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저희 아들 졸업식이었습니다.

서울서 할머니가 내려오시고, 저는 하루 대진의를 두고 참석했습니다. (덕분에 이번주는 월화수목일토일)

다른 학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희 때는 없었던 장면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졸업생들에게 한복을 입고 오게 한 것이었구요, (그런데 오랜시간 한복만 입고 있는건 좀 너무 추웠습니다.)

또하나는 전체를 놓고 하는 '교장선생님 말씀'이나 '내빈 말씀' 같은 것이 없는 대신, 장래 희망을 적은 명찰을 달게 하고는,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전체 선생님들과 내빈들이 한줄로 도열해 있고, 학생들이 한사람 한사람 나와서 졸업장을 받고 선생님들과 내빈들의 축하를 차례로 받는 것이었습니다. 학생 한사람 한사람에게 맞는 덕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린 것만 빼면...)

 

사진을 찍기 위해 선생님들 뒤에 서서 기다리면서 아이들의 장래 희망을 유심히 보았는데, 어째 '창의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 생각해 보면 우리 때도 그랬 던 것 같습니다만..) 

남학생은 사분의 일이 의사, 한의사, 수의사, 또 사분의 일이 판사, 변호사 등의 전문직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또 한 반에 한두명은 '축구 선수'를 희망했습니다. 가끔씩 과학자나 엔지니어, 사업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볼 때 상당히 유망한데 전문 통역가는 한 명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여학생은 공부가 좋은(?) 아이들은 '선생님', 공부가 싫은(?) 아이들은 '디자이너'로 대부분 썼구요, 그밖에 아나운서, 의사, 변호사 등도 있었습니다.

가장 격려를 많이 받은 학생은 '빵집 주인'을 쓴 여학생과 '요리사'를 쓴 남학생이었습니다. ^^

 

우리 애는 무어라 썼냐면.....  "" 국회의원"" !!!

왜 그런 생각을 했냐고 물었더니, 첨엔 돈을 잘 버는 줄 알고 썼는데, 그게 아니란 걸 안 이후에도 국회의원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신기해 하니까 그냥 밀고 나간다고 합니다. (요즘 누가 정치인 하겠다고 하나요? 아이들도 국회의원 하면 안좋은 줄 아는지, 우리애 말고는 아무도 없었답니다.)

졸업식 때 내빈 중에 진짜 국회의원이 있었는데, 유일하게 '국회의원'으로 쓴 우리 아들을 붙잡고 3분정도나 국회의원이 하는 일, 국회의원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자기는 무슨 당 소속인지를 열심히 설명하더랍니다. 얼마나 반가왔겠어요?  --;;

저도 나름대로 '국회의원'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되려면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하는거야. 선거때 너를 스스로 돕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국회의원 되려면 많이 알아야 해.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사회 문제에 관심도 많이 가져야 하고...'

'국회의원 되려면 나중에 떳떳하지 못할 일은 하지 말아야 해. 당장은 그냥 넘어갈 지 몰라도, 두고두고 너의 평판에 따라다니니까..'

'국회의원 되려면 자기 앞가림을 할 줄 알아야 해. 남한테 손벌리지 않으려면 네가 능력을 키워서 돈 벌어야지.'

 

ㅋㅋㅋㅋ 조금 있으면 아마 우리 애도 국회의원 되는거 포기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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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muko 2004-02-14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아이가 어려서 잘 모릅니다만 참 흐뭇하실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그저 친구들이랑 사진 한장 더 찍고 얼른 놀아야지 하는 생각밖에 못 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정말로 국회의원이 그런 바른 존재라면 좋겠네요 ^^

pumori 2004-02-16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참 재밌는 부모님이시네요.

ceylontea 2004-02-16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중학생 학부모가 되셨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