문에 애매하게 다가온다.

그는 좋은 집안에서 죽을 때까지 부족하지 않을 재산으로 특별한 노력없이 살아갈 수 있는 인물로 다뤄지고 있다. 때문에 그가 갖고 있는 순수함과 어린이와 같은 심정은 말 그대로 삶에 특별한 고민을 해야할 필요가 없는 부르주아 계급에 대한 스케치일 것이다.

그는 부족함 없이 자라왔고,

그렇게 살다가 죽을 것이다.

그러니 그가 무슨 고민과 걱정을 할 수 있겠는가?

물론 그것들을 지켜내기 위해서 수많은 고민이 생길 수 있기도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 우선된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은 독특한 것이 이라부는 지배계급의 세계에서 이방인처럼 다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권력집단인 의사세계에서 비주류로 다뤄지는 신경과 의사이고 그의 진료실은 경치 좋은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닌 지하에서 환자를 진료한다.

그리고 그가 진료하는 환자들은 앞에서 설명한 사람들이다.

 

오쿠다 히데오는 이라부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위선과 가식을 조롱하고 필요 이상의 근심을 잊으라고 권하고 있지만... 어쩐지 위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나로서는 단순하고 유쾌한 이 작품에서 어딘가 모르게 찜찜함을 느끼게 된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은 전복적인 것인가?

아니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런 생각하지 말고 그냥 단순하게 살아가라고 굴복시키는 것인가?

 

이라부의 치료법과 함께 조금은 흥미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나도 그에게 뭔가를 상담받고 싶지만...

아직은 혼자서 해결해보고 싶다.

 

그리고... 아쉽게도 나는 홍보문구처럼 배를 잡고 웃지는 못했다.

웃자고 읽었는데... 죽자고 달려들어 분석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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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8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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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생각 없이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구입한 책이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을 손에 잡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

 

개인적으로는 칼비노에 대해서 전혀 몰랐는데,

그의 다른 작품들도 빨리 읽어보고 싶다.

 

도시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자라오고 지금도 살아가는 ‘도시’라는 것에 대해서 많은 관심이 있었는데, 최근 공간과 주거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도시’라는 것에 대해서 다뤄지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문학에서는.

 

작품을 읽어나가며 칼비노의 글은 굉장히 매력적이고 꿈결 같으면서도 날카로움을 감추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탁월한 감각으로 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글로써 담아내고 있고,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모습을 둘 다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변변치 않게 읽은 수많은 책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글들이 담겨져 있다고 말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이상하게 보르헤스가 자주 떠올려지는 그의 글이었는데,

몇몇 평들을 읽어보니 보르헤스와 함께 자주 거론되는 것을 보니 나만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작품을 읽어보면 쿠빌라이 칸과 마르코 폴로의 대화를 통해서 이야기 흐름의 방향을 잡아주고 있고, 시간과 공간 그리고 다양한 것들을 중첩시키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품에서 공간과 시간은 어떤 의미에서 전혀 무의미하게 다뤄지는데, 현대 도시와 고대 도시를 동일한 공간과 시간 속에 담아두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 순간은 황홀하고, 아름답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결합이겠지만 칼비노는 미치도록 아름답게 글을 써내려갔다.

칼비노는 지속적으로 여행을 마치며 도시로 향하는 순간을 말해주고 있고, 도시에 도착하였을 때의 첫 느낌과 인상을 말해주고 그 도시의 수많은 사연을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그 사연들은 결국 도시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겠지만 도시를 바라보는 칼비노 본인의 얘기이기도 하다.

 

어떤 의미에서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은 무의미할 뿐이다.

한없이 아름다운 이 작품을 직접 읽고 느끼는 것만이 가능할 뿐이다.

 

200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에 따듯하고 감미로운 이 작품을 읽다보면 도시와 사회에 대한 여러 인문학 서적들은 아무리 분석적으로 노력했어도 이 작품에 비해서 전혀 도시에 대한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감성적으로는 치명적이고,

분석력은 날카롭다.

 

그리고 마지막에 마르코 폴로의 입을 통해 칼비노는 지금 세상과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태도를 갖고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다.

 

살아 있는 사람들의 지옥은 미래의 어떤 것이 아니라 이미 이곳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지옥에서 살고 있고 함께 지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옥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옥을 받아들이고 그 지옥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것의 일부분이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위험하고 주의를 기울이며 계속 배워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즉 지옥의 한가운데에서 지옥 속에 살지 않는 사람과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내려고 하고 그것을 구별해 내어 지속시키고

그것들에게 공간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겠나?

그저 감사함에 고개를 숙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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