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 일에서든, 사랑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관계 심리학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1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두행숙 옮김 / 걷는나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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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베르벨 바르데츠키 지음/두행숙 옮김

 

[세상에는 습관적으로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고 인생이 불쾌한 그들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는 일이 거의 없다. 그들은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말을 교묘하게 농담으로 포장해서 죄책감도 없이 상처를 준다. 왜 남에게 상처를 주지 못해 안달일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경쟁심이 강하고 다른 사람이 거둔 성공을 인정할 줄 모른다는 특징이 있다. 그들은 더 돋보이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평가절하하고, 노력하는 것에 비해 결과가 좋은 사람, 성공에 얽매이지 않고 편하게 사는 사람, 자신보다 더 인정받는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질투한다.

열등감은 우월감이라는 동전의 뒷면이다라는 알프레드 아들러의 말처럼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잘났다는 환상에 사로잡힌 사람들일수록 열등감의 늪에 빠지기 쉽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지위가 높아져도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는 완벽하게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늘 자기가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관계에서는 진정한 우정과 사랑이 피어날 수 없다. 버트런드 러셀은 자신의 책 행복의 정복에서 남과 비교하며 끊임없이 경쟁하려고 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이렇게 비유했다. 공작새들은 다른 공작새의 꼬리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공작새들은 저마다 자기 꼬리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믿을 테니까. 그렇게 때문에 공작새는 온순하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새의 삶은 얼마나 불행할까?

편견에 갇혀 자기가 정해 놓은 안전한 영역에서 검증된 사람들만 만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공감 능력이 전혀 없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그런 일을 당한다면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 있냐며 불같이 분노하고 삶이 끝난 것처럼 절망할 거면서 말이다.]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면 연예인을 타깃으로 삼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되었다는 말이 있듯이, 쉽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 같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어느새 낮은 자리로 강등시켜 버리기도 한다. 그들의 무엇하나 그들의 것인 것이 있을까 싶다[열등감의 표출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인터넷 악성 댓글이다.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을 만나 보면 자신감이 없고 열등감이 심해 심리적으로 위축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인터넷이라는 익명의 공간을 통해 분노와 열등감을 마치 배설하듯 쏟아낸다. 특히 유명한 사람이나 성공한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은 순간적으로 자신이 우월해진 것 같은 쾌감을 주기 때문에 한 번 중독되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그들은 자기가 간절히 꿈꾸는 삶을 별 노력없이 얻은 것 같은 연예인들을 비난하고, 악성 루머를 퍼뜨려 모욕감을 줌으로써 열등감을 줄이려고 한다. 현실에서는 결코 가질 수 없는 쾌감을 온라인 세상에서라도 느끼고 싶은 것이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감을 쌓지 못한 채 성장하여 조금만 기분이 상해도 쉽게 상처받고 자존심이 깎였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모욕감이나 열등감을 안겨 주었던 사람을 한 번 떠올려 보자. 창피함과 수치심 때문에 그 사람을 태어날 때부터 나쁜 놈으로 만들고 모든 책임과 잘못을 떠넘기며 발악하듯 욕한다.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모욕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너무 괴롭기 때문에, 그를 경멸하고 깔아뭉갬으로써 있는 힘껏 상처를 거부하려고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길, 그들의 삶 속에서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길 바란다. 그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상처를 받는다. 자기 가치를 인정받고, 존중받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자기애적 욕구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가운데 하나다.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나 직장에서 최고가 되고 싶어하는 마음은 자연스러운 본능이며, 우리를 자극하고 목표를 세워 노력하게 한다. 이렇게 건강한 자기애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인식하게 하고 우리가 원하는 인생을 꾸려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세상일은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고 사람들은 좀처럼 내 마음을 이해해 주지 않는다.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다 보면 마음이 상하는 일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상처를 피해 갈 수 없듯이 순간적으로 치솟는 분노의 감정 또한 막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분노를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다.

