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이 식사할 시간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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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보다 더 어두운 건...[개들이 식사할 시간]

 

 

 

선입견을 안고 작품을 읽어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기에 작가에 대한 모든 것을 알지 못한 채 책을 읽었다.

알고 있는 건, 작가의 전작 작품 제목이 [하품은 맛있다], [신문물검역소] 라는 것 뿐.

[개들이 식사할 시간]은 모두 9개의 단편이 들어 있는 단편집인데 첫 번째 작품이 표제작이다.

 

<개들이 식사할 시간>

장갑 아저씨, 라는 인물이 나온다. 장갑이라는 이름이 직업과의 연관성- 조만간 알게 되는데 그는, 과거  살인 전과자였고 지금은 불가촉천민 개도살자이다-에 힘입은 것인가 했더니, 그건 아니고 진짜 이름이 '장갑' 이었다. 이름 한 번 묘하게 잘 갖다 붙였다 싶은 생각이 들어 그 후에도 나오는 단편들에서 주인공의 이름에 자꾸 신경이 쓰였다. 유들유들하면서도 넉살좋게 의붓아들을 '우리 아드님'이라 부르는 장갑 아저씨가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밝은 대낮에 읽기엔 민망하다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음습했다. 어머니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온 아들은 어찌하여 지금 현재, 장갑 아저씨에게 '병신'이라 놀림받으며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중이다. 어머니가 재혼한 것도 놀라운데, 그 대상이 수십년 간 삼촌 숙모라 부르던 이웃지간 장갑 아저씨이며 어머니는 치매를 앓았다는 것까지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눈앞에서 칼을 갈고 도사견을 무정하게 해체하는 장갑 아저씨가 입밖으로 뱉어내는 말은 살 떨리는 진실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오후 네 시, 개들도 배가 고플 시간이라며 은근하게 깔아놓는 한 마디가 이 이야기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압도한다.

 

 

어둠보다 내가 더 검었으므로 나는 두려울 것이 별로 없었다.-41

 

사람 새끼인 척 아양 떨면서 손바닥 핥는 놈은 싫고, 개이면 개같이 굴어야 하는 법이라며 직설적으로 소통하는 장갑 아저씨와 그 아저씨 앞에서는 그저 개밥 정도의 위상 밖에 얻지 못하는 '나'의 이야기는 충격 그 자체였다.

눈치 보지 않고 할 말은 속시원히 하겠다, 라고 마음 먹은 듯,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는 거칠 것이 없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 이 세상 이치를 다 까발려버리겠다~~

꽤나 강심장이 아니면 쉽게 엮으려들지 않을 법한 잔혹한 묘사 장면에 꽤나 아연실색했지만 이 또한 새로운 경지를 접하는 것이려니, 하며 다음 단편을 기대하게 된다.

 

 

<눈물>

30년 전 대기업 방수공장이 들어선 이래, 불상리라는 마을은 '불쌍리'로 통용된다. 방수공장에서 흘러나온 독극물 때문에 마을 주민 대부분이 암, 심근경색, 뇌졸중 등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은 보상금을 받고 그 사실을 눈감아 준다. 마을의 유일한 처녀였던 향순도 한량처럼 살다가 원치 않는 아이를 낳게 되는데, 이 아이가 세눈박이 딸이었다. 아이가 흘리는 눈물은 진주와 흡사한 보석이어서 내다 팔면 바로 돈이 되었다. 우르르 합심하여 보상금을 받았을 때처럼, 마을 사람들은 아이의 눈물을 팔면 얻게 되는 용돈 한두푼 때문에 외지 사람들에게 입을 다물었다. 아이의 눈물이 돈이 되는 것이었기에, 아이는 툭하면 눈물을 흘려야 했다.

 

누군가 달려들어 몸을 꼬집거나 매운 돌팔매질을 했고, 뜨거운 물을 퍼붓거나 불에 달군 부지깽이를 들이댔다. 그 뿐인가? 생니도 집게로 부러뜨려버리는 것을...

 

방수공장 회장이 구속되자 마을에 기자와 공무원, 경찰들이 득시글거리자 특히 입단속을 시켰는데도 불구하고 소녀의 존재가 기자에게 드러나 버렸다.

기자는 소녀를 구출해 도시로 데려가지만 그것은 또다른 불행의 시작.

사람들의 욕심은 끝이 없고 예전부터 돌고돌았던 구전동화에서처럼 입에서 보석이 튀어나오는 소녀는 왕자를 만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식의 해피엔드는 없는 것이었다.

 

이후에 이어지는 단편들 또한 쉽게 드러내서 까발리기 어려운 종류의 비밀과 세상의 비정함이 팔할 이상은 차지하는 이야기들이다.

<핑거 스미스> 류의 퀴어한 소재를 다룬 이야기도 있고 청소년, 성인 불구하고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성매매 문제 등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상상력을 가미하여 되도록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려는 의도가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의 부조리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읽을수록 입맛이 쓰다.

이렇게 밖으로 보이게 끌어올려 줄 터이니 좀 움직여보는 건 어때? 하는 듯이

독자를 도발한다.

그저 발끈하고 말 것인가, 목소리를 내어 용기있게 말하기 시작할 것인가.

알고 보면 이 사회에 건드리지 않고 묻어두는 것들이 너무 많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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