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저희 아들 졸업식이었습니다.

서울서 할머니가 내려오시고, 저는 하루 대진의를 두고 참석했습니다. (덕분에 이번주는 월화수목일토일)

다른 학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희 때는 없었던 장면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졸업생들에게 한복을 입고 오게 한 것이었구요, (그런데 오랜시간 한복만 입고 있는건 좀 너무 추웠습니다.)

또하나는 전체를 놓고 하는 '교장선생님 말씀'이나 '내빈 말씀' 같은 것이 없는 대신, 장래 희망을 적은 명찰을 달게 하고는,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전체 선생님들과 내빈들이 한줄로 도열해 있고, 학생들이 한사람 한사람 나와서 졸업장을 받고 선생님들과 내빈들의 축하를 차례로 받는 것이었습니다. 학생 한사람 한사람에게 맞는 덕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린 것만 빼면...)

 

사진을 찍기 위해 선생님들 뒤에 서서 기다리면서 아이들의 장래 희망을 유심히 보았는데, 어째 '창의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 생각해 보면 우리 때도 그랬 던 것 같습니다만..) 

남학생은 사분의 일이 의사, 한의사, 수의사, 또 사분의 일이 판사, 변호사 등의 전문직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또 한 반에 한두명은 '축구 선수'를 희망했습니다. 가끔씩 과학자나 엔지니어, 사업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볼 때 상당히 유망한데 전문 통역가는 한 명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여학생은 공부가 좋은(?) 아이들은 '선생님', 공부가 싫은(?) 아이들은 '디자이너'로 대부분 썼구요, 그밖에 아나운서, 의사, 변호사 등도 있었습니다.

가장 격려를 많이 받은 학생은 '빵집 주인'을 쓴 여학생과 '요리사'를 쓴 남학생이었습니다. ^^

 

우리 애는 무어라 썼냐면.....  "" 국회의원"" !!!

왜 그런 생각을 했냐고 물었더니, 첨엔 돈을 잘 버는 줄 알고 썼는데, 그게 아니란 걸 안 이후에도 국회의원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신기해 하니까 그냥 밀고 나간다고 합니다. (요즘 누가 정치인 하겠다고 하나요? 아이들도 국회의원 하면 안좋은 줄 아는지, 우리애 말고는 아무도 없었답니다.)

졸업식 때 내빈 중에 진짜 국회의원이 있었는데, 유일하게 '국회의원'으로 쓴 우리 아들을 붙잡고 3분정도나 국회의원이 하는 일, 국회의원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자기는 무슨 당 소속인지를 열심히 설명하더랍니다. 얼마나 반가왔겠어요?  --;;

저도 나름대로 '국회의원'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되려면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하는거야. 선거때 너를 스스로 돕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국회의원 되려면 많이 알아야 해.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사회 문제에 관심도 많이 가져야 하고...'

'국회의원 되려면 나중에 떳떳하지 못할 일은 하지 말아야 해. 당장은 그냥 넘어갈 지 몰라도, 두고두고 너의 평판에 따라다니니까..'

'국회의원 되려면 자기 앞가림을 할 줄 알아야 해. 남한테 손벌리지 않으려면 네가 능력을 키워서 돈 벌어야지.'

 

ㅋㅋㅋㅋ 조금 있으면 아마 우리 애도 국회의원 되는거 포기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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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muko 2004-02-14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아이가 어려서 잘 모릅니다만 참 흐뭇하실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그저 친구들이랑 사진 한장 더 찍고 얼른 놀아야지 하는 생각밖에 못 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정말로 국회의원이 그런 바른 존재라면 좋겠네요 ^^

pumori 2004-02-16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참 재밌는 부모님이시네요.

ceylontea 2004-02-16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중학생 학부모가 되셨네요... ^^
 

책 읽는 방법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하루나 며칠 정도의 여행 일정이라도 우리는 보통 여행지에 관련한 정보를 필요로 한다. 초행길을 직접 운전해가야 하는 경우에는 대개 지도까지도 준비해 검토하곤 한다. 사전준비는 예기치 못한 불행을 막아주기도 하고 여행 일정을 내실 있게 해주기도 하니까.

기약이 된 짧은 여행에서도 여행지에 관련한 선지식을 요구하는데, 하물며 기약 없이 먼 길을 떠나는 이에게는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몇 백년이나 몇 천년 전의 동서양 선인의 흔적을 여행하는 독자에게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독자는 그들 선인의 자취를 책이나 기타 기록물 읽기를 통해서만 겨우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독자가 무한한 시공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자는 과연 무엇일까. 해답은 독서법이라 생각한다. 누구를 왜 만나러가야 하느냐에 따라 물론 안내자는 달라져야 한다. 독서의 목적에 따라 알맞는 독서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다.

