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집안 행사가 가장 많은 달입니다.

3월 초에 제 생일이 있고, 제사가 2개 있고, 아들들 생일이 24, 25일 연속으로 있습니다(종종 하루만 더 참아서 같은 날로 할걸 하고 아쉬워합니다). 날자는 붙었어도 생일날 저녁은 따로따로 축하해 주구요, 친구들 불러서 점심 먹는 것도 토요일에 따로따로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금년부터는 쌍둥이 조카들 생일이 27일에 있었구요, 이제 4월 1일 남편과 시댁 조카 생일만 지나면 당분간 만세입니다.

우리 네가족 생일이 날자로 치면 25일 안에 몰려 있으니, 지금쯤 되면 생일 케익이라고는 쳐다도 보기 싫은데, 이 시기만 지나면 1년 내내 가족 생일이 없어서 심심하답니다.

그러고보니 이번달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네요.

이달 초-중반에는 폭설이 내리던 날에 도와주시는 아주머니는 팔이 골절되었고, 눈 때문에 4일을 걸어서 출퇴근 했고, 애들 학기초라 은근히 신경쓰였고, 학부형 참관수업 겸 학부형 모임도 있었습니다. 참, 촛불행사에도 몇 번 갔었죠.

지난 20일에서 28일 사이는 생일 행사 네번에 더해서 애들 생일이라고 서울서 시어머님께서 오셨고, 뒷베란다 수리와 숙원사업이던 세탁기를 교체하고(남푠이 생일선물삼아 사주었어요), 주말에는 애견동호회 MT 다녀오고, 일요아카데미에, 3.20 행사, 진료센터 총회, 자원봉사동호회 월례 봉사, 그리고 반상회를 우리집에서 하기까지.....

오죽하면 지난주를 '마의 한주'라고 생각했겠습니까. 

그나저나 가장 손해가 많은 사람은 생일이 가장 늦은 우리 남편입니다. 

그래도 금년에는 기운내서 축하해줘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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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4-03-30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의 한주 잘 보내셨죠...이젠 4월이군요..
아직도 4월이면 '4월은 잔인한달..어쩌구 저쩌구'한 시가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이젠 4월이라도 봄이지만..예전엔 4월이면 겨울이었는데...4월에 찬바람 피해서 뛰어다니던 기억이 새롭네요
갈산님의 새그림보다보니..봄이란 생각이 들어요...
봄산으로 바꾸시진 않겠죠?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리고...세탁기 선물 부럽네요^^
저희집도 제가 9월26일..딸이 10월 2일,아들이 10월 5일이구..그사이에 음력으로 9월 2일인 남편 생일이껴들면...2~3주 사이에 케잌을 네번 먹어야한다는...
은영이와 재진이도 작년엔 하루에 생일 잔치 해버렷어요..^^
제가 제일 먼저라서..아무래도 케잌은 꼭 챙겨먹게 되죠

sooninara 2004-03-30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이제 봤어요..가을산의 봄서재라는 이름을...
여름이면 가을산의 여름향기
가을산의 가을동화
가을산의 겨울연가...어떠세요? 이러다 돌 맞을라..^^..저갈께요...휭~~~~~~~~~~~~

2004-03-30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을산 2004-03-31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수니님 댁 생일들은 우리보다도 더 압축되었네요. ^^
수니님 예쁜 서재이름 잘 지으시네요. 여름 되면 그때 필 받는 단어로 하려고 합니다.
(이러다가 그냥 '여름서재' 같이 멋없는 이름 나올라...)

마태우스 2004-03-31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일들이 있으셨군요. 어려운 일도 무사히 넘기니 추억이 되지 않습니까? 팔이 골절되신 아주머니가 빨리 회복되시기를 빌겠습니다.

