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 - 20세기 최초의 코즈모폴리턴 작가 클래식 클라우드 6
백민석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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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 불필요한 수식을 일체 빼버리고, 신속하고 거친 묘사로 사실만을 전달하는 기법(참고 : 두산백과)

 

  헤밍웨이의 굴곡진 삶을 따라 독자를 안내한다. 예술가들의 고향이던 파리를 시작으로 그가 살았던 도시와 그가 썼던 글을 따라간다. 글쓰기의 밑바탕이 된 기자생활과 죽음과 인생의 무게를 경험하게 된 전쟁, 네 번의 결혼과 피츠제럴드를 비롯한 여러 문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남성적이고 거친 그의 하드보일드한 삶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이런 삶이 그의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고, 다시 그에게로 돌아왔는지 살펴본다.

   마치 헤밍웨이를 안내를 받아 그의 소설과 내면으로 여행한 것 같다. 고집 세고 무뚝뚝한 노친네의 불성실한 가이드로 많은 발품을 팔았지만, 저녁 즈음에 들른 선술집에서 발그레한 취기로 열정적으로 쏟아놓은 그의 무용담으로 인해 가장 기억에 남을 여행이 되었다.

 

  최근 <무기여 잘 있어라>, <노인과 바다>를 읽었고, <헤밍웨이 단편선>을 같이 읽고 있어서인지 지면 속의 텍스트가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소설의 배경이나 주인공이 나눈 대화, 그리고 그 이면에 감추어진 의미까지 다시 한번 되새김하게 된다. <무기여 잘 있어라>의 프레더릭이 전쟁에서 봤던 것과 떨쳐버리고 싶었던 것이나, <노인과 바다>에서 산티아고가 잡았던 청새치가 어떤 존재였는지 되짚어보게 된다.

   그래서 한 작가의 글이나 이와 관련된 것을 몰아서 보는, '전작주의자'의 느낌도 덤으로 얻게 된다. 한 작가가 평생에 걸쳐 낳은, 자식과도 같은 글들을 읽으면서 그와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는 것은 물론이고,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착각마저 들게 된다. 어쩌면 나도 이미 헤밍웨이의 전작주의자가 되어버렸는지 모르겠다. 최고의 대문호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내 지인이라니...

 

  헤밍웨이는 행복하지 못한 유년 시절을 보냈고, 결혼생활을 네 번이나 바꿨다.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전쟁에 끊임없이 참전했으며 술과 투우, 낚시에 탐닉했다. 두 번의 비행기 사고를 포함한 각종 사고를 당했고 알코올중독과 우울증, 정신병에 시달렸다.

   어린 시절로부터 시작된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자신을 극한의 상황까지 끊임없이 몰아붙였지만, 그 틈새는 쉽게 좁혀지지 않은 것 같다. 가족과 친구, 이웃까지 몰아세우며 자신을 방어해 봤지만, 그 무게는 고스란히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겉으로는 무소불위의 초인이 되어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사랑에 못 말라 했던 여린 헤밍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세계 명작을 남긴 전설적인 소설가라는 타이틀 뒤에 숨겨진 한 인간의 드라마틱한 삶이 더 애잔하게 다가온다.

 

  민음사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나온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의 얼굴을 표지로 삼았다. 거친 수염을 기른 체 정면을 바라보는 고집 쎈 얼굴이다. 하지만 먼 곳을 응시한 그의 깊은 눈을 바라보면 웬지모를 슬픔이 느껴진다.

  대문호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지만, 험난했던 삶과 충격적인 결말은 쓸데없는 미사여구를 빼버린 채 간략하게 써 내려간 하드보일드, 그 자체라고 생각된다. '헤밍웨이'라는 단어는 이미 우리 시대의 마초가 되었다.

 

 

(www.freeis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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