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기후 변화에 의한 위기보다 에너지나 식량 위기가 먼저 대두될 것이라는 생각에 도달해서 '에너지 대안센터'라는 단체에 인터넷 회원으로 가입 했다. 매월 1만원씩을 내는 유료 회원제이지만, 대안에너지와 에너지 절감에 대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면 언젠가는 1만원 이상의 절약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이런 연구를 하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의미에서이다.

 

그런데 지난 2월, 이 단체에서 책을 하나 보냈다. 

이필렬씨의 '석유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라는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이필렬씨가 에너지대안센터의 대표쯤 되는 사람이라,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이번주에 또 한권의 책이 배달되었다!

 

프란츠 알트의 '생태적 경제기적'이라는 책인데, 이 책은 발간된지 몇일 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안그래도 인터넷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그 내용이 궁금했던 책이다.  ^^ 

홈피를 둘러보면 1-2년 전보다는 활동이 조금 적은 듯 하지만, 그래도 강좌와 자료를 계속 준비하는 모습도 보이고...

이리하야 에너지 대안센터는 나에게 상당히 좋은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한 것 같다. (공짜가 좋긴 좋군... ... ...  공짠가? 어쨌든... )

 

어제 저녁엔 작은 아들의 친구 생일선물을 사러 갔는데, 책을 사주자고 아들을 꼬셔서 서점에 갔다. 

서점을 둘러보는데 존 설의 '정신, 언어, 사회'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요즘 워낙 각 분야에서 '포스트모던'이 행세를 하는 터라, 꿋꿋하게 계몽주의를 옹호하고 있는 저자가 오히려 신선하다, 용감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언어를 통한 소통, 그리고 같은 사실을 보고 해석하는 것이 개개인의 입장과 가치관에 따라 너무도 다른 요즘 세태가 갑갑하던 차에 제목이 눈길을 끈 것인데, 과연 납득할만한 계몽적인 결론을 제시해 줄지 기대된다.

  

참, 잊을뻔 했다.

하룻밤의 지식여행 시리즈 중 스티븐 호킹편도 샀다.

이 시리즈의 장점은, 주제에 관해 가능한 쉽게 해설 해주면서, 각 장의 3분의 2 이상이 독특한 그림(만화, 사진, 낙서 등의 꼴라쥬)들로 채워서 가능한 졸리지 않으면서 인상에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몇년 내에 우리 큰애가 이 시리즈를 보게 되기를 희망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치유 2004-05-19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ㅈㅣㄴ짜..
우연히 생긴 책도 있었지......내게도....
 
 전출처 : balmas > 들뢰즈 주제 서평-대학신문

* 4월 12일치 [대학신문]에 실릴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에 관한 주제서평입니다. 번역자들이 저와 가까운 관계에 있고 어떤 식으로든 번역에 영향을 미친 터라 서평의 객관성이 심히 의심스러울 수 있지만(^^), 들뢰즈의 저작들 및 국내의 들뢰즈주의를 보는 한 가지 시각으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국내의 들뢰즈주의에 대해 별로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이는 제가 들뢰즈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만한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국내에서 들뢰즈에 관해 출간된 책이나 글들의 수준이 (몇몇 드문 경우들을 제외한다면) 그야말로 스콜라쉽이 의심스러운 수준이어서, 읽기도 힘들 뿐더러 논평하기는 더더욱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순전히 개인적인 심미적 취향 때문에 연구자로서의 책무를 등한시해온 셈인데,  앞으로는 기회가 닿는 대로 이런저런 지면을 빌려서 좀더 책임 있는 논의를 해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대학신문]과 비슷한 서평을 [문학과 사회]로부터도 청탁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두 서평의 분량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서 이 글을 약간 보충해서 [문학과 사회]에도 실을까 했었는데, 생각해보니까 적은 분량의 서평들을 좀더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는 의미에서, [문학과 사회] 서평은 전혀 다른 내용으로 쓰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글이 완성되면 같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구조주의의 형이상학, 또는 들뢰즈주의의 쉬볼렛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에 관하여

 

