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
길 르위스 지음, 루이스 호 그림, 김선희 옮김 / 사파리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싶어하는 어린 아이의 마음은, 거창하지만, 자아와 삶을 일깨우는 시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그런 아이의 마음이 잘 나타난 또 한 권의 엄마 사랑 아이 사랑 이야기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찾으러 떠난 아기곰은 좋은 것을 찾을 때마다 엄마곰에게 물어봅니다. 보석처럼 빛나는 파란 돌멩이, 아름다운 잎과 향긋한 냄새를 가진 장미꽃, 나풀거리고 부드러운 깃털.. 하지만 엄마곰은 그 때마다 이렇게 말하지요. "응. 빛나고 아름답지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따로 있단다."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중요한 존재는 바로 '너'라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그림책이라는 점에서 크게 색다른 책은 아니지만, 엄마곰과 아기곰 단 두 명의 등장인물과 자연의 모습이 부드럽고도 잔잔한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점과 표현하고 또 표현해도 넘치지 않는 것이 엄마사랑 아이사랑이라는 점에 점수를 줄 만합니다. 따뜻한 감성을 가진 유치연령의 아이에게 어울릴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가 내 음매를 훔쳐갔어? 그림책 보물창고 37
데니스 플레밍 글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표지그림을 보니 3살난 아들이 아주 좋아하는 책 [우리 아기는 척척박사]와 같은 풍의 그림이다. 혹시? 하면서 확인해보니 지은이가 같은 인물-데니스 플레밍이다. 어른인 내 눈엔 조금 불분명하고 지저분(?)해 보이기도 하는 그림이지만, 유아에게는 확실히 매력적이고 즐거운, 효과적인 그림. 역시나, 함께 도착한 그림책 세 권 중에서 아들은 이 책을 먼저 알아보고 집어들었으니 더 이상 토를 달 것이 무에 있으랴. 

[누가 내 음매를 훔쳐갔어?]는 간결한 스토리라인과 그림을 갖고 있지만, 읽고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느날 갑자기 '음매' 소리 대신 '꼬꼬'라는 소리를 내게 된 주인공 소가 자신의 진짜 소리 '음매'를 찾으러 다니는 이야기. 그래서 한 장면에 한 종(種)씩, 유아들에게 친숙한 여러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그 때마다 각 동물들의 의성어(또는 의태어)가 종류별로 등장하니, 나의 아들은 단순한 상황 속에서 만나는 이 다양함을 즐거워한다.  

게다가! 아들은 이 책의 그림에서 나보다 더 먼저 비밀의 그림을 찾아냈다. 무슨 비밀일까? 힌트는 소가 '꼬꼬' 소리를 낸다는 것. 아들이 페이지를 넘겨가며 계속 손으로 짚어댔던 그 작고 노란 아기동물과 소의 관계를 뒤늦게 알아챈 나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비밀의 그림을 아이와 함께 찾아보시길. 

한동안 나의 아들 손에서 떠나지 않을 책, 엄마 품에서 함께 읽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책, 그래서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책, [누가 내 음매를 훔쳐갔어?]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 터키편, End of Pacific Series
오소희 지음 / 에이지21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는 내내 '나라면?'이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36개월된 아들을 데리고 한 달의 여정의 터키 배낭여행을 떠난 아줌마. 이 아줌마, 저자 오소희씨의 말대로 처음엔 나 역시 "너 미쳤구나"라고 밖에 할 말이 없었다. 혼자이거나 어른들끼리라면 몰라도, 아니, 그만한 아들을 데리고 혼자서?! 그게 어떤 것인지 이 아줌마는 진정 모르는 걸까. 나의 30개월된 아들을 데리고 어디 전시회이라도 갈라치면 웬만한 각오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아는 나로서는 그녀의 용감함에 박수를 보내야 할지, 그녀의 무모함에 퉁을 주어야 할지..  

하지만 내 생각은 틀렸다. 왜냐하면 이 책은 '터키 배낭여행기'이지만, 내 식대로 해석하면 '아이와 터키에 놀러가기'이기 때문이다. 마치 아이와 놀이터에 놀러가는 것처럼 그렇게 그냥 휙 가는 거다, 터키로!  

