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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6년 1월
평점 :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 지음
교정·교열을 하기 위한 필수 책이라기보다는 퇴고하는 과정에서 참고할 정도로 생각하면 좋겠다. 저자는 기계식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기에 문장력보다는 문법을 잘한다(그런데 ‘동사의 맛’은 문장력도 좋다......). 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맞춤법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그런 것보다는 이 곳 저 곳의 깊기도 하고 얕기도 한 어지러진 무형을 정리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크다. 그래도 맞춤법이 글을 읽는 것을 방해하는 정도까지는 가고 싶지 않다. 그런 정도에서 한 번 쭉 읽어보고 새겨두면 좋을 것이 몇몇 있다. 그 중 하나가 ‘적의의 것들’이다.
[적의의 것들]만 생각해도 우리가 쓴 글이 새롭게 탄생한다. 전공을 살려서 오랜 시간 생활해 온 나는 ‘적’을 특히 많이 사용한다. 온갖 것에 적을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보고서가 된다. 그렇게 배웠고, 의심없이 써왔다. 의심하기 시작하면 그동안의 보고서를 모두 부정받는 것이므로 오늘도 나는 ‘적’과 ‘보여진다’를 무수히 많이 사용한다.
[제대로 했다 해도 수정한 흔적이 별로 없으면 대가를 받기가 미안해지는게 인지상정이니까]:
그래서 저자는 글을 너무 잘 써서 수정할 부분이 별로 없는 글이 부담스럽다고 한다. 내가 업으로 삼고 있는 분야에서는 학부 혹은 석사를 졸업하고 지정된 기관에서 수련을 받는 제도가 있다. 수련을 받는 이는 수련생이고, 수련을 감독하는 자는 당연히 수련감독자라고 부른다. 이 때, 수련생은 자신이 검사한 환자에 대한 보고서를 수련감독자에게 슈퍼비전을 받아야 한다. 슈퍼비전을 하는 정도는 정해져 있지 않아서, 수련감독자에 따라 슈퍼비전의 방향이 천차만별이다.
뭐라도 수정해야 슈퍼비전을 했다고 생각하는 수련감독자는 빨간 줄을 긋고 무엇이든 수정해 오라고 한다. 그리고는 슈퍼비전을 성실하게 했다고 어필한다.
아무리 슈퍼바이저라도 검사를 한 사람은 수련생이기에 최대한 존중하려고 노력하고, 크게 엇나가는 정도가 아니면 수정을 하지 않는다. 대신 다음에는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보길 권하고, 이에 관련된 과제를 낸다.
나는 후자였다. 정말 세상은 수정한 흔적이 별로 없으면 일을 안 했다고 생각하나 보다. 나는 참 부단히 봤는데 말이다. 그리고 충분히 논의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알고 모르고’를 확신할 수 없다면 안다고 말할 수 없을 텐데] 요즘은 아주 조금 아는 것에 대해서도 넘치게 아는 것처럼 내세우는 이들이 우위에 선다. 나의 겸손은 무식함이 되고 나약함이 되어 옥죄는 사슬로 돌아온다. 결국 [나 자신이 문젯거리였다] 그래서 나는 그냥 실무자로 내 일하면서 사는 게 맞다. 힘든 시간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다.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삶의 두께였다] 그래서 크고 두려운 날들은 이제 나도 손절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