호랑녀 2004-03-31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허, 가을산님 둘째 생일이 제 생일과 같은 모양이네요. 3월 24일.
우리집도 몰렸습니다. 9월 13일 첫째, 16일 둘째, 17일 셋째. 9월 4일은 결혼기념일이죠.
9월에 결혼하고, 그 다음 9월에 첫째 낳고, 그 다음 9월에 둘째를 낳아서(연년생), 우리 친정엄마 허리가 휘셨다는... 슬픈 전설이 있습니다.
(제가 둘째까지는 몸조리를 친정에서 했거든요. 셋째 때는 뚝 떨어진 늦둥이이기도 했지만, 산후조리원에서 푹 쉬었습니다.)

sooninara 2004-03-31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승....대단해요~~~~~~~~~~~~
갈산님...위드라마 제목이 전부 한사람의 피디가 연출한거죠..그런데 가을동화때 대박..
겨울연가 대박..하다가 여름향기에서 죽쒔네요^^ 봄을 주제로 한편 더 한다고 햇는데..
진짜 만들려나???
그래도 갈산님 서재와 붙여놓으니 이름이 사는군요^^
 

그동안 지구 전체의 지질사나 지각 이동에 대해서는 많은 정보들이 있어는데, 한반도에 중점을 둔 지질사에 대해서는 접해보지 못했었습니다.

과학동아 4월호에 이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고 해서 퍼와봅니다. (광고 아님..  ^^;; )

인간끼리 지지고 볶고 하는 것이 거대한 스케일 앞에서는 참으로 초라함을 다시 느낍니다.

2억년 후면 한반도가 티벳처럼 대륙 중심의 고산지대가 된다 하는데... 

그때의 인류 후손들은 어떻게 생겨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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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과학동아는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한반도 30억년 자연사 속에서 벌어진 10대 사건을 선정해 과학동아 4월호 특집으로 다뤘다. 그 자체가 자연사 박물관이라고 할 만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한반도 땅에서 벌어진 중요한 사건을 알아보자.

①29억년 전 한반도 탄생=지구는 46억년 전 탄생 직후 온통 불덩어리였다. 점차 용암이 식어가면서 44억년 전 육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한반도는 그로부터 15억년이 지난 후 맨틀에서 분리된 암석이 지표로 올라오면서 태동했다. 최근 경기도, 강원도, 영남지역에 분포한 고(古)지층의 나이를 조사한 결과 강원 화천군 화천읍 대이리의 변성암에서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29억년 전의 지르콘이 발견됐다. 지르콘은 열과 화학반응에 강해 타임캡슐 같은 역할을 하는 광물이다.

②한반도, 바다 위로 떠오르다=강원 태백시 일대는 고생대의 기록이 남아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 지층에서는 조개류 화석 위에서 식물 화석이 나와 당시 한반도가 바다에서 육지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원도는 고대 대륙인 곤드와나 대륙의 가장자리인 남위 10∼20도의 적도 근처에서 북상하던 중 바다에서 육지로 떠올랐다. 강원도의 시멘트 산업을 일으킨 석회암은 바다에서 형성된 것이며, 석탄은 한반도가 육지로 바뀐 뒤 식물이 땅에 묻혀 만들어졌다.

③두 땅이 통일되다=중생대 초기 초대륙 판게아는 남반구의 곤드와나와 북반구의 로라시아 대륙 두개로 나뉘었다. 곤드와나 대륙에서 북중한판이 먼저 떨어져 나와 북상하고, 이어 남중한판이 분리돼 역시 북반구로 향했다. 두 대륙판은 커다란 로라시아 대륙에 가로막혀 서로 충돌하면서 하나가 된다. 이 충돌로 북중한판은 두 조각으로 나뉘고, 그 사이로 남중한판이 끼어들어 3개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면서 1억5000만년 전쯤 오늘날의 한반도가 됐다.

④중생대 땅속은 불구덩이=한반도의 암석 3분의 1 이상이 화강암이다. 석굴암이나 다보탑을 만든 이 화강암의 대부분은 중생대에 마그마가 땅속에서 굳어서 생겨난 것이다. 당시 한반도의 땅속은 온통 불구덩이였다는 것. 북한산, 관악산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바위산들이 이때 형성됐다.

