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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리콘 - 노먼 린지 일러스트판
페트로니우스 지음, 강미경 옮김, 노먼 린지 그림 / 공존 / 2008년 3월
평점 :
이전부터 ‘사티리콘’과 페트로니우스에 대해서 알고 있지는 않았다.
단순히 책 표지가 마음에 들고 어쩐지 갖고 싶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구입하게 되었고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소설이나 풍자와 해악의 원형으로 불리는 책이라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단순히 겉보기에 마음에 들어서 구입하기는 했지만 책을 읽어보니 꽤 쓸만한 책을 구입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책을 출판할 때 미적인 감각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것일까?
작품은 완결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기승전결의 구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매력을 느끼기 힘들지도 모른다. 소실된 부분이 많은데, 오래된 소설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떤 의미에서 작품이 갖고 있는 노골적인 조롱과 야유 그리고 성적인 내용 덕분에 많은 부분이 소실되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품은 엔콜피우스라는 주인공을 통해서 다양한 계급의 사람들을 경험하며 그들의 모습을 가식 없이 과감하게 다루고 있다. 작가 페트로니우스는 모든 이들을 조롱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불쾌함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웃음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그의 글의 뛰어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을 조롱하고,
성에 대해서 직접적인 언급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의 성에 대한 개방성이 지금보다 더 크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작품 주인공이 우선 양성애자이기도 하고(초반 부분에는 동성애 동료도 있었다), 그가 성에 대해서 다루는 부분은 지금보아도 꽤 흥미롭다고 말하게 만든다.
현대 작가들 중에서도 몇이나 양성애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울 수 있을까?
그는 조롱을 하면서도 때로는 진지한 얼굴로 삶에 대해서 바라보기도 한다는 점에서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증오하던 이의 죽음을 경험하며 어쩌다 이렇게 되었냐고 말을 건네기도 하면서 그의 작품은 웃고 떠들기만 하는 작품이 아닌 삶에 대한 통찰력도 보여주고 있다.
조롱과 풍자
냉소와 비판
그러면서도 삶에 대해서 별 수 있냐는 듯한 씁쓸한 시각
그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시선이다.
역사로서의 로마가 아닌 삶으로서의 로마를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순간을 선사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