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제사를 마음대로 지낸다.
음... 마음대로라기보다는, 우리 세 남매의 합의 하에 합의된 형식으로 지낸다.
아직 성당에 다니는 여동생을 빼고는 나나 남동생이나 이렇다 할 종교가 없고, 그렇다고 유교적인 전통을 고수할 생각도 없기 때문에 제사를 통해 삼남매가 오랜만에 모여 엄마를 기억하는 날로 삼는다.
그래서 몇 년 전에 결정한 것이,
1. 제사 날은 엄마 기일(양력) 바로 전의 주말에 지낸다.
-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주중에 지내면 참가할 수 없으므로 주말에 지내기로 한 것.
2. 제사는 삼남매의 집에서 돌아가며 지낸다.
- 이 점에서는 내 의지가 확고하다. 왜 아들의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가?
- 엄마도 셋의 집에 골고루 다녀보시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까?
3. 제사 음식은 제사를 지내는 집에서 준비하되, 그 내용은 규격에 구애되지 않고 정성껏 준비한다.
- 그래도 과일이나 전 등의 기본 형태는 유지하고 있다.
- 제사 음식을 분담할 수도 있다.
작년에는 우리집에서 지냈고, 금년에는 경기도에 사는 남동생의 집에서 지낼 차례인데,
여동생도 아이가 아직 어려서 멀리 있는 남동생 집에 가기 힘들 것도 같고,
올캐도 임신 중이고, 남동생은 출장갔다가 일요일 오후에나 귀국할 예정이라서....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우리 집에서 지내자고 했다.
그런데 남편은 그게 영 불편한가보다.
'왜 아들 멀쩡히 있는데 당신이 제사를 가져오려고 하느냐'는 거다.
남편은 아주 착실하게 유교적 전통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처가집 남매의 행태가 못마땅한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우리 방법대로 계속할 생각이다.
" 그럼 우리 제사 때 누나나 여동생이 온 적 있어?" -- 라고 묻는 남편의 말에
"나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 라고 말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