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수다 - 나를 서재 밖으로 꺼내주시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진원 옮김 / 지니북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기행문을 읽은 적이 있었나, 기억을 더듬어보니 백지다. 어른이 된 후론 안 읽었거나, 읽었어도 기억에 남지 않는 책이었나보다.  

'오쿠다 히데오'라는 이름과 '부산 전격 방문'이라는 대대적인(!) 선전문구 덕분에 책이 나오기도 전부터 [오! 수다]를 찜한 상태로 대기하고 있었건만, 책 몇 장을 채 넘기기도 전에 기행문을 읽었었는지 안 읽었었는지 기억을 더듬을 정도라면 대략 난감이라는 표현이 딱 내가 맞이한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의 여정은 일본에서도 후미진 곳, 나로서는 일본의 어디 쯤인지도 알 수 없는 해변의 작은 마을들을 중심으로 했기 때문에 친절한 묘사에도 불구하고 그 곳의 풍광에 흠뻑 젖어들기 힘들었고, 작가가 칭송해마지 않는 산해진미조차 우동이나 회같은 것을 빼면 생김새도 짐작하기 어려운 일본 토속 음식들이기에 입맛을 다시기도 애매했다. 뒤늦게 생각해보니, 외국 사람이 쓴 외국 기행문이라는 한계다. 외국 사람이 쓴 한국 기행문이라든가, 한국 사람이 쓴 외국 기행문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거리가 훨씬 많았을 터. 

다행히 50여 페이지를 지나면서부터는 작가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튀는 문장들, 어찌보면 무례한 표현이거나 악담일 수 있지만 뒤끝이 전혀 없는 솔직함과 순수함이 묻어나는 문장들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니 읽는 재미는 초반이 조금 지나면서부터 상승곡선을 탄다. 

작가는 [오! 수다]를 유명난 관광지에는 야박하다 할만큼 그의 문장을 나눠주지 않은 반면, 그의 일행과 여정 중에 만난 사람들, 음식에 대한 품평과 자기 이야기로 채웠는데,  

"이런 생활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여행자의 감상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단조로운 생활을 동경한다. (...) 이것이 바람직한 인생이다. '보람'이나 '자아 찾기'와 같은 것은 현대병의 일종이다. 언론이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라고 달콤한 말을 속삭이기 시작한 순간부터 인간은 새로운 고통을 안게 되었다. 자기 자신을 상품화해서는 안 된다. 도대체 어떻게 할 셈이란 말인가." (55쪽)

와 같은 문장들은 그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만든다.  

부산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 기행문집 중에서 한국에선 단 한 곳, 부산이 등장하는데-단 한 곳, 부산일 뿐인데 그렇게 대대적으로 선전했단 말인가!- 역시나 작가는 달콤한 언어로 부산을 치장하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을 훌륭하다고 했고, 한국인의 역동성과 근면성을 칭찬하기도 했지만, 해운대를 보고 일본의 최대 관광휴양도시의 옛날 모습처럼 서민적이라고 하고, 목욕탕의 때밀이더러 어디서 그런 일본말을 배웠는지 라고도 하고, 유람선 스피커에서 들리는 노래소리가 시끄러워 한국인은 귀가 튼튼한 걸까 라고 독백한다. 아, 물론 나도 안다. 그것이 그의 솔직한 느낌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일 뿐이라는 것을. 하지만 아무래도 듣는 나, 한국인의 입장에선 귀가 즐겁지만은 않았다는 솔직한 느낌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싶다.  

기행문집에서도 여전한 오쿠다 히데오의 입담을 읽는 재미가 괜찮다. 흔한 여행 가이드서적이나 판에 박힌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책들과 달라서 책을 읽는 느낌이 난다. 이런 식의 기행문집이라면 기꺼이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 오쿠다 히데오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면 오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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