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독서 - 완벽히 홀로 서는 시간
김진애 지음 / 다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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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히 홀로 서는 시간 [여자의 독서]

 

지금껏 책을 읽어오면서 '여자의 독서'에 대해 생각해 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어떤 책을 골라 읽느냐에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시간 때우기용으로 '읽는다'에 초점을 두어 온 것이다.

책을 읽고 기록을 남기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한 지 5년차 되었나~
스스로 생각해도 '잡식성'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책읽기를 해왔다.

지나간 기록을 살펴보면 굳이 카테고리에 넣어서 나눌 필요를 느끼지 못할 만큼 중구난방으로 읽고 써 온 것이다.

[여자의 독서]를 읽고 나서, 이제까지의 내 책 읽기 습관을 돌아보게 되었다.

읽고 쓴 것까지는 좋은데 그 내용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었느냐 하는 기본적인 반성에서부터, 도저히 '취향'이란 것을 찾아볼 수 없는 '닥치는대로 읽기'가 남긴 것이 무엇이었나 하는 자괴감까지.

목적 없는 독서의 초라함이란 바로 이런 것일까.

 

[여자의 독서]는 여자가 쓴, 여자를 위한, 여성 작가의 책과 삶에 관한 이야기다.

목차를 훑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박경리의 토지,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마거릿 미첼, 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콰이어트 수잔 케인, 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 프리다 칼로, 올란도 버지니아 울프 등등

모두 8장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지만 여성 작가의 책을 리뷰했다.

주제는 각기 8개의 코드를 담고 있다.

자존감, 삶과 꿈, 여성, 연대감, 긍지, 용기, 여신, 양성성.

 

저자 김진애는 800명 동기 중 유일한 여학생으로 서울대 공대의 '전설'로 통했던 이라 한다. 도시건축가, 국회의원을 거쳐 지금은 자유인으로 돌아와 공부와 저술에 힘쓰고 있다고 하는데, 그의 삶이 길러낸 독특한 시선으로 책읽기를 하면서 써모은 '리뷰'들이 이 책에 실려 있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나는 책을 읽고 리뷰를 쓰면서도 강한 어조로 내 목소리를 싣지 못했다.

그런데 이 책 속 리뷰들에는 한결같이 저돌적이고 씩씩하며 자신감 넘치는 말들이 가득하다.

살아온 날들의 이력이 고스란히 글에 녹아나는 느낌이다.

1남 6녀의 딸부잣집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남자들이 득시글거리는 건축, 도시 분야에서 일하면서 남성성이라는 옷을 입었던 저자는 '자매애'와 동떨어진 사람이라는 선입견에 시달렸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선입견은 그렇게 심하고, 틀렸다!고 딱 잘라 말한다.

그러면서 딸들이건 사회적 자매들이건 용기를 내라고 말한다.

 

그 무엇을 할 용기를, 스스로 변화할 용기를, 그 무엇을 바꾸겠다고 나설 용기를 찾기 바란다...

우리 속에 있는 그 겁남, 그 분노, 그 두려움, 그 불안, 그 상처를 마주하고 딛고 이겨내며 새로워져보자.

우리 안에 있는 바람과 희망을 길어 올리고, 내가 이루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꼭 이루어낼 꿈을 꾸자.

그렇게 살아가는 기쁨을 누리고 이 시간, 이 공간에 있는 존재의 뜻을 찾아내보자. '여자의 독서'를 통해서!-21

 

저자는 남성 작가의 책을 멀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 작가의 이야기를 읽고 쓰는 데 매혹되었다고 한다. 박경리, 한나 아렌트, 버지니아 울프, 제인 제이콥스, 정유정 등등...

여성의 시각과 감성, 여성의 현실과 이상, 여성의 심리와 행동, 여성의 상처와 고통, 여성의 불안과 꿈, 여성의 희망과 절망, 여성의 실패와 성공, 여성의 삶과 꿈을 섬세하게 다루는 여성 작가들의 책을 어찌 읽지 않겠느냐며...

 

여성은 공감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책에 들어갔다 나올 줄 안다며 여자의 독서는 특별하다는 말이

찌르르 울린다.

[여자의 독서]에 나오는 책을 찾아 읽는다고 내가 저자처럼 하루아침에 목소리를 드높이고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을 읽고,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읽는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

이 많은 여성 작가의 책을 읽고 당당하게 용기를 내라고 독려하는 '잔다르크' 같은 저자의 글을 읽고 나는  그저 약간의 자극을 받았을 뿐이다.

내가 책을 읽고 '아하'하는 순간이 어느 지점이었던가를 먼저 찾아봐야겠다.

그러다보면 나만의 필이 꽂히는 '카테고리'를 마련할 수 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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