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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자율 - 스스로 행동하는 힘 ㅣ 어린이 자기계발동화 5
한영희 지음, 추덕영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12월
평점 :
먹고 입고 자는, 하나부터 열까지 부모의 손이 닿아야만 자랄 수 있는 갓난아기가 커가면서 조금씩 스스로 해내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부모만이 가질 수 있는 기쁨일 터. 그러나 그 아낌없는 보살핌을 어느 시점에서 어느 선까지 해주여야 하는 것인지 판단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이 정도 나이면 이 정도는 해야지, 라는 대략의 판단이 서있더라도 혹시나 아이가 다칠까봐, 혹시 아이가 상심할까봐, 혹시 잘못될까봐 노심초사하는 마음에 부모가 나서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보호막을 쳐주는 우를 범하기도 쉽다. 그런 점에서 [어린이를 위한 자율]은 어린이대상의 자기계발서이면서 동시에 부모에게도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어린이를 위한 자율]은 비록 겉모습은 초라해보여도 속이 꽉 찬 현자로부터 가르침과 깨달음을 얻는 대부분의 자기계발서의 구도를 따르고 있지만 따분함과 지겨움이 아닌, 즐거움과 만족스러움으로 읽을 수 있는 재미난 동화다. 무엇이든 엄마가 나서서 해주는데 익숙해있는 초등5학년인 주인공 두나, 그리고 모든 생활의 중심이 딸에게 맞추고도 늘 안달복달하는 두나의 엄마. 설마 이렇게까지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모녀의 생활은 한심(?)하다. 두나는 잠을 깨지 못하고 비몽사몽인 아침마다 누운 채로 엄마가 떠먹여주는 밥을 한 술 뜨고, 엄마가 챙겨주는 학교 시간표와 학원 스케쥴에 따라 지긋지긋한 공부를 하고, 엄마가 써준 독후감을 배껴써내고, 시험기간이면 엄마가 요약해준 노트를 겨우 들여다보는...... 한편 두나는 아래층에 이사온 같은 반 친구 강율이가 신기하기만 하다. 할머니와 둘이 살면서 밥도 짓고 빨래도 하고 할머니 병간호도 하고, 게다가 학원은 하나도 안 다니면서 공부는 늘 1등이라니?
두나와 강율이의 그 다음 이야기는 대략 짐작가능한 데로 흘러가지만, 어린이독자의 입맛에 잘 맞는 표현과 그 또래의 행동과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화가 좋다. 또한 '자율'이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 즉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고 행동하되 그에 따르는 책임까지도 갖는다는 의미를 이 책 안의 주인공들과 사건을 통해 잘 전달하고 있고, 무엇보다 이야기가 재미있기 때문에 어린이독자의 흥미를 잘 잡아놓고 있다. 나의 초등4학년 딸도 이 책의 제목만을 봤을 땐 심드렁하더니 내가 웃으며 이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곤 슬그머니 가져다가 금방 다 읽어버렸다. 재미있다나?!
어린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 어린이를 위한 자율, 그리고 그것을 위한 부모의 역할. 얼마나 어떻게 중요한 것인지는 두 말할 필요가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