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제사를 마음대로 지낸다.
음... 마음대로라기보다는, 우리 세 남매의 합의 하에 합의된 형식으로 지낸다.
아직 성당에 다니는 여동생을 빼고는 나나 남동생이나 이렇다 할 종교가 없고, 그렇다고 유교적인 전통을 고수할 생각도 없기 때문에 제사를 통해 삼남매가 오랜만에 모여 엄마를 기억하는 날로 삼는다.

그래서 몇 년 전에 결정한 것이,

1. 제사 날은 엄마 기일(양력) 바로 전의 주말에 지낸다.
 -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주중에 지내면 참가할 수 없으므로 주말에 지내기로 한 것.

2. 제사는 삼남매의 집에서 돌아가며 지낸다.
 - 이 점에서는 내 의지가 확고하다.  왜 아들의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가? 
 - 엄마도 셋의 집에 골고루 다녀보시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까? 

3. 제사 음식은 제사를 지내는 집에서 준비하되, 그 내용은 규격에 구애되지 않고 정성껏 준비한다.
 - 그래도 과일이나 전 등의 기본 형태는 유지하고 있다. 
 - 제사 음식을 분담할 수도 있다.


작년에는 우리집에서 지냈고, 금년에는 경기도에 사는 남동생의 집에서 지낼 차례인데,
여동생도 아이가 아직 어려서 멀리 있는 남동생 집에 가기 힘들 것도 같고,
올캐도 임신 중이고, 남동생은 출장갔다가 일요일 오후에나 귀국할 예정이라서....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우리 집에서 지내자고 했다.

그런데 남편은 그게 영 불편한가보다.
'왜 아들 멀쩡히 있는데 당신이 제사를 가져오려고 하느냐'는 거다.
남편은 아주 착실하게 유교적 전통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처가집 남매의 행태가 못마땅한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우리 방법대로 계속할 생각이다.

" 그럼 우리 제사 때 누나나 여동생이 온 적 있어?" -- 라고 묻는 남편의 말에
"나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 라고 말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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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5-03-05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의 flight of idea
'그래야 한다' - 당위성
예전에는 아들은 요즘의 자녀와 동의어로 사용되었고, (딸은 내 자식으로 생각지 않았다고 생각함.) 따라서 의무와 권리는 아들에게 주어졌습니다. 요즘은 아들딸 구별없이 자녀들의 개념만 있을 뿐인데, 그러므로 제사에 관한 것도 자녀(아들딸)도 가을산님의 말씀처럼 '나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가 맞는 이야기이지만...
그렇다고 유교적 전통을 고수하는 사람(예를 들면 가을산님의 옆지기)에게 '나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라고 말할 수 있나?... '그래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는 걸까 f^^;)

울보 2005-03-05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딸은 자식이 아닌가요,,,사위는 장모제사 지내면 안되나요,,
그렇게 말하면 우리 엄마는 딸만 둘인데 어쩌시라고,,,,,
님의 옆지기님에게 조금만 양보하시라고 하세요...
일년에 한번인데요,,그리고 해마다도 아니고..올해는 어쩔수 없어서 라면서요,,,
아니면 옆지기님과 마찰하기 싫으시면 그냥 님이 동생네 집에 가세요ㅡㅡ그곳에서 몇일 있다가 오세요,,친정제사 보고 온다고 ,,,,
만일 옆지기님들 동생들은 안하는데 왜 당신만 그러냐고 하면 그건 옆지기님동생분이 잘못된거라고 전하세요,,,,,,
돌아가신분 제사에 아들, 딸이 어디있어요 ,,,
부모인데 나에게 몸과 마음을 주신분들인데 우리를 위해서 얼마나 애쓰신 분들인데,,,그냥 막 화가 나려고 해요,,,,,,,,,,,,,,아니요 님의 옆지기님에게가 아니라 사회가,,,

파란여우 2005-03-05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2번하고 3번의 사고를 지니신 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래야 합니다. 갓쓴 노인네들이 전부 구닥다리는 아니지만
시대와 세상의 변화에 융통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거 아닌가요?...
그러나 님의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라는 정도로 당위성이 인정될까요?....
인정 안할 수가 없는 현실이라죠 뭐....