⑤공룡천국 경상도=중생대 마지막 지질시대인 백악기가 되면서 땅속 마그마의 활동이 잠잠해진다. 이때 한반도는 공룡들의 낙원이었다. 이 시기 지층에서는 다양한 공룡화석이 발견된다. 특히 경상도 지역은 따뜻하고 호수가 발달돼 있어 공룡들이 번식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백악기 후기에는 다시 격렬한 화산활동이 시작되면서 한반도 공룡의 자취는 사라진다.

⑥동해가 열리다=애초 일본은 한반도에 붙어 있었다. 그러던 것이 2500만년 전쯤 일본이 떨어져나가면서 동해가 열리기 시작했다. 동해 형성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이론이 있는데 하나는 일본열도가 북쪽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남쪽은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확장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양산단층 등 한반도와 일본에 위치한 두 개의 단층에 힘이 작용해 이들이 미끄러지면서 확장했다는 주장이다. 동해는 1200만년 전 확장을 중단했고, 지금은 조금씩 좁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⑦독도 탄생=독도 바다 밑에는 바다의 산, 즉 해산 3형제가 잠겨 있다. 독도해산, 탐해해산, 동해해산이 그 주인공. 해산은 정상부 지름이 20∼30km에 달하고 높이는 2000m나 된다. 수심 200m 아래 독도해산의 정상부에는 지름 500m밖에 안 되는 부분이 수면 위까지 솟아있는데 이것이 독도다. 해산이 형성된 시기는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독도는 독도해산이 생겨난 후 450만년 전부터 250만년 전까지 화산이 폭발해 형성됐다.

⑧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몇년 전 한 텔레비전 역사 드라마에서는 고려 태조의 두 아들이 호연지기를 기르기 위해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내려다보는 장면이 나왔다. 하지만 그들은 오늘날과 같은 천지를 보지 못했다. 천지는 1205년의 화산 폭발로 완성됐기 때문이다. 백두산은 2840만년 전부터 최근까지 화산 폭발했다. 한라산은 백두산보다 늦은 170만년 전부터 화산 폭발했고 백록담은 5000년 전쯤에 완성됐다.

⑨간빙기의 선물 서해 갯벌=수만년 전 빙하기까지만 해도 서해는 지금보다 해수면이 100m 이상 낮아 육지였다. 그러므로 한민족의 조상은 걸어서 서해를 지나 한반도로 이주했을 것이다. 서해의 해수면은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1만5000년 전부터 빙하가 녹으면서 급격히 상승했다. 서해 갯벌은 5000년 전에 해수면이 지금과 비슷해지면서 형성됐다.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경사가 완만한 지형 덕분에 서해에 세계적인 갯벌이 만들어졌다.

⑩2억년 후 한반도는 대륙의 중심=지구의 땅덩어리는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2억년 후쯤에는 흩어져 있던 대륙들이 한데 뭉쳐 초대륙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그때 한반도는 그 중심을 차지하게 된다. 한반도 주변으로 북미 대륙, 호주대륙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또 이들 대륙이 유라시아 대륙과 충돌하면서 한반도 주변에는 히말라야와 같은 거대 산맥이 형성된다. 거대 산맥은 대기순환을 차단해 한반도를 사막으로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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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굼 2004-04-04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경상도에서 공룡 화석이 많이 나왔다고 들었을 때 괜히 경상도에 심통이 났던 적이 있었어요. 왜 내가 사는 동네엔 화석이 없냐고-_-;라면서;; 제가 사는 강원도와 경상도를 비교하던 어린 시절-_-;;

가을산 2004-04-05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답니다.
괜히 산에라도 가면 우연히 화석이나 유적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기도 하고요.
사실 우리 나라는 어디든 잘만 파면 유적이 나올 것도 같아요. 워낙 역사가 오래되어서요.
 

nrim님의 페이퍼가 시작이 되어 몇몇 서재쥔장들이 아바타를 만들어 올렸다.

