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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지식 : 천문학 ㅣ 한 장의 지식 시리즈
자일스 스패로 지음, 김은비 옮김, 이강환 감수 / arte(아르테)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한 장의 지식 [천문학]

가끔 아이들과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달의 차고 기우는 것을 매일 기록하는 초등학교 숙제 때문이기도 하고 유성우가 쏟아진다는 밤에는 운 좋게도 별똥별 하나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쳐다본다.
안방에 누워서도 이상하게도 창밖이 훤해서 무슨 일 났나, 싶어 내다보면 시선을 강탈하는 건 둥글게 둥글게 환한 빛을 뿜어내는 달이
덩그러니 있다. 보름달이 뜬 날은 그렇다.
아침에 해가 뜨는 건 당연한 일이고 밤에 달이나 별이 뜨는 것도 당연한 일인데
그 당연한 일을 너무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보니 천체에 대한 신비로움이 사라진다.
어렸을 때는 그나마 호기심이라도 있었지 지금은 과학적 지식이 판을 치는 세상이라
아이들과 별을 보면서도 왠지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 하나쯤은 읊어주어야 할 것만 같다.
그저 달 속 옥토끼 이야기만 해도 눈을 반짝 빛내던 내 어린 시절과는 많이 달라졌다.
천문학이라 이름 붙이지 않아도 온갖 행성과 은하와 우주를 아는 체하는 아이들 앞에서
엄마는 한없이 작아진다.
그렇다면...
내세울 것 없어도
별 하나의 이름에 대해서 한 장의 지식 정도는 쏟아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르테에서 펴낸 한 장의 지식 시리즈는 가벼우면서도 무겁지 않은 지식을 보여준다.
아이들도 어른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그림 하나 옆에 한 장의 지식이 빼곡하다.
'천문학'적 숫자, 라 하면 어느새 세어보기를 포기할 정도로 '천문학' 이란 단어는 엄청 멀고 넓고 깊어서 아인슈타인 외에는 쉽사리 관심을
가져보지도 못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사진 혹은 그림과 함께 하는 [한장의 지식 천문학]은 천문학이 과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아아.
학창시절에 이렇게 도식화된 천체 그림 앞에서 얼마나 좌절했던가.
시험이란 괴물 앞에 너무나 경직되어 이 지식이 언제 어떻게 쓰일까를 고민하기보다 어떤 유형의 문제로 다가올까를 고민했기에 별과 우주를
생활과 뚝 떼어서 생각했던 그 시절.
이제는 시험을 칠 때가 지났으니,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들여다본다.
더이상 두렵지 않다.
그저 모르는 것을 알게 되고 궁금한 것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속 시원한 시간이 행복할 뿐이다.

이건 화학인가? 했던 것도 태양과 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핵융합 과정이라 설명해 주니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우주의 발견, 태양계, 별자리, 별의 생애, 별의 죽음, 은하, 우주론까지
방대한 양의 지식을 간략하게 전해 주어 읽기에 좋았다.
우리 태양계를 도는 천체들에도 수많은 위성이 존재하고
별들과 마찬가지로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보았던 이름들이 붙여져 있다는 것,
그 이름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주의 비밀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것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이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다.
어려운 이론을 굳이 파고들 필요는 없다는 것.
머리 아픈 과학은 멀리 던져버리고 내가 몰랐던, 신기한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는 기분으로 책 속에 빠져들면 좋을 것 같다.
적색 거성, 우주배경복사, 전파 천문학 등 천문학에 등장하는 생소한 용어들을 정복하는 기분도 꽤 상쾌하다.
지금 당장 망원경을 들고 줄줄 이름 외운 별자리를 찾아보자는 건 아니지만 길고 얇은 나침반 자리, 웅크리고 있는 사자와 아주 닮은 사자
자리 등에 대한 지식을 담고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것 같다.
손에 아무 것도 들고 있지 않더라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내가 가진 지식을 하나씩 되뇌어 보는 기분은 어떨까?
밤을 즐기는 또 하나의 신선한 방법이 생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