 

상처받은 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누군가를 죽도록 미워하고, 말할 수 없는 상처 때문에 속앓이하고, 참을 수 없는 분노 때문에 매일 밤 잠 못 이룬다면, 결국엔 몸에 탈이 나게 돼 있다. 몸이 느끼는 통증을 잠재울 약을 찾아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기 전에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라.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낸 결과이니까. 방금 일어난 상처는 나에게 어떤 아픔을 주었나. 나의 분노는 정당한가. 엉뚱한 사람에게 화를 낸 것은 아닌가. 되살아난 옛 상처가 있는가.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고통스러운 기억은 무엇인가. 나의 분노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아픔을 주었을까.

 

슬픔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대한 모습으로 눈앞을 가로막더라도 놀라지 마십시오. 그리고 믿어야 합니다. 삶이 당신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당신의 손을 꼭 잡고 있다는 것을. 결코 그 손을 놓지 않으리라는 것을. 자기 것만 고집하지 않고 늘 호기심을 갖고 뭔가를 발명하려고 하는 창조력이 뛰어났으며 무엇보다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탁월했다. 걱정거리를 빨리 털어 버리고 삶을 즐겁게 살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

 

상처를 준 사람들의 잘못을 면제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에 쌓인 원망과 분노를 내려놓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나의 분노가 다시 나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을 없애는 것이다.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해야할 일은 상처받은 나의 고통을 줄이는 것이다. 너무 착하게 굴려고 하거나, 너무 정직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에게 맞추느라 진을 빼지도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심신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다. 다른 사람의 인정과 칭찬에 매달리지 말고 자기 인생을 살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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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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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 지음

 

교정·교열을 하기 위한 필수 책이라기보다는 퇴고하는 과정에서 참고할 정도로 생각하면 좋겠다. 저자는 기계식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기에 문장력보다는 문법을 잘한다(그런데 동사의 맛은 문장력도 좋다......). 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맞춤법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그런 것보다는 이 곳 저 곳의 깊기도 하고 얕기도 한 어지러진 무형을 정리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크다. 그래도 맞춤법이 글을 읽는 것을 방해하는 정도까지는 가고 싶지 않다. 그런 정도에서 한 번 쭉 읽어보고 새겨두면 좋을 것이 몇몇 있다. 그 중 하나가 적의의 것들이다.

 

[적의의 것들]만 생각해도 우리가 쓴 글이 새롭게 탄생한다. 전공을 살려서 오랜 시간 생활해 온 나는 을 특히 많이 사용한다. 온갖 것에 적을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보고서가 된다. 그렇게 배웠고, 의심없이 써왔다. 의심하기 시작하면 그동안의 보고서를 모두 부정받는 것이므로 오늘도 나는 보여진다를 무수히 많이 사용한다.

 

[제대로 했다 해도 수정한 흔적이 별로 없으면 대가를 받기가 미안해지는게 인지상정이니까]:

그래서 저자는 글을 너무 잘 써서 수정할 부분이 별로 없는 글이 부담스럽다고 한다. 내가 업으로 삼고 있는 분야에서는 학부 혹은 석사를 졸업하고 지정된 기관에서 수련을 받는 제도가 있다. 수련을 받는 이는 수련생이고, 수련을 감독하는 자는 당연히 수련감독자라고 부른다. 이 때, 수련생은 자신이 검사한 환자에 대한 보고서를 수련감독자에게 슈퍼비전을 받아야 한다. 슈퍼비전을 하는 정도는 정해져 있지 않아서, 수련감독자에 따라 슈퍼비전의 방향이 천차만별이다.

뭐라도 수정해야 슈퍼비전을 했다고 생각하는 수련감독자는 빨간 줄을 긋고 무엇이든 수정해 오라고 한다. 그리고는 슈퍼비전을 성실하게 했다고 어필한다.

아무리 슈퍼바이저라도 검사를 한 사람은 수련생이기에 최대한 존중하려고 노력하고, 크게 엇나가는 정도가 아니면 수정을 하지 않는다. 대신 다음에는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보길 권하고, 이에 관련된 과제를 낸다.

