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모유키 - 제1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조두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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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간에 시작된 전쟁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되돌아왔다. 적이라지만 이는 국가 통수권자의 적일뿐 총칼을 집어든 병사나 이에 맞서는 백성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 소용돌이에 휩싸인 국민들은 그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남을 죽일 뿐이다.
수십 년을 살아온 인간의 목숨은 무의미한 칼질 앞에 난도질당한다.

일본군 군막장, 도모유키에 의해 그려지는 정유재란으로 역사적 영웅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전쟁에 참여했던 하급 무장의 입장에서 씌어진 점이 신선하다.
특히 빠른 장면 전환과 간결한 문체는 책에서 눈을 땔 수 없게 만들었고, 일본의 시각이라는 점은 오히려 전쟁의 잔혹성과 야만성을 직시할 수 있도록 균형을 잡았다. 대표적인 일본 애니메이션 <반딧불의 묘>처럼 자국민의 고통을 전면에 내세워 전범국 일본을 합리화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으나 우선은 국가간의 전쟁이 아닌 생존을 위한 극한의 싸움으로 개별화해서 보면 될 것 같다.

하지만 2001년 출판된 김훈님의 <칼의 노래>의 아류작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임진왜란(정유재란)이라는 시대상황과 일인 중심의 이야기 구성. 군더더기를 배제한 간결한 문체와 직설적인 묘사. 그리고 한 여인의 등장과 이별 등 여러 가지 설정이 유사하거나 비슷하다. 차이라면 조선의 명장 이순신의 독백이 하급 왜장 도모유키의 중얼거림으로 바뀌었다고 할까.

‘도모유키’는 재미있었지만 ‘이순신’이라는 진한 향기 때문에 처음 <도모유키>에 대한 광고를 접할 때의 신선함이나 제1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기대감은 조금 퇴색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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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 4백 년 전에 부친 편지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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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싹 타들어가는 건조한 겨울날에는 촉촉하게 가슴을 적셔줄 수 있는 ‘사랑 이야기’가 제격이 아닐까. 그러던 중 한 독서토론회에서 12월의 대상도서로 <능소화>가 선정되었다는 말을 듣고 토론회도 참여할 겸 서둘러 장만했다.

표지에 그려진 수묵화풍의 검붉은 능소화와 검게 흘려 쓴 제목에선 시간이라는 한계를 넘어서버린 사랑의 힘이 강하게 느껴진다. 오랜 세월 속에 묵혀둔 진한 과일주 같다고나 할까.
또한 띠지에 적힌 “4백 년 시공을 뛰어넘은 슬픈 사랑”이라는 문구도 인상 깊다. 마치 은행나무에 깃든 천년간의 사랑을 그린 영화 <은행나무침대>의 카피를 보는 것 같아 그 내용에 궁금증을 자아냈다.

소설은 1998년 4월 경북 안동에서 이응태(1556~1586)의 무덤을 이장하던 중 발견된 ‘원이 엄마의 편지’를 모티브로 능소화의 이미지를 빌어 그려내고 있다.

“소화는 기품이 넘치는 아름다운 꽃입니다. 원래 이 세상의 꽃이 아니라 하늘의 꽃이라고 합니다. 하늘정원에 있던 꽃을 누군가가 훔쳐 인간세상으로 달아났다고 합니다. 그 아름다움은 이 세상에 따를 것이 없고 사람들이 다투어 어여삐 여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궁궐과 양반가에서 그 꽃을 심고 즐겨온 것이 수백 년이옵니다. 워낙 기품 있는 꽃인 만큼 양민이나 천민들은 감히 가까이할 수 없는 꽃이옵니다. 상민이 제 집에 소화를 심으면 이웃 양반가의 노염을 사 매를 버는 지경이지요. 누구나 가까이 하기엔 아까우리만큼 기품이 넘치는 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소화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기 십상이나 그 속에는 사람의 눈을 멀게 하는 독이 있습니다.”
(본문 34쪽)

