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년에 50권 읽기


 한비야님이 <그건 사랑이었네>를 보면 '1년에 백 권 읽기 운동 본부'라는 제목의 글이 나온다. 일 년에 백 권이라면 일주일에 두 권 이상을 꾸준히 읽어야 된다는 결론인데 외계인 생명체나 가능할 경지처럼 보였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외계인을 못 따라잡으란 법도 없지 않은가. 수업이 없을 때 인터넷을 켜지 말고 책을 읽는다면, 약속 장소로 가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다면, 하루 두 번씩 치르는 큰 볼일 중에 책을 읽는다면 그리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다. 내 최고의 전성기(?)인 군대에서 일주일에 두 세권씩 꾸준히 읽었던 경험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계획만도 아닌 것이다.
 그러던 차에 학생들에게 나눠줄 겨울방학 안내서에 끼워진 '권장 도서 목록'을 보게 되었다. 학생들에게만 읽어라, 읽어라 했지 정작 나도 읽지 못했던 책이 수두룩했다. 남에게 권하기 이전에 나부터 잘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 이거다. 내년 2010년에는 이걸 기준으로 책을 읽어나가면 되겠네. 조금만 노력한다면 누구처럼 1년에 백 권은 아니더라도 50권 정도는 읽을 수 있겠지."


 일단, 우리 학교(금정전자공고) 권장도서목록에서 이미 읽었던 아홉 권을 제외한 나머지 스물네 권을 옮겨 적어 본다.

   

 닥터 노먼 베쑨 - 테드 알렌, 시드니 고든
 21세기 과학의 포커스 - 서울대 자연대학 교수 20인
 소유냐 삶이냐 - 에리히 프롬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 헬레나 노르베르
 수난 이대 - 하근찬
 역마 - 김동리
 무녀도 - 김동리
 비곗덩어리 - 모파상
 벌 -토스토엡스키

   

 햄릿 - 셰익스피어 
 치숙 - 채만식
 삼포 가는 길 - 황석영
 사하촌/모래톱 이야기 - 김정한
 풍금이 있던 자리 - 신경숙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 홍세화
  앙드레지도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 릴케
 나무들 비탈에 서다 - 황순원
 장마 - 윤흥길
   

 날개 - 이상
 병신과 머저리 - 이청준
 아버지의 땅 - 임철우
 성채 - AJ 크로닌
 우상의 눈물 - 전상국


숨차다...
하지만 이 목록으로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 않던가. 그래서 그동안 읽지 못하고 책장에 쌓아둔 책 스물여섯 권을 나머지로 채워본다.


   

 나의 자서전 - 찰리 채플린
 오만과 편견 - 제인 오스틴
 희박한 공기 속으로 - 존 크라카우어
 곱게 늙은 절집 - 심인보
 한강 (1~10) - 조정래
 철학콘서트 - 황광우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 김용규
 원미동 사람들 - 양귀자
 커피프린스 1호점 - 이선미

    

 나의 한국어 바로쓰기 노트 - 남영신
 프레디 머큐리 - 그래이 브룩스
 신들의 봉우리 (1~2) - 다니구치 지로
 한국의 책쟁이들 - 임종업
 1984 - 조지 오웰
 공무도하가 - 김훈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그는 누구인가? - 필리프 아르바이자 외


 읽지 않고 쌓아둔 책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놀라우면서도 부끄럽다.
 그나저나 이 엄청난 양의 책을 어떻게 다 먹어 치운다? 나태함에 찌들어버린 내 생활습관을 본다면 만만할 것 같지가 않다. 그래. 조금은 가식적인 방법까지 동원해야겠다. 책 읽기를 막 시작했을 때 군대에서 하던 방식으로 목록을 인쇄해 읽은 책 이름 옆에 굵직한 사인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넣자. 조금은 유치하게 보이지만 책을 읽는 것에 대한 가식적인 결과물이 눈에 보이니 그만큼 분발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시라. 2010년의 12월, 50권의 책 이름 옆에는 과연 몇 개의 동그라미가 채워질 것인지!



- 2009/12/24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종업식 날. 새로운 목표 하나를 새워본다.
  이참에 여기에다 목록(1년에 50권 읽기)을 만들어 붙여야겠다.

 ( www.freeis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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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말하다


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소리 없이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어찌할 수 없는 존재지요. 가까이할수록, 잡으려할수록 더 멀어지는 것이 바로 말입니다. 엄청난 학식으로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해서 쏜살같이 지나가는 말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래서 전 말을 믿지 않습니다. 내일 있을 말은 물론이거니와 어제 흘렸던 말 역시 마찬가집니다. 존재하지도 않은 미래를 이야기하거나 과거라는 시간을 통과하는 순간 말은 그 원래의 성격을 잊어버립니다. 말이 갖는 함축성은 듣는 이로 하여금 수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수십개의 잔가지를 뻗으며 뇌리 속에 각인됩니다.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상황에 맞게 각색되어 타인에게 전달됩니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혹은 분노의 감정이 포함된다면 기름을 뒤집어 쓴 불꽃처럼 엄청나게 불어나기도 합니다. 말은 생활의 수단이지 목적은 아닙니다. 부디 한마디의 말에 현혹되어 그 실체를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마십시오. 말의 함정에 빠지지 마십시오.


