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라는 기계에 대한 매뉴얼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결국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뇌라는 기계의 매뉴얼이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그 기계에 대한 매뉴얼을 여러분은 아직까지 한 번도 읽어보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그 뇌 또는 자아에 대한 매뉴얼을 드린
것입니다. -321
나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열망이 폭발하는지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나란 무엇인가?"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하여 답을 얻었는가?
문학과 역사와 철학을 탈탈 털어도 그 답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뇌과학은 어떤가?
쉽사리 접근하기 어려운 과학, 그것도 뇌과학의 입장에서 "나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마주한다면 어떤
답이 나올지 궁금하다.
꽤 유명한 뇌과학자-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건명원의 과학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김대식 교수라면 아마 속시원히 그
답을 내놓지 않을까.
과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인류의 미래를 분석하는 뇌과학자.
가끔 TV에서 촌철살인의 말발을 뽐내기도 하고 냉철함과 동시에 대척점에 있는 인간미를 뿜뿜하기도 하는 그의 말을 들을 기회가 생겼다.
인류를 포기하고 화성으로 도망갈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일론 머스크를 보고 보통의 우리는 이솝 우화에 나오는 '신포도' 이야기를
떠올리며 합리화에 빠져든다.
하지만 일찌감치 넓은 세상을 보고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지혜를 얻은 저자는 지구와 인류를 포기하기엔 이르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인류는 추한 것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것도 많이 만들어냈기 때문이라며~
1.4킬로그램에 불과한 뇌지만 우리는 뇌를 가짐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다.
저자는 우선 '나'는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뇌와 인간을 살펴보고, '나'는 합리적인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뇌와 정신의 관계를
조명한다.
기본적인 파블로프의 실험이라든지 동물실험 등으로 뇌의 영역을 시험해보던 과거의 것들을 배우는 것은 의미 없지는 않지만 지금 현재의 과학이
어느 정도에 와 있는지를 가늠해 보기에는 턱도 없이 모자란다. 뇌과학자의 생생한 동물 실험-고양이와 원숭이 뇌 실험- 이야기를 통해 뇌과학자가
어떤 과정으로 연구를 수행하는지를 보고 있으면 괜히 가슴이 뛴다.
뇌의 신경세포들을 연구하기 위해 발표한 '브레인보우'법으로 색색깔로 물든 신경세포를 볼 수 있다니...
다양한 신경세포 염색 방법과 자기공명영상 기반으로 한 확장텐서영상을 통해 신경세포들간의 연결 고리들을 매핑해보겠다는 등의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도 시도되고 있고...
신문물을 접한 개화기 사람처럼 눈이 절로 휘둥그레진다.
뇌과학의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고흐나 고갱, 램브란트의 자화상도 언급하고 있고 아인슈타인이나 괴델 같은 과학자는 물론 데카르트 같은
철학자들까지 경계 없는 지식의 향연이 펼쳐진다.
뇌과학을 다루고 있기에 마냥 기계적이거나 냉철한 이성으로만 판단할 수 없고 앞으로의 미래와도 직결된 것이기에 깊이 있는 철학적 질문 또한
빠뜨릴 수 없다.
재미있는 과학 강의를 연이어 수강하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심오한 질문과 답이 이어진다.
자연과학자나 공학자들처럼 항상 계량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약한 인공지능이 발전해도 자신의 직업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급속하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창의가 일상이 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인류의 고전 또는 경전에도 절대적
진리가 담겨 있지 않다면, 그것을 꼭 읽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자아는 머릿속 뇌의 정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그 정보를 잘 유지만 하면 진짜 영생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영원히 살
수 있을까요?
뇌에 관한 파헤침이 이렇게 다양한 분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종횡무진 뻗어나가는 질문을 펼치고 답을 내는 과정을 진정 즐기고
있는 저자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없던 수업, 잘 듣고 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