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를 기억함


LP long playing recordn. (pl.~s, ~'s) (레코드의) 엘피판

온 시내를 돌며 어렵게 구해온 LP 한 장, 얇은 비닐포장의 한 쪽을 자른 다음 까칠까칠하게 인쇄된 재킷을 꺼내듭니다. 넓은 표면을 한번 쓰다듬고서는 그 속을 살포시 들여다봅니다. 속지에 둘러싸인 검은 레코드판과 깨알 같은 해설지가 보이거든요. 조용히 눈을 감고 재킷 속, LP의 검은 향을 깊이 음미해봅니다.
“알아요? 좋은 음반에서는 초콜릿 향이 난다는 거?”

헤드폰을 오디오에 꼽고 볼륨을 약간 높입니다. LP를 턴테이블의 고무판에 놓고 바늘을 살짝 올립니다. ‘티- 틱’, 두 번의 가벼운 기지개와 함께 음악으로의 산보가 시작됩니다.

오래된 LP의 비오는 소리 알죠? 마치 비오는 날에 산보하는 푸근한 느낌이랍니다.


-2004/10/05
  어느 날 문득, 턴테이블에 LP 한 장을 올렸다.
  하지만 퓨즈가 나가버린 오디오에선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인가... 한동안 잊고 지내온 LP 소리가 더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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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의 시작


알싸한 기억 속에는 언제나 지인의 블로그나 게시판이 존재한다.

이른 아침, 취중에 남겨진 글을 쫓아 인터넷을 헤맨다.
술의 흥을 빌어 휘갈긴 무의식의 내가 과장된 체 남겨져있다.
취중진담이라고는 하지만, 속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아 부끄럽기만 하다.
또한 쉽게 내뱉어버린 거친 말들인지라 무안한 맘은 끝이 없다.

뜨거운 속처럼 화끈거리는 손을 진정시킨다.
고개를 숙인 체 얼른 ‘DEL' 버튼을 누른다.
“다른 덴 글 남긴 거 없겠지?”
이렇게 취중 꼬장을 하나하나 지우며 우스운 해장을 시작한다.


- 2004/10/01
  술 먹은 다음날의 무안함이란...
  누가 볼세라 얼른 지워버린다.
  "근데 어디다 적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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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시작되었군.
말이 추석이지 여기저기서 유혹하는 술자리로 주석, 주휴가 되고...

어제의 해장이 이뤄질 쯤 다시 바지를 입는다.
폰에 남겨진 주소를 따라 어기적어기적.

부어라, 마셔라!
세상의 술들아! 내가 모조리 아작을 내주마!

에이그... 와일노.

이글 본 모두들, 절주하는 즐거운 추석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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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이 몰아치는 밤,
번개가 번쩍거리는 가운데 인근 아파트에 내걸린 듯한 분양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인다.
이 밤에 모두가 분양되어 낼이면 폐기처분이라도 되는 양 마지막 발악을 한다.
한 텔레비전 프로에서 봤던, 갓 잡아 올린 생선의 마지막 몸부림이 연상한다...  

아파트 뒤 온천천에 달리기라도 하려다 비로인해 취소한다.

한승원님의 잠수거미.
수요일, 한 책방에서 주관하는 독서토론회를 위해 책을 본다. 조금은 엄숙하고, 진지한 열정들이 좋아 '또' 찾게 된다.
바닥에 배를 깔고 두 눈깔을 치켜든다. 그리고 방바닥으로 잠수한다. 꼬르륵...

쉬-원한 맥주라도 한잔 하고 싶다.
하지만 빗길에 맥주를 사러가기가 귀찮다.

(www.freeis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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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확실히 아는 것부터 적는다.
자신이 적은 번호중 제일 적게 나온 번호를 찾는다.
나머지 문제는 다 그 번호로 때린다.

학교에서 모의고사가 있어 감독을 들어간다. 시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끝나길 무섭게 엎어진다. 쓰러져가는 전사들을 일으켜 세우며 '겐또 잘 때리는 법'을 강의한다.
"5지선다형일 경우 20%로 확실하진 않지만 대부분의 시험은 객관식의 비율이 비슷하다... 오랜 경험상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이 방식은..."

찍는 유형을 보면 그날의 행운번호를 골라 일렬로 찍는 학생이 있는 반면 하트모양이나 다이아몬드, 심지어 마시마로까지 그 모양으로 작품을 만드는 학생들까지 다양하다.

조금만 시간과 관심을 투자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텐데... 아쉽다.
확실하게 맞출 수 있는 문제나 겐또를 때려 맞추는 문제를 하나씩 늘려가는 재미. 그 맛에 공부를 하는 게 아닐까.

('겐또'는 일본인들이 한자로 見當(견당)이라고 쓰고 '겐토오'라고 읽는다. 의미는 ‘표적, 목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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