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어지간히 보챕니다.
당 수치가 220이 나오자 이건 안된다며 그 잘 먹는 면류도 못 먹게 합니다.
줄넘기는 하루 세 차례 3000회는 해야 한답니다.
핫 둘 셋 넷... 100회를 세기 전에 발에 걸리는 일은 얼마나 많은지요.
3000회가 아니라 300회도 쉽지 않습니다.
예전엔 잘도 했던 것 같은데! ^^
조금 요령이라도 피우고 하기 싫어 하는척 하면 영락 없이 잔소립니다. 사실 잔소리라야 "아이" 하는 염려 섞인 보채기 정도지만, 당 수치가 제법 올라 있는 남편을 위한 걱정은 감출 수 없는가봅니다.
황사에 송화가루에 주변은 뿌옇게 먼지로 뒤덮힌 오후 그래서 풀석이며 먼지나는 마당에서 줄넘기가 왠말이라며 게으름 피워 보지만, 아내는 그런 것은 문제가 아니란 투로 "내가 먼저 하고 있을테니 얼른 나와요" 하며 먼저 나가 펄쩍입니다.
천상병 시인 생각이 납니다. 어느 기사에선가 그 부인께서 인터뷰를 통해 다시 태어나도 천 시인과 함께 살겠노라 하시던 모습이 예뻐 나는 어쩔 것인가 생각했던 것이 엇그제 같습니다.
천상병 시인도 한경직 목사님도 김수환 추기경님도 한결같이 보여주신 이미지는 '바보스럽다'는 것이었는데, 그런 이미지가 그리 좋은 것은 아니지만 너도나도 똑똑함을 자랑하기에만 바쁜 현대 문명 사회안에서의 사람들에겐 바보스러움이 가장 귀해 보이는가 봅니다.
바보스럽게 아내에게 지는 이유는 그것이 부부주일을 맞이하는 5월 세째 주일을 준비하는 오늘의 화평이자 가정 화목의 길이기에 줄넘기 보채는 아내에게 여는 지고 맙니다.
그게 봄을 지나고 있는 오늘의 풍경이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