능소화, 너무 아름답기에 그 속에 간직하고 있을지도 모를 슬픔의 ‘독’을 실제 사건과 작가의 소설적 상상력을 통해 그려놓았다. 남편(응태)을 먼저 보내는 여인(여늬)의 애절한 마음과 이들 앞에 놓인 피할 수 없었던 운명이 한여름, 화려한 꽃을 피우고는 시들지 않고 송이채 떨어지는 능소화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더욱이 쉽고 간결하게 씌어진 문체와 빠른 전개가 진부해지기 쉬운 러브스토리를 넘어 빠르게 몰입하게 만든다. 조금 진부할 수도 있는 전설 같은 먼 이야기를 마치 옆에서 듣는 듯 잔잔하게 써내려간다.

하지만 이를 밝혀내고 풀어놓았던 화자 개입은 지나치게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것 같다. 맘껏 잡아놓은 사랑의 애잔한 분위기를 한순간에 흐려놓는 느낌이랄까. 화자의 개입을 최소로 줄이면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조금 상투적일 수도 있는 평이한 내용이지만 그 속에 담겨진 지고지순한 사랑에는 이견이 없으리라. 미완으로 끝난 이들의 사랑을 4백 년이 지난 오늘, 아름답게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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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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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원년 팀으로 만년 꼴찌로 기억되던 삼미슈퍼스타즈가 부활했다. 아련한 향수 속에서 묻혀가던 그들의 전설은 2003년 이 책이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다시금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다 2004년 이범수 주연의 <슈퍼스타 감사용>이 상영되면서 삼미에 대한 오명도 추억과 함께 어느 정도 희석될 수 있었다.

이 책은 1982년 프로야구 창단이레 장명부라는 괴물투수의 영입으로 일약 2위까지 도약했던 83년을 제외하고는 10승 30패(82년 전기, 6위), 5승 35패(82년 후기, 6위), 18승30패(84년 전기 6위), 20승29패(84년 후기, 6위), 15승40패(85년 전기, 6위)의 기록으로 꼴찌만을 전담해 왔던 프로야구팀, 삼미슈퍼스타즈가 이룩한 드라마틱한 시간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각 구단의 어린이 회원에 가입하여 야구단 마크가 새겨진 가방에 잠바, 티셔츠를 받아들고는 그들의 열렬한 팬클럽이 된다. 그리고 삼삼오오 모인 친구들과 선수들의 폼을 따라하며 그들을 얘기한다. 박철순, 김봉연, 김용희... 민속씨름의 이만기와 함께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우리들의 스타! 그들과 함께 기뻐하고 땀 흘렸던 기억에 우리는 미소 짓는다.

하지만 삼미슈퍼스타즈는 냉혹한 프로세계에 적응하지 못한 체 매각되고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도 점점 잊혀진다.
“결론은 프로였다. 평범한 야구 팀 삼미의 가장 큰 실수는 프로의 세계에 뛰어든 것이었다. 고교야구나 아마야구에 있었더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팀이 프로야구라는 - 실로 냉엄하고, 강자만이 살아남고,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하고, 그래서 아름답다고 하며, 물론 정식 명칭은 '프로페셔널'인 세계에 무턱대고 발을 들여놓았던 것이다."
(본문 125쪽)

지극히 평범했지만 프로라는 경쟁체제 안에서는 ‘꼴찌팀’이라는 오명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삼미 슈퍼스타즈처럼 오늘날의 전문화된 사회에서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자체가 사회적인 낙오자를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맹렬한 속도로 돌진하는 사회에 소속되지 못하고 내동댕이쳐진 이방인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이혼과 실업자라는 명분밖에 남은 게 없는 주인공에게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처음 널 봤을 때... ... 내 느낌이 어땠는지 말해줄까?"
"9회 말 투 아웃에서 투 스트라이크 스리 볼  상황을 맞이한 타자 같았어."
"너 4년 내내 그렇게 살았지? 내 느낌이 맞다면 아마도 그랬을 거야. 그리고 조금 전 들어온 공, 그 공이 스트라이크였다고 생각했겠지? 삼진이다, 끝장이다, 라고!"
"바보야, 그건 볼이었어!"
(본문 234쪽)

