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라스 가는 길 - 영혼의 성소 티베트
박범신 지음 / 문이당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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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일라스, 그보다는 '성산 카일라스'라는 이름으로 뇌리 속에 각인되어 있는 산.
몇 해 전 방송된 다큐멘터리(SBS스페셜(2006년), <신으로 가는 길, 카일라스>)를 통해 카일라스를 알게 됐을 때 두 눈과 온 몸이 얼어붙는 듯한 강한 인상을 받았다. 황량한 고원 사이에 하얀 봉우리를 세우고 선 모습은 세상의 온갖 잡사에도 흔들리지 않는 우직한 수도승을 연상케 했다. 또한 그 둘레를 몇 년에 걸친 오체투지로 순례하는 티베트 사람들은 어떤가. 온 몸을 던져 신에게 다가가려는 그들의 진지함은 이미 티베트를 설명하는 최고의 상징이 되었다.
 이미 카일라스는 단순한 산이 아니었다. 히말라야의 신비함과 위엄 있는 풍모가 더해져 티베트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어느새 카일라스는 '성산'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책은 티베트 라싸에서 카일라스로 가는 길을 에세이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다. 작가의 미려한 글 사이로 큼지막함 사진이 간간히 섞여 있다. 심플하게 넘어가는 책장은 TV를 통해 따라가던 여행과는 확연히 틀리다. 좀 더 감상적이 된다고나 할까. 문단과 문단 사이에 숨을 고르며 티베트와 라싸, 카일라스의 모습을 상상한다.
 몇 해 전에 다녀온 라싸가 떠오른다. 희뿌연 모래바람과 야크기름 냄새, 포탈라 궁의 화려함과 티베탄의 질척함이 묘하게 어우러지니 곳. 70년대 부산의 변방을 거니는 듯 하다가도 대형슈퍼와 극장, 한식당을 만나면 이내 중국의 관광지라는 인식으로 되돌아오곤 했던 이국. 그 거친 땅의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부드럽게 써내려 간다.

 단순히 여행과 감상에만 머물지 않고 우리의 현재와 지금의 사회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중국의 지배하에 있지만 티베트 고유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자긍심은 여느 나라보다 강했다. 자신의 것을 지키고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그들의 모습에서 흥청망청 앞으로만 질주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역사적 아픔을 간직한 척박한 땅이었지만 이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순수한 눈망울을 통해 그들의 밝은 미래를 보는 것 같다.
 박범신 작가의 눈을 통해 티베트의 이면을 계속 여행한다.

 어쩌면 작가가 찾는 곳은 카일라스가 아닐지도 모른다. 카일라스로 가는 여정을 통해 자신만의 ‘성산’을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대한 회한의 글을 통해 그가 이미 카일라스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그래서 이 책은 카일라스를 통해 작가의 인생을, 세계관을 보여주는 명상서적을 닮아있다. 여행을 통해, 산을 통해 세상을 둘러보고 자신을 돌아보는 작가의 마음을 진지하게 접하게 된다.

 랜드크루져를 타고 히말라야를 넘을 때가 생각난다. 돌과 진흙이 뒤섞인 길을 지나 계곡을 건너며 길 아닌 길을 뚫고 달리던 히말라야 고원. 덜컹거리는 자동차는 고산증으로 인한 두통을 가중시켰고 매스꺼움과 어지러움은 끊이질 않았다. 거친 평원 너머로 보이는 만년설의 풍광도 아무런 위안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고통마저도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렸다. 히말라야의 퍼런 하늘과 뜨거운 공기, 어개를 짓누르던 고산증마저도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아련함으로 남아버렸다. 언제고 다시 갈 수 있으려나... <카일라스 가는 길>을 통해 히말라야에 대한 동경이 새롭게 움트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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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2010-05-31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리즘님의 글도 카일라스처럼 신성한 느낌이 드는군요. 라싸..저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이어요. 티비에서 본 오체투지를 하는 그들의 모습이 한편으론 참 부러웠거든요..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프리즘 2010-06-01 10:10   좋아요 0 | URL
이상과 현실이 묘하게 조화된 곳이 바로 라싸였죠. 오체투지하는 사람 주변으로 몰려든 관광객과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중국 상인들과 공안...
꼭 가보세요. 야크 기름이 뼛속까지 사무칠겁니다. ^^

yjmiho 2020-11-14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다큐멘터리 정확한 이름을 알았네요~ ‘카일라스를 알게 됐을 때 두 눈과 온 몸이 얼어붙는 듯한 강한 인상을 받았다.‘라고 표현하신 그 느낌 그대로 저도 느꼈고 잊고 살다 문득문득 생각났었거든요~
다큐멘터리 찾아보려고 해도 정확한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었는데 감사합니다~
 