나는 후자였다. 정말 세상은 수정한 흔적이 별로 없으면 일을 안 했다고 생각하나 보다. 나는 참 부단히 봤는데 말이다. 그리고 충분히 논의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알고 모르고를 확신할 수 없다면 안다고 말할 수 없을 텐데] 요즘은 아주 조금 아는 것에 대해서도 넘치게 아는 것처럼 내세우는 이들이 우위에 선다. 나의 겸손은 무식함이 되고 나약함이 되어 옥죄는 사슬로 돌아온다. 결국 [나 자신이 문젯거리였다] 그래서 나는 그냥 실무자로 내 일하면서 사는 게 맞다. 힘든 시간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다.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삶의 두께였다] 그래서 크고 두려운 날들은 이제 나도 손절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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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20만 부 기념 윈터 에디션)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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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10일 수요일

The April Bookclub

 

소크라테스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새벽정오황혼으로 나누어 그에 맞는 철학자들을 넣었다.

새벽에는 꾸준하게 앞을 향해 가는 성실함

정오에는 인생의 황혼기로 즐기고 싸우고 투쟁

황혼에는 어떻게 늙어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철학자들의 일상을 보는 것 같아서 좋았다작가가 타고 가는 그 기차도 철학자들의 삶과 닮아 있었다기차가 가진 철학적 의미를 통감하며 읽어야 한다.

 

500쪽 분량의 책이지만 가독력이 좋아서 술술 읽힌다그런데 술술 읽힌 만큼 에너지가 소비되는 것은 왜 그런 것이냐읽고 나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것은 왜 그런 것이냐다음은 철학자별 마음을 끈 문구들을 정리해봤다.

 

마르쿠스아우렐리우스

아침에 잠에서 깨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할 것오늘 네가 만날 사람들은 주제넘고 배은망덕하고 오만하고 시샘이 많고 무례할 것이다타인은 지옥이다마르쿠스는 골치 아픈 사람에게서 영향력을 빼앗으라고 제안한다나의 삶에 영향을 미칠 자격을 빼앗을 것다른 사람은 나를 해칠 수 없다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나를 해칠 수 없기 때문이다왜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신경쓰는 걸까생각은 당연히 내 머리가 아니라 그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인데이런 끔찍한 불평불만과 원숭이 같은 삶은 이걸로 충분하다너는 오늘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하지만 너는 그러는 대신 내일을 택한다.

 

사명은 내부에서의무는 외부에서 온다사명감에서 나온 행동은 자신과 타인을 드높이기 위한 자발적 행동이다의무감에서 나온 행동은 부정적인 결과에서 스스로를오로지 스스로만을 보호하려는 행동이다.

 

소크라테스

명백해 보이는 문제일수록 더 시급하게 물어야 한다형언할 수 없는 것을 직감할 때 통찰의 순간이 찾아왔다.

사람들은 왜곡된 현실을 유일한 현실로 착각한다심지어 자신이 안 맞는 안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좋은 질문은 문제의 프레임을 다시 짜서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루소

걷다 Walk : 굽이치고 요동치다태초에는 발이 있었다걷기는 자극과 휴식노력과 게으름 사이의 정확한 균형을 제공한다.

우리가 두 번째로 발을 담그는 강물은 절대로 전과 같은 강물이 아니며우리 자신도 전과 같은 우리가 아니다.

 

소로

좋은 철학은 좋은 전구처럼 방 안을 환히 밝힌다코키토에르고 숨 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한다고로 존재한다.

보는 것에서 무엇을 보았을까어떤 대상을 이해하는 것을 멈출 때에야 나는 비로소 그 대상을 보기 시작한다가끔은 주변을 살피거나 탐구하지 말고무언가를 열심히 보려 하지 말고온전히 자유롭게 걸어야 한다무엇이든 제대로 보려면 거리를 두어야 한다.

 

쇼펜하우어

소음에 정신이 팔린 사람은 음악을 듣지 못한다전경과 배경의 분리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저마다 자기 정신에서 현실을 구성한다는 의미다각자의 도식을 가지고 세상을 인식하고 바라본다.

 

쇼펜하우어는 다른 동물인 고슴도치의 도움을 받아 인간관계를 설명한다추운 겨울날 한 무리의 고슴도치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자고슴도치들은 얼어 죽지 않으려고 서로 가까이 붙어 서서 옆 친구의 체온으로 몸을 덥힌다하지만 너무 가까이 붙으면 가시에 찔리고 만다쇼펜하우어는 고슴도치들이 두 악마 사이를 오가며” 붙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서로 견딜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거리를 발견한다고 말한다오늘날 고슴도치의 딜레마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딜레마는 우리 인간의 딜레마이기도 하다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타인을 필요로 하지만 타인은 우리를 해칠 수 있다관계는 끊임없는 궤도 수정을 요하며매우 노련한 조종사조차 가끔씩 가시에 찔린다.

