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발간 40주년 기념 한정본 (양장본)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최인훈의 ‘광장’은 한번쯤은 읽어보고 싶었지만 딱히 읽고 싶은 마음을 실행에 옮길 정도로 관심을 갖게 만들지는 않았었다. 운이 좋게 40주년 한정판을 구하게 되어서 읽게 되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나중에 읽겠다며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 같다.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문학적 성취이자 (아마도) 최고의 문학적 성취이기도 할 것 같은 이 작품에 대해서 수많은 평론과 분석이 이뤄졌고, 한정판에는 최인훈 본인이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설명과 개작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 소상히 설명해주고 있으며, 그의 작품에 대한 분석과 개작에 대한 분석을 두명의 평론가가 해주고 있기 때문에 보다 깊이있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최인훈 본인과 평론가들의 분석을 통해서 작품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들로 인해서 해석의 자유가 많이 떨어지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들의 지적을 제외하고 그 외의 것들에 대해서 말을 하면 될 것 같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한국전쟁이 벌어지기 직전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와 전쟁 이후 중립국으로 향하는 배에서 회상에 잠기는 주인공 이명준의 시각을 전지적 시점에서 다뤄지고 있다.

 

읽은 다음에 느낀 점은 과연 우리는 얼마나 주인공 이명준으로부터 멀어져 있는가? 이다.

우리는 이명준이라는 사람이 느꼈던 고민과 좌절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그보다 더 현실에 수긍하고 고민을 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 같지만.

 

자본주의 / 사회주의 사회에 비판과 개인의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이명준이라는 인물을 통해 짜임새 있게 풀어낸 최인훈의 능력도 대단하지만 당시 사회에서 크게 변화되지 않는 사회구조는 여전히 이 작품이 지금 현재에도 유효한 질문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양쪽 사회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최인훈의 통찰력을 느낄 수 있으며 이명준 개인의 고뇌와 방황에 대해서는 무언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그와 동일한 고민이 아닐지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심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명준의 행동을 보면 조금은 애매한 느낌도 들게 만든다.

그는 기본적으로 현실에 대해 냉소적인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현실과의 긴장과 현실과 이상에서 좌절을 겪게 되었을 때, 그것을 이겨내기 보다는 회피를 하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회피의 수단을 최인훈은 ‘여성과의 사랑’을 통해서 회피하도록 만든다.

 

결국에 그가 선택한 ‘죽음’이라는 것을 비극적이거나 허무적인 죽음으로 풀어내기 보다는 열린 결말과 긍정적인 의미로 많이 풀어내려고 하는 것 같지만... 그다지 적절한 평가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그가 모든 것을 뒤로하고 중립국을 선택한 그 순간이 이미 그가 분단된 한국의 현실에 대한 냉소와 함께 자멸에 빠지는 결말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죽음은 어떤 의미에서 이미 중립국을 선택한 순간 결정된 결말이었다.

 

남한에서 살아갈 때 대화를 나눴던 교수와 북한에서 아버지에게 토해내듯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장면은 여전히 흥미롭고, 그가 그들에게 말했던 현실에 대한 분노가 결국 아무런 변화 가 없고 좌절에 빠지게 되었을 때의 상황은 그가 제기하는 문제와는 다르지만 지금 젊은이들도 마찬가지로 울분을 토하며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느낌이 들 것이다.

다른 문제를 지적하겠지만...

 

개작을 거듭하며 작품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최인훈 개인의 노력도 대단하겠지만, 여전히 이 작품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유효한 고민과 질문을 해주고 있다.

점점 잊혀지고 있는 것 같지만...

 

뒤늦게라고 읽게 되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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