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의 세계 - 생생 입체 사진 팝업북
리처드 퍼거슨 지음 / 애플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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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책. 제 생각이지만, 팝업책은 딱 한 장만 넘겨보아도 바로 승부가 나버립니다. 넘겼을 때 탄성이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 그리고 얼마나 큰 탄성이 얼마나 오래도록 나오느냐. 그럼, [곤충의 세계]는 어땠을까요?

[곤충의 세계]의 첫 팝업은 나비가 꽃 위에 앉아있는 모습이예요. 3살 아들이 처음 넘겼을 때, 승부는 "You Win!"입니다. 이 책이 유아동 대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 또래의 아이들이 충분히 오래도록 큰 탄성을 지를 만큼의 팝업입니다. 큰 조각(?)들이 시원스레 촤~악 펼쳐집니다. 특히 그림이 아닌 사진이기 때문에 그것이 실제 곤충인 양 느껴지는데, 저의 아들은 귀뚜라미와 사슴벌레를 펼칠 때는 몸을 움찔거렸지요.

페이지 안에 숨겨진 페이지를 잡아당기면 그 안에는 해당 곤충에 대한 정보가 더 실려있는데, 그 정보의 양이나 곤충의 수(책에 실린 곤충은 모두 5종)로 보면 이 책을 곤충지식책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이 책의 본분은 곤충의 세계로 초대하는, 호기심을  유발하는 책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런 곤충이 있다, 는 정도로 알려주는 것만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팝업으로 펼쳐지는 곤충의 모습을 감상하는 재미,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You Win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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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쪽빛그림책 2
이세 히데코 지음, 김정화 옮김, 백순덕 감수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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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았을 때는 '를리외르'가 사람 이름인 줄 알았는데, 내용을 읽고보니 책을 만드는 제본가를 의미하는 프랑스어입니다. 이런 직업이 따로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지만, 책을 제본하는 처음부터 끝까지 60여 공정을 모두 손으로 해내는, 수공 장인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는 자기가 너무 아끼던 도감 책이 찢어져서 이것을 다시 새 책으로 만들고 싶은 아이와 를리외르 아저씨가 만나는 이야기예요. '를리외르'라는 직업을 알리는 골격을 가졌지만, 자기 일에 열심인 아저씨의 이야기와 자기만의 도감 책을 갖게 된 아이가 훗날 식물학자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감흥을 줍니다.

연필로 그린 밑그림이 보이도록 채색한 수채화 그림이 참 멋집니다. 분위기있는 그림이예요. 이 책을 쓰고 그린 작가가 프랑스에서 미술을 공부한 일본인이라는데, 그래서인지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거리의 모습이 한 폭의 풍경화 같아요. 특히 를리외르 아저씨가 책을 제본하는 손놀림을 그린 그림은 정말 섬세해서 손이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책 커버를 벗겨보니 앞표지에 아저씨의 손놀림이 뎃셍으로 그려있는데, 이것이 책 커버그림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책만큼은 책 커버를 벗겨놓아야 할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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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제왕의 생애 (반양장)
쑤퉁 지음, 문현선 옮김 / 아고라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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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위엔 빨간 깃털을 가진 작은 새가 올라앉아있고, 옅게 화장한 듯한 얼굴로 눈을 감고 있는 이 사람. 겉표지의 이 사람을 처음엔 무심하게 바라보았으나, 책을 덮고 난 지금 이 사람이 '나'이며, 제왕의 용포와 왕관을 쓰지 않고 붉은 옷과 붉은 모자에 작은 새와 마음으로 대화하고 있는 모습의 의미심장을 깨닫는다.   

나. 겨우 열넷의 나이에 형제 중 막내였던 단백은 섭국의 제왕으로 등극한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제왕. 준비할 마음도, 준비할 필요도 없었던 단백이 제왕으로 등극한 것에서부터 섭국의 마지막날이 머지 않았음이 시시때때로 예언된다. 비록 미치광이가 짓껄이는 이 말을 누구도 귀담아 듣지 않았지만, 후에 섭국의 왕 자신조차 내뱉는 말이 되었으니 '나, 제왕의 생애'는 한낱 꿈이었던가. 

단백이 제왕으로 지냈던 8년의 세월은 때로 잔인한 형벌과 가혹한 처분으로 말미암아 피로 물든 혼령에게 시달림을 받은 고통의 날들이었으나, 오직 제왕만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해 충성을 바치는 환관 연랑을 곁에 두게 되었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새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가진 여인 혜비와 절절한 사랑을 나누었다. 제왕으로서의 삶이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단백에게 그것은 차라리 자유였으며 세상을 향해 날아오르는 새가 되는 일이었다. 

[나, 제왕의 생애]는 충분히 재미있고 흥미로운 소설이다. 궁중에서의 생애와 궁 밖에서의 생애는 제왕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단백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결국은 '자아찾기? 또는 인생무상?' 정도로 귀결되는 주제일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작가 쑤퉁의 문장 하나하나와 이야기를 꾸려가는 솜씨가 제 빛을 다하였다. 상상하기조차 거북한 잔혹한 장면들은 그리 길게 묘사하지 않았으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권력에 의해 휘둘리고 권력을 향해 이합집산하는 상황과 사람에 대한 묘사가 매우 설득력있다. 또 그 가운데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부유하는 제왕으로서의 '나'는 다양한 성격으로 그려졌는데, 연약하고 천진한 철없는 사내아이이기도 하고, 때로 극악무도한 폭군이기도 하며, 최고의 권력을 가졌으나 실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꼭두각시 놀음의 놀이꾼이기도 하니, 이 다양한 캐릭터가 한 몸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이후 궁 밖에서 단백이 느끼고 당했던 비루하지만 꿈틀대는 삶의 발견, 무너지는 궁을 목격하는 복잡미묘한 심경이 절묘한 표현과 비유로 서술되었는데, 앞과는 달리 조금 짧고 가볍게 다루고 있어서 아쉽긴 해도 책의 마지막 문장까지 쑤퉁의 필력은 살아있다. 