  오랫 동안 기다려 왔던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과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가 마침내 번역, 출간되었다. 들뢰즈를 사랑하는 독자들만이 아니라 다른 철학 전공자들도 크게 기뻐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들뢰즈의 저서들 중에서도 난해한 것으로 알려진 책들을 원서의 가치에 걸맞는 노력과 정성으로 잘 번역해 냈으니, 더욱 기뻐하고 고마워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약 30여년 전 프랑스에서 구조주의 운동이 절정을 지나 숨가쁜 갈등과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분화를 거듭하고 있을 때, 프레드릭 제임슨은 구조주의 운동을 20세기의 독일 관념론 운동으로 지칭한 적이 있다. 서양 근대철학의 중대한 전환점을 이룩했던 독일 관념론 운동과 마찬가지로 구조주의 운동은 레비-스트로스, 라캉, 캉길렘, 알튀세르, 푸코, 들뢰즈, 데리다 등과 같이 다채로운 재능을 지닌 수많은 철학자-사상가들이 각 분야에서 하나의 시대를 가름하는 중요한 업적들을 배출했을 뿐아니라, 롤랑 바르트, 알랭 로브그리예, 장-뤽 고다르, 피에르 불레즈 같은 탁월한 예술적 재능들이 철학과 정치를 가로지르며 20세기 후반 문화의 면모를 일신했기 때문이다.
  제임슨의 예견의 정확성 여부는 나중의 철학사가들에게 맡겨 두더라도, 한 가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구조주의 운동은 20세기 프랑스 철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 역시 구조주의 운동의 흐름 속에서 파악될 때 그 의의와 중요성이 좀더 정확히 파악될 수 있을 것이다. 
  『차이와 반복』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사후에 발견된 저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1968년 처음 출간되었을 때, 이 책은 푸코의 다소 과장된 예언(“언젠가 이 세기는 들뢰즈의 세기가 될 것이다”)을 제외한다면, 풍부한 내용과 비범한 깊이에도 불구하고, 재능있는 한 소장 철학자의 학위논문으로 이해되었을 뿐이다. 이 책의 중요성과 가치가 발견되고 재발견된 것은 『앙티 오이디푸스』(1972), 또는 좀더 정확히 말하면 『천 개의 고원』(1980) 이후의 일이다.
  이처럼 이 책이 사후에야 재발견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 책이 지닌 내용상의 특성 때문이다. 전성기 구조주의 철학들과 비교할 때 이 책은 두 가지 독특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 구조주의 운동은 형이상학, 더 나아가 철학 자체에 대한 가혹한 비판과 고발, 탄핵의 움직임과 분리될 수 없는 반면, 『차이와 반복』은 20세기에 보기드문 거대한 형이상학의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둘째, 다른 구조주의 사상가들이 마르크스와 니체, 프로이트, 소쉬르 같은 사상가들의 작업에 기초하고 있는 반면, 『차이와 반복』은 스토아학파에서 둔스 스코투스, 스피노자, 니체, 베르그송으로 이어지는 매우 낯선 철학적 계보의 끝자락에 자신을 위치시키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처음에는 매우 유별난 것으로 간주되었던 『차이와 반복』의 형이상학적 건축, 그 철학적 계보는, 구조주의의 다양한 경향들을 아우를 뿐만 아니라, 구조주의 운동 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던 서양 철학사의 감춰지고 잊혀진 흐름들을 길어내고 있음이 사후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초월론적 경험론 또는 존재의 일의성이라는 개념으로 집약되는 우리에게 낯선 이 철학은 (주체론을 포함하는) 실체론에 대한 비판으로서, 따라서 관계론으로서의 구조주의가 이루는 거대한 저수지들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주름』에서 라이프니츠의 철학이 주름이라는 표제로 재창조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접고 펼치고 다시 접는 주름의 운동으로서 라이프니츠 철학은 『차이와 반복』에서 전개되는 내적 차이화의 운동을 간명하게 표현해줄 뿐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내면성이 어떻게 외부의 운동에 의거하고 그로부터 구성되는지, 따라서 주체성이 어떻게 외부적인 관계들에서 파생되는지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책들을 구조주의의 형이상학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들뢰즈주의의 쉬볼렛이라 불러야 마땅할 것 같다. 앞으로 사람들이 이 책들을 통해 들뢰즈주의의 식별 기준을 얻게 될 것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스스로를 들뢰즈주의자라 부르기 위해서는 이 책들을 제대로 읽고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도 그렇다. 따라서 이런저런 개념들을 되는 대로 주워섬기며 들뢰즈주의자로 자처해온 이들에게 이 책들은 오히려 큰 도전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도 이 책들은 사후성의 저작들이라 부를 만하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가을산 2004-04-10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는 '들뢰즈로부터 들림 받았다'고도 하던데... 난 솔직히 들뢰즈 말은 도무지 잘 모르겠다. 이 책들을 읽어보면 좀 알아들을 수 있으려나?
 

검은비님의 면티가 도착했습니다.


 

 

 

 

 

 

 

 

 

면티만 감상하세요. 면티만요... 

 

구석에 걸린 거울에 비친 모습을 찍자니

한쪽 발은 의자를 딛고 다른 한쪽은 꼭발들고... 

그 와중에 표정까지 신경쓰느라... 

아바타 닮은 얼굴과 제게 온 책읽는 여자 닮은 몸매가 여지없이 드러나는구만요... 

