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보다 연애 - 더 많이 사랑하라
황진규 지음 / 인간사랑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에 빠져 본 사람은 안다 [철학보다 연애]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은 사랑의 기술.

 

연애를 한다, 사랑을 한다 할 때는 사실 무슨 사랑의 기술 같은 것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

지나고 나서 하나씩 곱씹을 때에야 비로소 깨달음이 찾아오겠지.

너무도 유명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도 있었지만 젊었을 때, 그러니까 연애의 적기 시절에는 그 책을 읽어볼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사랑은 준비하는 자에게 찾아오기도 하지만 무작정, 불쑥 찾아오기도 하니까.' 라는 변명을 뒤늦게 해보지만 그렇다고 그 책을 안 읽은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거나 하진 않는다. 내 경험이 내게 안겨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배울 점이 많기 때문이다.

사랑을 책으로 배우냐, 사랑이라는 감정을 글로 배우냐...

 

[철학보다 연애]는 사실 사랑의 기술에 관한 책이라기 보다는 사랑을 좀 더 철학적으로 풀어놓은 글에 가깝다.

이럴 땐 어떻게, 저럴 땐 저렇게 라는 구체적인 지시보다는 철학이 가미된 조언 정도의 어투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이다.

작가의 개인적 연애 경험에서 우러난 '철학자의 연애 오지랖' 부분이 꽤 재미있었다.

지금은 거의 소멸되다시피 한 연애 세포(^^)가 어딘가에 숨어 있었는지 감정이입이 되는 부분도 있었고 내 옛 이야기들 속에 등장하는 '그' 들이 느닷없이 소환되어 나오기도 했다.

남편이 있는 사람으로서 '연애'를 꿈꾸는 것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말로 표현하는 것도 아니고 행동으로 실행할 용기도 없으며 단지 책을 읽으면서 공감대를 느끼는 것 뿐이니까.

연애를 꿈꾼다고 누가 뭐라 할 것인가?

지나간 시절의 향수를 나혼자 꺼내어 보고 피식 웃다 말 뿐인 것을...^^

 

남편과 연애를 다시 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잠시 해보게 된다.

아이들에게 관심을 쏟으면서 남편은 그저 우리집의 큰 아들, 정도로 치부해 버리고 마는 내 행동을 반성했다. 사실,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은 때에 아이들 테두리에 남편을 넣어 함께 생각하는 게 내게 편하기 때문에 연애 감정, 사랑의 감정을 구석에 몰아넣지 않았나 한다.

다시 남편에 대한 감정을, 구깃구깃 뭉쳐서 구석에 넣어둔 그 사랑의 감정을 한 번 꺼내서 탈탈 털고 옷걸이에 잘 걸어서 쳐다보기라도 해야겠다.

아직 칙칙 분무기로 물을 뿌려서 빳빳하게 다림질을 한 뒤 내 몸에 멋지게 걸칠지는 좀 더 생각을 해보아야겠지만...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조금만 끄고 나와 남편 둘만의 세계에 집중한다면 [철학보다 연애]에서 나왔던 수많은 이야기들이 바로 내 이야기가 도리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젊은 시절에만 연애하라는 법 있나?

'나'의 감정을 조금만 되살려서 부지런히 움직이면 그 때의 뭔가 상큼하고 애틋하고 절절한 '애정'이 되살아날 것만 같은데...(요즘 들어 축 처진 마누라 생각해 주느라 남편이 어제 칡즙을 구해와서 대령했기 때문에 이런 말 하는 건 절대 아니다!!)

 

어쨌든, 젊은이든 늙은이든,

'연애'라는 말이 뭔가 에너지를 쏟아야만 가능한 일임에는 변함이 없다.

활력이 없어진 이 때에 핑크핑크한 연애 이야기, 좀 더 찐한 성적인 이야기, 현실적인 사랑의 기술 이야기들을 읽다 보니 생기가 살아나는 것도 같다.

 

사랑이나 연애를 하는 것은 오직 두 사람만의 경험이며, 온전한 한 사람의 인격체가 이루어진 다음에야 기댈 누군가를 찾는 것이 '성숙한 연애'의 기본이라는 데에는 아주 깊이 동감한다.

대학 시절,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만한 밝고 환한 성격의 친구가 있었다. 소개팅에서 애프터를 받는 확률도 높았고, 남자친구도 또래보다 꽤 빨리 만든 친구였다. 두근두근한 경험을 직접 해 보지 못해서 그 친구의 연애 경험담을 수시로 물어보면서 대리만족, 대리경험했던 지난날.

나는 너무도 부족해서 아마 남자친구는 만들 수 없을 거야, 키스도 할 수 없을 거야...라는 자괴감에 빠져 있었다. 그래도 목석이 아닌 이상, 내게도 남자친구는 찾아왔고 설레는 연애의 경험은 시작되었다.

3개월, 3개월, 3개월... 만나는 사람마다 더 길게 이어지지 않던 연애를 해 보고서, 문제는 내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음을 열지 못하고 뭔가가 두려워서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 문제를 해결할 정도로 마음이 단단해진 후에야 비로소, 연애를 하거나 사랑을 할 때에는 나 자신이 올바로 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에게 기대어서 하나가 되겠다는 건, 환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인 것을.

그렇게 나 자신의 '자존감'을 찾은 뒤에야 그에게 더 많이 줄 수 있고, 그럼으로써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철학보다 연애]에서는 내가 경험함으로써 알았던 연애에 관한 것들이 철학적이지만 철학적이거나 현학적이지 않게 잘 서술되어 있다.

 

진짜 연애를 하면 자존감이 높아진다. 왜 그런가? 우선 누군가 나를 사랑하면 그 상대는 자신이 어찌되어도 상관없다는 듯 나에게 모든 것을 주고 싶어 한다. 그 사랑만이 유아 시절 엄마의 사랑에 가장 육박한 사랑이다. 연애에 매혹되는 이유는 우리의 낮은 자존감을 끌어올릴 유일한 방법임을 직감하기 때문은 아닐까? 연애는 분명 남는 장사다. 연애 그 자체로 우리를 설레고 즐겁게 만들 뿐만 아니라 그 연애를 통해 삶을 행복하게 만들 자존감 역시 단단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128

 

어떤 사람과 연애를 해야 하나요?

"어떤 경우에도 주관적으로 보이는, 그래서 너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 만드는 사람과 연애하라!"-142

바람둥이가 어떻게 그 많은 연애를 성공할 수 있었을까? 바람둥이는 여자(남자)를 만나지 않는다. 유일하고 단독적인 한 사람을 만날 뿐이다. 바람둥이는 한 사람을 섬세하게 읽어낼 수 있다. -156

 

올봄, 사랑을 기다리는 청춘들이여.

주저없이 사랑하라. 연애하라.

'나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경험을 쌓아가면 그 깊은 사랑은 반드시 우리에게 되돌아 온다. 역설적인 말 같지만 사랑을 해 보면 안다. 사랑에 빠져 본 사람은 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