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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 - 제10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 수상작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5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일본 깡촌 마을 청년회의 늙수구레한 청년들, 그리고 도쿄 한복판 망해가는 광고대행사의 시니컬한 직원들. 이들의 만남이 만들어낸 걸작은 다름아닌 공룡!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는 궁벽하기 짝이 없는 시골마을의 호수에 공룡이 나타난 것으로 거짓 이슈를 퍼뜨림으로서 '마을 맹글기'를 해보려는 유머러스한 소설이다.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을만큼 심각한 사투리를 쓰는, 순박하기 이를 데없는 이 마을 청년회 사람들. 마을의 특산물 이름을 딴 미인대회든 마을의 고유풍습을 재현한 이벤트든, 아니면 그 무엇이라도, 뭔가 이 마을에 붐을 일으킬 '꺼리'를 만들길 원한다. 일본이나 우리나 시골마을의 제 살 길 찾기 모습은 비슷하군. 한편 도대체 클라이언트에겐 씨도 안먹히는, 나름 아이디얼한 광고인들은 이 청년회 사람들의 의뢰를 받고 뭔가 이 마을에 붐을 일으킬 '꺼리'를 찾아야만 했지만 과연 '암것'도 없는 상황. 그리하여 밑도 끝도 없이 등장한 공룡출현 아이디어는 마을 맹글기 필살기로 구체화된다. 그렇지, 도시사람들에게 어필하기가 그리 쉽겠나, 공룡이라면 또 몰라도. 또한 하지만 그 거짓말이 어디 그리 오래 가겠나, 공룡이 아니라면 또 몰라도.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라는 제목에선 유추해낼 수 없는 공룡출현이 다소 생뚱맞지만, 이 소설의 즐거움은 공룡출현이라는 거대한 사건이 아닌 시골 청년회 사람들의 말 한마디, 단 세 명 뿐인 광고대행사 직원들의 사연같은 소소한 것에 있다. 큰 폭소를 터뜨리지는 않을지언정 끊이지 않는 미소를 띄우고 읽을 수 있다고나 할까. 또한 공룡출현이 엉터리같이 보이지 않도록 최대한 잔머리를 굴렸던 이들의 말맞추기처럼,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또 등장인물 개개인의 사연은 제대로 잘 맞춰졌다. 유명 여류 앵커가 돌연 이 마을 사람과 결혼해버린 사실 하나만이 조금 설득력이 떨어지지만 결혼 이후 매스컴에서 떠들어대는 상황과 마지막 새로운 한 장의 사진에서 벌어지는 상황에선 역시나 훌륭한 짜임새.
이 책에서 가진 것없는 시골 마을에 대한 도시민의 관심을 상기시키려는 의도는 유머 속에 감춰져 거부감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라고 하지 않는가. 읽다보면 '붙잡아서'라는 의미를 깨닫게 된다. 책 속 사람들이 오로로콩밭에 붙잡힌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독자도 이 책에 붙잡히고야 만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