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고양이
샘 칼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캣맨이여, 덕밍아웃하라! [그 남자의 고양이]

 

 

 

이 책은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장 욕구를 일으키는 책이다.

남자와 여자를 불문하고 말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데 어찌해서 남녀 구분이 필요한가.

개나 고양이나 사랑스럽긴 매한가지인 동물들을 아끼고 가족같이 여긴다는데 굳이 개는 남자의 전유물, 고양이는 여자의 것. 이렇게 나누는 것이 우습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고양이를 사랑하는 여자는 '고양이를 키우는 미친 여자'라는 식으로 욕을 하다니...

이 책은 편견으로 가득한 이 사회에서 고양이를 사랑하는 남자라고, 속 시원히 커밍아웃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더해준다.

수 세기 동안 미술가, 작가, 과학자, 철학자 등 수많은 진보적인 남성들이 자신의 서재와 스튜디오를 고양이와 공유해 왔다면서 그들의 고양이 사랑을 펼쳐보인다.

고양이를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왜 말을 못 하나?

캣랜드에서 캣맨들이 어떻게 고양이를 사랑했는지 그 역사를 쭈욱 살펴보면  저도 모르게 덕밍하웃하고 싶어질 것이다.

나...나도 고양이를 사랑한다고...

 

 

 

 하드보일드 탐정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는 자신의 고양이 타키를 비서라고 불렀다.

 

"비서라고 하니 아마도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 이제 열네 살이 된 검은 페르시안 고양이입니다. 내가 비서라고 부르는 이유는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항상 내 주변에 있었기 때문이지요...타키는 대개 정중하게 거리를 유지하는 편이지만, 가끔 가다 따지기를 좋아하는 마법에 걸려서 한 번에 십 분씩 말대답을 할 때가 있어요. 타키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면 좋을 테지만, 결국은 '좀 더 잘할 수 있잖아'를 아주 냉소적으로 말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레이먼드 챈들러,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중)

 

 

자신의 무릎 위에 앉은 고양이와 함께 찍은 사진이 특히 잘 나왔다고 서두를 꺼내며 고양이 얘기를 슬슬 풀어내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 고양이를 사랑하는 작가인가 보다. 고양이가 십 분씩 말대답 하는 것을 알아들을 정도면 빠져도 꽤 푹 빠진 듯~

 

책의 목차를 보면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일한 남자들의 고양이가 나온다.

아이작 뉴턴은 최초로 고양이 문을 발명했고,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윈스턴 처칠의 집에는 아직도 그들이 키웠던 고양이들의 후손이 있다고...

 

 

 

작가 새뮤얼 존슨은 엄청난 고양이 팬이어서 호지라는 이름의 고양이에게 사랑을 쏟아부었는데, 어느 정도냐면 호지에게 줄 굴을 사기 위해 직접 외출할 정도라나. 귀찮은 심부름을 해야 하는 하인들이 가엾은 호지를 싫어할까봐였다고. 굴 껍질 두 개와 함께 사전 위에 앉아 있는 호지의 동상. 언젠가 영국을 방문하게 되면 새뮤얼 존슨의 런던 자택 박물관에서 확인해 보리라~~

 

유독 작가들에게 고양이가 인기가 많은 것은 고요한 가운데 어슬렁거리며 미묘한 기운을 전달하기 때문이 아닐까. 책상 위에서 문진 노릇도 가끔 하고 대화도 나눠 주며 말이다. ^^

 

시인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에드워드 리어는 오랫동안 우울증을 겪었는데 그 때 고양이 포스가 그를 구원해주었다고 한다. 그래서였는지 그의 고양이 사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꼬리가 반밖에 없는 고양이였지만 이사할 때 예민한 포스가 언짢아하지 않도록 건축가에게 새집을 원래 살던 집과 똑같이 설계해달라는 부탁을 했다면 말 다했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컬 <캣츠>가 시인 T.S 앨리엇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유니타드를 입고 고양이를 연기하는 '젤리클' 들이 무대를 가득 메우고, 이 중 누가 천국에 가고 환생할지 정해지는 내용의 뮤지컬 <캣츠>. 이것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T.S 앨리엇의 '가벼운 시'로 구성된 시집을 뮤지컬로 만든 것이라 한다.

미스터 미스토플리스, 스킴플섕크스, 버스토퍼 존스, 럼 텀 터거 등 특이한 이름의 고양이에 관한 시도 쓴 앨리엇. 그에게서 고양이 이름 짓는 비법을 전수받아야겠다.

 

 

 

전설적인 디자이너이자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칼 라거펠트의 뮤즈는 그가 무척 아끼는 털이 긴 샴 고양이 슈페트라고 한다. 77세의 라거펠트는 뒤늦게 캣맨이 되었는데, 라거펠트는 슈페트가 자신의 첩이며,합법이었다면 결혼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게오르게 발란친도 애묘가였다.

 

교사로서 발란친이 가장 아낀 제자 중 하나는 애묘 무르카였다. 무르카가 뛰어오른 모습을 담은 사진이 <라이프> 지에 실리자, 무르카는 미국 최초의 셀러브리티 고양이가 되었다.  -49

 

저자는 종종 이렇게 위트 있는 표현으로 독자를 웃기기도 한다.

아니, 셀러브리티 고양이 입장에서 책도 내고 사람들 앞에서 퍼포먼스도 보여주어야 하는 등 고양이가 너무 유명해진 탓에 종종 주인이 난처할 수도 있는 상황 자체가 웃긴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에서 일러스트에 눈길을 멎게 한 첫 번째 그림이다.

우아한 고양이의 모습이 글씨와 함께 어우러져 한참 동안 쳐다보게 된다.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위트 있는 멋진 문장이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채로운 고양이 사랑을 보며 때론 행복했고 때론 웃음 났고 때론  부러웠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관계로 고양이를 맘 놓고 키우지 못하기에 예쁘고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을 맞이하지 못하는 내 처지가 좀 아쉽다.

사뿐사뿐 걸어 사람 곁을 그저 그림자처럼 쓱 스쳐지나가는 고양이.

오묘한 색의 눈을 쳐다보면 하루종일이라도 빠져 있을 것만 같은 고양이.

쓰담쓰담 털을 쓰다듬으며 한없는 위안을 얻고 싶어지는 고양이.

그 남자들이 왜 고양이를 아끼고 사랑했는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길지 않게 실려 있어 지루함 없이 쓱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아울러 아름다운 일러스트도 한 몫하고 있기에 아트북이라 불러도 손색없어 꼭 소장해두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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