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목소리 - 단편
신카이 마코토.사하라 미즈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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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별의 목소리>에 대한 강렬한 기억 때문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영화의 원작을 직접 접해볼까 해서였지만 이 책은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진 후 그 후광을 입고 다시 만들어진, 조금은 앞뒤가 바꿔버린 작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원작의 명성을 깎아먹는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한장 한장 넘어가는 텍스트와 박스 컷을 통해 애니메이션 못지않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일단 인터넷에 검색된 책소개를 살펴보면,
 "2002년 발표되어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게 세계적 명성과 상업적 성공을 안겨준 단편 애니메이션 '별의 목소리'를 만화로 만난다. 2046년의 지구, 미지의 지적 생명체가 발견된 이래 지구는 정기적인 탐사대를 우주로 보내고 있다. 노보루와 같은 반 친구 미카코도 탐사대에 선발되어 우주로 떠난다. 두 사람을 잇는 것은 짧은 핸드폰 메일 뿐이다. 미카코가 우주 저 멀리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메시지가 도착하는 시간도 길어진다. 이제 메일이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8년 7개월. 별의 거리만큼이나 아득한 두 사람의 거리." (네이버 책)

 이 만화 역시 영화적 기법을 충실히 따라간다. 우주와 지구사이의 엇갈린 시간, 이성에 대한 애틋함, 자신의 존재가 잊힐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문자메시지를 통해 느리게 오고간다. 섬세한 묘사와 적당한 생략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어디서 들려올지 모르는 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쉽게 넘어가는 페이지지만 그 이면에 감추어진 여운이 책장을 무겁게 했다. 사하라 미즈의 감각적인 그림은 원작의 감동을 그대로 전해주는 것 같다. <별의 목소리>를 즐기는 또다른 방법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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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즐거움>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색의 즐거움
위치우위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이다미디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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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공간적인 차원에서의 위대함은 기세(氣勢)라 하고, 시간적인 차원에서의 위대함을 운치(韻致)라고 한다. (p16)  
   

 이 한 문장처럼 깊은 이해에서 우러나오는 통찰력이 독자를 매혹시킨다. 날카로운 지적과 적절한 비교를 통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역사,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 걸친 해박한 지식과 깊은 성찰이 느껴진다. 중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작가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생각 꺼리의 상당부분이 중국(혹은 유럽)에 맞춰 있다 보니 그 분야에 '초짜'인 나에게는 깊게 와 닿지 않았다.

 최근 인문학 책을 많이 접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어떤 책을 읽을 때는 스스로 대견스러울 만큼 이해도가 높았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몇 몇 책은 좀처럼 와 닿지 않았다. 뭔가 겉도는 느낌인데다 '지식의 보고'를 읽고 있다는 자부심보다는 어떻게든 읽어버려야겠다는 오기가 더 크게 작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 역시 후자와 비슷한 느낌으로 읽고 있는데 책 내용의 깊이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나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 단문으로 넘어가는 명언집처럼 구성에서부터 거리감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앞뒤 상황은 다 잘라버리고 그럴듯한 부분만 잘라서 포장해 놓은, 내가 이렇게 생각했으니 너희들도 당연히 동감하고 따라와야 된다는 식의 무언의 압력 같은 것 말이다.
 암튼 이런저런 생각들이 깊이 있게 이어지지 못하고 단발성으로 그쳐버리고 말았다. 책 제목처럼 '사색의 즐거움'을 발견하기에는 내가 너무 어린 탓이리라.


 # 문화.

   
   세계 일류 건축, 그곳은 다만 동화처럼 맑은 모습으로 모든 것을 간단하게 정복하였다. 문틈으로 타지마할을 바라보았을 때 나는 오직 '사람과 흡사하다'라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을 묘사하기는 불가능하지만 한눈에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아볼 수 있다. 고독하고, 다른 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 채 자기만의 분위기를 풍기며 광채가 넘쳐흐른다. 아무도 이런 모습을 모방할 수 없다. (p139)  
   

 하지만 그의 문화사랑은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해박한 지식과 깊은 통찰력으로 문화를 보지만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풀어내려는 노력이 마치 최순우 선생님을 떠오르게 했다.
 인류의 문화는 이들이 노력이 있기에 보다 빛날 수 있었으리라. 학자들만이 공유하는 역사와 문화가 아니라 일반인 누구나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는 살아있는 역사. 그 수레바퀴를 굴려나가는 위치우위의 노력이 느껴진다.