 

그래서 우리가 신파 영화를 보거나 레너드 코헨의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극적인 사건에 덜 몰입하면 어딘가에 메이지 않고 감정 그 자체를 경험할 수 있으며슬픔 안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그 음악은 내 슬픈 기분과 잘 어울리고 내 감정을 인정해주지만 한편으로는 슬픔의 원인과 거리를 두게 도와주기도 한다나는 슬픔을 삼키지 않은 채또는 슬픔에 삼켜지지 않은 채 슬픔을 경험할 수 있다그 씁쓸함을 음미할 수 있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그리고 마음껏 운다적당한 거리를 둔 슬픔 체험이다그곳에서 거기를 둔 슬픔을 온몸으로 경험한다그때에서야 비로소 음미할 수 있다.

 

에피쿠로스

사람들은 해롭지 않은 것을 두려워하고 필요하지 않은 것을 욕망한다.

우리는 습관의 폭압에서 벗어나려고 여행을 한다.: 그래서 여행을 하는구나.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고 상상해보자의사를 불렀더니 의사가 즉시 포도 한 접시를 권한다뭔가 문제인가포도는 우리를 즐겁게 하는데그렇지 않은가이게 다 당신이 불필요한 욕망을 필요한 욕망으로 착각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시몬베유

기다린다속도는 조급함을 낳는다기다릴 줄 아는 능력은 삶의 속도와 반비례하여 줄어든다.

조급함은 미래를 향한 탐욕이다인내는 시간에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우리가 가장 귀중한 선물을 얻는 것은 그것을 찾아나설 때가 아니라 그것을 기다릴때다관심의 반대말은 산만함이 아니라 조급함이다.

지금 당장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 바로 현실이다우리가 주의를 기울인 것만이 우리 앞에 존재한다관심의 질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

 

우리는 원대한 아이디어를 낚아채려고 열심히 사람들에게서 이러한 심리 상태를 본다그들은 원대한 아이디어가 자신을 그저 그런 사상가에서 선구자격 사상가로 바꿔주길 바란다그들은 아이디어를 숙고하는 것보다 포장하는 데 더 관심이 많고아이디어가 충분히 무르익기도 전에 세상에 내보밴다.

 

머독은 그날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불안과 분노를 느끼며 창문밖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때 하늘을 나는 황조롱이 한 마리가 보였다한순간에 모든 것이 바뀐다자만심에 상처 입은 음울한 자신은 사라졌다이제 황조롱이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다시 내 생각으로 돌아왔을 때다른 문제들은 전만큼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간디

끝난 것처럼 보이는 논쟁이 어쩌면 그저 다른 갈등 상황의 시작일 수도 있다베일을 쓴 폭력

 

파트너를 반대자로 보는가적으로 보는가만약 적으로 본다는 그건 문제다간디에게는 반대자가 많았지만 적은 없었다목표는 비난이 아니라 변화이므로.

 

공자

배우고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

어진 사람은 행동거지가 수수하고 말을 느리게 한다.

 

니체

과거의 삶을 멀리 내던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영원회귀를 매일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준으로 삼아보라당신은 지금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정말로 그 데킬라를 다 마시고 영원한 숙취에 시달리고 싶은가영원회귀는 자기 삶을 무자비하게 검사할 것을 요구한다그리고 다음과 같이 질문하게 한다영원히 가치 있는 일은 무엇인가영원회귀는 우리의 환상을 벗겨내고 우리의 성취가 거짓임을 드러낸다.

