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를 따는 일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고추를 잘 따야 생산에 지장이 없지요.
고추는 '생산'과 매우 직결되는 농산물임에 다름 없습니다.
고추는 고추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 의해 사랑 받는 농산물 중 하나이기도 하지요.
참깨는
같은 '씨 내림'을 통한 생산물이지만,
참으로 대단한 대우를 받습니다.
같은 크기의 씨라도 풀씨가 받는 대접과 참깨 씨가 받는 대우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지요.
비 오면 비가 와서,
바람 불면 바람 불어서 특별히 농부들에게 보호 받는 참깨는,
분명 풀의 그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인가 합니다.
그런데!
이 고추도 참깨도 들녘에서 거둬들이는 농부들에 의해 관리됩니다.
도시에 거하는 자녀손들이 전화를 겁니다.
"아버님 어머님 할아버지 할머니 안녕하세요?"
촌로들은 말합니다.
"별 일 없다. 걱정 없다. 지금 그늘 아래서 시원하게 쉬고 있단다!"
"별 일 없다. 걱정 없다. 지금 그늘 아래서 시원하게 쉬고 있단다......!"
그 촌로들은 먼동이 트기 전 뜨거운 태양볕에 그을려 쉴 새 없이 일하다가
잠시 나마 허기와 갈증을 면하기 위해 숨막히는 시간을 쉬는 중이랍니다.
"별 일 없다. 걱정 없다. 지금 그늘 아래서 시원하게 쉬고 있단다!"
촌로들이 허리 굽어 지고 깊은 주름 늘어날 때,
자녀손은 희희낙락합니다.
오늘도 촌로들은 걸려 온 전화기를 들고 수화기에 이렇게 말합니다.
"별 일 없다. 걱정 없다.
애비는(애미는), 할애비는(할미는) 지금 그늘 아래서 시원하게 쉬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