백금산의 <책 읽는 방법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는 독서목적에 맞는 방법으로 읽는 것이 훌륭한 독서법임을 알려준다.

저자가 말한 독서목적과 독서방법에 관련한 내용을 살펴본다. 머리말에서 중요한 부분을 줄여 인용한다.

"독서의 목적에는 세 가지가 있다. 즐거움을 얻기 위한 독서, 인격성숙을 위한 독서, 정보를 얻기 위한 독서 등이다.

독서의 방법은 기준에 따라 다르나 대개 14가지로 나눌 수 있다. 독서할 때 입의 사용여부에 따라 음독과 묵독, 독서하는 속도에 따라 정독과 속독, 독서하는 분량에 따라 소독과 다독, 독서의 반복여부에 따라 일독과 재독, 독서의 범위에 따라 완독과 부분독, 독서하는 태도에 따라 숙독과 개관독, 독서의 방식에 따라 분석독과 종합독 등으로 각각 나눌 수 있다.

이외에도 독서의 여러 기준에 따라 수많은 독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인격성숙(내면적 성숙)이나 신앙성숙(영적성숙)을 위해서는 철저히 읽기(정독)와 반복 읽기(재독)가 가장 적합한 독서법이며, 전문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많이 읽기(다독)와 빨리 읽기(속독)가 가장 적절한 방법이다."


한 가지 독서법을 고수하는 것은 최선이 아님을 피력했다. 달리 표현하면 독서의 목적에 따라 적시에 적합한 방법으로 읽어야 함을 말한다.

저자는 목회자(목사)로 세미나에서 독서법 특강을 여러 번 한 적이 있는 경험자이다. 몇 권의 저서와 번역서도 냈던 인물이다. 독서법에 지대한 관심을 쏟았던 만큼 독서인구확대에의 열정도 대단하다. 그의 독서열정과 본서 저술 목적과도 관련 있는 대목이 있어 인용한다.

"이제 독자와 함께 독서법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겠습니다. 좀더 상세하고 완벽한 독서가이드 북은 차후를 기약하며 지금 당장 독서의 세계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거친 독서지도 한 장을 그려보았습니다. 광야를 헤매는 것과 같은 독서여행을 떠나는 독자에게 거친 지도를 들고 독서의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기쁨을 얻게 되기를 바라며(후략)"

머리말의 끝부분이다. 겸손과 열정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불완전한 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독자의 어려움을 우위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목회자로서 사랑의 실천을 강력히 보여주는 장면인 듯하다. 사랑을 실천에 옮기는 용기가 몹시 부럽다.

전체를 세 개의 장으로 나누었다. '제1장 독서법의 기본기를 철저히 마스터하라, 제2장 평생 인격성숙을 위한 독서법, 어떻게 할 것인가, 제3장 전문지식을 얻기 위한 독서법,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이다. 각장은 저마다 항과 목 등을 빼곡히 두어 다 소개할 수는 없다.

제1장에서는 독서의 이론 곧 모티머 애들러의 독서법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제2장에서는 독서의 실제를 다루고 있다. '인격 성숙이나 신앙성숙을 위한 독서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분석독서에서는 율곡 이이, 다산 정약용, 주자의 독서론, 스펄전의 독서론 등을 거론했다. 반복독서에서는 김득신, 유만주, 세종대왕 등을 언급했다. 암기독서로는 퇴계 이황을 들고 있다. 정독해야할 책으로는 성경을 으뜸으로 지목했다. 이는 저자의 신분과도 관계있는 듯 했다.

제3장도 독서의 실제를 다루고 있다.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한 실용적 독서란 무엇인가'를 중점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엘빈토플러, 톨스토이, 다치바나 다카시 등의 인용을 통해 전문가가 되려면 한 주제에 관련해 많은 책을 읽어야 함을 강조했다. 한국의 소설가 정을병, 일본의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 미국의 경영학 대부 피터 드러커, 알렉산더 대왕, 나폴레옹 등의 인용을 통해 지도자가 되려면 다양한 주제에 관련해 폭넓은 독서를 해야함을 강조했다.

본서의 가장 큰 장점은 장 밖의 내용으로 '글을 열며'와 '글을 닫으며'라는 란이다. 전체 내용의 핵심을 몇 면에 걸쳐 줄여서 소개하고 있다. 독자를 배려한 저자의 노력임이 절로 드러난다. 반드시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이어지는 장점은 참고문헌 소개를 들 수 있다. 저자의 윤리와도 관련 있는 요소다. 한권의 책을 쓰는 데는 숱한 여러 사람의 책을 참고하게 된다. 저자로서는 많은 다른 저자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저자자신의 양심을 독자에게 밝힌다. 당연한 일인데 대부분이 잘 이행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에 저자 백금산은 더욱 돋보인다.

