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Art & Play : 예술가가 되는 법
이상은 지음 / M&K(엠앤케이)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내게도 직간접적으로 친구인 연예인이 몇 명 있다. 가장 친한 친구는 우리나라 굴지의 연예인 메니지먼트사의 주요 인사(!)인데, 그녀에게서 아주아주 가끔씩 듣는 유명 연예인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있으면 그들은 뭐가 달라도 다른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끼'나 '열정'은 선천적인 태생의 문제가 아닐까도 싶다. 

[Art & Play-예술가가 되는 법]에서 만난 이상은 역시 달라도 많이 다른 사람인 것 같다. 벌써 20년 역사 속의 '담다디 이상은'이 아닌 '아티스트 이상은'이 느껴진다.  

그녀가 노래 몇 곡을 히트시키면서 꽤나 인지도를 넓혔을 때 쯤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다는 소리를 들었고, 일본 유학시절 발표했던 '공무도하가'를 들으며 그녀가 조금 달라졌다는 느낌을 가졌었다.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한동안 잊고 있었던 이상은을 이 책에서 만난 지금 그녀를 진정한 아티스트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장르를 무엇으로 규정해야 할까. 에세이? 칼럼? 예술? 아니면 화보? 딱 이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장르를 넘나드는 이상은의 아방가르드적 UCC라고나 할까. 그렇기에 기존의 어느 책과도 다른 형식과 이야기로 꾸민 그녀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모두 9개의 장에 담긴 이야기를 축약하면 '예술을 놀이처럼 즐겨라. 이상은처럼 이렇게만 해도 예술이다.'이다. 옷과 가구, 액세서리, 조명 등 누구나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아이템들에 자신의 아이디어만 더하여 장식하면 훌륭한 예술작품이 된다는 것.  

실제로 이상은은 자기가 직접 만든 작품을 공개하면서 어디에서 어떻게 아이디어를 냈는지,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사면 되는지 등 자기만의 노하우와 관련정보를 아낌없이 오픈했다. 또 감수성을 키우는 그녀의 비법, 인생과 예술에 대한 그녀의 단상, 아끼는 소장품, 편지, 직접 쓴 동화(?)까지, 어찌보면 '나 이상은은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말하는 듯 상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어놓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녀의 생각의 깊이와 사색의 심도에 놀랄 수 밖에 없는, 예를 들면, 

"그래서 여러 가지 게임을 만들고 가치도 여러 가지를 실험해서 대안적인 문화를 만들고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말하자면 이런 대안적 사고를 만들어내는 것이 사회학이나 철학, 미술이 하는 일이 아닐런지요." (29쪽) 

와 같은 문장을 만날 때면 기대 이상의 만족감에 젖고 만다.   

그녀가 직접 집필한 글 또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아 완전한 구어체의 문장이나 ^^ ㅋㅋ ㅠㅠ와 같은 기호도 자주 등장하지만 오히려 그녀와 나와의 자연스러운 대화처럼 느껴지고, 책의 구성 역시 기존의 틀을 깬-거장 아티스트와의 인터뷰를 실었다거나, 화보집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만큼 수많은 사진들로 페이지를 할애했다거나- 시도여서 그녀가 이 책을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또 얼마나 기꺼이 즐겼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독특하고 신기한(!) 책을 썼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상은을 아티스트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아트(ART)이고, 그녀는 진정 아티스트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양물감 2007-06-30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은, 첫느낌부터 달랐잖아요... 일본으로 간 후에 나온 노래들이 참 가슴에 아리는 노래들이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