저자는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시작하여 몇 개 도시(지역)을 방문하는 동안, 어느 한 곳에서도 마음껏 눈요기를 하거나 돌아다니지 못했다. 아들의 관심사는 트램과 거리의 고양이와 그 동네 아이들과 놀이터, 흙과 풀이었지, 유명하거나 의미있는 장소, 건물, 경치가 아니었다. 더구나 엄마처럼 빨리 걸을 수도 없고 낮잠도 자야하는, 그래서 예정된 스케쥴대로 움직일 수 없는 아기(!)가 아닌가. 

하지만, 정말 하지만! 저자는 터키를 터키 그대로 느끼고 즐겼다. 유적지를 여기저기 헤집으며 구경하는 대신 아이가 그녀에게 허락하는 만큼만(때로는 사탕으로 협력을 구했지만) 터키를 받아들였다. 아들과 보폭을 맞추었고, 기다려주었고, 함께 놀아주며 그들이 있는 곳을 그 곳 그대로 받아들였다. 과연 나라면? 

따라서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는 터키의 명소나 명물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아닌, 그녀와 아들이 만났던 터키의 사람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대개는 잠깐 스쳐가는 인연이지만 마음이 따뜻하여 고마운 사람들, 때로 너무 가난하고 무지한, 또 때로는 '돈맛'을 안 영악한 사람들, 또 모자에게 더없는 안식처가 되어 그들이 오래도록 머무를 수 밖에 없었던 올림푸스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통해, 특히 그녀의 아들을 통해 저자는 여행이란, 사람이란,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사색하고 털어놓는다. 과연, 관광이 아닌 여행에서만 가질 수 있는 생각들.. 

그녀의 이러한 여행은 모자가 영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할 수 있다는 기막힌 재주가 큰 몫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에서 다소 허무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라는 해탈한 듯한 한 마디가 그들만의 방식이 아닌, 나의 방식이 될 미래의 어느 날을 꿈꾸게 만든다. 

바람아, 나도 데려다 주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이븐 블랙 블랙 캣(Black Cat) 14
앤 클리브스 지음, 이주혜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을 읽고 나서 실망하는 경우는 세 가지다. 하나, 범인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경우. 둘, 이야기의 구성이 허술하거나 너무 비약시키는 등 짜임새와 개연성이 부족한 경우. 셋, 이야기의 구심점이 사건 또는 범인에게 맞춰지지 않고 주변 이야기를 너절하게 늘어놓아 긴장감과 속도감이 떨어지는 경우. 

내가 읽은 [레이븐 블랙]은 세 번째 경우에 해당된다. 400여 페이지의 분량이니 일반적인 소설보다 조금 더 두꺼운 책. 그 두께를 팽팽한 긴장감과 짜릿한 속도감으로 채우기엔 무리가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반대로, 이만한 두께에서 긴장감과 속도감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였을까? 

영국의 외딴 섬, 스산한 겨울, 발견되는 사체. 배경과 분위기와 시작이 영국의 추리소설, 특히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의 그것과 같아서 오랜만에 만나는 옛 추리소설의 기억을 떠올리며 순조로운 출발. 조금은 지저분하고 어수룩한 외모의 형사가 등장하고-그렇지만 분명 이 형사가 사건을 해결할 것이고, 각자 뭔가 비밀스러우면서도 석연치 않은, 그래서 혹시 범인일지도 모를 구석이 보이는 주변인들, 여기까지가 딱 좋았다. 너무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니냐고 평한다 해도 나 개인적인 취향은 바로 이거다. 특정 장소는 아니지만 고립된 것과 마찬가지인 장소에서, 너도 나도 다 아는 관계인 등장인물들이, 범인으로 지목되는 아무개는 아마도 진짜 범인이 아닐 것이라는 직감을 가진 형사의 고군분투로 진짜 범인을 밝혀내는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레이븐 블랙]은 이야기의 틀을 잘 잡아놓고 시작했으면서도 급작스럽게 맥빠지기 시작한다. 주변인의 이야기에 지나치게 공을 들인 나머지 추리소설을 읽고 있는 것인지, 서정성이 강한 소설책을 읽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지루하다. 그 지루함은 몇몇 개성있는 캐릭터를 가진 인물을 빼면 의미없는 인물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인데, 각자가 범인이거나 최소한 이 사건과 관련되었을지로 모른다는 속임수를 놓고자 의도했던 바이겠지만, 인물들의 하릴없는 일상은 속임수도 아니요, 암시도 아니다.  