검은비님, 감사!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태우스 2004-04-09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가을산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마립간 2004-04-09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 보건 포럼을 다녀온뒤 보여주신 사진에서 어렴풋하게 보였던 가을산님의 모습이... (면티는 안보이고 가을산님 모습만 눈에 들어옴.)

진/우맘 2004-04-09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면티는 안 보고, 얼굴만 열쒸미 봤습니다. 인상이 되게 좋으세요!

갈대 2004-04-09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상이 정말 좋으세요^^

가을산 2004-04-09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옛날에 사진 올렸을 때 하신 말씀대로 사진 올리는데 진짜 용기가 필요하네요. ^^
인상 좋다 해주신 분들 감사하구요, 이제 번개때 저 보시면 아는척 해주세요.

ceylontea 2004-04-09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면티만 감상하세요. 면티만요... " 라는 말씀을 사진 전에 올려주셔야지욧... 히히...
일단 사진 보고 가을산님 뵙고... 히히..(검은비님 면티는 검은비님 서재에서 봤으니까.. 천천히 감상..)
입으니.. 그림이 확 살아나는군요.. 잘 어울리십니다...
저도 번개때 아는 척 해드리지요...
음~~~~ 극구.. 신체의 일부만 보이시다.. 드디어 얼굴 공개...왠지.. 저도 해야할 것 같은...

다연엉가 2004-04-10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가을산님 맴씨 무지 좋게 생겼네요....
자도 면티 입고 찍었는데 얼굴 공개에 자신이 없는 관계로....
모든 알라디너들 얼굴을 공개하라. 공개하라.

가을산 2004-04-10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개하라, 공개하라!! ^^

sooninara 2004-04-12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서재에 안들어왔더니..이런일이...
번개가 봄바람이 들었는지 여기저기 사진을 공개하는군요...
그런데...정말 장난스런 얼굴이세요...세번째 아바타와 닮았습니다^^
면티 저도 입고 싶어요
 

오늘 퇴근시간이 다 되어서 남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갑자기 시사회 초대장을 받았는데, 같이 가지 않겠냐구요. 그 영화의 장면 중 많은 부분이 남편이 근무하는 곳에서 촬영되어서 초대장이 많이 나왔던겁니다.

영화 제목은 '바람의 전설'!

춤이라는 것에 빠진 자칭 '예술가', 타칭 '제비'에 대한 영화로, 박정우라는 감독의 첫 영화였습니다. 시사회였어도 감독이나 배우가 오는 그런 시사회는 아니였구요, 그냥 영화를 하루 먼저 보여주는 자리였습니다.

일단, 약간 코믹한 영화라고 해도 되겠고, 잔잔한 휴먼 스토리라고 해도 되겠고, 영화 배우들의 춤솜씨가 2프로 부족한 듯 해 아쉽다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제가 이 영화에서 본 건...

주인공 박풍식(이성재)과 그와 춤을 추는 여자들 한사람 한사람이 안고 있는 삶의 무게(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가?)와...

춤을 출 때만은 잠시나마 모든 것을 잊고 짧은 행복을 맛보는 인간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하나의 대상에 미친듯이 몰입하는 삶에 대한 부러움,

미친듯이 몰입할 수 있는 그런 대상을 발견한 사람에 대한 부러움도 컸습니다.

 

버리면 정말 자유로울 수 있을까?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호랑녀 2004-04-08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 봄엔 춤바람 난 영화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
그런데 남편분 근무하시는 곳이... 혹시... 무도회장?
(도망가야쥐 =3=3=3 )

가을산 2004-04-08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안그래도 우리 남편이 '나도 춤을 배우면 저남자 정도는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웃었어요. ^^
영화 첫부분에 두 주인공이 만나는 곳이 남편이 근무하는 병원이거든요.
아예 병원에 무도연습장 하나 만들라고 할까요?

진/우맘 2004-04-08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유를 얻기 위해 무언가를 버리면....그렇게 얻은 자유가 또 자신을 구속하진 않을까요?
그나저나 호랑녀님께 좋은 거 배웠습니다. 나는, 뭐 잘 못한건 없지만 도망가야지~=3=3=3
 

어제 남동생이 가족들을 데리고 놀러 왔습니다.

남동생은 영화 감독 지망생인데, 지금까지 고생만 무진장 하고 있습니다.