별의 목소리 - 단편
신카이 마코토.사하라 미즈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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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별의 목소리>에 대한 강렬한 기억 때문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영화의 원작을 직접 접해볼까 해서였지만 이 책은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진 후 그 후광을 입고 다시 만들어진, 조금은 앞뒤가 바꿔버린 작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원작의 명성을 깎아먹는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한장 한장 넘어가는 텍스트와 박스 컷을 통해 애니메이션 못지않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일단 인터넷에 검색된 책소개를 살펴보면,
 "2002년 발표되어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게 세계적 명성과 상업적 성공을 안겨준 단편 애니메이션 '별의 목소리'를 만화로 만난다. 2046년의 지구, 미지의 지적 생명체가 발견된 이래 지구는 정기적인 탐사대를 우주로 보내고 있다. 노보루와 같은 반 친구 미카코도 탐사대에 선발되어 우주로 떠난다. 두 사람을 잇는 것은 짧은 핸드폰 메일 뿐이다. 미카코가 우주 저 멀리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메시지가 도착하는 시간도 길어진다. 이제 메일이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8년 7개월. 별의 거리만큼이나 아득한 두 사람의 거리." (네이버 책)

 이 만화 역시 영화적 기법을 충실히 따라간다. 우주와 지구사이의 엇갈린 시간, 이성에 대한 애틋함, 자신의 존재가 잊힐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문자메시지를 통해 느리게 오고간다. 섬세한 묘사와 적당한 생략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어디서 들려올지 모르는 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쉽게 넘어가는 페이지지만 그 이면에 감추어진 여운이 책장을 무겁게 했다. 사하라 미즈의 감각적인 그림은 원작의 감동을 그대로 전해주는 것 같다. <별의 목소리>를 즐기는 또다른 방법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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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즐거움>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색의 즐거움
위치우위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이다미디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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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공간적인 차원에서의 위대함은 기세(氣勢)라 하고, 시간적인 차원에서의 위대함을 운치(韻致)라고 한다. (p16)  
   

 이 한 문장처럼 깊은 이해에서 우러나오는 통찰력이 독자를 매혹시킨다. 날카로운 지적과 적절한 비교를 통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역사,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 걸친 해박한 지식과 깊은 성찰이 느껴진다. 중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작가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생각 꺼리의 상당부분이 중국(혹은 유럽)에 맞춰 있다 보니 그 분야에 '초짜'인 나에게는 깊게 와 닿지 않았다.

 최근 인문학 책을 많이 접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어떤 책을 읽을 때는 스스로 대견스러울 만큼 이해도가 높았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몇 몇 책은 좀처럼 와 닿지 않았다. 뭔가 겉도는 느낌인데다 '지식의 보고'를 읽고 있다는 자부심보다는 어떻게든 읽어버려야겠다는 오기가 더 크게 작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 역시 후자와 비슷한 느낌으로 읽고 있는데 책 내용의 깊이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나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 단문으로 넘어가는 명언집처럼 구성에서부터 거리감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앞뒤 상황은 다 잘라버리고 그럴듯한 부분만 잘라서 포장해 놓은, 내가 이렇게 생각했으니 너희들도 당연히 동감하고 따라와야 된다는 식의 무언의 압력 같은 것 말이다.
 암튼 이런저런 생각들이 깊이 있게 이어지지 못하고 단발성으로 그쳐버리고 말았다. 책 제목처럼 '사색의 즐거움'을 발견하기에는 내가 너무 어린 탓이리라.


 # 문화.

   
   세계 일류 건축, 그곳은 다만 동화처럼 맑은 모습으로 모든 것을 간단하게 정복하였다. 문틈으로 타지마할을 바라보았을 때 나는 오직 '사람과 흡사하다'라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을 묘사하기는 불가능하지만 한눈에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아볼 수 있다. 고독하고, 다른 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 채 자기만의 분위기를 풍기며 광채가 넘쳐흐른다. 아무도 이런 모습을 모방할 수 없다. (p139)  
   

 하지만 그의 문화사랑은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해박한 지식과 깊은 통찰력으로 문화를 보지만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풀어내려는 노력이 마치 최순우 선생님을 떠오르게 했다.
 인류의 문화는 이들이 노력이 있기에 보다 빛날 수 있었으리라. 학자들만이 공유하는 역사와 문화가 아니라 일반인 누구나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는 살아있는 역사. 그 수레바퀴를 굴려나가는 위치우위의 노력이 느껴진다.


 # 사색.

 <사색의 즐거움>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최대한 천천히 음미하고 곱씹으며 읽어야 한다. 소설을 읽듯 형식을 쫓아서는 많은 것을 놓쳐버리게 된다. 시골길을 산보하듯 느리게 읽되 한 문단을 읽은 후에는 한 템포씩 쉬어가자.
 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쉼 없이 돌아가는 무한 경쟁 사회에서 단문으로 엮어진 텍스트에 의지해 사색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단문 뒤에 감춰진 사실에 해박하지 못하니 깊이 있는 생각으로 발전하지 못할 뿐더러 등 뒤에 책장에는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쉬엄쉬엄 읽어야겠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는다.