 # 사색.

 <사색의 즐거움>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최대한 천천히 음미하고 곱씹으며 읽어야 한다. 소설을 읽듯 형식을 쫓아서는 많은 것을 놓쳐버리게 된다. 시골길을 산보하듯 느리게 읽되 한 문단을 읽은 후에는 한 템포씩 쉬어가자.
 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쉼 없이 돌아가는 무한 경쟁 사회에서 단문으로 엮어진 텍스트에 의지해 사색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단문 뒤에 감춰진 사실에 해박하지 못하니 깊이 있는 생각으로 발전하지 못할 뿐더러 등 뒤에 책장에는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쉬엄쉬엄 읽어야겠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는다.

 또한 <위치우위 인생철언(余秋雨人生哲言)>이라는 원 제목처럼 격언이나 명구의 성격을 띤 글이 책 후반에 자주 눈에 띈다.
 그런 의미에서 초반부의 집중력이 조금 흐트러진 느낌이다. 사색이라는 개인적 생각꺼리가 격언을 만나면서 집단적인 교화 수준으로 강등된 기분이랄까. 많은 독자들이 그럴듯한 명언을 듣기 위해 이 책을 들지는 않았으리라. 책의 집중도를 위해 단순 훈화성 글은 뺐으면 더 좋았지 싶다.


 # 에필로그.

 이 편집본 한권으로 위치우위의 생각과 철학, 중국과 세계의 문화에 대한 깊은 통찰은 애초부터 무리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위치우위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만으로 큰 기쁨인 것 같다. ‘문화’에 대한 위치우위의 뜨거운 숨결이 심규호, 유소영님의 부드러운 번역 뒤에서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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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즐거움
위치우위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이다미디어 / 2010년 5월
품절


공간적인 차원에서의 위대함은 기세(氣勢)라 하고, 시간적인 차원에서의 위대함을 운치(韻致)라고 한다-16쪽

여행의 의미는 무엇인가? 사람과 자연을 더 친밀하게 하고, 고독한 생명에 드넓은 공간을 제공하며, 젊은이들에겐 인생의 굴곡 앞에서도 언제나 희망이 있음을 일깨워주며, 노인들에겐 한동안 살아왔던 세상에 당당하게 작별을 고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 또한 다양한 문화가 서로 조화를 이루게 하고, 역사의 원한이 서로를 만만으로써 해소될 수 있도록 하며, 낯선 미소를 만나게 한다.
때로 두 눈이 기쁨과 환희로 반짝이도록 하고, 깊은 골짜기 아름다운 풍경이 홀로 저녁노을을 맞이하는 일이 없도록 하며, 서재에서 꿈꾸던 오묘한 생각이 더 이상 자신이나 남을 속이는 일이 없도록 하고, 황량한 들판에 동강난 비석 앞에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게 한다.-94쪽

세계 일류 건축, 그곳은 다만 동화처럼 맑은 모습으로 모든 것을 간단하게 정복하였다. 문틈으로 타지마할을 바라보았을 때 나는 오직 '사람과 흡사하다'라는 한가지 생각뿐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을 묘사하기는 불가능하지만 한눈에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아볼 수 있다. 고독하고, 다른 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 채 자기만의 분위기를 풍기며 광채가 넘쳐흐른다. 아무도 이런 모습을 모방할 수 없다.-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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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없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랑은 없다 - 사랑, 그 불가능에 관한 기록
잉겔로레 에버펠트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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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에 빠진 사람은 우선 자신을 속이고 뒤이어 타인을 속인다."(오스카 와일드)는 표지의 문구를 통해 이 책의 내용을 유추해봤을때... 사랑? 한마디로 개풀 뜯어먹는 소리 집어치우라는, 사랑은 단지 섹스를 위한 근사한 포장일 뿐이라는 발상에서 출발한 '사랑 분석서'처럼 다가왔다. 사랑이라는 그럴듯한 사탕발림 뒤에 숨은 실체를 확인하려는 책이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는 지루하리만치 사랑에 대해 후벼 판다. 더 이상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사랑을 파헤치고자 생물학적인, 사회학적인 설명까지 곁들인다. 무려 이백 칠십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사랑의 허구를 증명하려고 할애한다.