nemuko 2005-03-05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집니다 가을산님. 저도 명절이면 친정이 멀다는 이유로 단 한번도 가보질 못했네요. 물론 그 전후로 가자는 약속도 늘 빈말이구요. 얼마전에 용기내서 설날은 우리가 하고(전 시부모님과 함께 살거든요) 대신 추석은 친정에 가는 건 어떠냐고 물었더니 일언지하 거절하더군요 ㅠ.ㅜ
저도 '나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가을산님 저 추천은 제 맘을 대신해준 가을산님에 대한 동경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조선인 2005-03-05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멋져요. 화이팅!!!
저도 본받기 위해 노력해볼께요.
이번 어머니 제사 때 오빠들에게 의논해보겠습니다.

▶◀소굼 2005-03-05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 나중에 제가 제사를 지낼 때도 저런 방식을 생각해 봐야겠네요.
요즘 그렇지 않아도 큰집과 할머니 할아버지 제사 문제로 껄끄롭다는...
저희 외가는 삼촌이 돌아가셔서 제사를 아버지께서 가셔서 지낸답니다.

날개 2005-03-05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울 집은 딸 셋이라 이미 우리끼리 저런식으로 하기로 다 합의를 봐 놓았습니다.. 아직 먼 일이긴 하지만..^^;;
울 옆지기는요.. 다행히 처가부모도 부모라는 생각이 확고하여, 나이 드시면 우리가 모시고 살고, 제사도 우리가 모시자고 적극적으로 얘기해주어 다행이랍니다.. 그런 일로 부딪힌다면 굉장히 괴로울것 같아요..

아영엄마 2005-03-05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도 친정 부모님 제사에 참석해야 하는 게 옳은 일인데... 아버지 첫 제사때만 가보고 거리가 멀다는 핑계로 못 가고 있네요. (시조부모님 제사 때도 시부모님께서 애들 데리고 고생이라며 오지 말라고 하셔서 전화만 드리고 있는 맏며느리라죠. ^^;) 이 다음에 시부모님과 살림 합치게 되면 제사 때 저 혼자라도 가볼 생각입니다.

가을산 2005-03-05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견 주신 마립간님, 응원해 주신 여러 님들 감사합니다.

실은, 저희 시누이 두 분은 다 교회 다녀서 어차피 제사에는 참석하지 않으십니다.
종교적인 심념으로 제사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의논해 볼수도 있겠지요. 실제로는 종교 + 관습 양쪽 다 작용할겁니다.

그렇지만, 남편의 말처럼 '안 오는 게 옳다' 내지는 '딸은 부모 제사를 지내면 안된다', '사위는 처가 제사에 참석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 이건 정말 '모멸감'을 준다구요.

세실 2005-03-06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가을산님 참 멋져요~ 맞습니다. 옳소 옳소~
친정은 3남2녀라 우리 집에서 제사 지낼일은 없겠지만 엄마, 아부지 제사에는 꼭 가야죠. (다행히 두분다 60대 초반이라 앞으로 20년은 더 사시리라 믿습니다. 에구 코 끝이 찡하네요) 저도 한표...

줄리 2005-03-06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의 좋은 모델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제사의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가을산님처럼 실행하다보면 세상도 조금씩이라도 바뀌겠지요. 저두 동참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ceylontea 2005-03-07 0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을산님 의견에 찬성.. ^^
제가 처한 상황은 좀 애매하지만 이런 제사 가능할 것 같아요..... 저는 딸만 5인 집의 둘째이고... 시댁은 3남매중 막내인데요. 친정은 부모님 모두 제사를 중요하게 생각하시지만.. 딸만 있으니 거의 포기하신 것 같아요.. ^^ 시댁은 기독교라서 제사를 지내지 않고요.
제사라.. 아직은 먼 훗날이겠지만.. 또 그래야 하고..^^
딸 다섯이지만.. 형편 닿는대로 5명이서 돌가면서 지내는 것이 좋겠어요...
그리고 어차피 시댁도 제사라기보다는 추모식 정도가 될 것 같지만.. 저도 한번씩은 준비를 하면 좋겠네요.

balmas 2005-03-08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늦었지만, 저도 추천 하나~

호랑녀 2005-03-10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늦었지만, 추천 하나.
가을산님께서 맏이니 다행이에요 ^^

숨은아이 2005-03-10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