오늘아침에는 시간이 남아 나도 한번 아바타를 만들어 보았다.

 

                
 우선 첫번째 아바타.

 이 아바타가 비교적 사실에 가까울 것 같다.

 폴라티에 하나로 묶은 머리에, 건강미 넘치는 뽈따구까지... 

 

        

 지나치게 사실적인 뽈따구에 자극되어서

 염치 불구하고 희망사항에 가까운 아바타를 만들어 보았다.

 볼이 좀 갸름해지고 눈을 좀 바꾸었더니, 분위기가 역시 다르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에 대해서 까마귀가 날아가면서 무언의 항의를 하고 있다.

'이건 사, 사기야!!!' 

 


역시 자연스런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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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3-25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그나마, 산님은 쌍꺼풀진 커다란 눈을 갖고 계시는 모양이군요. 부러워라~

마태우스 2004-03-25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운데가 제일 멋져요! 라고 하려는데...."희망사항"이시라구요... 세번째 그림도 나름대로 귀엽습니다. 아, 사실에 가까운 첫번째 그림도 뭐, 매력이 있네요...<-- 삐지실까봐 잽싸게 삽입한 구절임.

nrim 2004-03-25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표정이 넘 재밌었요...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생각해낸 악동같이;;;

sooninara 2004-03-25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까마귀가 너무 가까이에서 날아서..덩이라도 떨어질까 겁납니다..^^
이건 저랍니다..실물보단 이쁘군요..

가을산님은 유머감각이 뛰어나시군요.....많이 웃고갑니다.


가을산 2004-03-26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님 아바타는 참 밝고 활력에 넘치는 것 같습니다.
선이 1mm도 차이나지 않는 아주 미묘한 변화인데도 느낌이 많이 달라지죠? 참 신기해요.

ceylontea 2004-03-29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아바타는 볼수록 맨 마지막 아바타가 가장 정감이 가고 좋네요... ^^

가을산 2004-03-31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아바타가 의외로 호응이 좋네요... ^^ 고맙습니다.
 
 전출처 : 심상이최고야 > 어느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하루 동안 일어난 일

 전체조회가 있었다. 삼월이라 전체조회도 잦다. 개학식, 입학식 그리고 매달 있는 정기적인 전체조회... 빼곡히 아이들을 강당으로 밀어넣고 발표를 한다. 일학년 일반 반장 누구, 이반 반장 누구, 삼반....십반 반장 누구// 이학년 일반 반장 누구, 이반 반장 누구....//삼학년 일반 반장 누구, ...십반 반장 누구....//일학년 일반 부반장 누구, 이반 부반장 누구......삼학년 십반 부반장 누구.// 이어서 간부 수련회 표창장 누구누구, 이어서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 우리 학교만의 독특한 '나의 다짐' 복창, 교가 제창, 학생부장 선생님의 엄포, 훈계... 

 2교시 때였다. 고3 수업인데, 그 친구들은 입학할 때 부터 봐서 이름을 다 부를 수 있다. '반갑습니다~. 주말 잘 보냈습니까?' 함께 인사를 하고 나서 보니 빵을 급하게 먹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한 명이 아니다. 이분단 저 끝에서도 누군가 빵을 급하게 먹고 있다. 평상시 같으면 어떻게 선생님이 들어왔는데도 빵을 버젓이 먹고 있느냐고 화가 났겠지만 그 빵을 허겁지겁 나의 눈치를 보며 먹는 모습에 눈물이 나려 했다. 안쓰러웠다. 아이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지금 배고픕니까? 아침은 먹고 옵니까?' 그러니 학교에 일곱시 십오분까지 오느라 잘 먹지 못하고 더군다나 오늘 아침에는 전체조회까지 있어서 매점 갈 시간도 없었단다. 교실이 조용해 졌다. 내가 화를 낼 것인지 짐짓 눈치를 본다. '아이들아~ 이건 선생님이 화를 낼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쉬는 시간 십분동안 화장실 갔다오랴 책 챙기랴 매점가서 빵 사오랴... 막상 종이 쳐서 물도 없이 허겁지겁 빵을 먹는 모습에 어느 누가 너희를 나무라겠니!!' 서른 여덟개의 우유를 매점에서 사왔다. 그리고  함께 마셨다. 