아직도 준비 없이 낯선 곳을 여행하려는 이가 있는가? 주저 없이 지도를 챙겨라. 지금도 독서의 방향을 잃고 독서여행을 떠나려는 이가 있는가? <책 읽는 방법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를 일독하라. 말끔한 이정표가 당신을 안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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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중에 영어 테이프를 듣고 있는데 다음의 표현이 귀에 팍 꽂혔다.

"" I think I bit more than I can chew. ""

아무래도 요즘 내 처지를 꼭 맞게 표현한 것 같다.

 

그제, 어떤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대전지역에 '면학 분위기'를  고취하자는 취지에서 일종의 스터디 모임을 제안하는 것이었다.(기존의 '머쥐모임'과는 다른 모임)

모임 조건은 딱 하나, '제대로 공부할 사람들'이란다.

그러면서 대충 누구 누구의 책을 읽을거라고 예를 드는데, 솔직히 말해 그중에 하버마스 밖에 귀에 선뜻 들어오는 이름이 없었다. 

실력으로나 시간으로나 내 실정에 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유혹의 사과를 덥석 물고 말았다. --;;

필시 몇 개월 후면 도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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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2-14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진땀 뻘뻘. 다행이다. 처음 저 영문장을 보고는 어엉? 이게 뭔 소리냐? 싶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물어봐야 하나...엠파스 가서 영어 사전을 뒤져야 하나...고민했는데, 글을 다 읽고 나니 해석이 되는군요. 음하하하!(어, 여기서 이렇게 자랑스럽게 웃으면 안 되는데.)
도태되더라도...몇 개월 간 많은 걸 얻으시길 바랍니다.

가을산 2004-02-14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진우맘님, 위로해주셔서 고마워요. 서바이벌 하도록 노력은 해보겠슴당!

明卵 2004-02-14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걱정마셔요. 입에 한번 물었다고 그걸 그대로 우적우적 씹어삼킬 필요는 없잖아요? ^^ 씹기 힘들어지면 손에 잠시 들고 한숨 돌린 다음에 조금씩 조금씩 먹을 수도 있는 겁니다. 만약 처음에 무턱대고 물지 않았다면, 먹을 수도 없는 거죠. 일단 입속에 들어왔으니 어떤 방법으로 먹는지는 가을산님 마음이예요. 분명히 가을산님은 조절을 잘 해서 멋지게 서바이벌! 하실겁니다~ 화이팅!

가을산 2004-02-14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명란님, 멋진 조언이네요.
언젠가 우리 아들에게 써먹어야지.. ㅎㅎㅎ

마립간 2004-02-14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남이 먹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새로 갖게 되는 모임에게 읽게 되는 책도 소개해 주세요. 저는 그냥 냄새 정도만 맡게요.

가을산 2004-02-15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저녁 첫 모임입니다. 우선 무얼 할건지 분위기나 보고 오겠습니다. 전해드릴 만한 내용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ceylontea 2004-02-16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끊임없이 노력하시고 공부하시는 가을산님.. 그 정신이 존경스럽고... 응원도 드리고 싶습니다.

sweetmagic 2004-08-27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오마이뉴스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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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으로 읽는 논증의 오류

웹 이슈를 통해 <논리학 입문> (어빙 코피) 읽기                             이강룡(readme) 기자  

▲ 어빙 코피, <논리학 입문>
ⓒ2004 이론과실천
‘논증도 인간과 같아서 겉만 차려입은 경우가 자주 있다.’ (플라톤)

논리학이란 기준과 증명에 관한 이론이며, 좋은(정확한) 추론과 나쁜(부정확한) 추론을 구분해 주는 방법과 원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어빙 코피, <논리학 입문>, 이론과실천)

논증이란 하나 이상의 전제와 하나의 결론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러 개의 명제로 이루어진 문장이라고 해서 모두가 논증인 것은 아니다. 신문이나 잡지, 역사책은 주장들로 가득 차 있지만 그 주장들이 논증인 경우는 별로 없다. 여러 개의 명제들로 되어 있다는 것은 그것이 논증이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같은 책, 31쪽)


난 고등학교 때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구별하는 방법으로, 전제와 결론 사이를 화살표가 가로 지르는데, 화살표에 맞는 쪽이 피가 흐르니까 그 쪽이 상대 쪽의 필요조건이라고 배웠다. 그렇게 가르치는 교사가 이제는 없기를….