남동생은 내성적이던 저와 달리 어렸을 때부터 리더십 뛰어나고 머리도 좋고 게다가 객관적으로 보기에 키도 크고 잘생겼어요. 초중고 내내 전교 학생회장을 했었고, 한편으로는 시니 희곡이니 철학, 미학책들을 탐독했고, 고등학교 어느날부턴가 무신론으로 돌아섰었습니다. ( 제가 보기에 이때 '해탈' 해버린게 아닌가 의심됩니다.   --;; )

대학은 S대에 가지 못했다는 사실에 학교와 집안에서 다들 놀랐지만, 그래도 고대 법대에 진학했습니다. 대학생 때는 친구랑 둘이서 2인 극단을 만들어서 2인극을 하기도 했고, 솔직히 말해 공부는 뒷전이었습니다. 가업을 잇기 위해 법대에 간거였는데, 정작 가보니 적성에 맞지 않았나봅니다. 언젠가 진로에 대해 내가 물었을 때 '누가 잘했나 잘못했나를 쫀쫀하게 티격태격 따지면서 평생을 산다는 것은 머리가 멈추어버릴 정도로 끔찍하다'는  말을 했던 걸 기억합니다.

그러다가 대학을 졸업하고는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 일본에 유학가겠다고 하더라구요. 아버지는 기가 막히셨지만, 본인 의지가 워낙 강하니 딱 1년의 기회만을 주기로 했습니다. 남동생은 일본어를 한 글자도 모른 채로 건너가서는 1년만에 일본의 수험생들과 경쟁해서 4년제 대학의 영상학과에 합격했습니다. 일본어 1급 시험과 입학시험, 면접을 다 통과해서요.

졸업 작품을 찍을 돈을 번다고 일본의 공사장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졸업해서 돌아온지가 이제 벌써 여러 해가 되었습니다.

나이가 이제 들 만큼 들고 세상도 살만큼 산 것 같은데, 아직도 동생이 사는 것을 보면 이 애가 아직도 꿈을 먹고 사는건지, 그럴듯해 보이기만 하는 건달인지, 영화판 사람들은 다 그러고 사는건지, 아니면 진짜로 '해탈'을 해버린건지 저도 판단이 잘 안섭니다.

어쨌든 자기 하고 싶은 것만 지독하게 판다는 것만은 아직도 여전한 것 같습니다. 찍고 싶어하는 영화의 장르도 이른바 흥행과는 인연이 먼 쪽인데도 하나도 기죽지 않고 고집하고 있습니다.

장래 희망은? 좋은 영화 만들어서 먹고 살만하게 된다면.... 영화 만드는 틈틈이 악기(기타) 만드는 법을 배웠으면 하는 것, 섬에 틀어박혀서 낚시 하면서 시나리오 쓰는 것, 외국 어디에 가서 몇개월씩 박혀 있는 것입니다. 그저 그 꿈에 맞장구 치면서 같이 고생하며 기다려 주는 부인 얻은 것이 신통할 뿐입니다.

 

한편으로.... 지독하게 자기 관심사만을 파고드는 용기(?) 혹은 무책임함(?) 이 가끔은 부럽기도 합니다. 대부분 사람은 앞뒤 재고 앞날을 대비하느라 정작 오늘의 꿈을 접고 살 때가 많잖아요.

난 무얼 꿈꾸지? 난 무얼 하고 싶지?

남동생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입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태우스 2004-04-06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적부터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진한다면, 실패한 삶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저도...그렇게 할 자신은 없지만요...

가을산 2004-04-06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동생이 집의 책장을 둘러보더니 '누나 요즘 책이 별로 안 늘었네' 그럽니다.
요즘 읽은 책은 거의 다 병원에 있으니 그럴만도 하지요.
그래도 혹시라도 병원 책을 보고 빌려달라고 할까봐 책 안읽는 누나로 보이는 쪽팔림을 감수했습니다.
'어, 그랬나?' ^^

가을산 2004-04-06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그래도 검은비님은 30권이나 '방생' 하셨잖아요. ^^

sooninara 2004-04-06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분이 부인복이 있는듯...저같으면 꿈만 먹고 사는 남편 못기다릴텐데요..
그래도 꼭 동생의 꿈이 이루어 질것 같네요^^

superfrog 2004-04-06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동생분 왠지 제 남편과 스타일이 비슷하네요.. 헌데 남편은 생활을 위해서, 또 주변의 상황 때문에 그저 자신의 생각을 접고 직장을 다니고 있어요. 가끔 하는 말이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자기는 노숙자할 거라고.. 여전히 자신의 이름을 건 악기를 만들고 싶어하고 이것 저것 책도 보고 있지만, 매일 야근하며 본인이 싫어하는 자동차와 관련된 일을 밥벌이로 하고 있는 걸 보면 안쓰러워요. 한번 되던 안되던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들죠..

마립간 2004-04-07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동생 분은 꿈도 있지만 능력도 있는 분이지요. 제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꿈을 좇으면서 경제적 능력이 없거나 가정을 이루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