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 있어요 - 봄처럼 찾아온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
클레리 아비 지음, 이세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4-4. 독특한 울림의 러브 스토리 [나 여기 있어요]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떤 상황에서든 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다.

그들 사이에 스파크가 일어 사랑이 싹트는 데에는 수만 수천 가지의 경우가 있을 것이다.

첫눈에 반하는 경우,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경우, 원수같은 대치관계에 있다가 극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경우...

[나 여기 있어요]에서 그리고 있는 사랑은 대부분의 사랑 이야기와 출발점을 달리한다. 혼수상태인 몸에 갇힌 남자와 마음의 문이 굳게 닫힌 남자의 연결고리...

 

일단 누군가의 병문안을 하러 병원에 오는 사람이라면 마음이 무거울 터이다.

동생이 자동차 사고를 냈는데, 그 결과 두 명의 여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경우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남자, 티보는 그런 동생이 차라리 이 세상에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무거운 발길을 옮긴다.

동생의 병실을 찾아가야 하는데, 운명의 장난인지 신의 자애로운 이끎 덕분인지 병실을 잘못 찾아 들어가고 말았다.

온갖 튜브와 기기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환자를 눈앞에 마주대한다.

아니 그 이전에 주위에 맴도는 재스민 향기에 마음을 빼앗긴다.

비상 계단 표시와 병실 표시를 착각한 탓에 어안이 벙벙하지만 그는 차츰 환자에게 관심을 돌린다.

'엘자 빌리에, 스물 아홉 살, 혼수상태.'

다섯 달째 혼수 상태인 채로 병실에 누워 있는 여자 환자에게 다가간 그는 수첩에 적힌 그녀의 생일 날짜를 본다. 바로 오늘이 그녀의 생일.

처음에는 이성에 대한 설렘이나 관능이 전혀 깃들지 않은 뽀뽀로 시작한다. 왠지 그녀 곁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서 잠이 잘 온다...

 

혼수상태여서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을 줄 알았던 그녀, 엘자는 청각만은 살아 있다.

그 사실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부모님과 여동생의 병문안, 친구들의 방문, 그리고 도우미의 간병 외에는 그녀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아무 것도 없었는데, 어느날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녀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친구들이 찾아왔고 낯선 남자는 그녀 옆에 잠들었다가 뜻밖에 그녀의 친구들 때문에 잠에서 깬다.

산과 하나였던 빙하 전문가 엘자, 환경 생태 전문가 티보.

어쩌면 멀쩡한 상태였을 때는 접점이 전혀 없을 것 같은 남자와 여자가 특별한 상황, 특별한 순간을 맞아 병실에서 만났다.

그렇지만 그들은 첫 만남에서 어떤 교류도 나누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는 혼수상태에 남자는 동생 일로 온 세상이 부정적으로만 보이는 상태였으니.

하지만 신기하게도 사랑이라는 감정은 빙벽에 피어나는 꽃처럼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 여기는 상황에서조차 싹터나온다.

 

도무지 회복의 기미가 없다며 가족들조차 두 손 들고 엘자의 생명유지장치를 떼려고 하기에 이르지만 꽤 자주 엘자를 찾아왔던 티보는 알 수 있었다. 그녀의 감각 중 적어도 하나는, 청각은 살아 있다는 것을.

동생이랑 연을 끊고 싶어하는, 심장도 없을 것 같은 티보의 피폐해진 마음에 슬그머니 들어오고야 만 엘자.

 

당장은 내가 있다. 소리를 듣는 내가 있다. 오늘 나는 살아 있고, 앞으로도 살기를 원한다!

-156

 

티보의 애틋한 마음이 엘자에게 전달되고, 청각만 살아 있던 엘자가 온몸의 힘을 다해 뭔가에 닿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는 과정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기적과도 같은 장면이 연출되면 어쩌지....

심장이 터질 것 같다.

티보는 엘자에게 키스를 하고, 사랑한다고 고백을 한다.

제발, 엘자...반응을 보여!

살아 있다는 걸 증명해!

작게 주먹을 쥐고 엘자가 조금이라도 움직여주질 응원한다.

 

내 영혼이 완전히 스러지기 직전,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나는 고개를 돌리고 두 눈을 뜨고 싶다.-240

 

엘자와 티보를 연결시켜 주는 그 무엇인가가 환하게 그들의 나아갈 길을 밝혀주면 좋겠다.

작가는 바로 그 무엇인가를 '무지개'로 표현한다.

제발 나를 포기하지 말아줘.

나 여기 있어요.

 

그들의 무언의 대화는 앞으로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빛깔로 펼쳐질 것을 기대한다.

잔잔한 떨림으로 시작해서 큰 소리를 내며 온 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처럼 환희의 순간을 맞게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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