연역적 방법과 귀납적 방법

논증은 어떤 결론을 ‘도출’ 하는 과정에 주목하는데 전통적으로 크게 두 가지 종류의 도출 방법이 있다. 연역법과 귀납법이다. 연역논증의 경우 ‘옳은 논증’ 과 ‘옳지 않은 논증’ 이란 말 대신 ‘타당한 논증’과 ‘부당한 논증’ 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귀납논증은, 그 전제들이 ‘결론은 진리’ 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근거라는 주장을 담고 있는 게 아니라 전제들이 ‘결론이 진리라는 상당한 근거가 된다’ 는 주장만을 담고 있다. (같은 책, 40쪽)


쉽게 말하자면, 연역법이란 일반적인 사실에서 특수한 경우를 도출하는 방법이고, 귀납법은 특수한 몇 개의 사례를 통해 어떤 사실을 일반화하는 방법이다. ‘아마도’ 란 수식이 붙는다면 그것은 귀납적인 방법인 셈이다. 연역은 타당하거나 부당하지만, 귀납은 타당할 수도 부당할 수도 있다.

오류의 사례

연역적인 방법이든 귀납적인 방법이든 어떤 논증에는 늘 오류의 위험성이 내포돼 있다. 오류란 일종의 옳지 못한 추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회자가 따로 없는 온라인 토론의 경우, 수많은 오류들을 네티즌 스스로 걸러내며 읽어야 하는 부담이 매우 크고, 포털 사이트의 뉴스 섹션에 노출되는 각종 기사들에도 오류가 많이 발견되기 때문에, 오류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듯 하다. 어쩌면 이 글 안에도 적지 않은 오류가 담겨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흔히 겪는 오류들을 살펴보자.

1. 인신공격

주장하는 내용을 반박하지 않고 그 주장을 펴는 사람을 공격할 때 범하는 오류다. 인신공격으로 얼룩지는 댓글 게시판을 보면 잘 알 수 있으리라.

2. 무지로부터의 논증

귀신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 사람이 아무도 없으므로 귀신이 있음에 틀림없다고 논증하는 경우다. 스포츠 신문 연예인 스캔들 기사나, ‘~카더라’ 식의 언론보도는 이를 악용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3. 연민에 호소

달변의 변호사와 미모의 여배우가 등장하는 법정 드라마에서 너무 자주 봤다. 영화 <시카고>에도 이런 장면이 나온다. 연민은 이성을 흐릿하게 만든다. ‘강도 얼짱’ 에 대한 관심은 얼짱 신드롬이 빚어낸 우리의 슬픈 자화상인데, ‘저렇게 예쁜 여자가 강도일리 없다’ 혹은 ‘자수시켜 마누라 삼고 싶다’ 고 말했던 네티즌에게 이 오류를 바친다.

4. 군중에 호소

군중집회에서 군중을 감정적으로 선동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어떤 방식으로든 선동한다는 점에서 ‘연민의 오류’와 꽤 비슷하다. 다수결의 맹점도 빼놓을 수 없다.

5. 권위에 호소

네티즌의 관심사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거나 연구하지 않은 소위 ‘전문가 칼럼’ 에 짜증났던 네티즌이라면 이런 종류의 오류를 잘 알 것이다.

6.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대표성을 충분히 띠지 못하는 사실에서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버리는 경우다. ‘K국이 방식’ 이라는 사이트로 인해 촉발된 한일 네티즌간의 감정 싸움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 문화를 비하한 것은 일본 네티즌 다수가 아니라 일부일 뿐이며, 이에 대응하여 일본 서버를 공격한 것도 소수의 한국 네티즌일 뿐이었다. ‘갑신왜란’ 이니 ‘사이버 한일전쟁’ 이니 하며 선정적이고 위험한 제목의 기사들을 쏟아낸 언론매체의 오류.

7. 복합질문

수사관 : 당신의 그 과대광고 결과 판매량은 많이 늘었습니까?
증인 : 아니오.
수사관 : 아하! 당신은 과대광고를 했다는 걸 인정하고 있군요. ( 같은 책, 127쪽 )

‘너 이제 경마장 안가지?’
‘훔친돈으로 자동차 샀니?’

같은 질문들은 그냥 ‘예’ 나 ‘아니오’ 라고 간단히 대답할 수 있는 단순한 질문이 아니다. 컴퓨터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하다가 종료할 때, 대화상자는 ‘예’, ‘아니오’ 외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경우의 수 ‘취소’를 묻는다. ‘취소’ 가 없다면 모든 프로그램은 오류에 빠져버릴 것이다. 대통령의 거부권도 사실 얼마나 불합리한가. 선별적인 거부는 없고 하나로 뭉뜽그린 ‘예’, ‘아니오’ 만 있으니 말이다.

