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텍스트로 보는 서양사
박유정 지음 / 인간사랑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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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끝내는 깊이 있는 서양사 [문화 텍스트로 보는 서양사]

 

 

 

요즘 들어 한국영화에서 역사를 소재로 한 내용이 많이 언급되는 것 같다.

아이들이 크고 있어 애니메이션보다는 좀 더 의미 있는 영화를 보여 주면 좋겠다 싶어 영화 순위를 죽 살펴보면 어김없이 역사 영화가 한 편씩 끼어 있다.

아마 [명량] 이후로 더욱 자주, 색다른 인물 평가를 덧입힌 영화나 역사적 사실에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영화가 등장하는 듯 싶다.

사도, 덕혜옹주, 암살 이후 최근에는 미스 프레지던트, 박열 같은 영화들이 눈에 띈다.

학창 시절 배웠던 역사만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던 내게 요즘의 역사 영화를 보는 것은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는 일이 되기도 하고 역사를 껍데기만 배워왔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도 한다.

특히 어린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가는 때면, 좀 더 열린 의식으로 영화를 접할 수있도록 인도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부담감이 꽤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아이들은 그저 주연 배우의 웃는 얼굴, 우는 얼굴을 보며 저간의 진실을 조금씩 엿볼 뿐이고 커다란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그런 일이 있었구나 정도를 기억에 남기는 것 뿐일 텐데도...

엄마라는 입장에 있기에 조잘조잘 떠들며 영화평을 이어나가다가도 불쑥 치고 들어오는 아이들의 질문에 흠칫 놀라기 여러 차례.

글로만 배웠던 역사를 영화라는 살아 움직이는 매체로 접하고 나면 그 시절의 상황이 궁금해지고 이제까지 내려왔던 평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과장해 말하자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일지도 모를,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던 것 아닌가.

대학 때의 교양 강의 때를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의 역사 특히 근대사 부분에 있어서는 의식적으로 기피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한국역사 말고 서양사를 택해서 들었었다.

길고 지루한 수업 틈틈이 꾸벅꾸벅 졸다가도 귀에 들어온 내용이 있었으니 당시 개봉했던 영화, 리처드 기어 주연의 <써머스비> 에 관련한 것이었다.

남북전쟁에 나간 써머스비가 전쟁이 끝난 후 죽음이 공식화 되었으나 고향을 떠난 지 7년 만에 돌아왔다. 돌아온 써머스비는 새로운 인간으로 변한 써머스비였고 그 때문에 고향사람들을 위시한 그의 아내는 커다란 변화를 겪는다. 탕자였던 과거와 너무 다른 써머스비. 그는 진짜 7년 전 마을을 떠난 그 써머스비인가?

지루했던 수업은 단번에 '미시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서양사의 한가운데로 나를 이끌었고 그 한 편의 영화로 인해 기억할 만한 수업이 되었다.

 

[문화 텍스트로 보는 서양사]는 "문화-예술로 본 서양사"라는 교양과목을 위해 쓴 강의노트를 바탕으로 지은 책이다. 이 책을 접한 이들은 아마도, 길고도 지루했을 서양사의 바다를 건널 때, 노를 잡고 파도를 잘 헤쳐나갈 길잡이를 만난 기분이 들 것이다.

이 책은 문화와 예술을 통해 서양의 역사를 살펴보는 강의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기에 흥미도, 집중도 배가될 것이다.

내가 그 시절, 영화 한 편의 이야기에 그토록 눈이 번쩍 뜨였듯이...

 

무엇보다도 역사를 안다는 것은 한반도의 역사적 정세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세계를 이해하는 길이요, 인간을 이해하는 길이다. 하나의 역사적 사건일지라도 그것은 인간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고, 그러한 인간이 살고 있는 세계를 열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6

 

저자는 서양사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고중세사, 근대사, 현대사가 그것인데 각각의 연대기 분류를 문화와 예술을 매개로 살펴본다.

각각의 시대별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는 서양사 관련 저술이나 사전을 참조하였고, 이를 문화와 예술을 가지고 해석할 때는 역사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철학적 해석으로 나아가고자 했다고 한다.

풍부한 텍스트를 늘어놓아도 그것을 하나로 관통시킬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자료들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커다란 흐름을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는 풍부한 텍스트들을 보며 서양사를 공부하는 것,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고대문명에서는 라스코 동굴벽화를 통한 선사시대에 대한 논의나 함무라비 법전을 통한 고대문명에 대한 논의, 고대 그리스에서는 호메로스와 플라톤의 저술, 헬레니즘에서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로마제국에서는 시저와 클레오파트라의 사랑, 중세에 대해서는 고딕교회, 스콜라철학, 십자군 원정을 다룬다.

 

 

 

근대사 편에서는 르네상스와 근대국가의 탄생, 과학혁명과 산업혁명, 시민혁명과 계몽주의, 낭만주의와 종교개혁, 보수주의와 자유주의를 다룬다. 르네상스에서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과학혁명에서는 갈릴레이의 <피사의 탑>, 시민혁명에서는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낭만주의에서는 노발리스의 시<밤의 찬가> 등을 다루는 식이다.

 

 

현대사 편에서도 제국주의 시대, 제 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공산화, 제2차 세계대전과 전체주의, 냉전과 탈냉전의 현대사회를 다루는데 이 때도 다양한 문화예술을 통해 보여준다.

제국주의 리얼리즘 문학으로서 에밀 졸라의 [나나], 러시아 공산화에서는 러시아 겨울궁전에서의 피의 일요일, 전체주의에서는 오웰의 [동물농장] 등이 등장한다.

 

 

흥미로운 강의가 펼쳐지는 가운데, 역사를 왜 알아야 하나, 역사는 왜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을 한 번쯤 해 보았다면 그에 대한 답도 스스로 찾아내야 할 것 같다.

역사의식은 한 국가와 민족의 정신세계를 형성하고 세계에 대한 종합적 가치판단과 안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므로 역사를 배워야 한다는 저자의 당부에 힘입어 나 스스로도 역사를 알아야 할 필요성을 찾고자 한다.

'위안부'가 뭐예요? 저 할머니는 왜 '아이 캔 스피크'라고 하는 거죠?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보고 당연히 뒤따르는 아이들의 질문들에 잠시 당황했던 마음을 추스리고 답을 찾으면서 '역사의식'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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