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를 기억함


LP long playing recordn. (pl.~s, ~'s) (레코드의) 엘피판

온 시내를 돌며 어렵게 구해온 LP 한 장, 얇은 비닐포장의 한 쪽을 자른 다음 까칠까칠하게 인쇄된 재킷을 꺼내듭니다. 넓은 표면을 한번 쓰다듬고서는 그 속을 살포시 들여다봅니다. 속지에 둘러싸인 검은 레코드판과 깨알 같은 해설지가 보이거든요. 조용히 눈을 감고 재킷 속, LP의 검은 향을 깊이 음미해봅니다.
“알아요? 좋은 음반에서는 초콜릿 향이 난다는 거?”

헤드폰을 오디오에 꼽고 볼륨을 약간 높입니다. LP를 턴테이블의 고무판에 놓고 바늘을 살짝 올립니다. ‘티- 틱’, 두 번의 가벼운 기지개와 함께 음악으로의 산보가 시작됩니다.

오래된 LP의 비오는 소리 알죠? 마치 비오는 날에 산보하는 푸근한 느낌이랍니다.


-2004/10/05
  어느 날 문득, 턴테이블에 LP 한 장을 올렸다.
  하지만 퓨즈가 나가버린 오디오에선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인가... 한동안 잊고 지내온 LP 소리가 더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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