8. 논점 일탈의 오류

‘펌’ 과 ‘펌’을 거치고, ‘댓글’의 ‘댓글’ 이 달리면서 논점은 흐려지고 논지에서 벗어난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기 일쑤다.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가장 쉽게 빠지는 오류다.

9. 결합의 오류

어떤 기계의 부품들이 모두 가벼운 것들이므로 그 기계 전체도 가벼울 것이라고 추론하는 경우이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와 비슷한데 다른 점이라면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는 점이다.

10. 분해의 오류

결합의 오류와 반대 경우다.

개는 흔히 볼 수 있다.
일본산 스파니엘은 개이다.
그러므로 일본산 스파니엘은 흔히 볼 수 있다. ( 같은 책, 144쪽 )

삼단 논법의 논증을 유심히 살펴보면, 흔히 첫 번째 가정(전제)에서 오류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11. 강조의 오류

‘우리는 우리의 친구들에 대해서 나쁘게 말해서는 안 된다.’

위의 문장에서 각 단어들을 강조해 보여줄 경우 의미가 서로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의도적으로 혹은 악의적으로 앞 뒤에 비슷한 내용을 배치하여 독자나 시청자의 혼란을 일으키는 방송 프로그램, 신문, 잡지 등에서 빈번하게 발견할 수 있다. 아마도 ‘편집’ 의 절차를 거치는 모든 온오프라인 매체가 안고 있을 오류일 것이다.

‘효리, 완전 자연산’
(...)
‘광어 좋아해.’

라는 <딴지일보> 의 한 구절은 강조의 오류를 익살로 활용한 경우다.

정확한 해답이나 대안을 제시하고 찾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이런 것을 도출하기 위한 노력으로 다양한 주장이나 논증에서 오류를 짚어내는 것은 그것만큼 어렵지는 않다. 전제가 참이라고 해도 거짓 결론이 도출될 수 있고, 전제가 거짓이라도 결론은 참이 될 수 있다. 내 시각과 의견을 바로잡아줄 사람 없이 홀로 참여해야 하는 웹의 특성상 웹에서는 확실히 오프라인보다는 오류에 빠질 여지가 많을 것이다. 오류를 피하는 데 정답이란 없다. 좀 아프겠지만 모니터 앞에선 눈을 좀 더 크게 뜨고 보는 수밖에.

이미 알고 있는 네티즌이 더 많겠지만, 아인슈타인이 냈다고 ‘전해지는’ 퀴즈를 인용하며 글을 맺는다. 논리학 입문서에도 종종 등장하는 문제이다.

1. 5채의 각각 다른 색깔의 집이 있다.
2. 각 집에는 각각 다른 국적의 사람이 산다.
3. 집주인들은 각각 다른 종류의 음료수를 마시고, 다른 종류의 담배를 피우며, 다른 종류(한종류)의 애완동물을 기른다.
4. 영국인은 빨간색 집에 산다.
5. 스웨덴인은 개를 기른다.
6. 덴마크인은 홍차를 마신다.
7. 녹색집은 흰색집 왼쪽에 위치한다.
8. 녹색집 사람은 커피를 마신다.
9. 풀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새를 기른다.
10. 노란색집 사람은 던힐 담배를 피운다.
11. 한가운데 사는 사람은 우유를 마신다.
12. 노르웨이인은 첫 번째 집에 산다.
13. 블랜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 옆집에 산다.
14. 말을 기르는 사람은 던힐 담배를 피우는 사람 옆집에 산다.
15. 블루매스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맥주를 마신다.
16. 독일인은 프린스담배를 피운다.
17. 노르웨이인은 파란색 집 옆집에 산다.
18. 블랜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물을 마시는 사람 옆집에 산다.
문제: 금붕어를 기르는 사람은 어느 나라 사람인가?


* 참조 도서 :

어빙 코피, <논리학 입문>, 이론과실천
김영필, <논리와 사고>, 울산대출판부
안재오, <논리의 탄생>, 철학과현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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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4-02-12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계산으로는 독일인이 금붕어를 키우는데 (30분 걸려 내린 결론인데) 하도 정신없어 재검토가 없이 보냅니다. 틀리면 개인 이메일로 알려주세요.

