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밤의 유서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손화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8월
평점 :
밤의 유서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소피의 세계 저자가 낸 신작이란다. 생각할 것도 없이 주문했다.
책을 구매하는 것에는 단순히 구매를 넘어 보는 것을 통해 내 안에 마음의 통로를 연다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보통 어디가 더 싼지, 포인트를 어떻게 주는지에 관한 생각을 내려놓고, 근 20년을 그냥 끌려서 이용하는 곳이 바로 알라딘이다. 아마도 온라인 도서 구매라는 개념이 생기고, 알라딘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사용했을 것이다. 그렇게 약 이십여 년 정도 이용하고 있다. 홈쇼핑에서는 물건을 구입하고 나면 상술의 목적으로 값을 깎아주는 대신 포인트로 돌려주는 방식을 택하는 곳이 있다. 그리고 친절하게 포인트를 사용하라고 알림이 온다. 그러면 들어가서 그 포인트로 책을 살 수 있는 곳이라면 책을 주문한다. 정규분포에서 벗어난 정도가 아니라 결측치 정도의 확률로 알라딘이 아닌 곳에서 책을 구매하는 경우가 이렇게 발생한다.
소피의 세계는 정말 잘 쓴 책이다. 어떻게 한 사람이 저 다양한 지식을 겸비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지? 라고 감탄을 넘은 경외심을 가지게 만드는 책이다. 그런 저자가 쓴 책이라면 당연히 사야 한다. 이번 책은 분량이 작다. 200쪽이 채 되지 않고, 글 밥도 적다.
2021년 8월에 1쇄 된 2009년의 이야기. 이런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저자의 선명한 기억을 되짚는 것 같은 흐름, 좋다. 2009년 4월 23일과 24일 단 이틀의 이야기를 할 것 같지만, 아니다. 사랑하는 이들이 만나서 가족으로 산 삶 전체를 다루고 있다. 한 남자의 사랑에 대한 회고록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듯하다. 그리고 자신에게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았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삶과 죽음에 대한 짧은 기록이다.
200쪽도 안 되는 분량, 글자수도 많지 않다. 그런데 페이지를 더해갈수록 뻔하고 재미없어진다. 200쪽도 많은 감이 있고, 쳇바퀴 돌 듯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도 같다. 뭘 말하려는 걸까? 죽음보다 더한 가족에 대한 사랑? 남자의 외도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사랑을 통해 죽음을 향한 부드러워진 삶?
밑줄이나 끄적임은 없었다. 뭔가 밋밋했다. 그러다 어쩌려는 걸까.라는 생각에까지 이르고,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감흥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을 바라보는 다른 이의 시선을 통해서야 정체성을 알아가고, 다시 읽게 된다. 꼭 다른 이의 시선도 함께 맞이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