 5교시 때였다. 점심 시간 오십분은 너무 짧다. 배식이 늦어지는 날이면 점심 먹고 십분쯤 뒤에 종이 치기 일쑤다. 오늘도 그랬나 보다. 5교시가 늘 그러하듯 수업 시작한지 삼십분이 지나자 아이들이 너무 힘들어 한다. 과감히 십분을 짤라서 낮잠을 자게 했다. 고른 숨소리만 들릴 뿐이다.

 마의 7교시 때였다. 이 모습은 도저히 2004년의 모습으로 볼 수 없다. 70, 80년대 독재정권 하에서나 있을법한 풍경인데 오늘 우리 학교 운동장에서 벌어졌다. 

 이름하여 ' 생/활/검/열/ '. 
 내용은 학생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두발, 손톱, 장신구, 용의 복장검사. 
 '여학생들, 머리 끈 풀어!' 어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명령했다. 아이들이 일제히 머리 끈을 푼다. 바람에 펄럭이는 머리카락....(그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위협을 주는 용이라며 가위까지 들고 나왔었다.) 
 '담임 선생님들은 머리카락 긴 여학생들, 기타 생활검열 내용에 해당되는 학생들 뒤로 불러 세워주세요.'

 동참할 수 없었다. 동참이라니.. 운동장을 벗어나고픈 생각이 머리 끝까지 치솟았다.  

 머리카락이 조금 길다 싶은 아이들이 우루루 뒤로 불러 세워졌다. 주말에 잘라서 머리카락이 짧다고 어느 학생이 주장하자 폭력적인 말로 무마한다. '너는 감히 선생님이 머리카락이 길다고 하면 긴 줄 알지 어디 대들어!' 그리고 출석부로 때린다. 파마를 하지 않았는데 파마를 했다는 이유로 뒤로 불리게 된 어떤 아이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급기야 눈에 눈물이 맺혀 떨어졌다. 이번엔 또 뭔가. 운동화의 끈 색깔이 초록색이라서 불려 나온다. 옆의 아이는 체크무니 운동화라서 불려 나온다.

 끔찍하다. 똑같은 교복에 신발에 머리카락 길이에 양말에.... 도대체 왜들 똑같게 만들지 못해서 안달하는 걸까!

 오늘 7교시에 있었던 생활검열은 엄연한 인권침해다솔직히 이 이야기를 쓰는 동안 내내 부끄럽다. 왜냐하면 오늘 그 자리 그 현장에 아이들과 함께 있었지만 막상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나도 모르게 해버렸다. 부끄러움의 연속이다. 제대로 논쟁 조차 펴 보지도 않고, 싸움 한 번 해보지도 않고, 도전해보지도 않고, 피할 생각을 하다니.... 오늘은 이래저래 숙제가 많이 주어진 날이다. 가슴이 답답하고 어깨가 무겁다. 이 숙제들을 어떻게 하면 잘 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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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3-24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다니던 시절의 얘기인 줄 알았는데, 아직도 그런 생활검열이 있나요? 양심적인 교사의 무력한 일기군요...

가을산 2004-03-24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중학교부터 특목교를 간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분위기가 무서워서였습니다.
그땐 무척 내성적이고 겁이 많았었는데, 초등학교 유리창을 통해 내려다 본 바로 옆의 여자 중학교 운동장은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체육시간에 기합받는 것, 업드려 뻗쳐, 오리걸음걷기... 그리고 지금 생각하면 체력장 준비였던 것 같은데, 매달리다가 탈락한 사람에 대한 체벌... 등...
하나같이 귀밑 1cm로 자른 머리를 하고 그러고 있는 여학생들의 처지가 내 처지가 된다고 생각하니 무척 무서웠던 것 같습니다.
제가 다녔던 중고등학교는 다행히 체벌은 없는 학교였는데, 복장 검열을 꼼곰히 하는 교감선생님은 물이 담긴 스프레이통을 들고 다니면서 의심이 가는 학생들 머리에 물을 뿌려서 확인하곤 하셨습니다. 이정도는 애교스럽죠? (파마머리인 경우 물에 젖으면 더 꼬불꼬불해진다나..)