가을산 2004-02-13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10년쯤 전에 유행했던 문제인 것 같아서 이번엔 풀지 않았었는데, 마립간님 덕에 다시 풀어보았습니다.
마립간님 답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제가 풀어본 각 요소의 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노르웨이.......덴마크........영국........독일.........스웨덴
노랑...........파랑..........빨강........녹색.........흰색
물.............홍차..........우유........커피.........맥주
고양이.........말............새..........금붕어.......개
던힐...........블랜드........폴몰........프린스.......블루매스터




마립간 2004-02-13 0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구한 답과 같군요. 실은 생각으로 푼것이 아니고, 종이에 5x5 바둑판으로 만들고 종이를 오려서 칸에 채웠습니다. 종이 오리는데 25분 정도 걸렸고, 칸을 채워 답을 얻는데 1-2분 정도가 걸렸습니다. 아날로그(?)로 푼 것이 아니고, 디지탈(?)로 푼 것인데, 생각을 거의 하지 않고 답을 구했습니다.

진/우맘 2004-02-13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논리는 어려워.
제가 만난 사람들 중 대개, 자신이 논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사실 논리보다는 독단적이고 고집 센 사람들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제가 전혀 논리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관계로... 내 볼땐 논리가 아닌것도 논리라고 우기면 기가 죽는 성향이 있지요.
사실, 살아가면서 논리가 필요한 경우, 논리로 밝혀야 할 사건이나 사실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은데...사람들이 비논리적이라는 사실 보다는 그러면서도 아무데나 논리를 들이민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하하, 이 글도 뭔가 논리적인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가을산 2004-02-14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진우맘님, 재미있는 관점입니다. 물론 일리 있구요. ^^
대화나 토론이 진전이 없거나, 혹은 엉뚱한 결론을 주장하는 것은 대부분 논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논리 - 고의든 아니든 - 를 들이대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저도 일상 생활에는 그다지 논리적이지 못합니다. 특히 종합병원에서 수련의로 있을 때에는 비인간적일 정도로 논리적이고 사무적인 분위기에 치를 떨었습니다. 좀 덜 논리적(?)이고 인간적인 분야를 전공으로 선택한 것도 그래서였는지 모릅니다.

진/우맘 2004-02-14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덜 논리적이고 인간적인 분야는 과연 무엇일까요? 정신과? 산부인과? 재활의학과????

가을산 2004-02-14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 뭐시냐, "가정의학과"라고, 아주 가정적인 과가 있어요.

호랑녀 2004-02-14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궁금했습니다. 가정의학과시군요 ^^
도서실에 온 5학년 아이들과 함께 '전해지는' 문제 잘 풀었습니다.
저는 이런 문제를 잘 푸는 줄 알았는데, 아이들이 더 빠르더만요. 결정적인 단서는 아이들이 먼저 찾더만요. 그래도 답은 제가 더 빨랐습니다. 눈치가 빠른 고로...

가을산 2004-02-15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나요?
제 장래 희망은 아직도 '북카페 주인'이랍니다. 흐흐.. 선배님이라고 불러드려야겠죠? ^^
오늘 날이 밝으면 저도 우리 애들에게 풀어보라고 해봐야겠네요. 과연?

sweetmagic 2004-08-27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논리학 입문 하고싶어요 >ㅠ.ㅠ;;
 

1. 몇일 전 신문과 뉴스 보셨죠?  제주도에서 5만년 전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것...


 

 

 

 

 

이걸 두고 우리 민족의 기원이 북방계라는 학설을 '뒤집는' 증거가 발견되었다고 쓴 기사도 있습니다.

전 우리 민족이 '북방계냐?' '남방계냐?'라는 구분은 무의미한 것 같구요, 5만년 전에 인류가 살았던 흔적, 그것도 아주 희귀한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2. 사람 발자국 화석과 함께 코끼리, 말, 사슴 등의 발자국이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당시에는 황해바다가 육지였던 것은 아니냐? 라는 추측이 있는데요, 이것은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말입니다. 5만 년 전이면 마지막 빙하기의 끝무렵 쯤 해당하므로 해수면이 현재보다 현저히 낮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3. 한 지역에 인류(부족)의 이동은 한 차례가 아니라 여러 차례에 걸쳐 이루어집니다.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고대 문화나 인류의 이동을 이야기할 때에는 종종 간과되기도 합니다.

짧은 지식으로 판단하건데, 이런 부족의 이동과 문화/정치적 전파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아시아 지역)

먼저 남방계의 이주민이 먼저 자리 잡습니다. 그 후에 좀 더 발달한 신석기 말이나 청동기 시대의 북방계 이주민이 이동해 와서, 이 지역을 '정복' 합니다. 이와 함께 남방계의 생활양식과 문화는 흡수, 소멸됩니다.