 

에픽테토스

스토아철학은 몇 번의 전투를 이겨내고패배도 몇 번 해보고상실도 경험해본 이들을 위한 철학이다크고 작은 인생 역경의 시기를 위한 철학이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유일한 것은 바로 두려움 그 자체해야 할 일을 하라그리고 일어날 일이 일어나게 두라자기 소설이 출간되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대신 자신이 쓸 수 있는 가장 훌륭하고 진실한 소설을 쓸 것그 이상도 이하도 바라지 말 것그러니 걱정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네가 말하고듣고걷고숨쉬고삼키는 능력을 잃었다고 상상해보라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함으로써 우리는 미래의 고난이 가진 영향력을 빼앗고 지금 가진 것에 더욱 감사할 수 있다우리는 어디에서나 그런 삶을 살 수 있다.

 

보부아르

카이로스딱 맞는 적절한 때/기투우리는 타인이 자유로운 만큼만 자유롭다./사실성/키케로

 

제한된 미래와 얼어붙은 과거이게 바로 노인들이 맞이하는 상황이다많은 경우 이 상황은 노인들을 마비시킨다모든 계획이 이미 수행되었거나 폐기되었고삶은 스스로 제 문을 닫는다그 무엇도 자신의 존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노인들은 더 이상 그 무엇도 할 것이 없다.

 

수용은 체념과 다르다체념은 수용을 가장한 저항이다무언가를 받아들이는 척하는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척하는 것과 같다.

 

소냐에게.

모든 것을 특히 너 자신의 질문을 물으렴경이로워하며 세상을 바라보렴경건한 마음으로 세상과 대화하렴사랑을 담아 귀를 기울이렴절대로 배움을 멈추지 말렴모든 것을 하되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가지렴네가 원하는 모든 높이의 다리를 건녀렴네가 가진 시시포스의 돌덩이를 저주하지 마렴받아들이렴사랑하렴.

 

몽테뉴

내 자리에 익숙해지자마자 다시 쫒겨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커다란 아름다움은 커다란 고통에서 나온다.

 

눈 돌리는 곳마다 시선 끝에 책이 보이는 것을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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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유서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손화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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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유서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소피의 세계 저자가 낸 신작이란다. 생각할 것도 없이 주문했다.

 

책을 구매하는 것에는 단순히 구매를 넘어 보는 것을 통해 내 안에 마음의 통로를 연다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보통 어디가 더 싼지, 포인트를 어떻게 주는지에 관한 생각을 내려놓고, 20년을 그냥 끌려서 이용하는 곳이 바로 알라딘이다. 아마도 온라인 도서 구매라는 개념이 생기고, 알라딘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사용했을 것이다. 그렇게 약 이십여 년 정도 이용하고 있다. 홈쇼핑에서는 물건을 구입하고 나면 상술의 목적으로 값을 깎아주는 대신 포인트로 돌려주는 방식을 택하는 곳이 있다. 그리고 친절하게 포인트를 사용하라고 알림이 온다. 그러면 들어가서 그 포인트로 책을 살 수 있는 곳이라면 책을 주문한다. 정규분포에서 벗어난 정도가 아니라 결측치 정도의 확률로 알라딘이 아닌 곳에서 책을 구매하는 경우가 이렇게 발생한다.

 

소피의 세계는 정말 잘 쓴 책이다. 어떻게 한 사람이 저 다양한 지식을 겸비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지? 라고 감탄을 넘은 경외심을 가지게 만드는 책이다. 그런 저자가 쓴 책이라면 당연히 사야 한다. 이번 책은 분량이 작다. 200쪽이 채 되지 않고, 글 밥도 적다.

 

20218월에 1쇄 된 2009년의 이야기. 이런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저자의 선명한 기억을 되짚는 것 같은 흐름, 좋다. 2009423일과 24일 단 이틀의 이야기를 할 것 같지만, 아니다. 사랑하는 이들이 만나서 가족으로 산 삶 전체를 다루고 있다. 한 남자의 사랑에 대한 회고록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듯하다. 그리고 자신에게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았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삶과 죽음에 대한 짧은 기록이다.

 

200쪽도 안 되는 분량, 글자수도 많지 않다. 그런데 페이지를 더해갈수록 뻔하고 재미없어진다. 200쪽도 많은 감이 있고, 쳇바퀴 돌 듯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도 같다. 뭘 말하려는 걸까? 죽음보다 더한 가족에 대한 사랑? 남자의 외도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사랑을 통해 죽음을 향한 부드러워진 삶?

