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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남행 비행기 - 제5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ㅣ 푸른도서관 21
김현화 지음 / 푸른책들 / 2007년 12월
평점 :
나와 같은 전후세대를 부모로 둔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 전쟁이나 분단, 이산가족, 탈북자, 동포 등의 단어를 실감하기는 참 어렵다. 머릿속엔 교과서에서 배운 한국전쟁이 담겨있겠지만 진정 살갗에 소름이 오소소 돋을 만큼 느껴질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리남행 비행기]는 스토리 자체의 흡입력은 물론 탈북자에 대한 시각과 관심을 재삼 일깨우고 있다는 데 매우 만족하는 청소년 소설이다.
두만강을 넘어 중국을 지나 태국까지, 리남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목숨을 건 여정을 택한 봉수네 가족. 할아버지부터 어린 여동생까지 다섯 명의 일행에게 닥치는 위험과 고비는 다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터. 그 사이 우연히 만나거나 어쩌면 필연으로 만난 사람들의 정체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중국땅이니 중국 공안은 물론 중국인도 믿을 수 없을 뿐더러 조선족이나 같은 탈북자 신세인 사람조차 경계해야 할 상황.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모를 이 상황은 책 속 봉수네 가족은 물론 독자인 나조차도 마음 졸이게 만든다. 인신매매를 당하여 벽돌공장에서 노예처럼 일해야 했고, 소매치기에게 가진 돈을 몽땅 털리기도 했지만, 그 와중에 생명의 은인인 목사님과 한 소년을 만나기도 하며 갖은 우여곡절을 겪는 봉수네 가족.
당연히 먹을 것 입을 것 없는 행색이 꼬질꼬질한 가족들을 가장 슬프게 했고, 또 나를 가장 슬프게 했던 것은 더이상 견딜 수 없어 먹을 것을 찾아 나선 할아버지의 한 말씀. "열심히 걸어라." 봉수네 가족에게 얼굴을 돌리지 못한 채 중국 공안 얼굴에 대고 필사적으로 외쳐야 했던 그 장면은 차마 눈물을 참지 못하게 만든다.
[리남행 비행기]는 지루할 새 없이 가슴 졸이며 술술 읽히고, 그 안에서 슬프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한 여러 인간 군상이 밀도높게 그려졌다. 무사히 리남행 비행기를 타는 해피엔딩으로 마치고 있지만 그들에게 또 어떤 여정이, 한국에선 또 어떤 일이 펼쳐지게 될지 왠지 안심이 안 되는 건 또 무슨 이유일런지...... 그래도 봉수네 가족은 아마도 절대 할아버지의 말씀을 잊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드니 다행이다. 열심히 걸어라, 그 말은 봉수네 가족과 독자에게도 던져주는 소중한 유언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