1) 중국의 경우, 남쪽의 장강 문화가 황하문명에 통합된 것,
2) 우리 나라는 남쪽의 발자국 주인을 비롯한 가야, 신라 및 백제의 남방계 원주민에 이어서 북방계인 고구려와 백제 지배계층이 내려온 것,
3) 일본의 경우는 조몬문명을 일군 부족과, 그 후에 청동기 문명을 가지고 들어온 부족(이름은 생각 안남),
4) 인도의 경우, 남방계의 원주민, 그 후의 아시아계 '석가'족, 마지막으로 아리안족의 이동이 있었습니다.

 

4. 그런데, 왜 꼭 북방계 이주민이 남하하는 것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따뜻한 기후와 1년 내내 먹거리를 구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식품을 저장하거나 재화를 '비축'할 필요 없이 계절에 따라 이동하면서 부족 생활의 영위가 가능합니다. 부족 생활은 대부분 가족 친척 단위로 이루어지고, 의사 결정에 있어서도 구성원의 의사가 잘 반영되는, 상당히 평등한 구조였다고(또한 현재에도 그렇다고) 합니다. 식량을 구하기 위해 일하는 시간도 하루 2시간 남짓이면 되었습니다. 

그러나 북쪽 지역에서는, 기후가 온화한 시기에는 비슷한 생활을 할 수 있지만, 기후가 추워지면 식품의 '저장'이나 '비축', 이도 안되면 '훔칠' 필요까지도 생기게 됩니다. 열악한 기후의 부족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더 사냥하거나(이것도 한계가 있죠), 더 머리를 쓰거나(농경의 발견), 남보다 더 잘 싸워야(청동기, 철기의 이용)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농경이나 정벌에는 필연적으로 통제된 위계질서와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해서 부족 국가, 도시국가가 형성되고, 계급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도시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식량과 연료, 그리고 노동력이 공급되어야 합니다. 이들은 부족의 길러진 '힘'을 바탕으로 남쪽의 부족들을 공격해서 세력 범위를 넓힘과 동시에 식량, 연료, 인력을 공급 받습니다.

남쪽 지역의 부족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1) 살던 터전을 버리고 도망가거나,  2) 식량, 연료, 인력을 빼앗기면서 흡수되거나, 3) 저항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3)번 저항을 택한다 하더라도 그 방법이 침입자들과 같은 방법인 무력 증강과 통제된 리더십의 확립을 통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생활의 방식' 면에서는 어차피 동화되게 되어 있습니다. 

 

5. 요즘 세상에도 비슷한 원리가 작용 하는 것 같습니다.

경제 체제를 크게 보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상적인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개인은 능력껏 일하고, 생필품, 식량, 의료, 교육, 노후는 국가에서 보장해 주게 되어 있습니다. 구성원들은 (이론적으로) 평등합니다. 개인이 노후를 위해서나 자녀 교육을 위해서 돈을 벌어놓지 않아도 됩니다. 순수한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무척 마음 편하게 살 수 있겠지요. 그러나, 인간의 본성이 우리의 이성만큼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비효율과 관료주의의 병폐가 따릅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돈 놓고 돈 먹기' 아니면 'Fee for Service(일한 만큼 번다)' 입니다. 개인들이 노력해서 돈을 벌어서 아이들 교육도 시키고, 노후 생활도 대비하고, 생활도 꾸려가야 합니다. 그러니 제대로 살려면 열심히 일하고 아이디어를 개발해서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합니다. 이런 사회는 더 나은 써비스, 더 다양한 소비재, 더 발달된 과학기술을 제공하고, 한편으로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더 많은 소비를 하게끔 유혹해야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더 풍요로운 소비와 편리한 생활이 가능하지만, 이런 생활은 이 사회에서 '성공한' 일부 계층만 누릴 수 있고, 또 성공했다 하더라도 정신적인 풍요를 보장하지는 못할 겁니다.

이 두 경제체제가 경쟁을 한다면?

체제 경쟁이라는 것 자체가 두 경제체제의 본래 특성을 왜곡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 북방민족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위계질서와 계급을 형성했듯이 이 경우에도 효율적인 경쟁을 위해 본래의 순수한 사회주의나 시장의 자율성은 침해되고, 누가 되었든 독재적인 체제로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서 이러한 인위적인 왜곡을 배제하고 생각한다 하더라도,  이 두 체제 중에서 아무래도 인력과 자원을 최대한 이용하는 지본주의 쪽이 그 사회의 생산력이나 효율성, 그리고 국력 면에서 앞설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인위적인 개입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자본주의 체제가 살아남을겁니다.

6. 그런데, 순수한 자본주의, 혹은 순수한 사회주의 사회가 가능한가?