 

밑줄이나 끄적임은 없었다. 뭔가 밋밋했다. 그러다 어쩌려는 걸까.라는 생각에까지 이르고,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감흥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을 바라보는 다른 이의 시선을 통해서야 정체성을 알아가고, 다시 읽게 된다. 꼭 다른 이의 시선도 함께 맞이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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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 (25만 부 기념 퍼플 에디션)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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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읽고

 

매트 헤이그 지음/노진선 옮김

 

 

 노라는 지쳤다. 삶에 버려진 것 같았다. 삶의 끈을 놓았다. 그런데 눈을 뜬 그곳은 죽음도 삶도 아닌 도서관이었다. 도서관에는 노라는 것이 살아가면서 결정을 할 때마다 생긴 후회로 만들어진 책들이 꽂혀 있었다. 도서관에서 어떤 순간이 후회되는지에 대해 말하고, 책의 첫 장을 읽으면 그녀는 수정된 삶 속의 노라는 것이 된다. 원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돌아와 또 다른 노라는 연기한다. 그러다 원하는 삶을 찾았다고 여겨 그곳에 자신을 우겨 넣어보지만, 결국엔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오고 만다. 그리고 깨닫는다. 자신이 후회의 삶이라 여겼던, 그래서 포기했던 원래의 삶도 다른 이에게 희망을 주며 의미 있게 살았던 생이었음을. 그리고 다시 그녀의 가족이 있고, 이웃이 있고, 미래가 있고, 자신이 있는 삶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이 단순하면서도 당연한 이야기를 모른 채 살아간다. 삶을 온전히 바라보고 희망을 찾으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이 단순한 명제를 놓아버린 채 살고 있다.

 

일요일 오후,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소파 테이블 위에 놓인 귤을 까먹는다. 무엇을 먹어도 사라지지 않는 마음속 허기를 느낀다. 도래할 시간 앞에서 막막해짐을 어찌하지 못한 채로 회사에 나가길 반복한다.

 

충분한 음식, 충분한 돈, 충분한 문화. 우리는 충분한데 행복하지 않다. 왜 그럴까? 많은 것을 가지고도 느낌 없는 길을 걸은 지 오래다. 충분한 거로는 이미 부족해져 버린 사람이 되어 버렸다. 보란 듯이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있으면서 왜 힘들어할까. 그렇게 힘들어 울다 주변을 보면, 온통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울고 있는 우물 안 개구리들. 우리는 왜 이러한 곳에 제 발로 걸어 들어와 울어대고만 있는 것일까.

 

안다. 누군가를 밟기 위해 시간을 쓰고, 짓밟는 행동을 하며 인생을 사는 이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비방과 비난이 난무하는 곳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애쓰지만, 마음속은 수없이 떨어져 나가고, 흘러내린다는 것을. 결국 스스로 밟혀도 되는 존재가 되도록 놓아버리고 만다. 회사에 나가기 전날이면 잠이 쉬이 오지 않고, 이 마음이 언제쯤 증발하는지 보라는 냥으로 베개를 적시는 일이 반복된다. 분명 응원하는 이들이 있는데도, 비난하는 이들로 인해 마음 졸이며 아파한다.

 

그런 때, 내가 그리고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절망으로 몰아가는 어둠 속에서도 싹을 트고 줄기를 뻗을 용기이다. 그 용기를 얻기 위해서는 표면적인 해결책이 아닌 자신의 마음에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런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이 나를 찾아온다. 그래서 내 일 하기에도 바빠요라고 그들을 내치기엔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응하게 된다.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공격에 싸울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될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인가. 그리고 그들은 현실의 어느 것 하나 바뀌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성장을 하고 내면을 치유하여 밝은 모습을 되찾아 다시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선다.

 

 

지금으로도 충분하다고 깨닫게 해줄 누군가와 장소는 바로 여기에 있어야 한다. 힘듦을 대신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그 힘듦에 경청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만 거기에서 나와라. 더는 그곳에 머물지 말아라. 우리 같이 살자.’라고 말해줄 곳. 수많은 후회와 회한의 점철 속에서 나를 일으켜 줄 불씨 하나를 바라는 것이다.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행복의 반짝임을 던져주고 싶은 소망을 하면서 나도 다시 삶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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