 또한 <위치우위 인생철언(余秋雨人生哲言)>이라는 원 제목처럼 격언이나 명구의 성격을 띤 글이 책 후반에 자주 눈에 띈다.
 그런 의미에서 초반부의 집중력이 조금 흐트러진 느낌이다. 사색이라는 개인적 생각꺼리가 격언을 만나면서 집단적인 교화 수준으로 강등된 기분이랄까. 많은 독자들이 그럴듯한 명언을 듣기 위해 이 책을 들지는 않았으리라. 책의 집중도를 위해 단순 훈화성 글은 뺐으면 더 좋았지 싶다.


 # 에필로그.

 이 편집본 한권으로 위치우위의 생각과 철학, 중국과 세계의 문화에 대한 깊은 통찰은 애초부터 무리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위치우위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만으로 큰 기쁨인 것 같다. ‘문화’에 대한 위치우위의 뜨거운 숨결이 심규호, 유소영님의 부드러운 번역 뒤에서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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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즐거움
위치우위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이다미디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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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적인 차원에서의 위대함은 기세(氣勢)라 하고, 시간적인 차원에서의 위대함을 운치(韻致)라고 한다-16쪽

여행의 의미는 무엇인가? 사람과 자연을 더 친밀하게 하고, 고독한 생명에 드넓은 공간을 제공하며, 젊은이들에겐 인생의 굴곡 앞에서도 언제나 희망이 있음을 일깨워주며, 노인들에겐 한동안 살아왔던 세상에 당당하게 작별을 고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 또한 다양한 문화가 서로 조화를 이루게 하고, 역사의 원한이 서로를 만만으로써 해소될 수 있도록 하며, 낯선 미소를 만나게 한다.
때로 두 눈이 기쁨과 환희로 반짝이도록 하고, 깊은 골짜기 아름다운 풍경이 홀로 저녁노을을 맞이하는 일이 없도록 하며, 서재에서 꿈꾸던 오묘한 생각이 더 이상 자신이나 남을 속이는 일이 없도록 하고, 황량한 들판에 동강난 비석 앞에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게 한다.-94쪽

세계 일류 건축, 그곳은 다만 동화처럼 맑은 모습으로 모든 것을 간단하게 정복하였다. 문틈으로 타지마할을 바라보았을 때 나는 오직 '사람과 흡사하다'라는 한가지 생각뿐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을 묘사하기는 불가능하지만 한눈에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아볼 수 있다. 고독하고, 다른 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 채 자기만의 분위기를 풍기며 광채가 넘쳐흐른다. 아무도 이런 모습을 모방할 수 없다.-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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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없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랑은 없다 - 사랑, 그 불가능에 관한 기록
잉겔로레 에버펠트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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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에 빠진 사람은 우선 자신을 속이고 뒤이어 타인을 속인다."(오스카 와일드)는 표지의 문구를 통해 이 책의 내용을 유추해봤을때... 사랑? 한마디로 개풀 뜯어먹는 소리 집어치우라는, 사랑은 단지 섹스를 위한 근사한 포장일 뿐이라는 발상에서 출발한 '사랑 분석서'처럼 다가왔다. 사랑이라는 그럴듯한 사탕발림 뒤에 숨은 실체를 확인하려는 책이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는 지루하리만치 사랑에 대해 후벼 판다. 더 이상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사랑을 파헤치고자 생물학적인, 사회학적인 설명까지 곁들인다. 무려 이백 칠십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사랑의 허구를 증명하려고 할애한다.

 그리고는 책의 말미에 다음처럼 확실하게 못을 박아버렸다.

 사랑의 대표 주자들로 간주되는 질투, 정절, 결혼과 같은 개념들은 알고 보면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즉, 종족 보존의 수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p273)

 사랑을 종족 보존의 수단, 섹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강력한 주장 앞에 더 이상의 할 말을 잊었다. 일방적인 선고에 할 말을 잃어버린 피해자가 되어버린 느낌이랄까.
 사랑에 대한 신랄한 분석에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비약이 너무 심한 것 같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생식'이라는 틀로만 재단한 것은 아닌지, 인간을 너무 종족번식을 위한 동물로서 취급한 것은 아닌지 자꾸만 불편해진다.

 설사 사랑의 감정이 이런 종족번식을 포장하는 거창한 장신구라고 한들 어쩌란 말인가! 그렇다고 우리들의 사랑이 내일부터 당장 멈춰 버릴까? 아니면 사랑이라는 단어를 '섹스'나 '번식'으로 바꾸어 버릴까?
 이런 와중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사랑, 사랑, 사랑을 갈구하고 있으니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랑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버린 지금이지만, ‘그래도 사랑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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