5번의 개념적인 체제와는 달리, 현실 세계에서 순수한 자본주의 국가나 순수한 사회주의 국가가 과연 존재하는가 하는 면에서는, 전 그런 국가는 존재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존재할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순수한 자본주의 국가에 가장 근접한 국가가 아마 미국이겠고, 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의 몰락, 그리고 저의 무식으로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국가 중에서 순수한 사회주의에 근접한 국가는 찾아보기가 매우 힘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 두 극단 중의 어디에서 두 체제의 절충을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국가에서 세금으로 유지하는 사회 간접 자본, 혹은 사회복지 제도는 사회의 사회주의적인 요소입니다. 국민연금, 의료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도 사회의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마련한, '행위별 임금 혹은 투자액 비례'와 무관한 사회의 안전망입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인데도 자본주의적인 시장 요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자본주의 국가인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는 사회주의 정당이 집권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국가를 사회주의 국가나 자본주의 국가로 양분하는 것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단지 그 사회가 처한 사회적인, 자연적인 환경에 따라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해서 이 두 요소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에 덧붙여서 한 개인이 사회주의 사상을 가졌다 해서 의혹을 가질 필요도 없고, '전향'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송두율 교수를 구속하는 것 같은 창피한 일은 이제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7. 저런, 발자국부터 시작해서 참 멀리도 왔군요. 한발자국만 더 가겠습니다.

각 구성원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옛날에 부족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도시국가 혹은 이에 뿌리를 둔 제국에 편입되었듯이( 위의 1), 2), 3) 중 어느 것을 선택하더라도 흡수되듯),  현재의 세계화 시대에 시장 중심 체제, 자본주의 체제를 외면하고는 국가별, 그리고 국가 내의 사회생활에서 살아남기가 매우 어렵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발자국 더 가고자 하는 이유는 이런 체제로 계속 갈 때 과연 인류가 (의미 있는 문명 생활을 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 지구가 과연 우리 자손 몇 세대나 지탱할 수 있을 것인지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지구를 지키기 위해' 환경 오염을 피해야 하고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건 참 웃기는 말입니다.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핵전쟁이 일어나거나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지 않는 한에는), 앞으로 최소 10억년은 지구와 지구 위의 생명체는 살아남을 것입니다. 

환경이 오염되고 자원이 고갈되고 기온이 급변할 때 곤란한 것은 지구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인간은 '지구' 걱정을 할 것이 아니라 자기 앞가림부터 해야 할 처지입니다. 지구의 환경과 자원, 그리고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의 면에서 볼 때 지금과 같은 소비지향적이고 자원 착취적인 생활 방식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 중에서도 효율성 만능인, 그러나 가장 소비지향적이고 자원 착취적인 경제 체제입니다(국가에서도 기업의 이윤 추구를 제어할 수가 없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냥 두었을 때는 마치 북방 민족들이 남방 민족의 생활양식을 흡수해 버리듯 지구 전체를 장악하게 됩니다. (이미 거의 그렇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잘 몰랐던 문제점들이 지난 10여년이 지나면서 차차 그 부작용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혹시 일부 국가들이 물질적으로 풍요해졌는지 몰라도 그 사회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더 피로해 졌습니다.

누구든지 세계적인 빈부 격차의 확대와 경쟁의 격화 그리고 자원의 착취와 환경 파괴는 이제 멈추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은 '자연적으로'는 멈추어 지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다행히 국가들과 개인들이 차츰 문제점에 눈을 뜨고 있고,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관심, 더 많은 궁리, 더 많은 대안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사상이나 개인의 선호 여부를 떠나서 인간이, 내 자손들이 '살아남기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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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이최고야 2004-02-10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자국에서 출발해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경고까지!
가을산님 글 참 잘 읽었습니다.
신자유주의의 병폐에 대해서 고민하시는 분을 만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ceylontea 2004-02-12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은 '지구를 지키기 위해' 환경 오염을 피해야 하고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건 참 웃기는 말입니다.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핵전쟁이 일어나거나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지 않는 한에는), 앞으로 최소 10억년은 지구와 지구 위의 생명체는 살아남을 것입니다."
이 말에 참 공감합니다..
저는 마이클 크라이튼의 <쥬라기 공원>을 인상깊게 읽었고... 제 인생 전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었습니다. 그 이유가... 그 책에 나오는 말콤박사가 했던 이야기 때문이었죠.
지구의 환경이 계속 변해가면, 인간이 그 환경에 맞추어 진화해서 살던가...
아니면.. 인간이 그에 맞추지 못할 경우 인간이란 생명체는 멸종하겠지만.. 언젠가 지구에 또 다른 생명체가 나타나 우위를 가지고 살게 될 것이라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가을산님 글을 보니 그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인간은 정말 인간이 가장 우위에 그것도 계속 그럴 것이라는 얼마나 오만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