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징 노르가이 - 히말라야가 처음 허락한 사람
에드 더글러스 지음, 신현승 외 옮김 / 시공사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전기나 평전이라 하면 보통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세운 위인이나 혹은 그에 상응하는, 기념비적인 리더의 삶을 그리는데 적어도 내 생각에는 <텐징 노르가이>는 그런 주류에서는 조금 벗어난 책인 것 같다. 하지만 중심에 조금 비껴선 듯한, 이런 아웃사이더 같은 느낌에 더 흥미가 동했는지 모르겠다.

 텐징은 에드먼드 힐러리와 함께 에베레스트(8848m)를 최초로 오른 세르파였다. 세르파라고 하면 원래 히말라야에 사는 고산족의 이름이었지만 그들의 탁월한 고지 적응력 때문에 고산등반을 하려는 서구 등반가들의 가이드나 짐꾼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가이드나 짐꾼을 지칭하는 이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아무튼 텐징이 에베레스트를 처음으로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등반대를 이끈 대장도, 영국에서 온 정식 일원도 아니었기에 서구인의 관점에서 회고되는 역사에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물론 인도나 네팔, 티벳에서는 최고의 영웅으로 대접받는 세르파였고 소수 민족으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부와 명예도 얻었다.
 그러나 텐징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세상 속에 휩쓸리면서 갈 곳을 잃어버리고 방황하게 된다. 세상의 환호와 자신의 정체성 사이에서 오는 혼란은 그이 인생 후반기를 어둡게 했다. 어쩌면 이런 순탄하지 않은 일생질곡이 더 인간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책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텐징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세르파족의 히말라야 등반사라고 해도 좋을 만큼 방대한 이야기들은 텐징에 대한 관심을 흐려놓았다. 물론 그를 잘 알기위해 세세한 '역사'를 알아야겠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개인적인 측면에 비해 공적인 서술범위가 상대적으로 넓은 것 같았다. 요즘 책에 대한 집중도가 흐트러진 내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지만 텐징의 외적인 행적 외에는 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실 내가 원했던 것은 30년부터 5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등정기록사가 아니라 1953년 초등 기록과 이를 있게 한 텐징의 내면적은 성장, 혹은 변화를 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어쩌면 히말라야를 휩쓸던 눈바람의 기억이 나를 어지럽혔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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