심상님과 심상님 같은 선생님들 화이팅입니다!

 

작년에 여동생이 쌍둥이를 낳았는데, 조카들 용으로 작은 조각이불 두 개를 출산 선물로 만들어 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애들이 자기들도 조각이불 만들어달라고 그러는 겁니다. --;;

그래서 퀼트 책에서 맘에 드는 도안을 하나씩 고르게 해서 작년 5월 초에 중앙시장에 가서 천을 사는 것으로 이불 만들기에 도전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아기용 조각이불 만드는것과 퀼트로 큰 이불을 만드는 것은 껨이 안되더군요. 게다가 퀼트가 첨이라...  ^^;; 

천천히 천천히... 독학으로, 재봉틀로... 시간 되면 하고, 질리면 쉬고... 바쁘면 미루고.. 이 페이스로 하다보니 이제야 하나를 완성했습니다. 

완성된 큰애 이불입니다.


 

 

 

 

 

 

 

 

 

 

아무래도 따뜻할 때 고른 색깔이라 어제오늘처럼 추운 날에 볼 때는 좀 색감이 추운듯 합니다.

한쪽은 열어두어서 겨울에는 솜을 넣을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작은애의 이불입니다.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크레파스로 바탕에 색색으로 화려하게 무작위로 색칠을 하고, 그 위에 검은 색을 덧칠해서, 그 검은 색을 긁어내서 화려한 바탕색이 보이게 하는 그림 그린 적 있으신가요? 

이것도 그런 방법으로 만드는 건데, 바탕색칠과 위의 검은칠까지는 되었는데, 긁어내서 그림을 나타내는 단계가 미완성입니다. 제대로 완성이 언제 될지몰라서 우선 이불모양으로 완성했습니다. ( 왜이렇게 어려운걸 고른거야? ㅜㅡ)


 

 

 

 

 

 

 

 

 

원래 계획은 해저의 물풀과 물고기, 그리고 인어공주 아빠 같은 인물을 그려넣는건데,

이 사진 오른쪽 아래의 물풀 몇 가닥만 완성한 상태입니다. 

아무래도 물고기 몇마리는 정리해고 해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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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frog 2004-03-19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와.. 놀라운 '작품'이군요.!! 저도 퀼트책-거의 작품 수준의 것들이 나온-을 사 놓고 눈요기만 하고 있었는데.. 님, 훌륭한 작품을 직접 만드셨군요..^^ 멋져요..!!

진/우맘 2004-03-19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우와, 우와!!! 첫번째 것도 정말 예쁘지만, 두번째 작품의 결과가 궁금해지는군요. 신기해요!!! 이불에서도 스크래치를 할 수 있다니!!!!

마태우스 2004-03-19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뻐라! 사실 전 사진보고 방석인 줄 알았습니다... 저렇게 이쁜 걸 어떻게 덮을까 싶네요.재주도 많으세요.

sooninara 2004-03-19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술 같네요..주변에 퀼트해도 이런거 처음봐요..물고기 넣어주세요^^

가을산 2004-03-19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해 해주시니 일년간 고생한 보람이 있네요. ^^
만 일년이 되는 어린이날까지 끝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ceylontea 2004-03-22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쁘네요... 가을산님은 팔방미인이신가봐요...
둘째아드님... 이불은 어찌 만드는 것(만드는 과정이..)인지 상상이 잘 안가요... 완성작은 대충 상상이 가는데.. 넘 예쁠 것 같아요.

조선인 2004-04-26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곧 어린이날인데, 둘째 이불이 완성되셨는지? 완성품이 보고 싶어 다시 들러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