또 결정적인 인물 두 명-형사와 범인의 행보 역시 밋밋하다. 단서없는 미궁의 사건 속에서 대부분은 놓치고 있는 작은 단초를 시작으로 논리와 직감을 동원한 범인 쫓기의 활약상을 형사에게서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범인이란! 범인의 살해 동기를 수긍할 수 있을 만큼의 심리묘사나 상황묘사가, 양적으로는 많았을지 몰라도, 질적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 마디로 시시하다. 

불길한 징조로 여겨지는 갈까마귀, 레이븐 블랙이 처음 발견된 사체를 쪼는 것으로 그럴 듯하게 시작된 [레이븐 블랙]은 결국엔 아무 것도 불길할 것 없는, 그저 어느 외딴 섬에서 일어난 단순 우발적인 살인사건의 서술일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 수다 - 나를 서재 밖으로 꺼내주시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진원 옮김 / 지니북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기행문을 읽은 적이 있었나, 기억을 더듬어보니 백지다. 어른이 된 후론 안 읽었거나, 읽었어도 기억에 남지 않는 책이었나보다.  

'오쿠다 히데오'라는 이름과 '부산 전격 방문'이라는 대대적인(!) 선전문구 덕분에 책이 나오기도 전부터 [오! 수다]를 찜한 상태로 대기하고 있었건만, 책 몇 장을 채 넘기기도 전에 기행문을 읽었었는지 안 읽었었는지 기억을 더듬을 정도라면 대략 난감이라는 표현이 딱 내가 맞이한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의 여정은 일본에서도 후미진 곳, 나로서는 일본의 어디 쯤인지도 알 수 없는 해변의 작은 마을들을 중심으로 했기 때문에 친절한 묘사에도 불구하고 그 곳의 풍광에 흠뻑 젖어들기 힘들었고, 작가가 칭송해마지 않는 산해진미조차 우동이나 회같은 것을 빼면 생김새도 짐작하기 어려운 일본 토속 음식들이기에 입맛을 다시기도 애매했다. 뒤늦게 생각해보니, 외국 사람이 쓴 외국 기행문이라는 한계다. 외국 사람이 쓴 한국 기행문이라든가, 한국 사람이 쓴 외국 기행문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거리가 훨씬 많았을 터. 

다행히 50여 페이지를 지나면서부터는 작가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튀는 문장들, 어찌보면 무례한 표현이거나 악담일 수 있지만 뒤끝이 전혀 없는 솔직함과 순수함이 묻어나는 문장들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니 읽는 재미는 초반이 조금 지나면서부터 상승곡선을 탄다. 

작가는 [오! 수다]를 유명난 관광지에는 야박하다 할만큼 그의 문장을 나눠주지 않은 반면, 그의 일행과 여정 중에 만난 사람들, 음식에 대한 품평과 자기 이야기로 채웠는데,  

"이런 생활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여행자의 감상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단조로운 생활을 동경한다. (...) 이것이 바람직한 인생이다. '보람'이나 '자아 찾기'와 같은 것은 현대병의 일종이다. 언론이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라고 달콤한 말을 속삭이기 시작한 순간부터 인간은 새로운 고통을 안게 되었다. 자기 자신을 상품화해서는 안 된다. 도대체 어떻게 할 셈이란 말인가." (55쪽)

와 같은 문장들은 그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만든다.  

부산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 기행문집 중에서 한국에선 단 한 곳, 부산이 등장하는데-단 한 곳, 부산일 뿐인데 그렇게 대대적으로 선전했단 말인가!- 역시나 작가는 달콤한 언어로 부산을 치장하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을 훌륭하다고 했고, 한국인의 역동성과 근면성을 칭찬하기도 했지만, 해운대를 보고 일본의 최대 관광휴양도시의 옛날 모습처럼 서민적이라고 하고, 목욕탕의 때밀이더러 어디서 그런 일본말을 배웠는지 라고도 하고, 유람선 스피커에서 들리는 노래소리가 시끄러워 한국인은 귀가 튼튼한 걸까 라고 독백한다. 아, 물론 나도 안다. 그것이 그의 솔직한 느낌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일 뿐이라는 것을. 하지만 아무래도 듣는 나, 한국인의 입장에선 귀가 즐겁지만은 않았다는 솔직한 느낌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싶다.  

기행문집에서도 여전한 오쿠다 히데오의 입담을 읽는 재미가 괜찮다. 흔한 여행 가이드서적이나 판에 박힌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책들과 달라서 책을 읽는 느낌이 난다. 이런 식의 기행문집이라면 기꺼이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 오쿠다 히데오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면 오버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