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피렌체를 위한 토론[마키아벨리 전술론]

마키아벨리는 르네상스기 이탈리아에 살았던 정치 이론가이자 역사학자이다.
그의 유명한 저서 [군주론]은 출판될 당시에 환영 받지 못한 정도가 아니었다. [군주론]을 포함한 마키아벨리의 모든 저작은 1559년
바티칸 교황청의 "금서 목록"에 올랐다. 통치를 위해서는 살인을 포함한 중범죄까지 군주에게 허용해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의 논지가 착한 행동을
권장하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 정면으로 배치되어서이리라.
그는 르네상스 시대 대다수 이탈리아 지식인들과 마찬가지로 고대의 학문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던 인문학자였다. 또한 피렌체의 시정을
담당하던 충실한 관리이자 동시에 이탈리아의 통일을 염원하던 애국자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염원을 실천할 방식을 고전과 역사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찾으려 했다.
"군주는 능숙한 사기꾼이자 위선자이어야 한다."와 같은 구절을 문제 삼아 마키아벨리를 지나치게 악의적으로 몰아가는 사람들은 맥락을 염두에
두고 그의 글을 읽어야 한다.
다면적인 역사적 상황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군주론]이 대중적으로는 마키아벨리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할지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그가 쓴 수많은 역사 논고와 희곡을 비롯한
다른 저작이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마키아벨리 전술론]이며 이같은 그의 다양한 저작을 함께 읽으면 [군주론]이 갖는 의미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피렌체 공화국 제2서기장의 자리에까지 올랐으나 1512년 메디치가의 복귀로 관직을 잃은 그는 반 메디치 모의에 연루되어 투옥되는 고초를
겪는다. 이후 산탄드레아의 농장에서 은둔하며 저술에 몰두했는데 이 시기에 이루어진 저작이 [군주론], [로마사 논고], 전쟁이 정치의 연장임을
설파한 [전술론], 풍자가 번득이는 희곡[만드라골드] 등이다.
역자 서문에 의하면 [전술론]은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지성인들이 로마제국의 편제와 전술을 토론하고 옛 고대 전사를 회고하며 위기에
처한 피렌체를 구할 수 있는 정치와 군사 전술 및 제도 적용 방법을 토론한 것을 그 자리에 참석했던 마키아벨리가 옮겨 놓은 책이다.
코시모, 루이지 등 루첼라이 정원 모임 참석자들의 질문에 주로 파브리지오가 답하는 형식이다.

마키아벨리는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지만 [로마사 논고]나 [군주론]에서 많은 내용이 유사하게 언급된 것과 특히 [로마사 논고] 의
상당부분을 군대의 제도와 전술에 관하여 논한 것을 보면 이 책 속에 마키아벨리의 개인적 지식과 견해가 함축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총 7장으로 이루어진 [전술론]은 말 그대로 전략, 전술과 지휘관의 자질 등을 다루고 있다.
시민군의 모병부터 대우와 운용, 시민군의 무기, 훈련, 전투 대형 운용과 지휘관의 임무 등 실제 전투에 임해야 하는 사람들이 알아두어야 할
내용이기에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나로서는^^ 푹 빠져서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간중간 전쟁에 임하는 지휘관이 갖추어야 할 자세, 군주의 군대 통치 방향 등을 얘기하는 부분에서는 지금부터 약 500여 년 전의
일이라 해도 현재와 묘하게 합치되는 부분이 있어 집중하며 읽게 되었다.
농촌에서 선발된 병사는 불편하고 피곤한 상태와 고생을 잘 참고 태양 아래에서 지내는 것에도 익숙합니다. 또 나무 그늘을 필요로 하지 않고
능숙하게 도구를 사용하며 해자를 파거나 중량물 운반도 잘하고, 온순하며 순진하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하지만 나는 보병은 농촌에서, 기병은
도시에서 선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이 시민군을 편성해야 한다면, 17세에서 40세까지 채용하는 거죠....
매부리, 어부, 요리사, 포주, 그 밖의 유흥업에 종사하는 자는 채용하기를 꺼렸습니다...
농부에 이어 대장장이, 목수, 제철공, 석공 순입니다. - 61
시민군의 선발 조건을 논하는 부분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어 재미있다.
지금 읽어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는~
선발되는 병력 입장이 아니라 지휘하는 참모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관점을 달리 해 군대에서 병력을 모으는 때 뿐 아니라 일반 구직자들의 입장에서 직업을 구하려 할 때 한번쯤 '역지사지' 하여 내가
오너라면~ 하고 생각해 볼 필요도 있을 듯하다.
그렇다면 내가 일하고 싶은 곳에서는 어떤 인물상이 적합한지를 예측하고 무작정 기다랗고 힘 빡 준 스펙을 채울 일이 없을 텐데...
이야기가 딴곳으로 샜다.
어쨌든,
로마인과 독일인 용병 등의 전투 기술 차이,
창과 방패, 검을 사용하는 방법상의 차이 등을 자세히 서술한 부분은 마치 영화 "300"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해서 혼자 배시시 웃기도
했다.
[전술론]이 그렇게 딱딱하고 어려운 책만은 아니구나~ 하며 조금은 안심했다는...
우수한 병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현명하고 능력 있는 지휘관의 노력과 고통이 뒤따라야 합니다. -108
아시아에 유능한 인물이 극히 적은 것은 이 지역에서는 한 왕국이 많은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고, 그 왕국이 너무 강력하기 때문에 오랜 시대를
평안하게 지내게 되어 사회가 뛰어난 공적을 통해 큰 인물을 배출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공화국에는 왕국보다도 뛰어난 인물이 많기 때문입니다.
공화국에서는 용기를 명예로이 생각하지만, 왕국에서는 오히려 용기를 두려워합니다. 또 공화국에서는 능력 있는 인물을 양성하지만 왕국에서는 이러한
인물을 배제시킵니다. -129
부대에는 공격받지 않고 방어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적을 공격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159
이미 달아날 마음이 있는 병사들을 붙들고 다시 전투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199
전투에서 패했을 때 지휘관은 무엇이 아군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호기라는 것은 적이 잠깐 방심한 사이에 생기기도 합니다. 이에 관련해 로마인 마르티우스가 카르타고 군단을 격파한 예가
있습니다. -202
고전을 통해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시공을 초월한 가치이다.
비단 [전술론]에서뿐만 아니라 마키아벨리가 [군주론], [로마사논고]등에 담아내고자 했던 가치가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이 책을 읽는 이유일
것이다.
인간이 중심에 있었던 르네상스 시대, 그 시대의 흐름이 한껏 피어나는 바로 그 지점을 살아냈던 마키아벨리는 무엇보다도 상상 속의 국가보다는
현실적인 국가를 이루려는 생각이 컸을 터이다.
[군주론]과 [전술론], [로마사 논고]를 한 맥락 위에 얹어 두고 본다면 마키아벨리의 진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전술론] 만 따로 떼놓고 봤을 때는 육사출신 역자가 밝혔듯이 현재와 과거의 군사제도를 연결하는 부분이 관건이 될 것이다.
2천여 년 전 로마 군단의 실상과 5백여 년 전 이탈리아 피렌체와 그 주변 도시국가들의 군사제도
그리고 현대의 군사전략까지를 어떻게 연결해 이질감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것인가.
과거의 이야기였어도 고전이 지닌 가치를 담고 있기에 나름 공감대가 적었어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하여 위기의 피렌체는 구원받았는가...
당면한 2017년의 우리나라를 살면서 함께 고민해 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