그건 볼이었다! 투 스트라이크 스리 볼의 긴장상태에서 우리를 아웃시키며 벤치로 몰아넣는 스트라이크가 아니라 1루로 천천히 걸어 나가 자신을 되돌아보고 지친 삶에 휴식을 주라는 하나의 조언이었던 것이다.

이러 저리 돌려 치며 거침없이 끌고 나가는 글맛이 일품인 이 책은 '아마추어 사회학'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8,90년대의 프로화로 치닫는 사회를 잘 꼬집고 있다.
국가 주도의 무한경쟁과 전문화, 개인의 삶보다는 집단의 경제성이 우선시되는 상황 속에서 '삼미슈퍼스타즈'라는 아웃사이더를 통해 잠시나마 세속의 속도감에서 벗어나본다. 9회말 투 스트라이크 스리 볼에 찾아온 ‘볼’의 안도감처럼, 빌딩 숲 사이에서 문득 느껴지는 산들바람 같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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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죽는 것이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인데
요즘엔 왜 그렇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많은지.
힘들고 어려운 각자의 사정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목숨값으로 그 문제를 해결한데서야 안될 말이지.
어차피 자신이 짊어지고 해쳐나가야 할 스스로의 삶인데
맞서지는 못할망정 도망가지는 말아야지 않겠냐는 거지.
현실을 직시하고 근본적인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려 노력할 때,
어쩌면 시간이라는 치유제도 우리에게 힘을 보태주겠지.
힘들지만 조금만 더 참고 견디자고!
훗날 우리들을 자랑스럽게 할 훈장으로 남든,
아팠던 과거를 기억하게 할 흉터로 남든지 간에
이는 우리가 살아가야할 소중한 삶이 아닌가 말이여...

"니가 그 일을 기억 못해서, 느이 식구들은 영영 그러길 바랬지만 나는 내내 걱정이었다. 늙어서 노망난 것도 아닌데 파릇파릇하니 자라는 것이 지가 겪은 일을 기억 못해서는 안 된다구 생각했단다. 다 알구, 그러구선 이겨내야지. 나무의 옹이가 뭐더냐? 몸뚱이에 난 생채기가 아문 흉터여. 그런 옹이를 가슴에 안구 사는 한이 있어두 다 기억해야 한다구 생각했단다.”
(<유진과 유진> 본문 162쪽)

죽지들 말고 어디 열심히들 살아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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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거나 죽지않고 살 수 있겠니 - 제5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이지형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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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고 기발한, 새로운 형식의 글이라는 찬사가 이 책을 집어든 첫 번째 이유. 거기다 일제 식민지시대라는 정형화된 엄숙함 속에서 어떻게 글이 전개될 지도 꽤나 궁금했었다.

책을 펼치자 유치한 듯 보이는 낯설고 새로운 용어에 마음을 뺏긴다.

이십세기모던이미지댄스구락부의 최고 댄서 조난실과 그녀를 사랑한 모던보이 이해명.
미스터리 같이 얽혀버린 사랑과 뒤이은 거짓과 배신, 그리고 총독취임식에 맞춰진 음모.
결국,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엄숙함 속에 숨은 유희 같다고나 할까. 책을 구성하는 이질적인 요소들은 기존의 소설적 흐름과는 확실히 구별된다. 하지만 책 후반으로 갈수록 그 차별화된 반전을 의식한 탓인지 집중력이 떨어지는 듯 했다.

뒷장에 대한 호기심은 있지만 그 재미 이상의 무엇을 음미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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