 그리고는 책의 말미에 다음처럼 확실하게 못을 박아버렸다.

 사랑의 대표 주자들로 간주되는 질투, 정절, 결혼과 같은 개념들은 알고 보면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즉, 종족 보존의 수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p273)

 사랑을 종족 보존의 수단, 섹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강력한 주장 앞에 더 이상의 할 말을 잊었다. 일방적인 선고에 할 말을 잃어버린 피해자가 되어버린 느낌이랄까.
 사랑에 대한 신랄한 분석에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비약이 너무 심한 것 같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생식'이라는 틀로만 재단한 것은 아닌지, 인간을 너무 종족번식을 위한 동물로서 취급한 것은 아닌지 자꾸만 불편해진다.

 설사 사랑의 감정이 이런 종족번식을 포장하는 거창한 장신구라고 한들 어쩌란 말인가! 그렇다고 우리들의 사랑이 내일부터 당장 멈춰 버릴까? 아니면 사랑이라는 단어를 '섹스'나 '번식'으로 바꾸어 버릴까?
 이런 와중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사랑, 사랑, 사랑을 갈구하고 있으니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랑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버린 지금이지만, ‘그래도 사랑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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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우스 범우희곡선 6
피터 셰퍼 지음, 신정옥 옮김 / 종합출판범우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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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곡, 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만 봤지 맘 잡고 읽어보기는 처음이다. 기존의 소설이나 다른 장르의 책과 구별되는 확실한 무엇이 있는 것 같다. 마치 눈앞에서 공연이 펼쳐지는 것 같다고 할까. 마술 봉을 손에 쥔 소년처럼 눈앞의 환상을 즐기게 된다.

 사실 처음부터 희곡분야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얼마 전 조재현이 다이사트(정신과 의사) 역으로 출연하는 연극, <에쿠우스>를 예매한 뒤부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에쿠우스라는 연극이야 공연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도 한두 번 쯤은 들어봤던 유명한 연극이고, 거기서 조재현이 알런 역을 맞으며 많은 호평을 받았다는 것도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연극을 부산에서 한다기에 일단 예매부터 했었다. 조재현을 더욱 탄탄한 배우로 만든 에쿠우스를 직접 보고 확인해보고 싶었다. 거기다 조금 난해하면서도 머리를 지끈거리게 할 것 같은 모호함이 내 호기심과 자존심을 자극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공연을 미리 예매해 놓은 상태에서 좀 더 깊이 있는 연극 감상을 위해 원작을 읽기 시작했다.

 흥분된다. 배우들의 움직임과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어두운 무대에 한 줄기 조명이 비치자 배우들이 대화를 시작한다. 배우들의 동선이 맞춰 마룻바닥이 삐걱거린다. 관객의 시선을 움켜진 배우의 동작은 무대를 가득 채운다.
 쇠꼬챙이로 여섯 마리 말의 눈을 찔러버린 알런과 이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가 중심이 되어 연극이 진행된다. 다이사트는 알런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들을 하나씩 알게 된다. 엄격하고 억압된 가정, 텔레비전이라는 탈출구, 예수에 대한 동경과 말에 대한 대입, 아버지에 대한 일상적 발견과 여자 친구에 대한 애틋한 감정, 그리고 신적인 존재와도 같았던 에쿠우스 앞에서의 사랑. 알런은 이 모든 사건 속에서 자신을 부정하며, 신을 부정하며 말의 눈을 찔러버렸다.
 거대한 미로를 통과하듯이 인간의 내면에 씌워진 재갈은 무엇이었을까 되돌아보게 된다. 가족, 사랑, 운명에서부터 신에 대한 물음까지, 모순적인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에쿠우스를 둘러싼 찬사가 허튼 소리는 아니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연극을 위해 써진 희곡이라지만 그 이상의 가치로 다가온다. 아마 이 책을 읽은 이후에는 희곡 예찬론자가 될 것 같다.
 연극 <에쿠우스> 역시 큰 감동으로 다가올 것 같다. 피터 셰퍼가 쓴 <아마데우스> 역시 꼭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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