* 말, 말, 말의 무서움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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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기념회

 알라딘 블로거로 활동 중인 파란여우님이 그간의 서평을 정리해 책으로 출판했다. 그 전에 몇 번 이름은 들어봤지만 관심을 갖고 그의 글을 찾아 읽지는 않았는데 알라딘 메인에 걸린 그녀의 출판 소식을 듣고 여기저기 기웃거려봤다.
  일단 그녀의 블로그를 통해 그간의 행적을 유추해봤다. 공무원 생활을 때려치우고 귀농, 염소를 키우며 살고 있으며 그즈음 시작된 본격적인 책읽기로 5년 동안 천여 권의 책을 읽었다고 했다. 물론 대충 읽고 넘긴 것도 아닐 것이고 알라딘 블로그에 체계적으로 정리를 해서 올렸을 테니 그 시간과 노력은 가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책이 출판된 상황 때문인지 현재의 블로그에서는 직접 서평을 읽을 수 없지만 나머지 글들을 통해서나마 그녀의 ‘글빨’을 가름해 볼 수 있었다. 서평이든 일상을 적은 글이든 한 가지 소재에서 시작된 글이 가지를 뻗으며 그 영역을 사회, 문화, 역사, 예술로 넓혀나가고, 서로의 공통점과 이질적인 면을 적절히 배합해 하나의 주재로 완성해 나가는 모습이 기성 작가 못지않았다. 오히려 기성작가들 같았으면 이슬만 먹고 사는 외계인쯤으로 치부하고 말았겠지만 알라딘이라는 둥지에서 오랫동안 먼 이웃으로 공존해온 파란여우님의 경우에는 그 존재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오며 가며 만난 동네 사람이 알고 보니 굉장히 유명한 아무게 였더라는 식의 놀라움과 나는 왜 그렇게 되지 못했는지, 나는 왜 그렇게 할 수 없는가하는 아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똑같은 책을 읽어도, 똑같은 그림을 보거나 똑같은 상황에 처했어도 내가 얻고 느끼는 것은 단지 그 상황의 단면에 불과할 뿐, 깊이 있는 분석과 날카로운 성찰은 부족하게만 보였다. 어떤 시선으로, 어떤 느낌과 방법으로 생각하기에 그런 복합적이고 전문적인 이해가 가능한지 가늠하기 어려웠고 머릿속에 맴도는 그런 복잡한 생각들을 어떻게 유려한 글로 풀어낼 수 있었는지 궁금함을 넘어 불안함으로까지 다가왔다. 물론 파란여우님이 언급했던 것처럼 많은 독서와 깊이 있는 생각, 그리고 적절한 메모가 쌓여 지금의 글이 완성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글에 ‘미친’ 그녀의 입장일 뿐 나에게는 쉽게 다가오거나 설명되지 못했다. 당신네들은 “조금만 더 노력하고 준비한다면 충분히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말했지만 단편적이고 어설픈 이런 내 글들을 보자니 한숨만 더 깊어져버렸다.
  세상에 잘나가는 글쟁이들이 너무나도 많다. 기성작가 못지않은 그들의 배 아픈 행보를 보자니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어깨를 내리누르는 의기소침이 동시에 몰려오는 것 같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그들의 생각의 깊이가 부러운 것이 아니라 글이라는 결과물과 그 부속물이 부러운 것은 아닐까 반문해본다. 책이나 사회현상, 일상의 일을 글로 표현하고 블로그에 올림으로써 하루에도 수십, 수백 명의 방문자가 다녀가고 수많은 댓글이 달리는 그 껍데기가 부러운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글을 쓰고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나의 느낌과 생각을 다른 사람들이 공감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언제부턴가 이런 글도 남이 읽어 주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내가 적은 글을 누군가가 읽지 않는다면 글을 올리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반문한 적이 많았다. 물론 그럴 때마다 누구를 위한 글쓰기가 아닌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한 글쓰기임을, 책이나 여행, 일상에 대해 되돌아보고 정리해 보기위한 것이라고 되새겨 보지만 가끔씩 치밀어 오르는 과시욕은 사라지질 않았다.
  결국 문제는 글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글을 통해 자신을 뽐내려고 하는 허세에서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파란여우님의 멋진 글과 수많은 댓글이 부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좋은 글들은 어디 하루아침에 써 지겠느냐 말이다. 오랜 시간 자신과, 독서, 글쓰기에 대한 투철한 연마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경지이기에 그 외형만을 흉내 내려고 한다면 소리만 요란한 빈 깡통이 될 것이 분명하다.
  욕심과 부러움을 삭히고 글에 대한 처음의 생각으로 돌아가야겠다. 타인의 시선을 고려하지 않을 수야 없겠지만 일단 자신에게 충실해져야겠다. 더 많이 읽고 더 깊이 생각해야겠다. 좀 더 솔직해지고 더 자주 메모해야겠다. 작가의 의도를 뒤집어 생각해보고 그 결과를 한발 앞서 추론해봐야겠다. 너무 많은 것을 한 번에 담으려하지 말고 핵심이 되는 내용을 쉽게 표현할 수 있도록 연습해야겠다. 그리고 글을 통해 나를 되돌아봐야겠다.