"나는 내가 꿈에 기대어 글을 쓰고, 꿈에 기대어 살았을 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 제왕의 생애]는 바로 그 꿈속의 꿈이다."라고 쑤퉁이 서문에 쓴 이 표현이 아주 마음에 든다. 내 생각에,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 제왕의 생애]는 그의 긴 꿈, 그것도 꽤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을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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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요원 알렉스와 페니 이탈리아 편 - 첫 번째 임무 - 세계비밀연구소를 찾아라!
자다 프란차 지음, 고정아 옮김 / 해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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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에 호감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책입니다. 큰 판형에 시원시원한 그림, 주르륵 넘겨보면 화보처럼 멋지고 큼직한 사진들과 뭔가 암호가 가득 담겨있는 듯한 퍼즐. 이탈리아에 대해 아는 것은 피자와 스파게티, 영화 로마의 휴일, 피사의 사탑 정도로 빈약한 몇 가지에 지나지 않지만 이 책을 따라가면 상당히 흥미롭고 신기한 것들을 만날 것 같았지요.

주인공인 알렉스와 페니는 관심있고 잘 하는 분야가 서로 다른 쌍둥이 형제예요. 페니는 역사, 알렉스는 컴퓨터 도사지요. 이 두 명은 무엇을 하는지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비밀연구소'를 찾아가는 미션을 수행하게 되었어요. 그 곳을 찾아가려면 제시된 퍼즐이나 퀴즈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그렇게 계속되는 과정 속에서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지역)을 돌아보며 유적지와 랜드마크 등을 알아가는 설정입니다. 

이 책이 가진 장점은 많습니다. '이탈리아'편이라는 데에서 연유한 것이지만 상대적으로 덜 익숙하고 덜 알려진 곳이 큰 사진들로 실려있어서 그것들을 감상하는 것만도 상당히 인상적이에요. 대부분 상공에서 아래를 향해 찍은 사진들이 많아서 입체적인 건물과 경치가 마치 눈 앞에 펼쳐져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들구요. 보충 사진 자료도 충분합니다. 본문글에는 이탈리아의 역사와 사회, 문화의 정보가 상당히 구체적이고 자세한 수준으로 실렸고, '알고 있었나요'와 메모지 모양으로 따로 곁들인 정보도 쏠쏠합니다. 또한, 다음 장소를 알기 위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퍼즐, 퀴즈, 점 잇기, 색 칠하기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제시되어 흥미를 잃지 않고 마지막까지 여행을 계속 따라갈 수 있도록 유도했다는 점도 좋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전체적인 구성의 난이도가 들쑥날쑥하다는 점이예요. 본문에 실린 내용은 생각보다 상당히 높은 난이도의 정보가 섞여있습니다. 비교적 잘 알려진 피사의 사탑이나 미켈란젤로의 다비드像과 같은 몇 가지를 제외하면 중고생이 되어야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들, 또는 성인 대상의 책인 것 같은 내용이 많아요. 반면 퍼즐 등의 문제는 너무 쉬워서 좀 시시할 정도이고, 이야기의 구도와 전체적인 책의 모양새도 어린 학생을 대상으로 하지요.  

비밀연구소를 찾아낸 것에서 이야기가 끝났으니 앞으로 미션수행이 계속되면서 세계 각국을 소개하는 시리즈로 펴낼 것으로 보입니다. 난이도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매력적인 시리즈로 이어질 텐데. 이 책 한 권만으로 보면 의욕이 너무 앞서서 오히려 아쉽게 되어버린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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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강아지 애기 이야기 보물창고 9
로리 리스 지음, 프랭크 W. 도머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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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페이지에 길어야 너댓 줄을 넘지 않는 짧은 글. 만화처럼 간략하게 그린 그림이 네모칸 안에 들어있는 큰 그림. 네댓살 정도의 아이에게, 특히 강아지를 좋아하는 아이에겐 아마 이 책이 괜찮겠지만, 사실 이 책 자체로는 별로 큰 특징은 보이지 않습니다. 

주인공 아이가 아빠와 함께 애완동물가게에 가서 강아지 '애기'를 사오는 것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예요. 아이와 '애기'는 둘도 없는 단짝친구가 되지요. 첫 부분에서 어떤 동물이 좋을까 이런 저런 상황을 생각하며 고민하는 과정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아이와 강아지 사이의 진한 애정을 그리는, 평범하고 익숙한 이야기들이라서 그리 재미있지는 않았어요.  

3살 동생이 보는 그림책도 너무나 잘 보는 저의 초등생 딸은 이 책을 읽고 딱 한마디 했습니다. "저도 강아지 사주세요."  그래서 제가 물었지요. "책은 어때? 재미있니?" 딸의 대답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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