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닷컴
소네 케이스케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4-1.쓰레기장같은 세상에서 쓰레기처럼 살고 있지는 않나요?[ [암살자닷컴]

 

'성공률 100퍼센트, 마감 기한 보장, 맞춤형 살인 제공'

'암살자닷컴'의 캐치프레이즈다.

무슨 상품을 파는 광고 같은 문구에 눈길을 주지만 이내 '살인'이라는 단어에서 멈칫하는 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심리일 것이다.

에이, 아무리~

현실에서는 도저히 있을 것 같지 않은 일이 그래도 암암리에 일어나고 있는 모양인지, 우리나라에서도 유해진 주연의 코믹물로도 영화화 되었던 적이 있을 만큼 청부암살은 흔한 소재가 되고 말았다.

암살을 청탁하는 사람이 있는 것만도 섬뜩한 일인데 실제로 그 일을 받아 행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더 이해 불가다.

하지만, 입장을 바꾸어 청부살인업자의 위치에 서 보면 세상은 한결 달리 보일지도 모르겠다.

누구라도 입찰에 성공하면 살인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곳, '암살자닷컴'

이런 사이트가 존재하는 것을 받아들이며 이 책을 읽는 순간, 이 세상에는 양심의 거리낌 없이 죽음을 사고파는 일이 횡행한다는 것을 시인하며 또 다른 사실을 같이 받아들여야 한다.

이 세상이 쓰레기장이라는 사실을.

 

어른들의 세계일 뿐이라며 다소 안심하고 이 책을 읽으면 안된다 .

열 살 짜리 어린애에게도 얄팍한 어른들의 위장은 곧 들통나고 말며, 히키코모리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언제든 살인청부업의 세계로 향하는 길이 열려 있다.

 

모두 네 개의 단편이 실려 있지만 마지막 에필로그에선 네 개의 단편이 하나로 모아지며 충격적인 결말을 선사한다.

아들의 사립학교 등록금 마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부업으로 '암살자닷컴'에 발을 들인 형사, 더럽고 별볼일 없는 노숙자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살해하는 연쇄살인마, 남편이 실직한 후 그저 행복한 한 끼 외식, 단란한 가정의 웃음을 지켜보려고 청부살인업계의 틈새를 노려 아르바이트하는 주부, 킬러계의 레전드였지만 한 여인 때문에 처음으로 흔들리는 한 남자 등등.

살인자와 희생자의 경계가 모호하게 이들의 관계가 물고 물리는 가운데 소네 게이스케식 화법은 빛을 발한다.

 

아주 얌전해진 남자는 야구방망이를 지팡이 삼아 돌아갔다. 그게 그가 말하던 방망이를 쓰는 또 다른 방법이라면 굳이 배워야 할 만한 사용법은 아니다. -246

 

자칼은 해야 할 일을 마치고 위패가 가메키치의 가슴에 꼭 안겨 있는 걸 확인한 뒤 밖으로 나왔다.

하늘에 별이 가득한 밤이었다. 길가에 보이는 연못으로 개울이 졸졸 흘러들어갔고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렸다. -195

 

쓰레기장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잔인하고도 거친 일들이 한 두 마디 문장으로 깔끔하게 정리된다. 게다가 쓸쓸함을 배가시키는 정경묘사까지 이어지면 그걸 읽는 동안의 마음은 한없이 싱숭생숭해진다.

 

그저 재미삼아 읽기 시작하지만 원하는 죽음을 즉시 배송해준다는, 다시 생각해보면 너무나 반인륜적이라 잠시 아득해지기조차 하는 이 이야기가 또다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이 쓰레기장같은 세상에서 쓰레기처럼 살고 있지는 않나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