- 2009/12/04
    파란여우( http://blog.aladin.co.kr/bluefox )님의 블로거를 보면서, 부러움과 부끄러움에 몇 자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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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로쿠 2009-12-05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미 멋진 글을 쓰고 계시는걸요. 저는 책을 잘 읽지 않아서인지 요즘은 가끔 헤깔리는 한글도 있을 정도에요. >.< 제가 보기엔 쓰신글 이해가 잘 될 정도로 멋진 글 실력이 아닐까 싶네요. 블로그 글들을 왠만하면 큰 주제만 보고 넘기지만, 이 글은 읽기가 매우 편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갑니다.
저도 블로그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합니다. 어쩌면 다른 사람이 봐주길 원하는 심리가 더 강하게 작용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방문자가 계속해서 줄어들면 글이 줄어들고,, 몇주뒤에 다시 포스팅을 시작하고.. 반복되는 블로그네요. ^^
그리고 제 생각은 블로그의 질과 방문자 수는 비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어떤 곳은 연예기사를 빨리 올려서 베스트 블로그가 되는곳도 있구요. 어찌보면 세상 원리랑 비슷한듯, 결국, 블로그도 사람들이 원하는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마케팅이 아닐까요?! 훌륭한 글쓰기는 기본 조건은 되겠지만, 그들이 원하는 컨텐츠를 제공하지 못하면 결국..

쓸대없이 말이 길어졌네요. 모쪼록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참 그리고 올블로그에 어제 베스트 글에 있더군요. ^^ 축하드립니다.

프리즘 2009-12-06 22:52   좋아요 0 | URL
누가 봐준다고 좋은 글이 많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응원은 될 것 같네요. 하지만 인기를 위한 ‘보여주기’식 글도 또한 문제겠죠. 요즘엔 스스로를 많이 되돌아봅니다. 건강하세요~
 

책, 살 것인가? 빌릴 것인가?


방을 옮기려 한다.
그러려면 책장부터 옮겨야 한다.

책장에 꽂혀 있을 때는 몰랐는데 막상 책을 쌓아놓고 보면 엄청난 양이다. 한 권 두 권 모은 책이 벌써 한 수레를 넘어서는 것을 보면 스스로 기특하기도 하고 좀 미련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권에 6,000원씩만 잡아도 이게 다 얼마야? 하는 생각에 머리가 띵해질 지경. 그렇다고 책을 안 살수는 없는 노릇이고...

학교 도서관에도 매년 수배권의 희망도서를 구입한다. 그래서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을 몇 권 적어 놓았고 구입되면 빌려서 읽어볼 요량이다. 그렇다고 내가 책을 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한번 읽고 진열해 두는 책인데 이렇게 사 모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빌려서 읽기는 싫다. 빌려 읽은 책은 왠지 내 것 같지가 않다. 책을 되돌려주는 순간 그 느낌마저도 빠져나가 버리는 것처럼 왠지 모르게 허전해진다. 언젠가는 빌려 읽은 책이 너무 마음에 들어 중간에 새로 구입해 읽었던 경험도 있었다. 책을 읽고 느낌을 정리하고, 그리고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아놓았을 때에야 책읽기가 다 마무리 되는 것 같다.

사실 책을 많이 사거나 많이 읽는 것도 아니다. 한 달에 한 두 권정도. 하지만 이렇게 모여든 책이 쌓이다보니 몇 개의 책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지금도 한 인터넷 책방의 장바구니에는 몇 권의 책이 담겨 있다.
오늘, 아내가 인터넷 쇼핑을 하는 것에 대해선 유난히 까다롭게 굴면서도 나의 쇼핑은 그 대상이 ‘책’이라는 이유 아닌 이유로 너그럽게 넘어간다.
책, 살 것인가? 빌릴 것인가?


- 2009/10/19
  책을 먹으며 살고 싶다. 진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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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 읽기의 시작


군대시절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OO이가 읽은 책”이라는 목록을 만들고 한권 읽을 때마다 거기에 순번, 책 제목, 저자, 읽은 날 등을 적어 넣었습니다. 1, 2, 3, 4... 제대할 땐 순번이 백 번 정도까지 늘어났던 기억이 납니다.
책에 관심 없었던 저에게는 그런 과시용 '목록'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더군요. 몹(괴물)을 사냥해 경험치를 올리는 RPG게임처럼 '권 수'에 연연해 읽다보니 책읽기의 참맛을 조금씩 알겠더라고요. 자기가 경험해보지 못한 시공은 물론 제3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접함으로써 직접경험에서 얻을 수 없는 인식의 한계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예전처럼 무식하게 읽어치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의무감이나 과시용으로 읽고 있는 것은 아닐지 늘 경계하고 있습니다.
많이 읽는 것도 좋지만 '잘 읽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갔습니다.


- 2009/08/26
  http://cliomedia.egloos.com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의 댓글로 올린 글을 편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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